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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우에하라 관전평] "하나의 볼넷, 하나의 실책으로 판이 바뀌었다"

일본 야구 레전드 우에하라 고지(49)가 바라본 '서울 시리즈' 1차전 승부처는 8회 초였다.우에하라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서울 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전이 끝난 뒤 본지와 인터뷰에서 "샌디에이고가 좋은 흐름을 끌고 왔는데 한 번 흐름이 바뀌면서 이런 경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우에하라는 미·일 통산 100승, 100세이브, 100홀드를 달성한 유일한 아시아 투수. 일본 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 레전드이면서 메이저리그(MLB) 통산 95세이브를 기록한 입지전적인 선수이기도 하다.이날 다저스는 7회까지 1-2로 끌려가던 승부를 8회 초 뒤집었다. 볼넷 2개와 안타 3개 그리고 상대 실책을 묶어 대거 4득점, MLB 개막전 승리를 가져갔다. 볼넷-안타-볼넷으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키케 에르난데스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동점. 이어 가빈 럭스의 1루수 방면 강한 타구를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포구하지 못해 점수가 뒤집혔다. 샌디에이고로선 타구가 크로넨워스의 글러브를 뚫고 외야로 흐른 게 '불운'이었다. 공식 기록은 실책. 다저스는 계속된 1사 1,2루에서 무키 베츠와 오타니 쇼헤이의 연속 적시타로 점수 차를 벌렸다. 해설위원 자격으로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우에하라는 "하나의 볼넷과 하나의 실책이 겹치면서 판이 바뀌었다"고 곱씹었다. '서울 시리즈' 1차전에선 양 팀에 포진한 일본인 선수가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다. 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는 3과 3분의 2이닝 2피안타 1실점. 불펜 마쓰이 유키는 샌디에이고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해 3분의 2이닝 무실점했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다저스 오타니는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우에하라는 "내 후배들이지만 정말 대단한 경기를 한 거 같다"고 말했다. 다르빗슈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강판(투구 수 72개)당한 걸 두고선 "이게 MLB 방식이다. 정규시즌 162경기를 해야 하므로 보통 개막전에선 선발 투수들이 첫 등판이라는 걸 고려해 투구 수를 60~70개, 많으면 80개 정도에서 내려보낸다"고 부연했다. 이어 "(피치 클록 때문에) 경기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니까 경기 흐름을 맞추기 어려웠다. 그러면서 실책도 나온 거 같다"고 말했다.'서울 시리즈'는 MLB 역사상 한국에서 열리는 첫 번째 경기다. 우에하라는 "MLB의 마케팅이기 때문에 한국의 개최가 굉장히 좋은 거 같다. 이를 통해 한국 야구가 발전할 수 있다"며 "내년에는 일본에서도 개최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MLB가 외국을 다니는 게 하나의 마케팅 그리고 플러스 야구 발전에 도움되지 않을까 한다. 정말 좋은 경기였다"고 말했다. 고척=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3.20 22:26
배구

[윤봉우 관전평] 배구 대표팀 운영,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항저우 2022]

가장 큰 대회(아시안게임·AG)에서 한국 배구의 민낯을 확인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상황. 배구인으로서 참담한 마음이다.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지난 4일 열린 2022 항저우 AG 8강 라운드 E조 1차전에서 중국에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여자 배구가 AG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건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남자 대표팀은 지난달 22일 파키스탄과의 12강 토너먼트에서 0-3으로 패하며 이번 대회가 공식 개회하기도 전에 탈락했다. 1962년 자카르타 대회(5위) 이후 무려 61년 만에 빈손으로 돌아섰다. 남녀 대표팀이 AG 무대에서 동반 ‘노메달’에 그친 건 역대 최초라고 한다.남녀 대표팀 모두 최근 국제대회에서 거듭 부진한 탓에 위기의식을 갖고 항저우 AG에 임했다. 현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빴다.여자 대표팀은 지난 1일 열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베트남에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현장에서 베트남의 경기를 보니, 한국 대표팀에 밀리는 포지션이 없더라. 특히 이 경기에서 최다 득점(24점)을 올린 트란 티 탄 투이는 일본 리그에서 3시즌을 뛰며 경쟁력을 갖춘 선수였다. 한국은 이전까지 중국·일본·태국만 아시아권 경쟁 상대로 삼았다. 이젠 다른 나라들의 전력도 크게 향상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여자 대표팀이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과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V리그에서 탁월한 선수가 등장해 대표팀에 합류하거나, 세계적인 명장이 지휘봉을 잡아도 현재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시점에서 AG에서의 전력·전술을 논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한다. 우선 대표팀 운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중국·일본·태국은 유소년·청소년, 그리고 성인 대표팀 운영을 일원화하고 있다. 일부 동남아 국가도 마찬가지다. 한국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면서도, 연령별 대표팀이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어린 선수들은 동경하던 선배와 함께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을 얻는다. 