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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통과한 값진 성적…베이징에서 흘린 눈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은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메달 획득을 떠나 저마다 사연 속에 아픔을 견뎌냈기에 더 값진 눈물이었다. 김보름은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5위(8분 16초 15)를 차지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보름은 이번에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마음만은 더 따뜻해졌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그는 팀 추월 경기 도중 같은 팀 동료 노선영을 따돌렸다는 '왕따 주행' 의혹으로 비난에 직면했다. 이후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획득하고 링크 위에서 큰절을 하며 국민들에 고개를 숙였지만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팬들의 응원에 대한 질문에 울먹이며 "가장 두려웠던 것은 다시 사람들에게 제가 부각되고,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었다"며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힘이 됐다. 응원이 없었다면 5위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올림픽 때마다 눈물 흘리는 모습밖에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이제 밝게 웃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평창 올림픽 직후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왕따 주행'은 사실은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 또 이번 대회 기간 노선영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까지 얻어 김보름은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쇼트트랙 최민정은 1000m 은메달을 따낸 뒤 울음을 터뜨렸다. 스스로도 "이렇게 많이 울 줄 몰랐다"고 했을 만큼 '폭풍 오열'에 가까웠다. 앞서 열린 혼성 계주에서 2000m에서 노메달에 그쳤고, 500m에서는 미끄러져 넘어졌다. 1000m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최민정이 심석희와 충돌해 넘어진 종목이다. 이후 심석희가 고의로 최민정과 부딪힌 것인지를 두고 법정 공방까지 벌어졌고, 또한 심석희가 최민정을 비롯한 동료를 험담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최민정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준비 과정이 되게 힘들었는데 그 힘든 시간이 은메달이라는 결과로 나와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린 것 같다"며 "평창 때는 (2관왕에 올라) 마냥 기뻤는데, 이번엔 많은 감정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최민정은 계주 3000m 은메달, 개인 1500m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은 스웨덴에 져 4강행 진출이 좌절된 뒤 5명 모두 눈물을 쏟았다. 평창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낸 후 지도자 갑질 파문을 폭로했다. 감사 결과 전임 지도자에게 영구 제명 징계가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컸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태극마크를 내놓기도 했다. 한동안 무적 신세로 지낸 팀 킴은 소속팀(강릉시청)을 새로 찾았다. 이후 베이징행 티켓을 마지막 10번째로 따내 극적으로 올림픽에 합류했지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김영미는 "(평창 대회 이후) 우리에게 많은 일도 있었다. 그만큼 더 재기에 성공하고 싶었다"며 "이게 끝이 아니고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다"고 말했다. 막내 김초희는 "우리는 앞으로도 쭉 컬링을 할 것이다. 다시 도전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형석 기자 2022.02.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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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라이브]평창 떠나보낸 김보름, 베이징 피날레 장식할까

결전지에서 맞이한 생일. 좋은 기운을 받았다. 그동안 족쇄처럼 심신을 무겁게 만든 일도 떨쳐냈다. 주 종목 출전을 앞둔 김보름(29)이 올림픽 2연속 메달 획득을 노린다. 김보름은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이번 대회 빙상 종목 마지막 메달을 노리고 있다. 김보름은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신설돼 이 종목에서 은메달을 땄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8~19시즌 월드컵에서 종합 1위에 오르며 강자로 나섰다. 현재 메달 전망은 어둡다. 코로나19팬데믹으로 인해 국제대회 출전이 제한됐고, 빙상장마저 닫혔다. 그사이 매스스타트 종목 이해도가 다양해졌고, 더 좋은 레이스를 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김보름은 2021~22시즌 월드컵 종합 랭킹 8위에 그쳤다. 하지만 쇼트트랙 대표팀도 저력을 발휘하며 메달 5개(금2·은3)를 땄다. 빙속 남자 1500m 김민석, 500m 차준환도 평창 대회에 이어 2연속 메달을 땄다. 김보름도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거머쥔 경험이 있는 선수다. 김보름은 지난 6일 선수촌에서 생일을 보냈다. 개인 세 번째 올림픽. 이제 익숙하다. 코로나 정책으로 가동되고 있는 폐쇄 루프 속에서도 마음이 따뜻했다. 짐도 덜어냈다. 김보름은 4년 전, 은메달을 따고도 웃지 못했다. 매스스타트에 앞서 출전한 여자 팀 추월 8강전에서 박지우·노선영과 함께 출전했는데, 노선영이 멀찍이 뒤처진 상황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다. 인터뷰에서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을 보인 탓에 "노선영을 비웃었다"라며 질타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석 달 후, 대한빙상경기연맹 특정감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로 "마지막 바퀴에서 고의로 속도를 높였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보고서를 전했다. 하지만 김보름을 향한 비난 목소리는 여전했다. 4년이 지난 현재, 괴롭힘을 당한 쪽은 김보름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김보름은 그동안 노선영과 소송전을 벌였다. 대학(한국체육대학교) 시절부터 대표팀 생활까지 지속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는 내용이다. 평창 대회 '왕따 주행' 관련 허위 진술로 정신적·물질적 손해도 입어, 위자료도 청구했다. 