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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설영우, 유럽 무대 첫 우승…‘30경기 무패’ 즈베즈다, 11번째 정상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가 올 시즌 세르비아 프로축구 수페르리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즈베즈다는 7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스타디온 라이코 미티치에서 열린 2024~25 수페르리가 30라운드 홈 경기에서 OFK 베오그라드를 3-1로 꺾었다.즈베즈다는 개막 후 리그 30경기 무패 행진(28승 2무)을 질주, 조기에 우승을 확정했다. 리그 8연패이자, 통산 11번째 우승 트로피다. 2위인 파르티잔(승점 63)이 남은 7경기에서 전승해도 순위를 뒤집을 수 없다.설영우는 지난해 6월 K리그1 울산 HD를 떠나 즈베즈다에 입단한 뒤 리그 24경기에 출전해 6골 3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유럽 무대 진출 뒤 첫 우승에도 성공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등 공식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6골 6도움)를 올렸다.설영우는 이날 오른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마지막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는 입단 초기 주로 왼 측면 수비수로 나선 바 있다.설영우가 첫 시즌부터 우승의 기쁨을 맛본 즈베즈다는 세르비아를 대표하는 팀이다. 유고슬라비아가 1990년대 내전으로 붕괴하기 전까지 권역 최상위 리그였던 ‘유고슬라비아 1부리그’에서 19회 우승한 이력이 있다. 수페르리가 8연패·통산 11번째 우승을 제외한 이력이다.한편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가 올 시즌 유럽 프로축구리그에서 우승을 확정한 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에 이어 설영우가 두 번째다. 앞서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PSG)이 개막 28경기 무패 행진(23승 5무)을 달려 지난 6일 우승을 확정했다.김우중 기자 2025.04.07 07:15
축구일반

‘정몽규 대항마?’ 허정무 “흔들리는 韓 축구, 내가 직접 발로 뛰겠다” [IS 송파]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허정무(69)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권위를 내려놓고 직접 뛰겠다고 공언했다.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아테네홀에서 대한축구협회장 출마 기자회견을 연 허정무 전 이사장은 “지금 대한민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도 밟아보지 못한 채 예선에서 탈락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고 지적했다.정몽규 회장 체제의 대한축구협회(KFA)는 근래 들어 행정 난맥상을 드러냈다. 지난해 축구인 사면 파동에 이어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 홍명보 감독 등 대표팀 사령탑 선임 절차와 관련한 논란은 여전하다.허정무 전 이사장은 “문제점은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독단적인 운영 방법으로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감독 선임 등 협회장만의 결정으로 돼서는 안 된다.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협회는 투명하고, 공정하고, 혼자만의 결정이 아닌, 윗사람의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풍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화합’을 외쳤다. 허정무 전 이사장은 “화합을 위해 내 모든 걸 내려놓겠다. 우리 축구인들이 함께할 기회를 만들겠다. 간담회, 모임, 지역별 세미나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의를 위해 하겠다. 다른 종목을 보면 서로 다투다가도 한 가지 목표가 정해지고 자기 종목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힘을 합치는 게 부러웠다”고 전했다.이어 “나는 권위적인 것보다 내려놓고, 발로 뛰고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려놓는다는 의미가 내 의견을 내세우고 고집을 세우기보다, 듣는 데 중심을 두고 해나갈 것이라는 거다”라고 덧붙였다.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내달 25일부터 사흘간 후보자 등록 기간을 거친다. 선거는 내년 1월 8일에 열린다.4선 도전이 유력해 보이는 정몽규 회장은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만약 정 회장이 4선 도전을 선언한다면, 허정무 전 이사장이 대항마가 될 전망이다.허정무 전 이사장은 “나는 지금 유소년 축구부터 프로팀까지 우리나라 축구 현실, 밑바탕을 속속들이 안다. 그게 내 장점이다. 우리 축구인들이 한국 축구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내가 축구인으로서 감히 도전하는 이유면서 장점”이라고 자신했다. ▲다음은 허정무 기자회견 일문일답.-후보자라는 호칭은 몇 번째인지.1998년에 있었던 대표 감독 경선이 있었다. 그때 당시 대표팀 경선을 해본 경험은 있지만, 선거는 처음이다.-어느 시점에 출마를 결심했는가.나는 사실 부정적이었다. 10여 일 전에 결심한 동기는 매스컴에서도 왜 축구를 위한 축구협회인데 축구인들을 위한 목소리가 보이지 않고 나서지 않느냐, 능력이 없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누군가는 축구를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용기를 냈다.-현재 대한축구협회의 어떤 점이 가장 큰 문제인지.여러 문제점이 많았다. 사면 파동, 클린스만 감독, 현 감독 선임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그런 모든 문제는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독단적인 운영 방법으로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감독 선임 등 협회장만의 결정으로 돼서는 안 된다. 시스템의 부재,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협회는 투명하고, 공정하고, 혼자만의 결정이 아닌, 윗사람의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풍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유쾌한 도전이란 슬로건을 내건 배경은.긴장을 하고 모든 일을 처리하면 경기장에서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다. 협회도 직원들이 밝은 분위기 안에서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스스로 이뤄내려는 책임감과 분위기가 된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힘든 일일지라도 유쾌하게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 ‘유쾌한 도전’이라고 했다. -외부에서 볼 때 축구인들이 나뉘었는데, 어떻게 봉합할지.우리 축구인들이 함께해야 하는데, 서로 의견이 갈린다. 물론 의견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축구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전체가 힘을 합치고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통합과 화합을 위해 뛰겠다.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일도 있겠지만, 화합을 위해 내 모든 걸 내려놓겠다. 우리 축구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 간담회, 모임, 각 지역별 세미나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의를 위해 하겠다. 다른 종목을 보면 서로 다투다가도 한 가지 목표가 정해지고 자기 종목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힘을 합치는 게 부러웠다.나는 권위적인 것보다 내려놓고, 발로 뛰고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려놓는다는 의미가 내 의견을 내세우고 고집을 세우기보다 듣는 데 중심을 두고 해나갈 것을 생각하고 있다.-현 집행부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외부 압박이나 어려움은 없었는지.많이 들었다. 지금도 들려오고 있다. 옆에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한다. 감히라는 소리도 들린다. 나는 의외로 그런 면에서 두려움이 없다. 도전하는 이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책을 냈는데, 나는 도전을 할 것이다. 어떤 소리도 두려워하지 않고 귀에 담지 않고, 해야 할 일에 목표를 두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당선을 어느 정도 확신하면서 선거를 준비하는지.나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 급박하게 꾸리다 보니 캠프도 못 꾸렸다. 기자회견을 마치면 구체적으로 선거 전략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하겠지만, 내가 출마해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축구인으로서 자긍심,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마지막 헌신을 하고 힘을 쏟아보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설사 당선이 안 되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는 없다. 만약 내가 중임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해보겠다. 나는 징검다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똑똑하고 유능한 후배 축구인들이 앞으로 마음 놓고 해나갈 수 있는 기초를 다지고자 한다.다섯 가지 외에도 더 많다. 제대로 근무하는 모든 분과 축구 팬이 긍정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정몽규 회장이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정 회장보다 어떤 점이 나은가.내 장점이라면, 나는 현장을 안다. 지금 유소년 축구부터 프로팀까지 우리나라 축구 현실, 밑바탕을 속속들이 안다. 그게 내 장점이다. 우리 축구인들이 한국 축구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내가 축구인으로서 감히 도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점이기도 하다. -여자축구연맹이 WK리그 운영을 포기했는데, 해결 방안은. 내가 알기로는 여자 축구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거나 미흡하다고 알고 있다. 자체 내에서 스폰서를 구해서 겨우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북한은 17세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약 오르지 않은가. 우리 여자축구는 좋아지다가 멈춰 있다. 