성인 대표팀을 맡고 있는 감독이나 코치가 어린 선수들을 직접 보고,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선수와 직접 호흡하는 코치, 전력 분석·트레인이 전문가가 연령별 대표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감독이 바뀌어도, 기존 운영 방침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대회마다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하는 건 필수다. 일본 여자 대표팀의 경우, 성인 대표팀도 A·B팀으로 나누어져 있다.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전은 A팀, 아시아선수권과 이번 항저우 AG는 B팀이 출전했다. 한국은 지난여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부터 아시아선수권·올림픽 예선·AG까지 강행군을 소화했다. 전력 외적인 요소도 이번 AG 메달 획득 실패에 영향이 미쳤다고 본다. 선수들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 더 이상 동남아 국가를 상대로 우세하다는 의식을 버릴 필요가 있다. 일부 선수는 국제대회를 치르며 자신의 위치를 자각한 것으로 안다. 국내 무대(V리그)에서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높은 위치로 갈 수 있도록 실력 향상에 욕심을 냈으면 좋겠다.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전 남자 배구 국가대표) 2023.10.06 07:00
프로농구

결과적으로 씁쓸하지만, 고개 숙이지 말길 [안덕수 여자농구 관전평]

지난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4강전 한일전 58-81 패배는 결과적으로 보면 씁쓸한 경기였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농구경기를 복기한다면, 앞서 관전평에서 언급한 ‘경기 초반 운영’에서 밀린 것이 발목을 잡았다. 한 수 아래 전력의 팀과의 대결에선 초반에 밀리더라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전력, 혹은 강팀을 상대로 초반 기세를 내준다면 추격하는데 많은 체력을 소모해야 한다.특히 이날 경기에서 주요 장면은 2쿼터였다고 본다. 시작 후 약 4분간 0-13을 허용했다. 한국은 타임아웃 후 선수를 일부 교체하고, 동선 조정과 선수들의 개인 능력을 앞세워 놀라운 추격전을 보여줬다. 하지만 추격만 하게 되면 점점 몸이 지치고, 발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공격에서는 결국 공 없는 움직임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한국의 3점슛은 15개 중 3개만 들어갔다. 일본은 32개를 던져 14개를 넣었다. 외곽 싸움이 안 된다면, 적극적인 컷인과 트랜지션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날은 공 없는 움직임이 조금 부족했다. 일본의 승부수, 요즘 농구란이날 경기는 무엇보다 결과가 중요한 무대였다. 일본은 1쿼터부터 풀코트 프레싱을 꺼내 들어 승부수를 띄웠다. 공수 전환에서도 선수 개개인의 깔끔한 동선이 눈에 띄었다. 반면 한국은 압박에 고전했고, 공격에서도 일본과 비교하면 정적이었다.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건 포지션별 역할이다. 요즘 농구는 ‘센터가 리바운드를 잡고, 가드가 공격을 전개한다’ 등의 틀에 박혀있지 않다. 일본은 박지수의 리바운드를 막기 위해 타카다 마키·오코예 모니카·아카호 히마와리가 박스 아웃에 집중했다. 대신 이외 선수들이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단순 기록을 넘어, 코트의 전원이 명확한 지침을 가지고 움직인 점이 눈에 띄었다. 공격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농구는 올 스위치다. 이날 박지수를 마크한 타카다는 고등학교 때 가라테를 하던 선수다. 당연히 3점슛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날 6개의 3점슛을 던져 3개를 넣었다. 장신 선수가 2대2 플레이 후 탑에서 3점슛을 성공시키니 우리는 수비할 때 스위치를 해야 할지, 따라가야 할지 고민하다 연속 실점을 내줬다.일본이 우리보다 크고, 빠르고, 뛰어나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한국도 충분히 신장을 갖췄고,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인프라 차이는 분명히 있으나,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결국 국제대회에서의 경험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일본은 15~20년 전부터 호주·미국으로 선수들을 보내 경험을 쌓게 했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최신 농구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주위에서 ‘여자농구는 이제 안 된다. 너무 늦어버렸다’ 이런 얘기가 있지만,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헝그리 정신보다는 멘털, 체력과 힘이 더 필요하다요즘 시대에 ‘헝그리 정신’이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결국 흐름, 분위기 싸움이다. 경기에서 지고 들어가면 당연히 몸은 더 무거워지고, 중요 순간에 힘을 짜낼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선 멘털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 멘털을 잡기 위해선? 당연한 얘기지만 체력과 힘을 더 길러야 한다. 훈련 일정도 조정이 필요할 것이고, 차출 시기에 대한 조율도 손봐야 할 것이라고 본다.종종 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접하다 보면 마치 ‘우리만 힘들다’란 뉘앙스가 읽힌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국제대회에 나선 모든 종목·국가의 코치진, 선수단이 힘든 상태다. 리그와 대표팀 일정이 빡빡한 것에 대한 핑계는 접어두자. 결국 코트에서 한 발 더 뛰는 팀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뻔한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체력·힘을 길러 멘털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 코트 위에서의 멘털을 잡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습관’을 기르길 바란다. 이런 습관이 강팀을 만들고, 선수들의 성장을 이끈다. 한국도 충분히 그런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다. 만회할 수 없지만, 고개 숙여선 안 된다최근 여자농구는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으로 부정적인 시선에 놓였다. 아직 동메달 결정전이 남았지만, 그런 시선을 완전히 만회하기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표팀이 고개를 숙일 이유는 전혀 없다. 5일 북한전에서 유일하게 걱정되는 점이 이것이다. 일본전은 끝났고, 아직 대회 경기는 남았다. ‘유종의 미’라는 단어도 떠오르지만, 무엇보다 떳떳이 코트에서 고개를 들었으면 좋겠다. 이들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안고 있다. 경기장을 찾아오거나 경기를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덧붙이자면, 고개를 들고 앞으로 스스로가 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길 바란다. 일본전, AG가 전부가 아니다. 농구 생활 많이 남지 않았나. 뛰어야 할 경기가 더 많다.안덕수 KBSN 스포츠 여자농구 해설위원(전 청주 KB 감독)정리=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 2023.10.04 13:30
