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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A, 스탠다드차타드, 쉐보레의 공통점은?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AIA 보험,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쉐보레 자동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프리미어리그(EPL) 축구팬이라면 아마도 “EPL 클럽의 셔츠 스폰서”라고 답할 것 같다. 맞는 말이다. AIA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토트넘 홋스퍼의 셔츠 스폰서다. 쉐보레는 2014년부터 7년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셔츠 스폰서였다. 1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의 본사는 영국의 수도 런던에 있다. 하지만 영국 내 어느 도시에도 이 은행의 지점은 없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영국에서 ‘소매은행업무(retail banking, 개인, 소기업 대상)’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탠다드차타드의 주 고객은 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다. 수익의 90%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나온다.AIA는 미국의 최대 보험사였던 AIG로부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분리되어 생긴 회사다. 홍콩에 본사가 있는 AIA의 타깃 마켓은 동남북 아시아, 인도와 호주다. 제너럴 모터스(GM) 소유의 미국 자동차 브랜드 쉐보레도 영국이나 미국 시장을 겨냥해 맨유의 셔츠 스폰서가 된 것은 아니다. 쉐보레는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클럽인 맨유와의 스폰서십 계약을 통해 중국과 아시아 시장을 노렸다.사실 필자가 질문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 현재 EPL 클럽을 후원하는 대부분의 셔츠 스폰서들은 영국 시장이나 소비자에 관심이 없다. 이들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리그인 EPL을 통해 광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이 타깃 마켓이다. EPL은 1992~93시즌 22개의 팀으로 출범했다. 국제적인 리그와는 거리가 멀었던 EPL 원년에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는 13명에 불과했다. 이 중 단 2명만이 비유럽권 선수였다. 입스위치 타운의 캐나다 골키퍼 크레이그 포레스트와 리버풀의 이스라엘 공격수 로니 로젠탈이 바로 그들이다.이후 ‘보스만 판결(Bosman Ruling, 계약이 만료된 선수는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는 권리)’등의 영향을 받아 EPL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1999년 잉글랜드 클럽 최초로 첼시는 필드에서 뛰는 11명의 선수를 모두 외국인 선수로 채웠다. 2017년 UEFA(유럽축구연맹)의 보고서에 따르면 EPL은 유럽에서 외국인 선수 비율(69.2%)이 가장 높은 리그다. 이들은 무려 65개국의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EPL 출범 당시 영국(UK) 출신이 아닌 외국인 감독은 아일랜드 국적의 조 키니언이 유일했다. 하지만 2018~19시즌 EPL의 20팀 중 14팀의 감독이 외국인이다. 21세기에 처음 등장한 외국인 구단주도 꾸준히 증가했다. 2023~24시즌 현재 15개 클럽이 외국인 대주주를 보유하고 있다.출범 당시만 해도 거의 없던 외국인 선수, 감독, 구단주의 폭발적인 증가는 EPL의 세계화를 보여준다. 그에 반해 스폰서십 분야는 달랐다. EPL 원년 외국 기업과 셔츠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클럽의 숫자는 이미 11개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11개 외국 스폰서의 목표 시장은 영국과 근처 유럽 국가였다. 21세기 들어 이러한 기조가 바뀐다. 물꼬를 튼 이는 2002년 에버튼과 2년의 셔츠 스폰서십을 맺은 중국의 핸드폰 제조업체 크젠(Kejian)이었다. 이 계약이 특히 눈길을 끈 이유가 있다. 크젠은 매출의 100%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내수기업이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에는 진출조차 안 한 크젠이 에버튼의 셔츠 스폰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은 오랜 기간 그들만의 세계에 갇힌 나라였으나, 2000년대 들어 여행, 유학 등의 목적으로 중국인들은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대다수의 소비자는 당시 세계 핸드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 제품을 선호했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에게 글로벌 브랜드와는 거리가 먼 크젠의 핸드폰은 인기가 없었다. 따라서 이미지 개선이 필요했던 크젠은 EPL의 유서 깊은 클럽인 에버튼과 손잡은 것이다. 크젠 셔츠를 입은 에버튼의 경기가 국영 스포츠채널인 CCTV5에서 중계되자, 중국인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맨체스터 시티에는 동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에서 골을 기록한 쑨지하이가 있었다. 2003년 새해 첫날 열린 에버튼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는 중국 내에서 3억 6000만 명이 시청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EPL에서 사상 최초의 ‘차이니스 더비’가 성사됐기 때문이다.크젠과의 계약 전 중국에서 에버튼의 인지도는 미미했다. 하지만 중국어로 쓰인 크젠 셔츠를 입은 리티에가 좋은 활약을 보이자, 중국에서 클럽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에버튼은 리버풀과 맨유를 제치고 중국 내 최고 인기팀이 되었다. 또한 중국 기업인들은 에버튼의 홈구장인 구디슨 파크의 호스피탈리티 티켓을 앞다투어 사들였다.