리그가 중단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축구가 없어지는 것이다. 나는 저변 확대를 더 하고 발전해야 한다면, 파주 트레이닝센터를 왜 급하게 없앴는지 궁금하다. 지금이라도 파주시와 협의하고 좋은 방안을 마련해서 여자 축구나 유소년 축구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 축구도 엄청 인기가 좋고, 세계적으로 굉장한 관심이 있다.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협회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다.-파주 트레이닝센터를 살릴 수도 있는가.아직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파주시에서 대한축구협회와 만료된 후에 지금도 몇 차례 유찰된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는 내가 대표팀 감독할 때 문체부를 직접 찾아가서 만든 곳이다. 현재 마땅히 활용할 사람,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직 파주시와 협상할 여지가 있다. 가능하다면 축구센터가 있는 것이 대대적으로 명분이 있다. 반드시 살릴 필요가 있다. 거기 있는 모든 게 축구를 위한 시설이다. 그래서 나는 아쉽게 생각한다.-천안축구센터 준공이 가장 큰 과제인데, 막대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상당히 민감한 질문이다. 이런 문제는 작은 프로젝트가 아니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런 규모의 축구센터를 만드는 것은 자랑스럽지만, 추진 과정이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기에 거기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분석, 계약이 어떻게 체결돼 있고 누가 참여하고 어떤 형태로 진행되는지를 분석해서 거기에 대한 대첵을 세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업도 한 기업이 아닌 여러 기업이 참여할 수 있고, 재원 마련도 여러 각도로 생각해야 한다. 천안축구센터를 급박하게 추진하면서 상당히 많은 부채를 안고 있다고 안다. 나는 어디서 돈을 받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한 대답인 것 같다. 비즈니스맨이 돼서라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전문가들과 상의해서 해나갈 생각이다.-대기업 총수도 재정 문제로 어려워하는데, 어떤 방법이 있는지.대기업 총수들이 협회장을 하면서 기부도 하고, 찬조도 했으나 대규모 자금을 내놓은 적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축구인으로서 2001년도에 용인축구센터를 건립했다. 국가의 보조금 없이 용인시 지자체 예산 310억원 들여 만든 경험이 있다. 내가 국회도 찾아다니고, 시에서 브리핑도 하고, 지역 국회의원 방에서 브리핑도 했다. 시의원, 직원들을 설득해서 용인축구센터를 만들었다. 지금도 천안시, 문체부, 관련 기업들 등 좋은 방안을 찾고 지원받고, 능력 있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최소화해야 한다. 아마 지금까지 자립할 수 있었던 것을 정몽규 회장이 만들어 주셨다.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상태로 가면 빚더미에 안게 된다. 앞으로 투명한 경영과 운영이 필요하다.야구를 한 번 둘러보면, 허구연 총재께서 취임해서 굉장히 어렵다가 코로나19 이후로 최고의 성과를 얻고 있다. 그분이 기업 총수인가. 아니다. 나도 야구의 허구연 총재 못지않게 해낼 자신도 있고, 발로 뛰면서 반드시 만들어 낼 각오가 있다.-2014년에 축구협회 부회장을 하면서 행정을 경험했는데, 정몽규 회장을 본 느낌은.브라질 월드컵 이후 축구협회에서 책임을 지지 않느냐 해서 내가 물러난 기억이 있다. 정몽규 회장께서 성실하고, 아직 일에 몰두하시는 분이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많은 행정상 난맥이 있지만, 사람 자체를 내가 비난할 의도는 없다.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내가 협회에 있던 1년 동안 느낀 것은 참 의사결정 자체가 잘 안 된다였다. 어떤 조직에서 안건이 올라왔을 때는 그 처리가 각 전문 부서, 담당 부서 등 의견 조율이 되고, 거기에서 찬반을 거쳐, 검토, 보류, 추진이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축구에 대한 열정이나 사랑은 많이 가지신 분이라고 생각한다.-현 축구협회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건지.나는 K리그1에서 7부까지 합친다는 건 많이 검토해야 한다. 졸속으로 진행돼야 하는 사항이 아니다. 트레이닝센터는 우리 자산이며 축구인들의 터전이다. 정말 귀중하게 쓰지 않았는가. 하루아침에 중단하는 것은 너무 아깝다. 나는 천안축구센터는 조금 더 서서히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워낙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문제점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반드시 파주트레이닝센터도 필요하다.잘 된 건 계속 추진하고, 잘못된 것은 과감히 바꿔야 한다. 독단적으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 그룹을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선되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홍명보 감독을 바라보면서 고난의 연속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현 집행부에서 결정하고 진행되는 상황이다. 특히 아주 중요한 시기다. 월드컵 예선을 치르고 있고, (현 회장의) 임기도 끝나지 않았다. 나는 후보자일 뿐이다. 지금 계속 가야 한다,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부적절하다. 만약 기회가 주어져서 상황이 오면, 분명히 의견을 밝히겠다.전력강화위원회가 있지 않은가.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한 거 아닌가 싶다. 그런 기능을 협회 회장이 감독을 선임, 해임하는 것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 지금 있는 위원회라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7명이든, 8명이든 각 연령별 대표팀 감독, 여자 감독 등을 선임할 때, 위원회가 하루아침에 모여서 결정하고 추천하고 선임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재 감독 임기가 1~2년 남았더라도 차후 감독을 리스트업 하고 해외, 국내를 막론하고 능력 있는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6개월 이상 검증하고 지켜보고 협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달, 두 달 내에 급속하게 하다 보니 자꾸 안 좋은 일이 발생한다. 그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그 위원들은 협회 회장, 임원들에게 간섭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검증하는 방법을 충분히 증명해야 한다.-해외에서 뛰는 자원을 축구협회에서 파악하는 시스템을 만든다고 했는데.일본은 이미 뒤셀도르프에 해외 거점을 마련했다. 우리도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우리 유스 선수들이 알게 모르게 유럽 쪽에 많이 가 있다. 정보를 몰라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특히 한국 선수들이 해외에서 눈에 띄게 많이 활동하고 있다. 외교적인 문제에서도 꼭 필요한 상황이다. 직원들이 선진축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유스와 해외 거점이 연결돼서 국내 선수들이 무작정 보따리 싸서 계획도 못 짠 상태에서 나가는 것보다, 철저히 계획을 세워 제대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거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임무를 맡게 되면, 그건 반드시 추진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외교적인 면을 보면, 독일 도르트문트 등 이쪽도 가능하다. 하지만 독일은 날씨가 굉장히 춥다는 단점이 있다. 남프랑스 보르도 지점, 스페인 빌바오, 말라가 등도 가능하다. 그건 차후 신중한 논의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생각보다 엄청난 예산이 들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대한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못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만약 당선되면 젊은 축구인들이 행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는데, 박지성, 이영표 등이 함께 일할 수 있는지.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각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런 분들은 잠깐 들어왔다 나가는 일이 많다.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분위기가 아니라 그런 걸로 알고 있다. 젊은 인재들, 해외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이 한국 축구를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이영표나 박지성, 이동국 등 축구인들이 요즘 바쁘다. 여기 와서 들러리 역할을 안 하려고 하는데, 들러리 역할이 아닌 실제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팬들을 보면 A매치를 할 때는 표를 못 구해서 난리다. 정작 국내 아마추어 시합, 프로 리그에는 자리가 빌 때가 많다. 이게 어떤 현상인가 생각해 보고 있다.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 볼까 생각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국내 SNS를 포함한 축구와 관련된 모든 것에 팬들이 참여할 경우 마일리지로 적립돼서 혜택을 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A매치 우선 관람 기회,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때 응원단으로 우선 참가할 수 있는 혜택 등 마일리지 적립을 통해 더 참여하고 관심을 갖고 축구에 대한 사랑을 함께 나눠갈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기회를 주신다면 추진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간담회, 모임 등이 있겠지만, 실질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줄탁동시라는 말의 뜻은.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주고 안에서 병아리가 쪼아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함께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사람만으로 안 되고, 양쪽에서 힘을 합쳐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각오.그동안 대표팀 감독도 명예롭게 시간을 할애했고, 박지성 선수 발탁했을 때는 항간에 바둑을 두면서 데려왔다는 이야기가`전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겠다. 