스포츠일반

[라경민 관전평] 팀 시너지가 만든 29년 만에 AG 금메달 [항저우 2022]

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은 지난 1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에 한 경기도 내주지 않고 3-0으로 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9년 만이자, AG에서 두 번째로 정상에 오른 쾌거였다. 1998년 방콕 대회부터 5연속 이어진 AG 중국전 패전을 끊어내기도 했다.중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이겨냈기에 더 값진 승리다. 어느덧 국제대회 경험이 많이 쌓인 한국 선수들은 외부 환경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같다. 올해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투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쌓인 자신감이 AG 무대에서도 드러났다.단체전은 기세 그리고 서로를 향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첫 번째 주자(단식 1경기)로 나선 안세영(21)의 공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BWF 랭킹 1위인 안세영이 중국 에이스 천위페이를 상대로 게임 스코어 2-0 완승을 거둔 게 이어진 경기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안세영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기술보다는 개인전보다 더 부담감이 큰 경기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맞이해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준 멘털을 더 높이 사고 싶다. 결승전 분수령은 복식 조가 나선 2매치였다. 이 종목 세계랭킹 1위 천칭천-자이판 조를 맞이한 이소희-백하나 조가 2-0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 획득에 다가섰다.천칭천-자이판 조는 현재 여자복식 최강이지만, 경기가 안 풀릴 때 급격히 무너지는 단점이 있다. 단식 1경기에서 천위페이가 패한 탓인지, 경기 초반부터 두 선수 표정에 긴장감이 엿보이더라. 경기가 꼬였을 때는 서로 독려하며 평정심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다. 두 선수(천칭전·자이판)가 동갑(1997생)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반면 이소희와 백하나는 한 선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거듭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대회 경험도 많고, 2000년생 백하나보다 6살 많은 이소희가 파트너이자 후배(백하나)의 강점인 파워(스매시)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잘 지원했다. 그렇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이어가며 상대가 보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두 선수가 선전하며 승리까지 거둔 덕분에 세 번째 주자(단식 2경기)로 나선 김가은도 ‘꼭 이겨야 한다’라는 압박감을 갖지 않고 허빙자오를 상대해 승리(스코어 2-0)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게 팀워크다. 남자 대표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지난달 30일 열린 단체전 준결승전에서 인도해 2-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약체’라는 저평가 속에서 동메달을 따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이윤규와 조건엽이 분투하며 희망을 안긴 점이 인상적이었다.대표팀 내 경쟁과 화합 시너지는 국제대회에서 매우 중요하다. 남자 대표팀이 좋은 출발을 보여주며 좋은 기운을 안긴 덕분에 여자 대표팀도 힘을 낼 수 있었을 것 같다. 김학균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선수로 국제대회를 많이 치렀고, 오랜 시간 대표팀 지도자로 잔뼈가 굵은 김학균 감독은 성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뿐 아니라 선수 개별 심리 파악도 능한 것 같다. 세대교체로 침체기가 있었던 한국 배드민턴이 부흥기로 진입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종목별 개인전이 남았다. 단체전 성과로 부담감을 털어낸 만큼 이제 개인의 명예와 국위선양을 위해 뛰어주길 바란다.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2002 부산 AG 혼합복식·여자복식 금메달,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복식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배드민턴 대표 레전드. 2023.10.04 08:02
프로야구