크젠도 스폰서십의 효과를 누렸다. 2002년 크젠은 중국 시장에서 전년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217만 대의 핸드폰을 판매한 것이다. 2003년에는 현지 에버튼 팬들을 상대로 핸드폰을 팔고자 영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전성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크젠은 상승한 이미지와 인지도를 뒷받침할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곧 크젠 핸드폰의 성능에 실망했고, 기술 혁신 없이 마케팅으로 잠깐 빛을 본 이 회사는 시장에서 사라졌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1.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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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틱은 추모의 상징 ‘포피’를 왜 거부할까?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지난 11월 11일은 영국의 현충일인 ‘리멤브런스 데이(Remembrance day)’였다. 이날 저녁 런던의 로열 앨버트홀에서는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페스티벌 오브 리멤브런스’가 열렸다. 찰스 3세, 윌리엄 왕세자 부부 등 왕실 인사와 리시 수낵 총리를 비롯해 주요 정치인이 참석한 이 국가적인 행사를 BBC가 생중계했다. 특히 올해는 정전 70주년을 맞은 한국전쟁의 전사자들을 가장 먼저 추모했다. 또한 한국전의 참전용사이자 영국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2019년 우승한 콜린 새커리(93세)가 아리랑을 한국어로 불러 눈길을 끌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영국은 1921년부터 참전 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포피를 다는 전통이 생겼다. 1, 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시작한 포피는 규모가 커져 현재는 세계대전 이후 영국군이 참전한 모든 전투에서 희생한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포피를 둘러싼 갈등도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를 구성하는 브리튼 바로 옆에는 아일랜드라고 불리는 섬이 있다. 12세기부터 무려 700여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은 아일랜드는 1922년에 독립,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총 32개 카운티 중 26개만 독립에 성공했다. 17세기 초 북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남부에서 이주한 신교도가 많은 아일랜드 북쪽에 위치한 얼스터 지방의 6개 카운티는 지금도 영국이 지배하고 있다. 여기가 바로 북아일랜드다.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와 영국의 영향을 받은 가톨릭교도와 신교도 간의 갈등이 뿌리 깊은 지역이다. 가톨릭교도는 아일랜드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공화주의자들로, 남북이 합쳐진 통일 아일랜드를 꿈꾼다. 그에 반해 신교도들은 자신을 영국인(British)과 연합주의자(unionist)로 인식한다. 영국 왕에 충성하는 이들은 북아일랜드가 영국(UK)에 남기를 희망한다.1960년대 말부터 1998년까지 이들이 벌인 갈등을 ‘The Troubles(북아일랜드 분쟁)’이라고 부른다. 남북 아일랜드의 통일을 목표로 하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왕당파의 군사조직인 얼스터 의용군과 영국 정부군 등이 분쟁에 참여했다. 분쟁은 주로 북아일랜드와 수도인 벨파스트에서 벌어졌으나, 잉글랜드와 유럽 대륙으로 확산된 적도 있다. 특히 필자가 학부 공부를 하던 1990년대에는 IRA가 런던에서 폭탄 테러를 종종 일으켰다. 한번은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해야 하는데, 테러로 인해 지하철역이 폐쇄되어 지각한 적도 있었다. 당시 필자가 사과와 함께 IRA 핑계를 대니, 교수님과 동료 학생들이 모두 너그럽게 이해해 준 기억도 난다.분쟁 기간 중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의 데리(Derry)에서 벌어진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 사건이 특히 유명하다. 영국 공수부대원의 일부가 시위 중이던 비무장 가톨릭교도를 항해 사격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14명이 사망했고 십수 명이 다쳤다. 이 사건 이후 북아일랜드 분쟁은 더욱더 격화된다.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의 멤버 4명은 모두 아일랜드 혈통을 갖고 있는데, 이 중 특히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각각 이 사건을 다룬 노래를 발표해 분노를 표출했다.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이 체결되며 북아일랜드 분쟁은 종결됐지만, 30여 년에 걸친 무력 충돌의 결과로 35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 선덜랜드, 위건, 웨스트 브로미치 등에서 뛰었던 미드필더 제임스 맥클린은 피의 일요일 사건이 벌어진 북아일랜드의 데리 출신이다. 맥클린은 “포피가 단순히 1, 2차 대전 희생자들에 관한 것이라면 (포피 셔츠를) 매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포피는 영국군이 관여해온 모든 갈등에 관한 것”이라며 포피 셔츠 착용을 거부했다. 그는 북아일랜드 분쟁에 참여한 영국군을 지지할 수 없다는 아일랜드인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다. 일부 영국인들은 맥클린의 이러한 소신을 지지했다. 하지만 포피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그는 상대팀 서포터스뿐만 아니라 일부 홈 팬들로부터도 오랫동안 야유를 받았다. 심지어 맥클린은 살해 위협을 받은 적도 있다.리멤버런스 데이 행사는 북아일랜드에서도 매년 열리지만, 현재도 대부분의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와 공화당원은 추모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편 아일랜드 공화국은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아일랜드인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7월 자체적인 국가 기념일을 가진다. 영국의 주요 축구팀 중 유일하게 포피 셔츠를 거부하는 클럽이 있다. 바로 스코틀랜드의 명문 클럽 셀틱이다. 