한창 베이징 대회를 준비하고 있던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김보름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김보름은 이 사실이 알려진 후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평창 올림픽을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제 베이징 대회 레이스만 남았다. 홀가분 한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다. 메달 획득 여부와 상관 없이 최선을 다한다면, 4년 전과 달리 박수받으며 올림픽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김보름은 "평창 대회는 잊었다. '그냥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이다'라는 생각으로 다시 도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2022.02.1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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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논란' 노선영, 김보름에 300만원 위자료 지급 판결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이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왕따 주행' 논란으로 얽혔던 노선영을 상대로 낸 민사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16일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2017년 11월부터 12월까지 후배인 원고에게 랩타임을 빨리 탄다고 폭언, 욕설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2017년 11월 이전에 가해진 폭언은 소멸 시효가 지나 배상 범위에서 제외됐다. 재판부는 "원고·피고와 함께 훈련한 선수들이 일치하게 국가대표 훈련 당시 피고가 원고에게 화를 내며 욕설하는 것을 봤다는 사실확인서를 작성했다"며 "그 내용은 원고의 스케이트 속력에 관한 것으로, '천천히 타면 되잖아 XXX아" 등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름은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8강에 노선영·박지우(강원도청)와 함께 출전했다가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다.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감사를 통해 따돌림은 사실무근이라 발표했지만, 이미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보름은 심리치료까지 받을 정도로 고통을 겪었다. 김보름은 지난 2019년 1월 오히려 자신이 노선영으로부터 훈련 방해, 폭언 등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반박했고 2020년 11월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김보름의 손을 들어줬지만, 일부 승소에 그쳤다. 법원은 노선영의 인터뷰로 피해를 봤다는 김보름 측 주장에 대해서는 인터뷰 내용이 노선영 개인의 의견에 불과하다고 배상에 넣지 않았다. 법원은 "일부 허위 사실은 직접 원고를 언급한 것이 아니라 연맹의 문제점을 제기하거나 피고 입장에서 느낀 것을 다소 과장한 것"이라면서 수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평창 올림픽 당시 여론을 뜨겁게 달궜던 '왕따 주행'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 판단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피고의 허위 인터뷰로 명예가 훼손됐는지에 대해서는, 원고가 피고를 소외시키고 종반부 갑자기 가속하는 비정상적인 주행으로 '왕따 주행'을 했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특정감사 결과 '왕따 주행은 없었다'고 결론지었고, 재판부 역시 같은 의견"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이 사건 경기는 정상적 주행이었고, 오히려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주행순서를 결정하고 선수 간의 간격이 벌어질 때 적절한 조처를 할 지도력의 부재 등으로 초래된 결과"라며 "설령 선수들 사이에 간격이 벌어졌다고 해도 각자의 주행패턴과 속도대로 주행하고, 뒤처진 선수는 최선을 다해 앞 선수를 따라가는 것이 경기 결과에 유리하다고 볼 여지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차승윤 기자 cha.seunyoon@joongang.co.kr 2022.02.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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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우, 아픔 딛고 다시 선 올림픽..."동료들 고마워"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두려웠고, 자신도 믿지 못했다. 하지만 대표팀 동료들의 응원 속에 멘털을 다잡았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국가대표 박지우(24) 얘기다. 박지우는 오는 19일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그는 지난달 열린 전국남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실업부 종합 1위에 올랐다. 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 그는 대표팀 선배 김보름과 함께 이 종목 메달 획득을 노린다. 지난 3일 베이징에 입국한 박지우는 3주째 훈련만 하고 있다. 경기 일정이 대회 막바지에 잡힌 탓에 심신 관리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벌써 귀국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아직 경기를 치르지 못해 아쉽긴 하다. 내가 더 많은 종목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한 탓이다. 19일 경기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매스스타트는 시간이 아닌 점수로 순위를 결정한다. 4·8·12번째 바퀴를 돌 때마다 1~3위 선수에게 각각 5점, 3점, 1점씩 부여한다. 16번째 바퀴이자 결승선을 통과할 때는 1~3위 선수가 각각 60점, 40점, 20점을 얻는다. 4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는 출전 선수 대부분 결승선에서 얻는 점수를 노리기 위해 페이스를 조절한 후 막판에 치고 나섰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초반부터 레이스를 주도하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는 사례가 늘었다. 전략이 중요한 종목. 박지우는 "올 시즌 월드컵을 치르면서 국제대회 경향을 파악했다. (김)보름 언니와 얘기를 나누며 상황에 맞는 전략을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지우는 지난해 여름까지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그는 "불안감이 컸다. '내가 다시 올림픽에 나가도 될까'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다"라고 돌아봤다. 그는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불거진 '왕따 주행' 논란의 당사자다. 팀 추월 8강전에서 팀 선배 노선영이 멀찍이 뒤처진 상황에서 김보름과 함께 결승선을 통과해 '가해자'로 몰렸다. 인터뷰에서 비웃는 듯한 모습을 보인 김보름이 더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박지우도 마음고생이 컸다. 