8회 실점에 분위기 넘어가…'추가합격' 윤동희, 3안타로 이유 증명했다 [야구 박용택 관전평]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0-4로 패했다. 비록 영봉패했지만, 투수진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선발로 나온 문동주(한화 이글스)는 4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하고 투구를 마쳤다.실점은 총 두 차례 나왔다. 1회 말 대만 선두타자인 쩡종서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은 문동주는 후속 타자 린즈웨이와 린리를 범타 처리했다. 하지만 2사 후 유리한 카운트에서 4번 리안커에게 던진 변화구가 실투성 높은 코스로 들어간 게 3루타가 돼 첫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어 4회 말에는 1사 후 리안커가 내야 안타로 출루했고, 우녠팅이 볼넷을 얻어 문동주를 압박했다. 문동주는 리하오위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션하오웨이 타석 때 폭투가 나오면서 허무하게 추가 실점을 기록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제 역할을 다 해줬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이어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이 올라왔을 때 위기 상황도 있었다. 문동주에 이어 5회 말 등판한 박세웅은 선두 타자 린즈하오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3루 땅볼과 좌익수 플라이를 유도해 이닝을 마치는 듯 했지만, 2사 후 린즈웨이에게 사구를, 린리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를 맞았다. 대량 실점 위기를 최지민(KIA 타이거즈)이 잘 막아줬다. 그 다음 이닝에도 위기가 찾아 왔지만, 박영현(KT 위즈)이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다. 6회 말 2사 2·3루 위기에 등판해 1과 3분의 1이닝을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다만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 고우석(LG 트윈스)가 8회를 막은 후 2점 차 점수를 지키면서 마지막 이닝을 맞이해야 했다. 그러나 2루타와 사구, 2타점 적시타로 2실점이 더해지면서 경기 분위기가 대만으로 완전히 넘어간 점이 아쉽다. 투수진에 분전한 선수가 많은 것과 달리 결과적으로 오늘 타선은 못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대표팀의 대만전 빈공에서 키 포인트는 강속구 투수 공략 실패에 있다. 이날 경기 대만 투수들은 전체적으로 모두 빠른 공 위주 투구를 가져갔다. 대신 변화구가 위력적이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 타자들로서는 처음 보는 투수들의 변화구였는데, 낯선 상황이었는데도 변화구에 헛스윙이 많이 나올 정도로 위력적인 공들이 아니었다.그래서 대만 마운드 공략의 핵심은 빠른 공이었다. 그들이 던지는 카운트 잡는 빠른 공에서 해결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 타자들이 그 빠른 공을 지켜보기만 하거나, 계속 스윙 타이밍이 늦어 파울 타구가 연이어 나왔다. 빠른 공을 해결하지 못한 게 결국 타선 흐름을 답답하게 만든 것 같다. 비록 패했지만 2경기 연속 활약해준 윤동희(롯데)의 성적은 짚을만 하다. 경기 초반 대표팀 타선이 린위민(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더블A 소속)을 상대로 꽁꽁 막혀 있을 때, 정말 잘 맞은 타구를 두 개나 만들어냈다. 여기에 마지막 타석에서도 안타를 생상, 총 3안타를 때려냈다. 윤동희는 이번 대표팀에서 마지막까지 정말 많이 고민해 뽑아 합류하게 된 선수였다.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왜 그를 뽑아줬는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윤동희 외에도 최지훈(SSG 랜더스)도 타석에서 계속 보여주는 모습이 좋았다. 노시환(한화 이글스)도 어제 경기 네 타석에 나와 출루와 장타를 기록했다. 1회 초 볼넷을 기록했고, 8회 때는 중견수 쪽 2루타도 하나 쳐냈다. 사실 이번 시즌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인 만큼 좀 더 큰 타구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기대는 있었다. 그래도 나름 계속해서 기본적으로 해줘야 하는 역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쉬운 선수를 굳이 꼽자면 리드오프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이다. 오늘 경기에서 결과적으로 뭔가 적극적이지 못한 모습이 있었다. 결국 출루하지 못했다. 강백호(KT) 역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은 조금 있었다. 두 선수에게 책임이 있다기보다는, 그만큼 기대가 큰 선수들이었다고 말하고 싶다.박용택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정리=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10.03 05:57
프로농구

박지수 빈자리, 김단비·박지현·이해란이 채워…8강은 강이슬 터져주길 [여자농구 안덕수 관전평]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 리그를 3연승으로 잘 마무리해줬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북한과도 붙었지만, 그 과정으로 선수들 자신감이 많이 올라온 것 같다.1일 대만전에서 핵심은 박지수(청주 KB)의 결장이었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이 그 부분을 경기 시작부터 잘 인지하고 뛰어준 것 같다. 박지수가 비어 생긴 높이 공백을 잘 메웠다. 진안(부산 BNK)이 그 자리를 맡았고, 박지현과 김단비(이상 아산 우리은행) 등도 신장 측면에서 경쟁력이 나쁘지 않았다.물론 좋은 내용만 봤던 건 아니다. 대만전뿐 아니라 세 경기 통틀어 반복되는 문제가 전반 경기력이다. 중위권 팀 상대가 아니라강팀이라 할 수 있는 일본, 중국 상대로도 이렇게 흐른다면 쉽지 않다.1쿼터 중반 9-16까지도 리드를 내줬다. 흐름이 넘어갈 수 있던 상황에서 박지수는 없었지만 김단비가 중심을 잘 잡아줬다. 앞서 북한전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준 이해란(용인 삼성생명)도 다시 한 번 교체 멤버로 상당히 좋은 역할을 해줬다. 자유투도 넣었고, 본인에게 주어진 제 역할을 해내며 팀 득점에 이바지했다. 2쿼터 초반에는 3점 슛까지 넣어줬다. 이해란의 존재가 대만전 초반의 위안거리라고 할 수 있겠다. 꾸준히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한 경기였다.이해란의 활약에도 전반을 45-37로 마쳤다. 경기력에 비하면 리드가 크지 않았다. 북한전과 마찬가지로 발동이 늦게 걸렸던 셈이다. 게다가 3쿼터 초반에도 시작하자 마자 연속 4실점했다. 이것 역시 상대가 쫓아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돌아봐야 한다.늦은 페이스는 앞으로도 한국 대표팀의 과제다. 오늘 열리는 필리핀과의 8강전, 그리고 4강에 올라갈 시 만날 게 유력한 일본팀 상대로는 초반부터 빠르게 페이스를 올려야 한다. 전반전에 페이를 끌어올리고, 후반에 상대가 다급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도록 하는 게 우리 대표팀의 첫 번째 과제다. 똑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하게 되지만,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정선민 감독도 대표팀이 원하고자 하는 페이스를 초반부터 잘 가져가지 못했다고 돌아본 바 있다. 