바꿀 건 확실히 바꾸고 키울 건 확실히 키워서 협회다운 협회를 만들겠다. 이제는 16강이 아닌, 8강, 4강으로 가는 기틀을 마련하고 싶다. 많이 돌봐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다음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의 변 전문 대한민국 축구 새로운 100년을 생각합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며 -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바쁜 일정에도 관심을 갖고 참석해주신 언론인 여러분, 그리고 오늘도 대한민국 축구발전을 위해 수고하고 묵묵히 땀 흘리는 축구인 여러분! 저는 오늘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우리 대한민국 축구는 2002년 월드컵 유치와 4강 신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원정 첫 16강!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그리고 지난 카타르 월드컵 16강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도 밟아보지 못한 채 예선에서 탈락했습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합니다.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축구 팬들의 질타와 각계각층의 염려, 무엇보다도 선후배 동료 축구인들의 갈등을 눈앞에서 지켜볼 때는 한없이 괴로웠습니다. 어쩌다 대한민국 축구가 이렇게까지 되었나 하는 한탄과 함께, 축구인의 한사람으로서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께 죄송할 뿐이었습니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 떨리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모두가 축구협회의 환골탈태를 바라지만, 거대한 장벽 앞에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습니다.누군가는 이 추락을 멈추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돌아보면, 그동안 대한축구협회는 오랜 기간 전임 회장님들의 헌신과 노력을 통해 많은 발전을 이룬 것도 사실입니다. 전임 회장님들께서 개인적인 헌신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대한민국 축구가 성장하고 결실을 이루었으며,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불투명하고 미숙한 행정의 연속, 그리고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부끄러운 행동으로 협회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대한민국 축구는 퇴보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위기와 실망을 극복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첫째, (동행) Open KFA, With All입니다. 열린 경영과 활발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습니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수행하겠습니다. 그리고 팬들의 참여를 보장할 조직과 문화를 만들겠습니다.디지털, AI 시대 온/오프라인 다양한 뉴미디어를 통한 소통의 장을 확대하여 MZ세대와 여성팬을 포함한 모든 축구팬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항상 함께하겠습니다.둘째, (공정) 시스템에 의한 투명하고 공정한 협회 운영입니다. 국가대표 감독을 포함한 지도자 선발, 선수 선발, 각종 계약 체결 등은 해당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등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하여 협회장이나 집행부의 입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제경험이 풍부한 축구 관계자와 각 분야 전문가들을 새로운 축구 행정 리더로 양성하여 세대교체를 이루는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셋째, (균형) 지역협회의 창의성과 자율성 보장입니다. 이제는 중앙의 협회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17개 시도협회에 책임과 권한을 돌려줘 지역협회 스스로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해 운영되도록 하고, 재정자립 방안 마련도 추진하겠습니다. 넷째, (투명)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 및 선임 시스템 마련하겠습니다. 축구 지도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선수 육성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절차와 시스템을 통해 장기적인 계획 아래 연령별 지도자를 육성하고 그 속에서 대표팀 감독 등 지도자를 능력에 따라 체계적으로 선임하겠습니다. 또한, 지도자와 심판들의 처우개선 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정부 관련부처, 금융기관 등과 협의하여 축구인복지조합을 설립하고 축구인 연금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다섯째, (육성) 축구꿈나무 육성과 여자축구 경쟁력 향상입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달렸습니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에 따라 선수 육성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유소년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해외거점 설립을 추진하겠습니다. 뜨거운 관심과 높아진 여자스포츠 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여자축구리그를 활성화하고 여자축구 경쟁력을 높이겠습니다.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언론인 그리고 축구인 여러분! 대한민국 축구는 지금 이 순간만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 10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제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고 합니다.그러나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결코 할 수 없습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줄’은 달걀이 부화하려 할 때 알 속에서 나는 소리이고, ‘탁’은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껍질을 쪼아 깨뜨리는 것을 말합니다. 즉, 새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알 속의 병아리와 바깥의 어미닭이 함께 몸부림치며,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축구인들이 단합하고 화합하여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 축구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대한민국 축구가 변할 수 있고, 다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려는 이 길은 분명 가시밭길입니다. 거대한 장벽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누군가는 가야 할 길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앞장서기로 했습니다.여러분들께서도 함께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주십시오. 여러분들과 함께 대한축구협회를 개혁하고, 대한민국 축구의 새로운 100년을 만드는 유쾌한 도전을 시작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송파=김희웅 기자 2024.11.25 18:38
해외축구

축구를 ‘사커’로 불러도 발끈하지 말자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에서 만난 잉글랜드와 미국은 경기를 하기 전부터 으르렁거렸다. 축구의 명칭을 두고 ‘풋볼(football)’과 ‘사커(soccer)’로 대립한 것이다. 이 경기를 전후해 소셜미디어(SNS)에서 풋볼이란 명칭을 지지하는 팬들은 “이 경기는 사커가 아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반면 미국 팬들은 “이것은 사커”라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미국의 다음 상대는 네덜란드였다. 경기에 앞서 트위터 영상에 등장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대표팀을 응원하며 ‘풋볼’과 ‘사커’라는 호칭에 관한 해묵은 논란을 재개했다. 영상 속의 대표팀 주장 타일러 아담스는 카타르 축구장에서 7000마일 떨어진 백악관으로 공을 찼다. 백악관에서 축구공을 집어 든 바이든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It’s called soccer, GO USA(이것은 사커라고 불린다. 미국 파이팅)”이라고 말한 것이다.16강전 승자는 미국을 3-1로 이긴 네덜란드였다. 이에 네덜란드 총리 마르크 뤼터는 트위터에 “Sorry Joe, football won(조, 미안하지만 풋볼이 이겼다)”고 적고 윙크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그러자 바이든은 축하를 보내면서 “Strictly speaking, shouldn't it be 'voetbal’(엄밀히 말하면 voetbal 아닌가요?)”라는 농담을 건넸다. Voetbal은 축구를 뜻하는 네덜란드어로 발음은 풋볼과 비슷하다.미국인들은 자국에서 풋볼로 불리는 미식축구와 구분하기 위해 축구를 사커라고 부른다. 이에 사커는 ‘더러운 미국주의(filthy Americanism)’의 산물이라고 말하는 축구팬들이 많다. 또한 사커를 미국의 스포츠 문화를 대표하는 ‘치어리딩(Cheerleading)’, ‘동물의 이름을 딴 팀 이름’과 동일시하는 경향도 있다. 실제로 잉글랜드 축구팬을 짜증 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풋볼을 사커라고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풋볼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인식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 수 있다. 공을 차고 손으로 잡는 형태의 운동은 고대 그리스, 중국의 송나라, 중앙아시아,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대륙의 원주민이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그럼에도 FIFA(국제축구연맹)는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고대에 행해진 어떠한 유사한 경기도 축구와 역사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중세 시대 유럽의 여러 국가와 특히 잉글랜드에서 인기를 얻은 공놀이가 있었다. ‘몹(mob, 군중)’ 풋볼이라고 불렸던 중세 경기는 선수 숫자 제한이 없어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가능했고, 규칙도 거의 없었다. 당시 풋볼은 공을 이동시키기 위해서 과실치사나 살인으로 이어지지만 않으면, 모든 수단이 용납됐다고 한다. 