아일랜드의 가톨릭 유산을 바탕으로 설립된 셀틱은 전쟁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존중하지만,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중립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맥클린과 달리 포피 착용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아일랜드 출신 선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북아일랜드 출신의 마틴 오닐 감독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일랜드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았던 로이 킨이다. 특히 킨은 지도자에서 물러난 후 스카이 스포츠 방송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포피를 꾸준히 착용해 고향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포피는 영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존경과 기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복잡한 역사와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지역과 사람에 따라 포피는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에 빨간색 포피 대신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색 포피를 다는 이들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진정한 추모는 ‘강요’나 ‘의무’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포피는 비로소 추모의 상징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11.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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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리버풀 vs 맨체스터, 축구로 표출된 두 도시의 갈등

18세기의 산업혁명 이후 잉글랜드 북서부에 위치한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다. 심지어 두 도시는 미국의 남북전쟁(1861~65)에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미국에서 면화를 수입해 부유해진 리버풀은 남부군을 지지했다. 그에 반해 맨체스터의 방직공장 노동자들은 북부연방의 링컨 대통령이 주창한 흑인 노예가 수확한 면화의 금수조치에 공감했다. 면화가 귀해지자 공장은 가동을 멈췄고, 노동자들은 빈곤에 빠지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은 노예제도에 반대하는 연대의 표시로 링컨의 금수조치를 계속 지지했다. 이에 1863년 링컨 대통령은 맨체스터의 노동자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다.겨우 56㎞ 떨어져 있는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공통점도 꽤 있다. 두 도시는 대영제국의 식민지 지배에 따른 부, 즉 다른 지역 사람들의 고통 위에 지어졌다. 전통적으로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는 도시이고, 정치적으로는 보수당이 아닌 노동당을 지지한다. 게다가 두 도시는 훌륭한 축구 전통과 놀라운 음악적 유산도 가졌다. 두 도시의 차이점 또한 상당히 많다. 리버풀보다 규모가 훨씬 큰 맨체스터는 잉글랜드 북부의 수도 같은 도시다. 인종적으로도 맨체스터는 리버풀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맨체스터의 공기는 항구도시 리버풀보다 훨씬 오염됐고, 녹지대도 부족하다. 잉글랜드의 ‘쓰레기 수도(litter capital)’라고도 불리는 맨체스터는 2002년 영연방게임의 개최를 앞두고 대대적인 청소를 통해 깨끗한 도시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폐막식이 끝난 후 불과 몇 주 만에 맨체스터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리버풀의 시민들은 삶에 여유가 있고 외향적이며 친절하다. 춥고 우울한 도시 맨체스터의 시민들이 가진 진지하고, 유머가 없으며, 냉소적인 기질과 대비된다. 일하는 도시라는 느낌을 주는 맨체스터와 달리 리버풀은 엔터테인먼트와 쇼핑을 위한 곳이다. 외부인이나 관광객에게는 리버풀이 훨씬 매력적인 곳이다. 맨체스터 사람은 ‘만큐니언(Mancunian)’이라 불리고, 리버풀 사람은 ‘리버퍼들리언(Liverpudlian)’ 또는 ‘스카우서(Scouser)’라고 칭한다. 자동차로 불과 40분 떨어진 두 도시의 만큐니언과 스카우서는 완전히 다른 억양을 구사한다. 맨체스터의 억양은 주변 도시인 리즈, 셰필드와 비슷하다. 반면 리버풀의 스카우스 악센트는 정말 독특하다. 리버풀은 아일랜드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많아 ‘아일랜드 제2의 수도(second capital of Ireland)’라고도 불리는데, 스카우스 억양은 이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2015년 10월 BBC는 ‘Wayne Rooney: The Man Behind the Goals(웨인 루니: 골 뒤에 있는 남자)’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다음날 소셜미디어에서 영국인들의 한탄이 쏟아졌다. “도저히 못 알아듣겠다”, “엄마에게 루니의 악센트를 해석해 주느라고 모든 시간을 허비했다.” 게다가 “자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렇게 아일랜드계인 루니의 스카우스 억양은 현지인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리버풀은 오래전부터 잉글랜드의 외딴섬 같은 지역이었고, 이곳 주민들은 중앙정부와 권위주의에 저항해 왔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할 때 리버풀은 ‘브렉시트’는 맨체스터에나 어울린다면, 자신들은 유럽에 남고 싶어 했다. 심지어 “리버풀은 영국과 다른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에 독립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이들도 있다.경제와 산업 등에서 라이벌인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환경, 문화, 언어 등에서도 이렇게 대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1894년 완공된 ‘맨체스터 선박 운하’는 두 도시의 관계를 급격히 악화시켰고, 불똥은 축구계로 튀었다. 