선수들도 감독이 무엇을 의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코트에서 분명히 책임감 가지고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3쿼터 페이스가 올라온 시점부터는 팀의 장점이 잘 드러났다. 3쿼터 초반 4점을 내줄 때까지만 해도 불안했지만, 그 이후 플레이가 좋았다. 제일 중요했던 건 김단비가 3점 2개를 꽂으면서 흐름을 가져온 장면이다. 거기서부터 한국 대표팀이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고 본다. 4쿼터 마무리도 좋았다. 박지현 등 젊고 1m80㎝가 넘는 선수들이 공격뿐 아니라 속공 참여, 궃은 일 등을 잘해줬다. 이해란도 마지막까지 잘 활약해줬다. 강팀을 상대로도 이런 플레이들이 많이 나와야 하지 않나 싶다. 20점 차 이상 벌어진 상황에서는 선수들 체력을 관리하면서 잘 마무리하더라. 8강을 위해 로테이션으로 기용하는 체력 관리가 돋보였다.조별 예선을 총평하자면, 그래도 부정적인 부분보다는 예선 세 번의 경기 보면서 긍정적인 요소 많이 봤다. 정선민 감독과 선수들이 그동안 대표팀에서 많은 아픔을 극복하고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표정에서 느껴졌다. 위기를 기회로 가져오려 하고, 득점 기회를 만들려고 하고, 파이팅 있는 모습과 간절한 마음이 보였다.오늘 만나는 8강 상대 필리핀 대표팀은 지난 박신자 컵 때 국가대표가 참가한 적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필리핀의 센터가 1m93㎝ 정도 된다. 필리핀은 최근 아시안컵에서 7위~8위를 하다 근래 5위에 올랐던 팀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방심은 절대 하지 않을 거다.그래도 첫 번째, 공격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수비로 턴오버를 유발하는 게 좋다고 본다. 이지 슛으로 점수 차를 벌리면 경기를 쉽게 풀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할 수 있는 농구를 발휘할 수 있을 거다. 8강에서 체력 관리도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체력뿐 아니라 선수들의 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좋은 방향을 살피면서 4강 준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MVP(최우수선수): 박지현세 경기보면 박지현의 플레이에는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다. 북한전에서 커트인도 그렇고 앤드원도 좋았다. 작년까지 프로 무대에서 커리어를 돌아보면 매년 단점을 지우고 가는 선수가 바로 박지현이다. 외곽 슛도 좋다. 박지현은 이번 대표팀 농구에도 잘 녹아들고 있다. 박지현이 지금처럼만 해주면 앞으로도 큰 힘이 될 거다. 본인이 해주고 있는 궂은 일, 간간이 터지는 3점, 아이솔레이션에서 나오는 1대1. 이런 모습들에서 김단비와 스타일이 많이 비슷해졌다. 치고나가는 부분과 딥 3와 개인 1대1, 리바운드 등이 김단비와 비슷해졌다. 박지현이 또 한 번 이런 놀라운 성장을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다면 대한민국은 앞으로 김단비가 은퇴 후에도 박지현이 키플레이어를 해줄 거다. 이런 모습 계속 보여주면 좋겠다.박지현은 소속팀 위성우 감독에게 가장 많이 혼나는 선수기도 하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은 내게 '지현이를 지금 성장시켜야 한다. 연차가 찬 후에는 지금처럼 빠르게 키울 수 없다'고 설명해줬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들 하지 않나. 위 감독은 박지현을 우리은행 선수일 뿐 아니라 한국 여자농구를 위한 자원이라 생각해 키우는 것 같다. 나 역시 KB 사령탑을 맡을 당시 '신인' 박지수를 'KB의 박지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박지수'라 생각하고 키웠다. 위 감독 역시 우리은행과 대한민국 모두의 박지현을 위해 성장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주목할 선수: 강이슬(청주 KB)앞서 김단비가 3점 슛 2개로 좋은 역할을 해줬다고 했다. 8강과 4강에서는 강이슬에게도 이 모습이 나와줘야 한다.김단비만으로도 물론 언제든 제 몫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강이슬은 대한민국의 대표 저격수, 간판 슈터다. 림으로부터 멀리 있을 때에도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롱 슛을 지닌 선수다. 한 마디로 말해 우리 대표팀이 스페이싱, 즉 공간 활용을 많이 가져가려면 어제 김단비와 같은 외곽 활약이 필요하다. 강이슬이 중요할 때 외곽 슛을, 특히 4강전에서 터뜨려 줄 필요가 있다.강이슬은 타고난 슈터다. 그리고 속공을 달려줄 줄 안다. 그는 1쿼터 초중반부터 본인만의 경기 감각으로 외곽 슛을 꽂는다. 또 이를 통한 드라이브인도 잘하는 선수다. 포워드 수준의 신장이라 리바운드 참여도 잘한다. 세 가지 요소에서 강이슬이 조금만 더 집중해준다면 좋겠다.우리 대표팀에는 물론 강이슬 외에도 김단비, 이경은(인천 신한은행), 박지현 등 역할을 해줄 선수가 많다. 하지만 이대로는 다른 선수들이 할 게 너무 많아진다. 강이슬의 플레이에 다른 선수들이 쏠리게 된다면 다른 네 명이 할 수 있는 농구가 정말 많아진다. 패스의 길도 더 많이 보여지게 될 거다.그래서 강이슬이 해줘야 할 건 온볼보다 오프볼에서의 움직임이다. 강이슬의 기량이라면 캐치 앤 슛, 캐치 앤 드라이브인으로 득점을 가져가거나 속공 상황에서 박지수, 박지현, 김단비에게 리바운드를 잘 해줄 수 있다. 박시주의 장점 중 하나가 숏 패스(아울렛 패스)다. 강이슬이 박지수로부터 시작되는 속공에 참여한다면 대표팀은 천군만마를 얻는 격이다.안덕수 KBSN 스포츠 여자농구 해설위원(전 청주 KB 감독)정리=항저우(중국)=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10.0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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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5로도 싸우는 '거인 센터' 박진아, 막아낸 박지수의 '가치'가 빛났다 [여자농구 안덕수 관전평]