그러나 몹 풋볼로 인해 인명, 재산에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지속되자 이를 금지하는 법이 잉글랜드에서 여러 번 만들어졌다.19세기 영국의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 사립학교를 의미)’은 현대 풋볼의 탄생에 중요한 토대를 쌓았다. 퍼블릭 스쿨은 풋볼을 ‘키킹(kicking, 발차기)’과 ‘캐링(carrying, 손으로 나르기)’이라는 2개의 코드로 명확하게 구분했다.럭비 풋볼은 캐링 코드를 대표한다. 1845년 럭비 풋볼의 규칙이 처음으로 성문화된 곳이 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퍼블릭 스쿨인 럭비 스쿨이다. 키킹 코드에 속하는 풋볼은 1863년 ‘Laws of the Game’으로 불리는 규칙을 만들었고, 세계 최초의 축구협회인 ‘The FA(The Football Association)’를 창설했다. 협회의 규칙에 따라 진행된 풋볼에는 ‘어소시에이션 풋볼(Association Football)’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축구다. 사커란 명칭은 어소시에이션 풋볼에서 유래했다. 1870년대 옥스포드 대학교 학생들은 “association”을 줄이고 “-er”을 합쳐 “어사커(assoccer, 영국식 발음은 어소커)”를 만들었고, 같은 방식으로 럭비 풋볼은 “러거(rugger)”로 칭했다. 2차 세계대전 무렵 어사커는 더 축약되어 현재의 사커가 됐다.그저 그런 팀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명문 클럽으로 만든 버스비의 자서전 제목에 사커와 풋볼이 동시에 쓰였다. 월드 사커는 1960년에 개간해 현재까지 발행되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 잡지인데, 잡지명이 풋볼이 아닌 사커다. 이외에도 1959년 데일리 미러 신문사가 발행한 기사에도 축구를 사커로 표시했다. 1964년에 첫 방송을 한 BBC의 유명 축구프로그램인 ‘매치 오브 더 데이(Match of the Day)’도 1970년대 후반까지는 사커를 즐겨 썼다. 이렇게 오랫동안 널리 쓰였던 사커라는 단어가 1980년대 이후 영국에서 점차 모습을 감춘다. 미국의 프로축구리그인 ‘NASL(North American Soccer League)’이 70년대 후반부터 축구 스타 펠레, 베켄바워, 크루이프, 유세비오, 조지 베스트 등을 영입하며 큰 인기를 끌자, 미국인들이 사커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썼기 때문이다. 즉 미국에서 일시적으로 사커가 인기를 얻게 되자, 이 단어는 영국에서 불결한 것이 됐다. 아일랜드의 한 신문사는 이를 가리켜 영국인의 ‘집단적 언어 기억상실증(collective linguistic amnesia)’이라고 비꼰 적도 있다. 따라서 사커라는 호칭은 축구에 대한 배신이 절대 아니다. 잉글랜드의 축구팬들이 사커라는 단어에 보이는 ‘짜증’도 무지의 산물이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3.15 15:00
해외축구

AIA, 스탠다드차타드, 쉐보레의 공통점은?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AIA 보험,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쉐보레 자동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프리미어리그(EPL) 축구팬이라면 아마도 “EPL 클럽의 셔츠 스폰서”라고 답할 것 같다. 맞는 말이다. AIA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토트넘 홋스퍼의 셔츠 스폰서다. 쉐보레는 2014년부터 7년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셔츠 스폰서였다. 1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의 본사는 영국의 수도 런던에 있다. 하지만 영국 내 어느 도시에도 이 은행의 지점은 없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영국에서 ‘소매은행업무(retail banking, 개인, 소기업 대상)’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탠다드차타드의 주 고객은 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다. 수익의 90%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나온다.AIA는 미국의 최대 보험사였던 AIG로부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분리되어 생긴 회사다. 홍콩에 본사가 있는 AIA의 타깃 마켓은 동남북 아시아, 인도와 호주다. 제너럴 모터스(GM) 소유의 미국 자동차 브랜드 쉐보레도 영국이나 미국 시장을 겨냥해 맨유의 셔츠 스폰서가 된 것은 아니다. 쉐보레는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클럽인 맨유와의 스폰서십 계약을 통해 중국과 아시아 시장을 노렸다.사실 필자가 질문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 현재 EPL 클럽을 후원하는 대부분의 셔츠 스폰서들은 영국 시장이나 소비자에 관심이 없다. 이들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리그인 EPL을 통해 광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이 타깃 마켓이다. EPL은 1992~93시즌 22개의 팀으로 출범했다. 국제적인 리그와는 거리가 멀었던 EPL 원년에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는 13명에 불과했다. 이 중 단 2명만이 비유럽권 선수였다. 입스위치 타운의 캐나다 골키퍼 크레이그 포레스트와 리버풀의 이스라엘 공격수 로니 로젠탈이 바로 그들이다.이후 ‘보스만 판결(Bosman Ruling, 계약이 만료된 선수는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는 권리)’등의 영향을 받아 EPL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1999년 잉글랜드 클럽 최초로 첼시는 필드에서 뛰는 11명의 선수를 모두 외국인 선수로 채웠다. 2017년 UEFA(유럽축구연맹)의 보고서에 따르면 EPL은 유럽에서 외국인 선수 비율(69.2%)이 가장 높은 리그다. 이들은 무려 65개국의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EPL 출범 당시 영국(UK) 출신이 아닌 외국인 감독은 아일랜드 국적의 조 키니언이 유일했다. 하지만 2018~19시즌 EPL의 20팀 중 14팀의 감독이 외국인이다. 21세기에 처음 등장한 외국인 구단주도 꾸준히 증가했다. 2023~24시즌 현재 15개 클럽이 외국인 대주주를 보유하고 있다.출범 당시만 해도 거의 없던 외국인 선수, 감독, 구단주의 폭발적인 증가는 EPL의 세계화를 보여준다. 그에 반해 스폰서십 분야는 달랐다. EPL 원년 외국 기업과 셔츠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클럽의 숫자는 이미 11개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11개 외국 스폰서의 목표 시장은 영국과 근처 유럽 국가였다. 21세기 들어 이러한 기조가 바뀐다. 물꼬를 튼 이는 2002년 에버튼과 2년의 셔츠 스폰서십을 맺은 중국의 핸드폰 제조업체 크젠(Kejian)이었다. 이 계약이 특히 눈길을 끈 이유가 있다. 크젠은 매출의 100%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내수기업이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에는 진출조차 안 한 크젠이 에버튼의 셔츠 스폰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은 오랜 기간 그들만의 세계에 갇힌 나라였으나, 2000년대 들어 여행, 유학 등의 목적으로 중국인들은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대다수의 소비자는 당시 세계 핸드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 제품을 선호했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에게 글로벌 브랜드와는 거리가 먼 크젠의 핸드폰은 인기가 없었다. 따라서 이미지 개선이 필요했던 크젠은 EPL의 유서 깊은 클럽인 에버튼과 손잡은 것이다. 크젠 셔츠를 입은 에버튼의 경기가 국영 스포츠채널인 CCTV5에서 중계되자, 중국인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맨체스터 시티에는 동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에서 골을 기록한 쑨지하이가 있었다. 2003년 새해 첫날 열린 에버튼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는 중국 내에서 3억 6000만 명이 시청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EPL에서 사상 최초의 ‘차이니스 더비’가 성사됐기 때문이다.크젠과의 계약 전 중국에서 에버튼의 인지도는 미미했다. 하지만 중국어로 쓰인 크젠 셔츠를 입은 리티에가 좋은 활약을 보이자, 중국에서 클럽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에버튼은 리버풀과 맨유를 제치고 중국 내 최고 인기팀이 되었다. 또한 중국 기업인들은 에버튼의 홈구장인 구디슨 파크의 호스피탈리티 티켓을 앞다투어 사들였다.크젠도 스폰서십의 효과를 누렸다. 2002년 크젠은 중국 시장에서 전년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217만 대의 핸드폰을 판매한 것이다. 2003년에는 현지 에버튼 팬들을 상대로 핸드폰을 팔고자 영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전성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크젠은 상승한 이미지와 인지도를 뒷받침할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곧 크젠 핸드폰의 성능에 실망했고, 기술 혁신 없이 마케팅으로 잠깐 빛을 본 이 회사는 시장에서 사라졌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1.12 15:00
프로축구

마스코트 반장선거, 가볍고 웃긴 이벤트로 팬 모은다