두 도시의 갈등은 잉글랜드에서 가장 성공한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리버풀 FC의 경기를 통해 표출될 때가 많다.잉글랜드 1부리그에서 4, 5번째로 우승을 많이 한 클럽도 두 도시에서 나왔다. 에버튼과 맨시티는 각각 9번 우승했으나, 에버튼이 2위를 7번 차지해 6번에 그친 맨시티를 근소하게 앞선다. 라이벌 관계는 기본적으로 두 도시를 대표하는 맨유, 맨시티와 리버풀, 에버튼 사이에 존재한다. 맨유와 리버풀 다음으로 맨시티와 리버풀의 라이벌 전이 유명하다. 리버풀이 역사적으로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이들은 전통적인 라이벌이 아니다. 2013~14시즌 맨시티가 리버풀을 2점 차로 누르며 우승하면서 신흥 라이벌 관계는 시작됐다. 2010년대 후반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은 격화됐는데, 이를 주도한 인물이 맨시티와 리버풀의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와 위르겐 클롭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뮌헨과 도르트문트에서 경쟁하던 두 감독이 잉글랜드로 나란히 건너와 다시 한번 라이벌이 되면서 언론과 팬의 주목을 끌었다.세 번째로 유명한 라이벌은 맨유와 에버튼이다. 두 클럽의 라이벌 관계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85시즌 에버튼은 리그와 UEFA 컵 위너스 컵에서 우승했고, FA컵 결승전에도 올랐다. 트레블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연장전까지 치른 결승전에서 에버튼은 10명이 뛴 맨유에 0-1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2005년 FA컵에서 두 클럽이 만났을 때는 약 300명의 서포터스들이 집단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마지막으로 에버튼과 맨시티의 관계는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다. 에버튼은 대부분의 트로피를 1990년 이전에 들어 올린 반면, 맨시티는 2010년 이후 전성기를 맞이한 것도 한몫했다.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3.08.19 09:10
스포츠일반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영국대표팀이 UK가 아니고 GB인 이유

‘팀 코리아(Team Korea)’는 대한체육회의 주도로 2010년에 탄생한 국가대표 선수단의 새 이름이자, 한국 스포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브랜드다. 영국에도 자국 올림픽 대표팀을 의미하는 ‘Team GB’가 있다. GB는 Great Britain의 약자로 영국을 뜻한다. 역시 영국을 의미하는 UK는 United Kingdom의 약자다. 그렇다면 UK와 GB는 같은 의미일까? 필자가 영국과 인연을 맺은 이후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이 나라의 명칭에 관한 것이다. 특히 영국이라는 나라의 영어 명칭에 혼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프랑스 북서부의 그리네곶(Cap Gris Nez)으로부터 불과 32㎞ 떨어진 거리에 유럽에서 가장 큰 섬이 있다. 섬의 크기는 20만9331㎢로 한반도(22만3155㎢)보다 약간 작다. 이 섬나라가 영국이다. 섬의 명칭이 브리튼(Britain)이고, 대(大)에 해당하는 Great를 붙여 GB라 칭한다. 브리튼은 3개의 지역, 즉 잉글랜드,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흔히 영국이 세 지역을 포함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영국이라는 이름 자체에 문제가 있다. 영국(英國)의 英은 잉글랜드(England)의 Eng을 중국어로 음역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국이란 명칭은 사전적으로는 잉글랜드만을 의미한다. UK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리와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 브리튼 바로 옆에는 아일랜드(Ireland)라고 불리는 섬이 있다. 아일랜드 언어로는 에이레(Éire)라고 칭한다. 아일랜드는 12세기부터 무려 70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은 끝에 1922년에 독립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총 32개 카운티 중에서 26개만 독립에 성공했다. 브리튼에서 이주한 신교도가 많은 나머지 6개 카운티는 영국의 지배를 현재까지 계속 받고 있다. 이 지역을 북아일랜드라고 부른다. UK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와 북아일랜드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의 영향을 받은 가톨릭교도와 영국의 영향을 받은 신교도 간의 갈등이 뿌리 깊은 지역이다. 특히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는 정치적, 종교적 대립이 심한 도시로 오랫동안 테러와 폭력 사태의 중심지였다. 이에 영국에서 비자를 연장할 때 관련 서류에는 벨파스트에 갔다 온 적이 있냐는 질문이 꼭 들어있다. 아일랜드공화국군(IRA, Irish Republican Army)은 남북 아일랜드의 통일을 목표로 오랜 시간 동안 무장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필자가 영국에서 학부를 다니던 1990년대에는 IRA의 폭탄 테러가 런던에서 종종 발생했다. 이에 지하철역이 폐쇄되어 수업 시간에 지각하는 등 곤란을 겪은 기억이 난다. 영국이란 나라의 명칭 정리를 했으니 이제 다시 스포츠 이야기로 돌아가자. 영국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 하나를 포함해 총 15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순위 36위에 그친다. 하계올림픽 사상 최악의 성적에 영국은 충격을 받았다. 이에 영국 정부는 국영 복권(National Lottery) 수익의 일부를 엘리트 스포츠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영국올림픽조직위원회(BOA)도 옛 영광을 되찾으려는 자국 대표팀에 1999년 Team GB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새 이름은 BOA의 마케팅 전략으로 탄생한 하나의 브랜드이기도 했다. Team GB는 기존의 ‘Great Britain Olympic Team’이라는 길고 복잡한 말에서 탈피해 심플하면서도 강력한 이미지를 주었다. 