북한과의 경기를 앞두고 역시 가장 궁금했던 건 2m5㎝의 대형 센터 박진아(20)였다. 앞서 대만과의 경기에서 51점을 넣었다고 하니 궁금하기도 했고, 나름 기대가 되기도 했다.실제로 보니 생각보다도 더 좋은 선수였다. 지난 경기는 박진아와 한국 대표팀이 1대 5로 싸웠다고 요약할 수 있다. 특히 1쿼터부터 페이스가 아주 좋았다.그와 달리 우리 선수들은 초반 조금 답답했다. 첫 스타트는 좋았다. 박지수(청주 KB)가 패스를 잘 찔러 넣어 2-0으로 경기 출발을 잘 했다. 그러나 그 이후 득점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물론 외곽 슛도 안 터졌지만, 박지수에 의존하면서 속공 기회를 잘 만들지 못한 게 컸다. 그러다보니 북한에 많이 끌려다녀야 했다. 대표팀이 간간이 터지는 북한 선수 앞선인 7번 선수(리은정)의 3점 슛에 당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만 그렇다 해도 핵심은 박진아였다. 우리 선수들이 박진아에게 원 카운트 상황, 볼 쪽에 윙맨을 집어 넣었을 때, 혹은 반대일 때도 더블 팀을 많이 가며 대처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박진아의 플레이가 준수했다. 패스 아웃도 나름 괜찮게 하는 장면을 1쿼터에서도 볼 수 있었다. 박진아를 제외한 북한 선수들의 슛이 안 들어갔지만, 만약 그 슛들이 들어갔다면 우리 대표팀이 훨씬 더 고전했을 것이다. 2쿼터에도 초반 어려움이 있었다. 외곽 슛이 잘 들어가지 않았고, 수비와 공격 모두 박지수의 비중이 너무 커져 경기가 몇 차례 답답하게 흘러갔다. 끌려가던 경기 흐름을 2쿼터에 바꾼 게 이해란(용인 삼성생명)의 투입이다. 2쿼터 3분 27초가 흘러 10점 차로 지던 상황에서 교체돼 들어왔다. 이해란이 투입된 후 앤드원 득점에 성공했고 거기서부터 경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선민 감독이 이해란을 과감하게 투입한 걸 치켜세우고 싶다.지난 시즌 리그 최고 3점 슈터였던 이소희(부산 BNK)도 깜짝 활약했다. 2쿼터 막판 이소희의 3점 슛이 탑에서 들어갔다. 속공도 수 차례 성공했다. 박진아를 잘 막으면서 로테이션 수비가 됐던 덕분이다. 수비에서 전개되는 속공, 그리고 그걸 잘 이용해 쫓아가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전반을 마쳤다. 후반 역전을 가능하게 만든 부분이다.우리 대표팀이 후반에도 그 흐름을 잘 가져갔다. 박지수가 계속 공·수에서 활약해줬고, 속공도 계속 많이 나왔다. 거기에 후반에는 외곽 슛까지 터지기 시작하더라. 그 덕분에 분위기를 확실하게 가져갔다.이 지점에서 베테랑 이경은(인천 신한은행)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이경은이 조율해주고, 거기에서 3점 슛도 터져 나오면서 한국 대표팀이 3쿼터 중후반 시점에 확실하게 두 자리 수 점수 차를 벌려갈 수 있었다. 결국 2쿼터 말미에서 분위기를 잡아온 것이 후반까지 우리 대표팀이 스스로 원했던 경기력을 낼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MVP: 박지수여러 선수들이 잘해줬지만, MVP(최우수선수)는 단연 박지수를 꼽을 수밖에 없다. 박지수가 매치업한 박진아는 그냥 키만 큰 2m5㎝ 선수가 아니다. 수비도 그렇고, 순간적인 스피드도 좋다. 코트 끝에서 끝까지 거리인 28미터를 왔다갔다 하는 상황을 관찰해봤다. 언뜻 느리게 보이지만, 순간적인 속도가 괜찮고 페인트존에서 공격력이 상당히 좋은 선수다.그런 선수를 상대로 공격과 수비에서 박지수가 좋은 내용을 보여줬다. 다시 한번 박지수의 가치가 두드러졌던 경기다. 박지수가 어제 경기를 통해 세계적으로도 통할 수준급 모습을 보여준 건 분명하다. 37분 가까이 쉬지 않고 뛴 투혼도 짚고 싶다. 마지막 3분 정도를 남겨놓고 허벅지가 불편해 교체됐는데, 긴 시간 경기를 잘 이끌었다.물론 노련한 경기력과 밸런스를 보여준 김단비도 있다. 박지현(이상 아산 우리은행)도 다 잘 해줬다. 강이슬의 외곽 슛도 후반 터졌다. 하지만 어제 경기 짚고 넘어가야 할 게 분명 있다. 1~2쿼터 경기력으로 중국과 일본을 상대했다면, 우리 대표팀은 15~20점을 지고 전반을 마쳤을 거다. 또 후반에 그걸 뒤집으려다 턴오버도 많이 나왔을 수 있다. 그만큼 우리 대표팀의 전·후반 경기력이 확연하게 달랐다.강팀을 상대로는 전반부터 그런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확실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게 관건이다. 박지수가 공격 리듬을 찾지 못해도 수비에서 활약하고, 그로 말미암아 선수들이 속공을 어떻게 전개하고, 경기 리듬과 페이스를 어떻게 우리에게 가져올지가 앞으로도 중요할 것 같다. -주목할 선수: 박진아'역대급' 존재감을 보여준 박진아에 대해서도 조심스럽지만, 기대감과 아쉬움을 남겨본다.첫 번째, 정말로 체계적으로 농구를 우리나라에서 관리했다면 근력 부분이 더 뛰어났을 것 같다. 또 좋은 시스템 속에서 피지컬적인 준비가 더 잘 됐을 거다.두 번째, 선수의 뛰는 경기력을 보면 정신력을 알 수 있다. 스포츠는 멘털 싸움이라 하지 않나. 북한 선수로서가 아니라 그저 농구 선수로만 박진아를 볼 때 그 부분이 돋보였다. 우리 대표팀이 트랩과 더블 팀 등으로 상당히 많이 괴롭혔다. 첫 공격부터 그에게 달라붙고 볼을 뺏으려 했다. 그런데 박진아는 한 번도 교체되지 않고도 시종일관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무너지지 않았다.세 번째, 슛에 대한 터치가 상당히 좋았다. 경기 후반 상대와 몸을 부딪히거나 골밑에서 레이업이나 훅 슛 등 언더 바스켓까지 성공하더라. 장신 선수인 대도 슛 기량이 상당했다. 박지수조차도 혼자서 박진아를 막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더블 팀이 붙고 거기에 박진아가 흔들리면서 박지수가 블록도 하고, 슛도 할 수 있었다. 일대일 몸 싸움으로는 조금 밀릴 정도의 상대였다. 관전평 시작부에서 박진아에 대해 우리 대표팀과 1대5로 싸웠다고 말한 바 있다. 국가대표 경험이 풍부한 로숙영 등 다른 가드들이 잘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29일 경기에서 그러지 못했다. 그 공백을 박진아가 혼자 다 메꿨더라. 공격과 수비 모두 그랬다.그래서 더 아쉽다. 박진아가 어릴 때부터 좀 더 체계를 갖춘 교육을 받았다면 이미 아시아를 넘어 진작에 WNBA(미국여자프로농구)에 도전할 능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박진아의 스타일을 굳이 비유하자면 과거 감독일 때 기용했던 다미리스 단타스와 비슷하다. 스피드는 단타스가 낫지만, 골 밑에서 영리함은 단타스를 연상하게 한다. 박진아는 이미 그 정도 역량을 갖춘 뛰어난 센터다.안덕수 KBSN 스포츠 여자농구 해설위원(전 청주 KB 감독)항저우(중국)=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9.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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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지배한 박지수, 속공 기회까지 창출…선수들, 강팀 만났을 때도 속공 꾸준하길 [여자농구 안덕수 관전평]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첫 스타트를 잘 끊어줬다.오늘(27일) 태국과의 경기에서 1쿼터부터 멤버 기용이 좋았다. 김단비(아산 우리은행)와 박지수(청주 KB)가 스타트를 잘 끊어줬다. 우리나라 여자농구 주축이라 하면 박지수·김단비·강이슬의 빅 3 아니겠나. 그런 박지수가 골 밑 득점으로 팀의 좋은 흐름을 열었고, 수비도 좋았다. 그 덕분에 1쿼터를 잘 스타트하면서 15-3까지 달아날 수 있었다.가드에서는 이경은(인천 신한은행)이 베테랑으로서 경기 중간 중간마다 자신의 역할을 잘 해줬다. 여러 요소들이 잘 통하면서 1쿼터를 25-7로 마칠 수 있었다. 1쿼터를 잘 마무리한 것도 좋게 작용한 것 같다. 태국이 물론 강팀은 아니지만, 그래도 첫 경기였고 선수들 긴장감도 있을 법 했다. 그런데 1쿼터를 잘 마무리한 덕분에 2쿼터도 좋은 분위기가 이어져 잘 정리됐다. 박지현(우리은행) 이소희(부산 BNK) 등 젊은 선수들도 교체 선수로 출전해 많은 힘을 보태줬다. 