평창 대회 이후 방황하던 박지우를 또래 동료들이 일으켜 세웠다. 박지우는 "지난여름 내내 불안감이 컸다. 4년 전보다 기량이 나아진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재원이, (김)민석이, (김)민선이가 나를 끌어줬다. '한 번은 더 올림픽에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올림픽이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돌아볼 수 있었고, 출전권을 따기 위해 도전했다. 그 친구들이 나에겐 선생님이었다"고 전했다. 김민석은 지난 8일 열린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여자 500m를 치른 김민선도 올림픽 개인 최고 순위(7위)를 남겼다. 동료들의 성과를 진심으로 기뻐한 박지우는 "(정)재원이도 남자 매스스타트를 남겨 두고 싶다. 내 운까지 다 주고 싶다. 그만큼 동료들이 고맙다. 개인 목표는 레이스를 마친 뒤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올림픽 출전만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2022.02.1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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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1~2개? 태극 전사들의 목표는 따로 있다

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않는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극전사들의 목표는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5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대회 G-30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주요 종목 대표 선수들이 참석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회를 향한 각오를 전했다. 한국은 6개 종목에서 60여 명이 선수가 출전할 예정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에서 종합 7위(금 5개·은 8개·동 4개)에 오른 2018 평창 대회 때보다 목표를 낮게 잡았다. 이기흥 회장은 "금메달은 1~2개"라고 했다. 선수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간판선수 심석희의 동료 욕설 및 비하 논란으로 자격정지 징계(2개월)를 받은 쇼트트랙은 전력이 저하됐을 뿐 아니라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는 "코로나 시국 속에서 치러진 (하계) 도쿄올림픽을 보며 '안 좋은 상황에서도 국민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은 오로지 훈련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홍으로 우려를 받는 시선에 대해서는 "대표팀 젊은 선수들은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한다.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훈련에 몰입하더라"라고 전했다. 차세대 여자 쇼트트랙 간판으로 기대받는 이유빈은 "지난해 국제대회를 치르지 못했지만, 올겨울 1~4차 월드컵을 통해 경기 감각이 전체적으로 올라오고 있다"며 각자 세운 목표를 향해 흔들지 않고 나아간다면 더 많은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대표 김보름도 "외부에서 설정한 목표는 선수에게 큰 의미가 없다. 누구나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뛴다. '금메달을 따겠다'는 막연한 생각보다 '내가 흘린 땀만큼 기량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보름은 평창 대회에서 아픔을 겪었다. 여자 팀 추월 8강전에서 팀 동료 노선영이 멀찍이 뒤처진 상태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빙상경기연맹 특별감사 보고서를 발표하며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래도 비난 여론은 여전했다. 김보름은 한동안 스케이트를 신지 못할 만큼 방황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섰고, 개인 세 번째 올림픽에 도전한다. 평창 대회에서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획득한 그는 "현재 외국 선수들의 기량이 2~3년 전보다 향상된 것 같다.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남은 한 달 동안 잘 준비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전했다. 평창 대회에서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하며 컬링 열풍을 일으킨 '팀 킴(강릉시청)'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리드 김선영은 "오히려 (메달 전망이 어두워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고 한 경기씩 치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팀 킴'은 평창 대회 이후 지도자들에게 갑질을 받아왔다고 폭로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소속팀을 찾지 못해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올림픽 자격대회(OQE)에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선영은 "여러 일을 겪으며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준비한 만큼 베이징 대회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진천=안희수 기자 2022.01.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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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딛고 일어선 김보름 "간절한 올림픽 출전, 메달보다 최선"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김보름(28·강원도청)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출사표를 전했다. 한 달 전 입촌한 태릉선수촌에서 한창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김보름은 26일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원주시청을 방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원을 위해 마스크 1만 2000장을 기부했다. 후원품은 원주시 사회 복지 시설과 저소득층 가구에 전해질 예정이다. 김보름은 "2017년부터 기부 활동을 했는데, 소속팀인 강원도청 소재 지역에 방역 물품을 기부하는 게 의미 있을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선행을 위해 잠시 시간을 냈다. 오전부터 훈련을 소화했고, 먼 길을 달려 기부 행사에 참석한 뒤, 바로 밤 훈련 스케줄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김보름은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 대회에 이어 개인 세 번째 올림픽에 도전한다. 