또한 여러 종목의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통합하는 데도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Team GB에는 수영이나 사이클팀 같은 각각의 팀은 존재하지 않고, 하나의 팀만 존재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북아일랜드의 일부 정치인들은 이러한 명칭에 문제를 제기한다. GB에는 북아일랜드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Team UK’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BOA는 그러한 이름 사용을 거부한다. 이유가 있다. 영국올림픽대표팀은 왕실보호령(Crown dependencies: 채널 제도의 2개의 섬과 맨 섬으로 이루어진다)과 해외영토(British Overseas Territories: 영국의 14개 해외영토 중에서 독자적인 국가올림픽위원회를 가지고 있는 브리티시 버진 아일랜드, 버뮤다와 케이만 아일랜드만 영국대표팀에 참여하지 않는다)에서도 선수 선발을 할 수 있으나, 이들 지역은 UK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Team GB나 Team UK 모두 어차피 영국올림픽대표팀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울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등록된 영국의 나라 코드는 GBR이고, Team GB는 이미 영국 국민의 마음속에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런 이유로 Team GB라는 명칭을 계속 쓰자는 것이 BOA의 주장이다. Team GB는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를 획득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이후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Team GB는 하계올림픽 스포츠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5.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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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땅벌’ 한국 하키, 도쿄올림픽 못 간다

1980년대 한국 여자하키 대표팀은 ‘붉은 땅벌’로 불렸다. 태릉선수촌 하키장에 인조잔디가 깔린 게 85년쯤인데, 여자하키팀은 그 전까지 붉은 유니폼을 입고 맨땅에서 먼지를 풀풀 날리며 뛰었다. 그 모습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붉은 땅벌’은 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서독, 캐나다, 영국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까지 경기장을 찾은 결승전에서 호주에 0-2로 져 아쉽게 은메달로 마쳤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또 한 번 은메달 신화를 썼다. 한국 남자하키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정말 극적인 메달 획득이었다. 준결승전 상대는 올림픽 금메달 3회의 강호 파키스탄. 그런 파키스탄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육탄방어를 펼친 한국 선수들에게 “자살특공대 같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네덜란드와 결승전에서 1-3으로 끌려가다 3-3으로 쫓아갔다. 아쉽게 승부치기(페널티 스트로크) 끝에 졌다. 얼굴부터 발목까지 까맣게 그을린 채 스틱을 들고 필드를 누비는 하키선수들은 감동 그 자체였다. 온 국민이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한국 남녀 하키는 1986년 서울 대회 이래 아시안게임에서 9개의 금메달을 쏟아냈다. 중국과 일본에서 앞다퉈 한국 지도자를 모셔갔다. 한국 하키의 전성시대가 2000년대 초까지 펼쳐졌다. 하지만 다 옛날이야기다. 내년 도쿄 올림픽에 한국 하키는 없다. 남녀 모두 최종예선에서 탈락했다. 특히 여자하키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을 추진했다. 여자 대표팀(세계 11위)은 지난달 26, 27일 스페인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홈팀 스페인(7위)에 1, 2차전 합계 1-4로 졌다. 1988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진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막을 내렸다. 남자대표팀(세계 16위)도 2, 3일 뉴질랜드에서 열린 최종예선에서 1, 2차전 합계 2-6으로 홈팀 뉴질랜드(9위)에 올림픽 본선 티켓을 넘겨줬다. 2016년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 무산이다. 도쿄 올림픽 하키 출전국은 남녀 각각 12개국이다. 대륙별 챔피언 5개국이 본선에 직행했고, 5개국을 뺀 랭킹 상위 14개국이 일대일로 맞붙어 남은 7개국을 가린다. 상위 랭커의 홈에서 2연전을 치른다. 현재 여자하키 아프리카 챔피언 남아공의 올림픽 출전 포기 얘기가 나온다. 이 경우 차순위 팀 한국에 기회가 올 수 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한국 남녀하키가 올림픽 본선에 함께 진출하지 못하는 건 1984년 LA 올림픽 이후 36년 만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0년 만에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어쩌다 한국 하키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신석교 남자 대표팀 감독은 “한국은 올림픽 1차 예선을 3위로 통과했다. 그런데 막상 최종예선에서 뉴질랜드를 상대해 보니 전혀 다른 (강한) 팀이었다. 국제하키연맹(FIH) 프로리그에 출전해 강팀과 대결하면서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FIH프로리그는 1~6월 8~9개국이 출전하는 대회다. 한국은 남녀 모두 참가하지 못했다. 심지어 남녀 모두 8월 도쿄올림픽 프레대회 출전까지 포기했다. 하키계에서는 “(대한하키)협회 재정이 바닥나, 항공료와 체재비가 부담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한국 하키는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 초청장이 와도 선뜻 나가지 못하고 있다. 협회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올 4월 취임한 강동훈 협회장(로그인렌트카 대표)은 “프레올림픽에 불참한 건 경비 때문이 아니다. 