‘케-이리그를 이끄는 놈 쇠돌이.’‘기호 9번 군 슈웅. 군인정신으로 이끌겠습니다.’치열한 생존 경쟁이 이어지는 K리그에서 갑자기 이게 무슨 장난 같은 구호인가 어리둥절하다면, 아직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의 재미를 모르는 축구팬이다. K리그는 2020년부터 매년 5월 마스코트 반장선거를 한다. 각팀의 마스코트 중 누가 최고인지 뽑는 팬 인기투표다. 진지함보다는 가볍고 경쾌한 감성으로 이어진다. K리그가 10대~20대의 젊은 팬층을 겨냥해 벌이는 재미있는 이벤트다. 40년 전인 1983년 프로축구 슈퍼리그가 출범할 때도 동대문운동장에는 각팀의 마스코트가 등장해 팬을 즐겁게 했다. 이처럼 마스코트는 다른 나라 축구리그와 다른 K리그만의 독특한 전통이기도 하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콘셉트 놀이’에도 맞아떨어진다. 반장선거 기간 동안 각팀 마스코트들은 진짜 선거유세를 하듯 공약을 내걸고 홍보물을 직접 뿌린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마스코트가 반장선거에서도 1등을 해야 한다는 팬심까지 더해진다. 반장선거는 지난 1일 시작했고, 14일까지 진행된다. 프로축구연맹은 오는 15일 오후 7시부터 K리그 공식 유튜브를 통해 개표방송을 진행한다. 역대 개표방송은 유튜브 감성에 딱 맞게 농담과 콩트가 오가는 가볍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반장선거는 K리그가 시도하는 신선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사전홍보영상에 등장한 K리그 웹툰 제작자 조팡매는 영상 초반부터 “프로축구연맹이 홍보영상에 나를 출연시킨 건 돈이 없어서 그렇다”고 소개한다. 포항 스틸러스 쇠돌이는 별도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데, 웃음이 터지는 개그 감각이 가득하다. 올해는 홍보 지라시 느낌이 물씬 나는 디자인의 명함 카드를 올렸다. 싸구려 폰트로 ‘케-이리그를 이끄는 놈 쇠돌이’ ‘급구. 투표하실 분 구함’이라고 써놓았다. 지난해 반장선거에서 낙방하자 쇠돌이는 그 결과도 자학 개그로 승화시켰다. 김천 상무는 마스코트 슈웅이를 홍보하기 위해 조영욱 등 소속선수들이 ‘기호 9번 군 슈웅을 반장으로’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홍보 사진을 찍었다. 먼저 K리그2 부천FC는 선거조직 ‘행운온당-행운가게’를 만들고 선거 캠프를 구성했고, 울산 현대의 ‘미타’는 SNS 채널에 인터넷 밈(meme)을 적극 활용해 트렌디함을 앞세웠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티’는 적극적으로 상대 팀을 도발하는 게 콘셉트다. 진지하게만 보면 대체 무슨 이벤트인가 싶지만, 젊은 팬층에게 호응이 좋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신선한 측면이 분명 있다. 반장선거 투표는 K리그 앱 ‘Kick’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모바일 회원을 모으고 충성도를 높이는 이벤트다. 선거 운동과 투표 과정, 화제성이 전파되는 주요 채널이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유튜브와 SNS다. 올해 반장선거 캠페인에는 경남제약 레모나가 스폰서로 함께 한다. 2020년 1회 반장선거에서 1만2377명의 팬이 참여해 총 8만5125표를 던졌다. 2회 반장선거는 2만745명이, 3회 반장선거에선 3만2368명이 참가해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3회였던 지난해 선거에선 수원 삼성의 ‘아길레온’이 불과 258표 차이로 울산 현대의 ‘미타’를 꺾고 3회 연속 반장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한편 3선에 성공한 아길레온은 ‘명예반장’ 자격을 얻어 본 선거에는 불출마한다.김우중 기자 2023.05.10 05:58
산업

[IS리포트] 삼성물산 키운 톰브라운 직진출로 본 ‘사상누각’ K패션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애지중지 키운 해외 '신명품' 브랜드가 잇따라 한국 직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 패션 대기업들은 토종 브랜드를 키우기 보다 다양한 해외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사들여 사업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수익을 올려왔다. 그러나 믿었던 해외 브랜드의 글로벌 본사가 직진출을 선언하면서 지붕만 바라보는 꼴이 됐다.K패션 업계는 자본력과 역량이 충분한 대기업보다는 각종 라이선스 브랜드로 연명하는 중소 패션기업들을 더 걱정하는 눈치다. 한국 패션 업계가 각종 비 패션 해외 라이선스를 내세운 브랜드로 가득 찬 가운데, 글로벌 본사가 라이선스 연장 계약을 하지 않거나 직진출을 선언할 경우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이라는 것이다. 애써 키워놨더니…직진출?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 '신명품' 패션 브랜드로 떠오른 '톰브라운'이 오는 7월 100% 자회사인 톰브라운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직진출한다.톰브라운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삼성물산)의 덕을 많이 본 브랜드다. 삼성물산은 2011년 톰브라운의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왔다.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세계 3대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에 톰브라운을 입점시키면서 대중에 브랜드를 알렸다. 2020년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톰브라운의 디자인을 결합한 '갤럭시Z플립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면서 퀀텀점프를 했다. 글로벌 아이돌 스타인 방탄소년단(BTS)이 톰브라운의 의상을 입고, 갤럭시 기기를 착용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브랜드 위상도 높아졌다. 삼성물산 측은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톰브라운 글로벌 헤드쿼터와 직접 소통해 성사된 협업 건"이라는 입장이지만, 삼성물산이 톰브라운의 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협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공을 들인 만큼 삼성물산에 효자 브랜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기준 톰브라운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작년 매출 2조원을 돌파한 삼성물산은 톰브라운을 포함한 '신명품 4총사(아미·메종키츠네·르메르)'의 덕을 봤다. 삼성물산은 이번 톰브라운의 직진출로 '완전한 이별'을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본지에 "톰브라운과 리테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파트너십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톰브라운이 직진출을 하지만,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상품 발주부터 매장 및 인력 운영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업무는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오래갈 수 없는 파트너십이고, 한국 대표 패션 기업인 삼성물산에 어울리는 일도 아니라고 얘기한다. 패션 업체 A사 관계자는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삼성물산이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대행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며 "톰브라운이 국내 물적 기반이 없다보니 처음에는 상당 부분을 삼성물산에 의지하면서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과거 효성이 국내에 들여온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언더아머'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효성은 2012년 계열사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을 통해 언더아머를 국내에 소개했다. 언더아머는 효성그룹 회장 장남인 조현준 사장의 큰 애정 속에 집중적으로 유통망을 넓혔고, 전국에 50여 개의 매장을 내는 등 주목받는 퍼포먼스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이름을 알렸다. 양사의 아름다운 동행은 얼마 가지 못했다. 언더아머 측은 한국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2017년 1월 한국법인을 설립한 뒤 직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갤럭시아코퍼레이션 측은 "언더아머코리아는 마케팅을 맡고 우리는 판매영업 법인으로 국내영업부문이 더 활성화된다고 보면 된다"며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그러나 현실은 벤더사(중간유통업체)였다. 갤럭시아코퍼레이션 지분 67%가량을 보유하며 각별한 언더아머 사랑을 표현해 온 조현준 사장도 대표직을 내려놨다. A 사 관계자는 “톰브라운이 국내 인프라가 없고, 삼성물산도 지금은 톰브라운이 필요해서 동행을 이어간다고 볼 수 있겠으나, 이 또한 계약 기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며 “언젠가 직진출한 기업이 온전히 경영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이 국내 패션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역량을 볼 때 큰 이문이 남지 않는 벤더사에 멈추기에는 여러모로 아쉽지 않겠나"라고 했다. 삼성물산은 그런데도 톰브라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측은 "톰브라운이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며 "가령 백화점 등에 삼성물산이 가진 브랜드가 입점을 할 때도 보유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따라 협상력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현재는 톰브라운과 파트너십을 이어가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톰브라운이 직진출을 선언했지만, 리테일 매니지먼트를 맡고 싶어 하는 기업이 여전히 많다는 첨언도 했다. 대기업 걱정은 기우? 비단 삼성물산만의 일은 아니다. 삼성물산과 함께 국내 패션가를 이끄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비슷한 처지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는 지난달 1일부터 국내 파트너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계약을 종료하고, 한국 시장에 직진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부터 셀린느 브랜드의 판권을 확보해 국내 사업을 전개해왔다. '여성스러운 브랜드' 정도로 알려졌던 셀린느는 최근 2~3년 사이 글로벌 앰배서더로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를 발탁하는 등 젊은 마케팅에 시동을 걸면서 MZ세대에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신세계인터내셔날로서는 이제 막 제대로 돈을 벌기 시작한 셀린느를 직진출로 놓치면서 입맛만 다시게 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국내 운영 사업권을 갖고 있던 '메종 마르지엘라' '질 샌더' '마르니' 등도 포기하게 됐다. 이들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패션그룹 OTB도 한국 법인 OTB코리아를 설립하고 직진출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는 삼성물산이나 신세계인터내셔날 걱정은 그다지 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내 간판 패션 대기업으로서 언제든지 될성부른 해외 브랜드의 판권을 수입하고 키워낼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덴마크 브랜드 '가니'를 국내 판권 보유 목록에 추가했다. 토종 브랜드를 만들어 키울 여력도 충분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젠더리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샌드사운드', 3040세대를 겨냥한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G'를 론칭했다. 삼성물산이 남성복 브랜드를 출시한 것은 1995년 '엠비오' 이후 27년 만이다. 