태국이 기량·신장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한국 팀에 많이 못 미치는 상대는 맞다. 그런 점을 고려해도 전반적으로 잘 마무리한 전반전이었다. 후반에 들어 눈에 띈 건 1쿼터부터 중간 중간 시행해 온 풀코트 수비 프레스였다. 정선민 감독이 수비에서 변화를 준 덕분에 3쿼터에도 상대가 쉽게 따라오지 못했고, 혼란스러워 하는 게 보였다. 이해란이 보여준 여러 활약도 기억에 남는다. 3쿼터 끝난 시점에서 점수가 78-33으로 50점에 가깝게 차이가 났다. 이 시점에서 이날 경기의 승부가 완전히 갈라졌다고 본다. 정선민 감독이 4쿼터는 승부와 크게 상관 없이 운영했다. 여러 선수들을 로테이션으로 운영했는데, 컨디션 관리 차원으로 보인다.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잘 정리된 경기 운영이었다. 승리뿐 아니라 북한과 만날 다음 경기까지 잘 준비하고 마무리한 경기였다.MVP(최우수선수)를 뽑는다면 역시 박지수다. 지난해 아팠던 모습 없이 건강하게 돌아왔다. 특히 수비적인 모습으로도 인사이드 공격 등을 시도한 태국에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본인 직접 꽂는 공격도 좋았다. 1쿼터에만 12점을 내더라. 이렇듯 공수에서 박지수가 해준 역할이 컸다.박지수의 활약은 앞으로도 중요하다. 이후에도 박지수를 통해 공격할 수 있고, 박지수가 막히더라도 공격이 아닌 수비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박지수의 수비가 트랜지션과 속공으로 이어지는 팀 공격 형태가 북한전에서 잘 이뤄진다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 모두에서 박지수가 계속 활약해줄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건, 박지수에서 파생되는 공격이 있다는 점이다. 박지수가 이렇게 인사이드에서 공격뿐 아니라 수비까지 해준다면 강이슬, 김단비, 박지현 등이 속공을 나갈 기회가 많아진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도 상대 팀들이 알면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당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상대는 박지수를 어떻게 골밑에서 공략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게다가 상대가 무리하게 박지수 공략을 시도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도 찾을 수 있다.박지수뿐 아니라 나머지 선수들도 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날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앞으로 강팀과 경기했을 때에도 오늘 같은 컨디션을 보여줄지가 관건이 되겠다. 선수들이 시소게임으로 흘러가는 경기에서도 속공과 트랜지션을 얼마나 꾸준하게 가져갈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해 보인다. 그리고 그래서 박지수 활약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정선민 감독은 첫 경기를 잘 치르셨다고 평가하고 싶다. 오늘 전체적으로 수비적인 부분이 눈에 띄었다. 물론 4강이나 파이널 등 중요한 경기에서도 수비에서 존 디펜스를 안하실지는 모르겠다. 여러 선수들을 기용해 풀코트 프레스를 계속 할 수도 있다. 오늘 다른 나라 대표팀 스카우트들이 한국 대표팀을 많이 관찰했을텐데, 그 부분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소통과 사기다. 선수와 감독과의 소토으 그리고 그를 통해 선수단의 사기가 높아야 한다. 태국과의 첫 경기로 전부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좋은 모습으로 첫 경기를 봤다. 북한과의 다음 경기도 기대하고 싶다.안덕수 KBSN 스포츠 여자농구 해설위원(전 청주 KB 감독)정리=차승윤 기자 2023.09.27 18:00
스포츠일반

팀 코리아 기세에 완전히 눌린 중국과 일본...시간과 믿음 주면 작품이 나온다 [수영 박석기 관전평]

77년 만의 첫 국제대회 단체전 우승. 대한민국 남자 계영 800m 대표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수영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1946년에 한국에 수상경기연맹이 창립됐으니 77년 만의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이 감격의 금메달을 이미 선수들이 출발대에 서기 전부터 예감했다. 한국 선수들의 파이팅에 아시아 수영 강호라던 중국과 일본 선수들의 기가 눌린 모습이었다.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남자 계영 800m 2회 연속 결승행을 이뤘다. 후쿠오카에서 계영 800m 결승에 간 아시아 팀은 한국이 유일했다. 이러한 한국의 성과가 그들의 뇌리에는 엄청난 충격으로 남아 이미 패한 듯한 얼굴로 보였다. 결승전에서 첫 영자 양재훈이 1분46초83, 두 번째로 출발한 이호준이 1분45초36을 기록하며 한국을 1위로 끌어올렸다. 이어 김우민이 1분44초50, 마지막 영자 황선우가 1분45초04였다. 46초대-45초-44초-45초대의 기록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했다. 7분01초73의 아시아신기록 경신도 짜릿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분석하면, 이 기록은 더 당길 수 있었는데 마지막 황선우의 페이스 조절이 조금 아쉬웠다. 황선우가 금메달이 눈앞에 왔다는 사실 때문에 다소 흥분했던 것 같다. 황선우의 첫 50m 구간 페이스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50초대에 끊어도 될 레이스를 48초대로 오버페이스했다. 이 탓에 마지막 50m 구간 기록이 떨어졌는데, 선수들은 늘 ‘마지막 구간 기록이 첫 구간보다 빨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레이스를 해야 한다. 한국은 이번에 변칙 오더를 썼다. 보통 계영에서는 가장 빠른 선수가 마지막, 그 다음으로 빠른 선수가 첫 영자로 나선다. 그런데 개인기록이 가장 느린 양재훈을 첫 영자로 내보냈다. 뒤로 갈수록 빨라지는 오더였는데, 이게 정말 잘 먹혔다. 이 작전이 적중했다는 건 선수들 사이의 믿음이 밖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돈독하고 깊었다는 뜻이다. 개인기록이 처져서 부담이 있던 양재훈은 첫 영자로 나서 중국과 일본의 에이스급 선수들과 경쟁했지만, 뒤에서 받쳐주는 동료들을 믿고 마음껏 경기했다. 예선에서 황선우와 이호준 없이도 좋은 레이스를 하면서 1위를 하자 양재훈의 자신감이 더 불붙었던 것 같다. 국제대회에서는 나보다 뛰어난 외국 선수들과 함께 레이스하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가기만 해도 내 최고기록이 나오게 마련이다. 