다른 나라가 오지 않아 우리를 뒤늦게 초청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우리는 이미 1년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며 “올림픽 최종예선을 앞두고 남자는 네덜란드, 여자는 아일랜드에서 각각 전지 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선수는 태극마크에 시큰둥해 뽑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재정 지원을 좀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남녀 대표팀 모두 코칭스태프는 각각 감독과 코치 2명뿐이다. 골키퍼 전담 코치조차 없다. 유럽 강팀들은 전담 스태프까지 8~10명이나 대표팀에 붙는다. 저변도 좁다. 국내 실업팀은 남자 5개, 여자 6개뿐이다. 등록 선수는 학생과 성인을 합쳐 1250명, 그중 실업선수는 220명에 불과하다. 박신흠 협회 사무처장은 “이번 올림픽 예선만이 아니라, (부진은) 세계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게 누적된 거다. 뉴질랜드는 등록 선수가 4만5000명(한국의 36배)이 넘는다. 우리는 1990년대 3500명 선에서 현재 절반으로 줄었다. 하키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도 올림픽 예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1가정 1자녀 시대에 비인기 종목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임계숙 여자대표팀 감독은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협회는 21일 경기력 향상위원회를 연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19.11.20 08:30
야구

ML 메모리얼데이 행사, KBO에선 왜 어렵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활약 중인 강정호(29)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와 원정 경기에 4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안타 하나와 1타점을 기록했다. 0-0으로 맞선 1회 2사 2루 기회에서 선제 1타점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피츠버그는 7-0으로 승리해 강정호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강정호가 착용한 유니폼과 모자는 평소와 달랐다. 모자에는 군복에 사용되는 얼룩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유니폼도 팀 로고와 선수 이름 부분이 얼룩무늬로 처리됐다.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는 같은 날 홈에서 샌디에이고를 맞아 8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폭발시켰다. 이대호도 강정호와 마찬가지로 얼룩무늬 모자와 유니폼을 착용했다. 피츠버그와 시애틀 뿐 아니라 모든 구단들이 이날 얼룩무늬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했다.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지정된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메이저리그는 메모리얼 데이 외에도 전 구단이 함께 하는 기념일이 여럿 있다. 3월 17일 성 패트릭 데이(St. Patrick's Day)를 비롯해, 4월 15일 재키 로빈슨 데이(Jackie Robinson Day), 5월 둘째 주 일요일 어머니의 날(Mother's Day), 6월 셋째 주 일요일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을 함께 기념한다. 선수들은 성 패트릭 데이 경기에서 초록색 모자와 유니폼을 착용한다. 초록색은 아일랜드에 처음 그리스도교를 전파한 인물이자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성 패트릭을 상징한다. 4월 15일 모든 선수는 20세기 최초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의 백 넘버 42번을 달고 뛴다.분홍색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어머니의 날에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는 핑크빛으로 물든다. 선수들이 사용한 분홍색 장비는 경기 후 경매에 부쳐져 유방암 퇴치 사업에 쓰인다. 선수들은 자신의 어머니를 야구장에 초청하는 행사도 갖는다.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지정된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는 한국의 현충일과 비슷하다. 남북전쟁 당시 희생된 전사자들을 기리는 기념일로, 이날 모든 선수들은 밀리터리룩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다. 경기 후 사용된 물품은 경매에서 팔리며, 대금은 미국 보훈청 등에 기부된다. 현역 또는 전역 군인들이 구장을 찾아 시구를 하는 등 여러 식전 행사를 갖는다.한국의 국가 공휴일 가운데 프로야구 일정에 속한 기념일이 있다. 어린이날(5월 5일) 석가탄신일(5월 6일) 현충일(6월 6일) 광복절(8월 15일) 추석(음력 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이다.하지만 KBO리그에서 국가 공휴일에 달라지는 건 경기 시작 시간 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주중이라도 휴일 경기 시간이 적용된다. 10개 구단이 함께 기념일의 뜻을 새기는 행사는 없다. 구단마다 이벤트를 여는 어린이날 정도가 예외다. 메이저리그처럼 현충일에 밀리터리 유니폼을 전 구단이 착용한다면 뜻깊은 일이 될 수 있다. 국가 공휴일은 아니지만, 어버이날도 기념할 만한 날이다. 선수가 팬 부모를 초청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케팅 요소로도 훌륭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프로야구가 한국 대표 스포츠인 만큼 전 국민이 함께 하는 기념일에 동참하는 것을 고려할 때가 됐다.KBO 관계자는 "기념일과 관련해 10개 구단 통합 마케팅을 추진하려고 시도 중"이라며 "구단별 마케팅 계획이 세워져있기 때문에 조정이 쉽지 않다. 함께 기념일의 의미를 새기자는 의견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메이저리그는 하나의 업체가 30개 구단의 용품을 담당한다. 그러나 KBO리그는 구단별 용품 제작업체가 전부 다르다. 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다. 향후 구단 마케팅 부서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겠다"고 덧붙였다.KBO리그 통합 마케팅은 어렵지만, 구단별 행사는 준비돼 있다.롯데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2016시즌 새 밀리터리 유니폼을 출시했다. 선수단은 6월 5·28일 홈 경기에서 새로운 밀러터리 유니폼을 착용한다. 밀리터리 티셔츠, 밀리터리 모자도 함께 판매된다. 한화는 6월 10·25일 밀리터리 용품을 착용하고 현충일과 6·25 전쟁 희생자를 기린다. 유병민 기자 2016.06.02 06:00