삼성물산은 해외 신명품뿐만 아니라 신규 브랜드로 고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 외에도 뷰티와 라이프스타일까지 다양한 사업을 통해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창사 이래 영업이익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포트폴리오가 어느 한 부분으로 쏠리지 않은 덕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직진출한 해외 브랜드가 늘어나자 '보브' '지컷' '스튜디오 톰보이' 등 자체 보유 중인 패션 브랜드 외에도 화장품에서도 신규 브랜드 도입과 육성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A 사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가 직진출을 선언했다고 해서, 백화점 등 확실한 유통망을 끼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든든한 모기업이 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K패션은 사상누각 K패션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수없이 많은 비 패션 라이선스 브랜드를 운영하는 중소 패션 기업들이다. 한국은 비 패션 라이선스 브랜드가 유난히 많은 나라로 통한다. 김창수 회장이 이끄는 F&F는 비 패션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대표 기업이다. F&F는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을 뜻하는 'MLB', 영국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의 판권을 사들여 옷과 신발 등으로 만들어 빅 히트를 쳤다. MLB의 중국 판권도 쥐고 있는 F&F는 코로나19로 중화권 전반이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나홀로 승승장구 중이다. F&F에 따르면 MLB의 올해 해외 시장 판매액은 1조2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패션기업의 단일 브랜드가 해외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건 MLB가 처음이다. 더네이쳐홀딩스는 F&F를 뒤쫓는 패션기업이다. 디스커버리가 국내에서 패션 브랜드로 잘 나가자, 미국 다큐멘터리 채널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들여왔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외에도 미국의 미식축구리그 'NFL', 영국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의 국내 의류 판권을 사들였다. 더네이처홀딩스가 전개 중인 토종 브랜드는 지난해 5월 약 760억원에 인수한 워터스포츠 웨어 브랜드 '배럴' 하나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떠오르는 패션 기업 중 하나인 하이라이트브랜즈는 필름 브랜드 '코닥'과 미국 기반의 골프웨어 브랜드 '말본골프', '폴라로이드스타일'을 전개하면서 MZ세대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다. 패션업체 B 사 관계자는 "미국 음악 잡지 겸 판매 랭킹인 '빌보드', 미국 뉴스 채널인 'CNN', 유명 사립대학교인 'UCLA'와 '하버드'까지 어디선가 들어봄 직한 타이틀은 죄다 끌어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들은 일정 계약 기간 동안 본사에 라이선스 사용료를 내고 패션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브랜드 자체를 완전히 인수하지 않는 언제든지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타사에 뺏기지 않기 위해 기존보다 많은 자금을 쏟아 부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 또한 존재한다. 문제는 이들 기업들이 자체 브랜드보다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를 통해서만 사실상 먹고 사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일부 회사는 글로벌 본사와의 돈독한 관계를 앞세워 판권 연장에 자신이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과거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유한 디즈니사와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여러 나라의 판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비즈니스에 영원한 파트너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톰브라운이나 셀린느처럼 언제든지 변화가 가능하다. B 사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신세계인터내셔날과 달리 F&F나 하이라이트브랜즈, 더네이쳐홀딩스는 라이선스 브랜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며 "그만큼 해외 본사가 계약을 해지하고 직진출을 선언하거나, 연장 계약을 해주지 않을 경우 회사에 미치는 위험 부담도 크다"고 지적했다. 패션 기업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도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손쉽지만 위험 부담이 큰 라이선스 계약이나 국내 판권을 사들이는데 몰두한다는 설명이다. A 사 관계자는 "패션가에서는 '새로 브랜드를 만들어서 키우느니, 원래 있던 것을 가지고 리뉴얼하든, 마케팅을 바꾸든 해서 키우는 편이 훨씬 낫다'는 말이 있다"며 "그만큼 토종 브랜드를 론칭해 키우는 것이 실패 가능성이 높고 험난한 길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2.13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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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이탈리아 축구가 둘째라면 서러워할 것, 인종차별①

2002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대한민국은 연장 후반에 터진 안정환의 골든골로 이탈리아에 2-1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탈리아의 찌질한 복수는 바로 시작됐다. 다음날 당시 안정환의 소속팀이었던 이탈리아의 페루자 구단주는 그와의 계약 해지를 언급하며 “I have no intention of paying a salary to someone who has ruined Italian football(이탈리아 축구를 망친 안정환에게 월급을 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자신을 민족주의자라고 밝힌 구단주는 “안정환은 다시는 페루자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정환이 유럽인이었어도 저런 발언이 나왔을까? 일개 팬이 홧김에 보인 반응이 아니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세계 최고 프로축구리그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세리에A 구단주의 발언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극단적이고 경솔했다. 그의 발언을 통해 이탈리아 축구에 뿌리 깊게 박힌 인종차별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 집에 있던 안정환의 승용차는 박살이 났다고 한다. 심지어 마피아는 그를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불똥은 아시아인 전체로 퍼졌다. 이탈리아에 있던 동북아시아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 취급당하며 모욕과 욕설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인종차별이 없는 사회는 없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다른 서유럽국가에 비해 인종차별이 유독 심하다. 2017년 미국의 싱크탱크인 퓨리서치센터는 서유럽 15개국 국민의 민족주의와 이민자에 대한 태도를 조사했다. 22개 질문의 대답을 바탕으로 퓨리서치센터는 0에서 10까지의 범위를 갖는 님(NIM: Nationalist, anti Immigrant & Minority) 척도를 만들었다. 님 척도의 숫자가 높을수록 타민족에 대한 거부감이 높음을 보여준다. 조사된 대부분의 나라에서 5.01 이상의 점수를 받은 국민의 점유율은 15%~25% 사이였다. 스웨덴은 단지 8%의 국민만이 5점 이상을 기록했고, 유럽에서 가장 개방적인 나라로 알려진 네덜란드는 16%를 보여줬다. 그에 반해 이탈리아는 5점 이상을 기록한 국민이 무려 38%로 나타났다. 서유럽에서 가장 인종차별적인 국가는 이탈리아였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결과는 다른 조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이탈리아 사회에서 외국인 혐오증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 의하면 인터뷰 대상자의 55%가 인종차별적 행위를 정당화했다고 한다. 또한 로마에 위치한 정치사회연구소(Eurispes)가 2020년 펴낸 보고서에 의하면, 이탈리아인의 15.6%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대학살 ‘홀로코스트’가 일어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사회 지도층의 인종차별 발언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008년 흑인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한테 “선탠까지 했다”는 상식 밖의 농담으로 구설에 올랐다. 우파정당인 북부연맹의 수장이자 상원 부의장인 로베르토 칼데롤리는 2013년 이탈리아 정부의 첫 흑인 장관이 된 세실 키엥게를 가리켜 “그녀를 보면 오랑우탄이 떠오른다”는 막말을 던지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칼데롤리는 “농담이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이 밖에도 북부연맹의 한 여성의원은 아프리카인이 2명의 여성을 성폭행 한 사건과 관련해 “성폭행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키엥게 장관을 강간해야 한다”라는 끔찍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탈리아가 인종차별이 일상적인 나라라는 것을 감안해도, 키엥게 장관에 대한 언어 공격은 충격적이었다. 아울러 축구장에서 흑인 선수를 조롱하기 위해 바나나를 던지듯이, 키엥게 장관에게 바나나를 투척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은 남녀노소, 도시와 시골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좌우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18~19세기 유럽의 열강들이 식민지 쟁탈전을 벌일 때 통일도 못 이룬 이탈리아는 이에 합류할 수 없었다. 따라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식민지 국가들과 가진 문화적, 인적 교류를 이탈리아는 경험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이들은 타 인종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캄파닐리즈모(campanilismo, 이탈리아어 종탑에서 파생된 단어로 지역마다 중심에 있는 성당 종탑의 종소리를 같이 듣고 사는 사람들의 강한 유대감을 의미)로 표현되는 이탈리아 특유의 지역주의와 가족주의 문화도 타 문화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데 일조했다. 