단, 이게 가능하려면 좋은 훈련 과정과 지도자들의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양재훈의 기록을 보면서 이번 수영대표팀이 정말 단단한 훈련을 해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선수들이 모두 긴장한 기색 없이 마음껏 기량을 펼쳤다는 건 코칭스태프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는 뜻이기에 지도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과거 필자가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는 대한수영연맹의 지원이 부실해서 대표팀 감독에게 제대로 급여가 지급되지 않던 부끄러운 시절이었다. 경영대표팀 기록이 안 나오면 밥 먹듯 지도자를 갈아치우는 일도 허다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직후 대표팀을 떠난 후 2000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 때 대표팀 감독을 다시 맡아서 나갔더니 다른 나라 지도자들이 나에게 “그동안 대체 어디 갔었냐, 한국은 지도자가 많은 모양이다. 너무 자주 바뀐다”라고 비꼬듯 말한 적도 있다. 미국수영대표팀의 상징적 존재인 밥 바우먼 감독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미국대표팀 코치가 된 후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도 대표팀에서 감독을 맡았다. 이처럼 좋은 지도자가 오랫동안 연맹과 신뢰 관계를 유지하며 대표팀을 일관성 있게 이끄는 게 미국 수영의 한 축이다. 또 호주, 헝가리, 일본 등 수영 강국은 국제대회 대표팀의 범위에 선수들의 개인 코치까지 포함된 대규모 인원이 이동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계영 800m에서 선수들이 일궈낸 쾌거가 단편적인 기적이 아니라 한국을 진정한 수영 강국으로 만드는 인프라 구축의 토대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표팀 지도자들에게 오랜 기간 믿음을 보내고 지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한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의 성과는 남자 자유형에 집중되어 있다. 보다 다양한 종목에서 강자가 나와야 한국 수영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아무리 연맹의 지원이 훌륭하다 해도, 결국 성적은 풍성하고 두터운 선수층에서 나온다. 전 수영대표팀 감독정리=이은경 기자 2023.09.26 12:08
프로축구

현저한 한일 축구 기량 차이... 최순호 단장 성토 “중병 걸렸는데, 감기로 인식” [IS 도쿄]

“큰 중병에 걸려 있는 상황인데, 그냥 감기 정도로 알고 있다.”최순호(61) 수원FC 단장이 지난 21일 제21회 덴소컵 한·일대학축구정기전이 열린 일본 도쿄도 사이타마현의 우라와코마바 스타디움에서 한국 취재단을 만나 축구인들이 가진 한국과 일본의 축구 수준 차이에 관해 이렇게 꼬집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일본에 지고 있었다. 한국만 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3~4년 동안 일본을 이긴 적이 없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한국과 일본의 축구 수준 격차는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A대표팀부터 연령별 대표팀까지 일본에 완패해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최근 3년 동안 일본과 세 번 만나 모두 졌다. 이벤트성 경기이지만, 지난 20~21일 한·일 대학축구 교류전에선 한국이 3경기(1·2학년 챔피언십, 여자 덴소컵, 남자 덴소컵) 모두 완패했다. 스카우트할 선수를 점검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최순호 단장은 3경기 모두 관전했다. 그에게 관전평을 묻자 1,2학년챔피언십은 세밀함이 부족했고, 여자부가 그나마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다. 세밀함과 결정력이 일본이 앞선다. 우리는 의욕을 갖고 플레이를 거칠게 하는데, (결국) 세밀함과 득점력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최순호 단장은 현역 시절 일본을 상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축구대표팀으로 뛰던 시절 일본을 상대로 10경기에 나섰다. 그가 뛴 경기에서 한국은 8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최 단장은 한일전에서 2골을 기록했다. 그는 조광래, 조병득, 박경훈, 최강희 등과 함께 뛰며 일본을 꺾었다. 현역 시절 ‘일본전 승리 보증수표’였던 그는 작금의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최순호 단장은 현역 시절부터 일본의 축구 경쟁력을 알아봤다고 전했다. 최 단장은 “30년 전부터 (한국과 일본의 축구 수준이 나중에 뒤집힐 거라고) 예견했다. 우리는 (단기 성과를 위한) 일정을 잡는다. (반면에) 일본은 기획을 깊이 생각한다. 일정 기간이 되면 목표에 도달한다. (깊은 고민이 아닌 성과에만 치중하는) 일정에 맞춰서는 목표까지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지적은 하루 이틀 나온 게 아니다. 축구 지도자들은 성적에만 매몰돼서는 장기적인 축구 스타일 정립이 부족하다는 성토를 내놓은 바 있다. 일본이 장기 플랜을 설정한 뒤 유망주 발굴·일관된 축구 스타일 정립 등으로 선수들의 기량이 상승했다는 걸 예시로 많이 거론했다. 반면 한국은 입시 제도, 취업률 등으로 장기적으로 목표 설정이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덴소컵에서 남자 대학축구 선발팀 지휘를 맡은 박종관 감독도 “확실히 일본은 꾸준히 많은 발전을 이룩한 거 같다. 같은 경기 스타일과 콘셉트로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걸 느낀다”고 했다. 1,2학년챔피언십에 출전한 인천대 최광훈 감독대행은 “전술적인 운영, 패스 능력 향상보다 경기에서 승리하는 게 목적이라는 부분에서 일본과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덴소컵에서 일본 대학축구 선발팀 감독을 맡은 이우영 감독(센슈대 교수)도 “한국은 파워풀하고 빠른 선수를 원한다. 일본은 빌드업을 추구하는 팀이 많다”며 “한국은 지난해 뛰었던 선수가 올해도 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안타깝다. 프로에 간 선수들도, 대학에 남은 선수들도 환경을 잘 생각해야하지 않나 싶다. (이런 상황이) 매년 반복하는 것밖에 안 된다. 10년 뒤 어떤 사람이 축구를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게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도쿄(일본)=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 2023.03.22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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