야구

프로야구, 현충일 기념 유니폼은 없는 이유

LA 다저스 류현진은 지난 27일(한국시간) 홈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그가 착용한 유니폼과 모자는 평소와 달랐다. 챙을 제외한 모자 전부분이 군복에 사용되는 얼룩 무늬로 덮혀 있었다. 유니폼은 팀 로고와 이름, 번호가 얼룩 무늬로 수 놓여 있었다. LA 다저스 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들이 이날 얼룩무늬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했다.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지정된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메이저리그가 함께 하는 대표적 국가 기념일메이저리그는 메모리얼 데이 외에도 전 구단이 함께하는 기념일이 여럿 있다. 3월 17일 성 패트릭 데이(St. Patrick's Day)를 비롯해 4월 15일 재키 로빈슨 데이 (Jackie Robinson Day), 5월 둘째 주 일요일 어머니의 날(Mother's Day), 6월 셋째 주 일요일 아버지의 날(Father's Day)가 그것이다. 전국민이 함께 하는 기념일에 메이저리그도 동참한다는 뜻이다.성 패트릭 데이는 아일랜드에 처음 그리스도교를 전파한 인물이자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성 패트릭을 기념하는 축제이다. 아일랜드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계 주민들이 많이 사는 영국, 캐나다, 미국 등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린다. 미국 내에서는 아일랜드계가 많이 거주하는 동부지역에서 성대한 축제가 개최된다. 사람들은 성 패트릭의 상징색인 초록색으로 된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착용한다. 메이저리그 역시 이에 동참하기 위해 시범경기 기간인 이날 초록색 모자와 유니폼을 착용한다. 메이저리그 전 선수들은 4월15일 똑같은 번호를 달고 경기에 나선다. 메이저리그 20세기 최초 흑인선수인 재키 로빈슨의 번호 42번을 달고 뛴다. 로빈슨은 LA 다저스의 전신인 브루클린 다저스에서 활약했다. 원래 흑인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지만, 1887년 시카고 화이트 삭스 구단주이자 스타 선수인 캡 앤슨이 흑인선수들을 쫓아냈다. 이후 흑인선수는 리그 참여가 불가했다. 하지만 60년 뒤인 1947년 로빈슨이 이를 깨트리며 흑인선수의 리그 참가를 이끌었다. 미국에서 5월 둘째 주 일요일은 어머니의 날이다. 이날 자녀들은 어머니에게 분홍색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뜻에 동참하고자 분홍색 장비를 사용한다. 경기 후 분홍색 장비들은 경매로 부쳐 수익금은 유방암 퇴치 사업에 쓰인다. 선수들은 경기장에 자신의 어머니를 초청하는 행사도 갖는다. 류현진도 지난해 모친 박승순 씨를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6월 셋째 주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이다. 명칭은 아버지의 날이지만,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모든 남성들을 위한 날로 기념된다. 어머니의 날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은 아버지를 구장에 초청해 다양한 식전행사를 갖는다.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지정된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는 우리나라의 현충일과 비슷하다. 남북전쟁 당시 희생된 전사자들을 기리는 기념일로 이날 모든 선수들은 밀리터리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다. 경기 후 사용된 물품은 경매에 부쳐 미국 보훈청 등에 기부한다. 현역 또는 전역 군인들이 구장을 찾아 시구를 하는 등 여러 식전행사를 갖는다. ◇국내 프로야구, 기념일 함께 할 방법은?우리나라가 법으로 지정한 국가 공휴일은 11개이다. 이 가운데 프로야구 일정에 속한 기념일은 어린이날(5월5일) 석가탄신일(5월6일) 현충일(6월6일) 광복절(8월15일) 추석(음력 8월15일) 개천절(10월3일) 한글날(10월9일) 이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에서 국가 기념일로 인해 달라지는 건 휴일 경기 시간이 적용되는 것 뿐이다. 전 구단이 함께 기념일의 뜻을 되새겨보는 행사는 갖지 않고 있다. 어린이날 잠실라이벌 LG-두산이 맞붙는 전통이 있지만, 어린이날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있다. 전 구단이 함께하는 국가 기념일 행사가 없는 것을 두고 팬들은 '아쉽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기념일 행사를 구단이 별도로 진행하는 경우는 있다. 대표적인 구단이 롯데로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현충일과 한국 전쟁 발발일인 6월25일에 밀리터리 유니폼 착용 행사를 실시했다. 2011~2012시즌 구단 사정상 유니폼 착용 행사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현충일 다시 밀리터리 유니폼 착용행사가 부활했다. 올해도 두 차례 착용이 예정돼 있다. 롯데 관계자는 "구단 전통행사로 자리 잡기 위해 올해도 실시한다. 호국영령들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NC는 매달 마지막주 일요일에 '주니어 다이노스 데이'를 개최한다. 이날 어린이들을 위한 캐치볼과 구장 투어가 실시되며, 별도 선발된 어린이는 배트보이와 장내 아나운서를 경험하게 된다. 선수들의 유니폼도 달라진다. 다이노스 로고 위에 'Jr'이라는 마크가 붙는다. 색상 역시 기존 하얀색이 아닌 산뜻한 하늘색 유니폼으로 바뀐다. 구단 관계자는 "주니어 다이노스 데이가 어린이 팬들에게 인기가 좋다. 앞으로 프로그램을 더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단들 각자 어린이 팬을 위한 행사를 여는 것이 전부다.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처럼 현충일 또는 6.25 발발일에 밀리터리 유니폼을 전 구단이 착용한다면 뜻깊은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 공휴일은 아니지만 어버이날도 기념일 행사가 가능하다. 선수단 부모를 초청해 다양한 이벤트를 갖는다면 이 역시 어버이날의 뜻을 되새겨 볼 수 있게 된다. "마케팅적 요소로도 훌륭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프로야구가 국내 대표 스포츠인 만큼 전 국민이 함께 하는 기념일에 동참하는 것을 고려해 볼 때가 됐다. 유병민 기자 yuballs@joongang.co.kr사진=신현식 미주중앙일보 기자 2014.05.28 17:59