역사적으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아일랜드와 더불어 이민을 보내는 나라였지, 받아들이는 나라가 아니었다. 이러한 나라에 1980년대 후반 비 유럽 출신 노동자 유입이 본격화했다. 이탈리아는 빠르게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변화했고, 최근에는 지중해를 통해 난민들까지 몰려들고 있다. 게다가 지금도 남아있는 파시즘의 유산과 베니토 무솔리니에 대한 향수, 그리고 이탈리아의 경제 침체에 이어 외국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심리도 타 인종에 대한 거부감에 힘을 실었다. 안정환이 페루자에서 고통받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이탈리아 사회나 축구리그에서 인종차별은 개선되지 않았다. 도리어 2019년 당시 인터 밀란 감독이었던 안토니오 콘테는 이탈리아 축구의 인종차별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다음 칼럼에서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7.2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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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EPL 관중 탐구생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진행된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EPL)가 지난 23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무관중으로 진행됐던 EPL은 팀 당 두 경기를 남기고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백신 보급에 힘입어 다음 시즌에는 좀 더 많은 관중이 EPL 경기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EPL 경기장은 어떤 이들로 채워지는지 궁금해하는 국내 팬들이 많다. EPL 경기장 방문을 원하는 팬들을 위해 이를 소개한다. 가장 눈에 띄는 관중은 ‘감독형’이다. 대개 남성인 이들은 ‘F word(알파벳 F로 시작하는 욕설을 의미)’를 섞어가며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주문한다. 이들은 선수들에게 “더 빨리 뛰고, 빈 공간의 선수에게 패스하고, 상대방의 볼을 가로채고, 공중볼이나 세컨드 볼을 따내라”고 쉴 새 없이 요구한다. 물론 선수들에게 이들의 지시가 들리지는 않는다. 설사 들려도 선수들이 이를 따를 리 만무하지만, 그들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유형은 20대 젊은이 그룹이다. 머리에 왁스 등 헤어 제품을 발라 한껏 멋을 낸 이들은 캐주얼 옷차림을 주로 하고, 영국인이 아니면 알아듣기 힘든 악센트로 빨리 말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젊은이들(lads: 영국식 영어 단어 lad는 청년, 사내, 동료의 의미로 널리 쓰인다)은 가볍게 취한 상태에서 경기에 적당히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관중석 분위기가 축 처질 때 이들의 진가가 발휘된다. 이들 중 한 명이 구호나 응원가를 선창하면 다른 멤버들도 이를 따라 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주변 관중도 노래를 따라 부르고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파도타기 응원 등도 보통 이들이 주도한다. 간혹 다른 관중의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이들을 향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응원하기를 부탁하기도 한다. 이들이 바로 축구장의 분위기 메이커이다. 20대 젊은이 그룹에서 졸업한 30대 남자들은 클럽 셔츠를 주로 입는다. 이들은 예전처럼 젊지 않고, 헤어 제품을 바르기에는 머리숱도 부족하다. 20대 시절의 동료도 더는 그들 곁에는 없다. 이들은 중년의 남성들과 어울리기에는 활기가 넘치고, 20대들과 가까이 지내기는 눈치가 보인다. 마음은 아직 청춘이지만 몸은 따라가지 않는 축구장의 '낀 세대'다. 경기장에서 술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이들이 바로 30대 남성들로, 어쩌면 축구장에서 가장 슬픈 고객층이다. 40~50대의 중년 남성들은 보통 친구(mate)와 짝을 이뤄 경기장을 방문한다. 직장, 집안일 등에서 벗어나 잠깐이라도 자유를 느끼고 싶은 이들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축구장을 찾는다. 이들은 술을 적당히 마시고 육두문자를 주고받으며, 시시껄렁한 농담에 서로 웃는다. 이렇게 이들은 다시는 돌아오질 않을 20대를 그리워한다. 남성 관중의 마지막 그룹은 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자들이다. 은퇴자들은 보통 아들 혹은 손자와 같이 경기장을 찾는다. 이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뉘는데 행복한 은퇴자와 불평 많은 자다. 행복한 은퇴자에게 예전의 잉글랜드 축구나 축구장에 대해 물어보면 이들은 미소를 머금고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장황한 설명을 시작한다. 꼬마일 때 아버지와 경기장에 온 경험, 지금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싼 옛날 축구장 입장권 가격, 테라스에서 입석으로 경기를 본 경험 등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자신의 클럽을 오랫동안 사랑해온 이들은 자신의 사후에 재를 축구장에 뿌리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불평 많은 은퇴자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들은 매사가 못마땅한 사람들로 요즘 선수들은 돈을 너무 많이 버는 데 비해, 너무 연약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아울러 자본과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축구를 망쳤다고 투덜댄다. 축구장에서 종종 보이는 어머니들도 흥미로운 대상이다. 이들은 보통 경기에는 관심이 없다. 소풍 삼아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가다 이들 중에서 진짜 축구 마니아들이 있다. 이들은 갑자기 ‘F word’를 섞어가며 “왜 수비가 저 모양이냐”고 비난을 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그룹이 관광객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하는 축구리그답게 EPL의 경기장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팬들로 넘쳐난다. 이들 중 일부는 축구에 크게 관심이 없다. 단지 영국에 관광차 온 김에 ‘빅벤’, ‘버킹검 궁전’을 방문하듯이 축구장에 온 것일 뿐이다. 일부 관광객은 EPL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특정 팀을 응원하는 이유는 주로 ‘자국의 선수가 그 팀에서 뛰기 때문에’, ‘좋아하는 선수가 그 팀에 있어서’ 혹은 ‘특정 팀의 셔츠가 멋져서’이다. 잉글랜드 팬들은 외국 관광객을 향해 냉소적인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그들 입장에서는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자국의 리그 팀을 응원하지 않고, 잉글랜드 클럽을 응원하는지 도통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팀의 역사나 응원가 등에도 무지하고, 응원하는 팀을 자주 바꾸는 외국 팬들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더군다나 외국 팬들은 경기에 집중하기보다, 사진 찍기에만 정신이 팔린 경우도 많다. 심지어 홈 팬 사이에서 어웨이 팀을 응원하거나, 어웨이 팀 팬들 사이에서 홈팀을 응원하는 외국인 관중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치열한 더비 경기(예를 들어 아스날과 토트넘)가 열렸는데 어떤 외국인들은 홈 팀과 어웨이 팀 스카프 2개를 다 걸치기도 한다. EPL뿐이 아니라 유럽 축구리그를 관람할 계획을 가진 독자들은 최소한의 공부와 예의를 가지고 경기장을 방문했으면 좋겠다. 여러분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환영을 받을 수도, 푸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 이정우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1.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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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2차 세계대전 중에도 축구를 계속한 이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 유럽에서 유일하게 축구리그를 중단하지 않은 나라가 있었다. 폴란드와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벨라루스였다. 벨라루스의 대통령 루카셴코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정신병’이라 칭했다. 그는 보드카와 사우나가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모든 축구리그가 중단되는 바람에 벨라루스 리그는 한때 전 유럽인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현지인은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축구장 방문을 자제했다. 벨라루스를 제외한 유럽 축구는 2020년 3월 중단되었다.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EPL)도 3월 13일 리그를 멈춰 세웠다. 이에 많은 언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잉글랜드와 유럽에서 축구가 중단되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비록 정상적인 리그는 아니었지만, 전쟁 중인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잉글랜드에서 축구 경기가 진행되었다. 이들은 전쟁 중에도 축구를 왜 계속했을까? 1939년 9월 1일 히틀러의 나치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했다. 이에 폴란드와 군사동맹을 맺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는 이틀 후인 9월 3일 독일에 선전포고했다. 하지만 폴란드 침공으로 발발한 2차 세계대전 초반에는 영불 연합군과 독일군 사이에 전면적인 충돌은 거의 없었다. 주력부대를 폴란드 침공에 투입한 상황에서 독일군은 영불 연합군과 전쟁할 생각이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독일과의 전면전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서부전선에서 연합군과 독일군의 '기묘한 고요'는 1940년 5월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을 전쟁답지 않은 전쟁이라 하여 흔히 ‘가짜 전쟁(Phoney War)’이라 부른다. 영국의 선전포고와 함께 영국축구협회는 풋볼 리그와 FA컵을 중단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전쟁이라는 공포 속에서도 축구가 민간인과 군인 사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간주해, 경기가 계속 열리길 희망했다. 