스포츠일반

서핑하러 갔다가 고래와 숨바꼭질

휘슬러리조트가 산악 지형을 이용한 아웃도어 레포츠 천국이라면 밴쿠버와 태평양 사이에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밴쿠버 아일랜드는 해양 레포츠와 휴양에 적합한 곳이다. 섬이라고 하지만 면적이 남한의 3분의 1이나 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주도인 빅토리아가 섬 남쪽 끝에 자리하고 있으며, 섬 중간 서쪽 끝에는 캐나다 최초의 해양국립공원인 퍼시픽 림 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토피노가 있다. 캐나다 최고의 해양 휴양지로 알려진 토피노는 활처럼 길게 휘어지며 섬에서 튀어나온 반도 끝에 자리한 인구 7000명의 작은 어촌마을이다. 지난 달 말 미국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리안 레이놀드가 결혼한 곳이기도 하다. 레이놀드의 고향이 토피노이며, 그의 형이 현재 토피노 경찰로 근무중이라는 것이 마을 주민의 설명이다. 여름이면 휴가를 즐기는 피서객으로 붐비는 토피노는 요즘 파도와 어울리는 서퍼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잔잔했던 파도가 점점 높이를 더해가면서 겨울이면 정점에 이르기 때문에 토피노 최대의 해수욕장인 롱비치에 가면 수 백 명의 서퍼가 추위에도 아랑곳않고 파도와 싸우는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지난 주말 비를 동반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는데도 수십 명의 서퍼들이 파도를 넘나들며 젊음을 과시하고 있었다. 토피노에서는 또 ‘씨 사파리’라 불리는 해양 생태관광이 인기다. 10~20m 길이의 작은 배를 타고 떠나는 씨 사파리는 고래가 수면을 오르내리며 숨바꼭질을 하거나 흑곰이 바닷가에서 돌을 걷어내며 게·조개류 등을 잡아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래나 흑곰 관찰은 소요시간이 각각 2~3시간이며 가격은 각각 79캐나다달러이다. 숙박은 토피노에는 바닷가를 따라 세워진 호텔을 이용하면 된다. 숲 속에 독립된 별장식 목조건물로 우리나라 콘도미니엄처럼 간단한 조리도 가능한 곳이 있는가 하면 숙박 전용 호텔도 있다.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가볍게 들를 만한 곳으로는 빅토리아 인근에 자리한 부차트가든을 꼽을 수 있다. 100여년 전까지 석회석 광산이었던 지역에 장미정원 등 네 가지 테마로 조성된 정원은 거의 평지로 이뤄져 돌아보는 데 전혀 부담이 없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정원은 일년에 100만 명 이상이 찾으면서 빅토리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관광청 한국사무소(www.hellobc.com·02-777-1977). 밴쿠버 아일랜드(캐나다)=글·사진 박상언 기자 2008.10.07 11:33
스포츠일반

[권철의 새벽 조교 이야기]48조 대한민국 혈통 덕풍, 아줌마 파워 기대

오는 9일 치러지는 뚝섬배 대상 경주의 출전 마필들이 분주히 오가는 가운데 각 마방마다 상금 벌이를 위한 마무리 조교가 한창인 새벽이었다. 1조 초원의꿈은 직전 경주의 상승세로 자신감이 넘쳐 보였고 2조 리더스는 이정선 기수가 강력히 조교해 상태가 오름세였다. 지난주 아일랜드피버가 아쉬운 2착에 그친 탓에 성공신화가 화랑후예와 강력한 병합 조교로 전력을 다지며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도 역력했다. 11조 서해번쩍은 강력한 습보시 진정 `번쩍번쩍`거리고 있었고, 12조 과천황태자는 호전세로 상태가 좋아 보였다. 13조 몬스터II는 2주간 강한 조교로 정성이 담뿍 담겼고, 17조 청운방은 고려방의 폐마 때문인지 연신 담금질을 하는 모습이었다. 20조 봉시화발과 영웅호령은 지구력 보강을 위해 강하게 놓아주며 조교했고, 21조 올라윈은 박수홍 기수가 열심히 조교하는데 최봉주 기수가 그 모습을 보고 "그 말 변마인데 뭐 그리 열심히 조교하냐?"라며 농을 던지자 박수홍 기수는 두고 보자며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기 할 일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25조 퍼시픽드림은 조교사가 애지중지하고 있었고, 27조 뉴타이거는 이기회 기수가 애인 다루듯 소중히 조련했다. 29조 남북회담은 원형 트랙에서 연신 조마삭 운동으로 땀을 뺀 후 주로에서 가볍게 놓아주며 제대로 된 훈련을 마치고 있었다. 31조 이터널챔피언은 매우 좋은 가능성을 보여주며 당당한 모습이었고, 35조 효자는 지난주부터 연인과 조교하며 조교 강도를 올렸다. 39조 신청파는 보위와 강력한 병합 조교시 밀리지 않고 40조 기쁨주고파.나도함께.대승전개는 2주간 강한 조교를 해 이번주에 주기를 맞춘 마필들이다. 41조 콜즈웨이저도 꾸준했고, 42조 사운드호크는 제대로 조교하며 나아진 컨디션이라 기대감을 보였다. 43조 사일런스로즈도 분명 쓸 만한 처자로 보이고, 45조 데인저러스오프닝도 좋아진 듯 보인다. 48조 덕풍은 주체 못할 정도로 힘이 차서 제어 불량인 마필인데 가고 싶은 만큼 잘 놔주면 생각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줄 노련한 대한민국 혈통으로 말 그대로 아줌마의 파워도 기대 가능할 것이다. 49조 당대제왕은 전 경주에서 급격한 신장세를 보인 녀석으로 한창 전성기 기량의 청년기 시절을 보내는 중이다. 한 수 위 등급 마필들과 승부를 볼 것인지, 비겁하게 꼬리를 내릴 것인지가 관건일 정도로 능력은 우수한 마방 기대주로 여겨진다. 50조 사이렌은 김동철 기수가 열심히 조교해 앞에서 열심히 내달리면 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고, 53조 라이트닝터카도 호전세였다. 54조 발레리노는 멋진 자태가 일품인 마필인데 주위를 지나는 암말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중요한 것(?)은 없어 서운해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경주마야 잘만 달리면 그만 아닌가? 조교 전문가(ARS 060-707-6808) 2006.03.3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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