이에 중단된 풋볼 리그를 대신해 전시 리그(Wartime League)가 창설되었다. 전시 리그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경기당 50마일(약 80㎞)의 이동제한을 받았다. 이에 풋볼 리그는 1·2·3·4부 리그로 나눈 디비전 구성을 폐지하고, 지역별 리그를 새로 구성했다. 전시 리그의 첫 시즌인 1939~40년 풋볼 리그에 속했던 82개의 클럽은 10개의 지역 리그로 분배되었다. 아울러 전시 리그 초반에는 경기당 8000명의 관중만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원 제한이 무의미할 정도로 초반의 경기들은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1940년 5월 독일군이 서부전선에서 베네룩스 3국을 점령하고, 프랑스로 진격하면서 '가짜 전쟁'은 막을 내렸다. 6월 프랑스의 덩케르크에서 30만이 넘는 영불 연합군은 거의 모든 군수 물자를 버리고 간신히 탈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격화할수록 전시 리그의 인기는 올라갔다. 경기당 관중 수 제한도 해제되었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1940년 6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풋볼 리그 전쟁 컵(Football League War Cup, 전시에 FA컵을 대신한 대회) 결승전에는 4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모였다. 특히 며칠 전 덩케르크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상당수의 군인도 이 경기를 관전하면서 영국 국민에게 희망을 전해주었다. 히틀러는 “독일은 나폴레옹이 가지지 못했던 공군이 있다”며 영국 침략에 자신감을 보였다. 독일 공군은 1940년 9월부터 영국의 주요 도시와 산업시설을 공격하는 영국 대공습(The Blitz)을 감행했다. 하지만 처칠의 영국 정부는 대공습이 시작된 이후 일요일 축구 금지령을 도리어 해제했다. 축구를 통해 국민의 사기 진작에 나선 것이다. 1941년 열린 풋볼 리그 전쟁 컵 결승전에는 대공습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6만 명이 넘는 관중이 웸블리에 모였다. 결국 1941년 5월 독일 공군의 대공습은 실패로 끝이 났다. 히틀러는 영국 상륙작전을 포기하고 러시아로 관심을 돌렸다. 영국에서는 전시 기간 총 784명의 프로 축구 선수들이 군에 입대했다. 참전 선수를 가장 많이 배출한 클럽은 울버햄튼(91명 입대)이었고, 리버풀(76명 입대)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리그는 ‘초청 선수’라는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그래도 클럽들은 여전히 선수들이 부족했고, 많은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전시 리그의 경기력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무적의 팀도 없었고, 중요한 라이벌전도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90분 동안만이라도 전쟁의 고통을 잊기 위해, 인생을 다시 한번 즐기기 위해 축구장을 방문했다. 전쟁 중에 영국만 축구를 한 것은 아니었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에서도 축구는 중단되지 않았다. 독일에서는 심지어 항복 선언을 하기 보름 전에도 경기를 벌였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얼마 남지 않은 감자 등을 경기장 티켓과 바꿔 축구장에 갔다. 마찬가지로 1차 세계대전 중에도 축구는 유럽에서 중단되지 않았다. 따라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모든 유럽 프로 축구가 폐쇄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21년 1월 현재 바이러스가 다시 극성을 부리며 리그 중단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은 리그를 쉽게 중단하지 않는 이유로 TV 중계권료 등 경제적인 이유를 꼽는다. 하지만 리그를 중단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전시 리그가 그랬듯이 코로나19로 지친 우리에게 축구는 평소보다 더 중요한 걸 제공하고 있다. 바로 희망이다. 이정우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1.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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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자주 들어봤지만 의미는 모를 축구팀, 알비언

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속한 20개 팀 중에 알비언(Albion)이란 이름을 가진 클럽이 2개 있다. 브라이튼 앤 호브(Brighton & Hove) 알비언과 웨스트 브로미치(West Bromwich) 알비언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을 포함해 잉글랜드, 웨일즈와 스코틀랜드에 알비언이란 이름이 들어간 축구 클럽은 10개나 된다. 심지어 남미의 우루과이와 호주에도 알비언이란 명칭이 들어간 클럽이 있다. 알비언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국내의 많은 팬들이 한번 정도는 궁금해할 이름 알비언에 대해 알아보자. 영국은 섬나라이다. 비행기가 발명되기 전, 외지인이 영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널 수밖에 없었다. 도버 해협을 사이에 둔 영국과 프랑스의 최단 거리는 33.3㎞에 불과하다. 부산과 대마도의 거리(49.5㎞)보다 훨씬 가깝다. 날이 맑으면 육안으로 영국에서 프랑스를, 프랑스에서 영국을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외부인들이 영국을 방문하거나 침범할 때 주로 도버 해협을 이용했다. 이들이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건너올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바로 항구 도시 도버에 위치한 거대한 백악 절벽이다. 영국을 상징하는 이 절벽은 최대 110m 높이에 길이는 13㎞에 달한다. 따라서 잉글랜드를 침공하는 외부인들은 이 나라를 방어하는 것 같은 요새 같은 거대한 암벽에서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알비언이라는 영어 단어는 ‘하얀 절벽’을 암시하는 라틴어 ‘알부스(albus)’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잉글랜드를 가리키는 옛 명칭이 바로 알비언이다. 때로는 알비언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지역을 아우르는 섬 브리튼(Britain)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 영어에서는 영국을 시적으로 묘사할 때 알비언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아울러 영국인들은 한때 새로운 알비언(New Albion)이라는 이름을 캐나다, 호주의 시드니와 미국의 캘리포니아를 부르는 명칭으로 사용한 적도 있었다. 지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영국에서 알비언이란 명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축구팀은 브라이튼 앤 호브(호브는 브라이튼의 이웃 도시)다. 잉글랜드의 유명한 휴양도시 브라이튼 근교에 위치한 세븐 시스터스(Seven Sisters)라는 명소 때문이다. 한국어로 ‘칠자매’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바닷가에 위치한 흰색 암벽을 가리킨다. 일곱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절벽이라 이러한 이름이 붙었고, 각각의 봉우리에도 고유의 이름이 있다. 도버의 백악 절벽은 지나친 개발과 이로 인한 보호로 인해 식물로 뒤덮여 절벽이 푸르게 변한 곳이 꽤 있다. 하지만 세븐 시스터스의 암벽은 사람의 손때가 덜 묻어 흰색으로 보존이 잘 되어 있다. 따라서 이곳은 TV나 영화 촬영 등에서 도버 암벽을 대신해 사용되기도 한다. 브라이튼에서는 매년 8월 동성애자들의 카니발이 열린다. 상당한 규모의 LGBT(성적소수자) 커뮤니티가 이곳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브라이튼은 영국의 동성애자들의 수도(the gay capital of Britain)로 알려져 있다. 브라이튼과의 경기가 벌어질 때 상대방 팀의 팬들은 동성연애를 조롱하는 구호를 연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팝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이자 뮤지컬 ‘맘마미아’의 수록곡으로 많이 알려진 ‘Does Your Mother Know’를 개사해 ‘Does your boyfriend know you're here(남자친구가 너 여기 있는 것 알아)’라는 구호를 상대 팬들이 외칠 때가 있다.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야유는 영국 축구 문화의 일부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 브라이튼의 팬들은 ‘You're too ugly to be gay(넌 너무 못생겨서 게이가 될 수 없어)’라고 응수하기도 한다. 알비언이란 이름을 최초로 도입한 클럽은 잉글랜드의 웨스트 미들랜드 지역에 위치한 웨스트 브로미치(WBA)다. 세계 최초의 프로 축구리그인 ‘풋볼 리그’가 1888년 창설될 때 참가한 클럽은 12개였는데, WBA도 이 리그에 속한 원년 멤버였다. WBA와 관련해 흥미로운 뉴스도 있었다. 2002년 BBC의 보도에 의하면, 영국 전역에서 10만 명이 참가한 IQ 테스트에서 영국 남자와 여자의 평균 점수는 각각 111과 104로 나왔다고 한다. 축구 팬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WBA 서포터스들의 평균 IQ가 무려 138로 나왔다. 이와 대조적으로 번리(Burnley) 팬들의 평균 IQ는 76에 그쳤다고 한다. 동물과 인간의 IQ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흔히 문어의 IQ가 73정도라고 한다. WBA 서포터스들은 2002~03시즌 EPL 최고의 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울러 이 클럽은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을 비롯해 다수의 유명인을 팬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2016년 WBA는 중국인 사업가에 팔렸다. 현재 EPL에 속한 클럽 중 사우스 햄튼, 울버햄튼과 WBA의 구단주가 중국인이다. 우루과이에도 알비언이란 이름을 가진 클럽이 있다는 걸 의아하게 생각할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 위치한 알비언 FC는 영국 고등학생들에 의해 1891년 창단된 클럽이다. 우루과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이 클럽은 현재 2부 리그에 속해 있다. 참고로 1930년 제1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열린 장소와 우승팀이 바로 우루과이다. 이정우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0.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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