그는 지난달 16일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린 SK텔레콤배 제56회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3000m에서 4분 19초 44초에 결승선을 통과, 1위에 오르며 2021~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했다. 오는 11월부터 열리는 월드컵 1~4차 대회 성적에 따라 베이징행 티켓을 거머쥔다. 김보름의 주 종목은 매스스타트. 평창 동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다. 하지만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코로나 펜데믹' 탓에 실전 경기를 많이 소화하지 못했다. 2020년 3월 나선 월드컵 6차 대회가 마지막 국제 대회 출전이었다. 경쟁하는 선수들의 기량과 종목 추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종목 특성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악재를 만난 것. 국내 훈련 여건도 다르지 않았다. 방역 지침에 따라 훈련장이 폐쇄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보름은 상황 탓은 하지 않았다. 그는 "실전 공백은 걱정되지만, 지상 훈련은 꾸준히 했다. 평창 대회 기록보다는 조금 뒤처졌지만,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최근 3년 중 가장 좋은 기록을 낸 점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허리 통증도 잘 관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심적 부담을 안고 나선 재도전이다. 김보름은 평창 올림픽에서 큰 비난을 받았다. 여자 팀 추월 8강전에서 박지우·노선영과 함께 출전했는데, 노선영이 멀찍이 뒤처진 상황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다. 상황을 전하는 인터뷰에서 웃는 듯한 모습을 보인 탓에 질타가 쏟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 5월 대한빙상경기연맹 특정감사 보고서를 통해 "마지막 바퀴에서 고의로 속도를 높였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하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김보름은 한동안 스케이트를 신지 못했다. 김보름은 "스케이트를 다시 탈 수 없을 거 같았다. 하지만 스스로 이겨내야 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을 냈다. (문체부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있었던 논란에 대해) 생각이 날 수밖에 없지만, 그냥 스스로 '괜찮다'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시 일어선 김보름은 2018~19시즌 월드컵에 출전, 매스스타트 종합 1위에 올랐다. 2020년 사대륙선수권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이제 시선을 베이징에 두고 있다. 김보름은 "올림픽이 너무 간절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 개인 세 번째다. 평창 대회에서 바라던 올림픽 메달(은메달)을 획득했지만, 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이다'라는 생각으로 다시 도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보름은 11월 5일 출국, 폴란드·노르웨이·미국·캐나다에서 열리는 월드컵 1~4차 대회를 소화한다. 김보름은 "(경쟁자들의) 기량 파악이 먼저다. 전반적으로 랩타임이 빨라진 추세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적응도 필요할 것 같다"라고 했다. 김보름을 향한 주목도는 평창 올림픽보다 커질 전망이다. 가는 "응원과 관심으로 생각하겠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개인 목표는 명확하다. 후회 없는 레이스. 그는 "메달을 획득하면 좋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임하는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평창 대회처럼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주=안희수 기자 2021.10.27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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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 폭탄발언...이제는 노선영 차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때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왕따 논란'이 재점화 됐다. 대표팀 선배 노선영(30) '왕따' 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빙속선수 김보름(26)이 오히려 노선영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폭언을 듣고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보름은 11일 채널A의 뉴스A LIVE와의 인터뷰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국민과 팬들에게 쌓인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2010년 선수촌에 합류한 이후 (평창올림픽 전까지)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보름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지목한 사람은 노선영이다. 팀추월은 팀원 3명 중 가장 늦게 들어오는 선수의 기록을 측정하는 경기다. 때문에 3명이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하기 마련인데, 평창올림픽 팀추월 준준결승에서는 김보름이 3번째 주자 노선영을 한참 앞서 골인했다. 외신들도 이를 매우 이상한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김보름은 노선영이 멀리 뒤처져 있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또 인터뷰 태도가 노선영을 탓하는 듯 보였다. 이 장면은 노선영이 올림픽 한 달 전 "전명규 빙상연맹 전 부회장 주도로 김보름 등 3명이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했다"고 한 폭로와 맞물려 엄청난 폭발력을 보였다. 국민의 분노는 들불처럼 커져 '김보름의 선수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와대 게시판 청원에 6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경기가 비정상적으로 끝난 점, 김보름 인터뷰 태도가 겸손해 보이지 않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1년 뒤 김보름은 TV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말들을 쏟아냈다. 김보름은 "노선영 선수가 회장배 전국대회 출전하는 기간인 5일 정도, 우리는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을 쉴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훈련했다. (회장배) 대회 출전은 본인의 선택이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같이 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년 전 말하지 못한 건 경기가 남은 경기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보름은 "제가 2010년 겨울 선수촌에 합류했는데 그때부터 올림픽 시즌이 있었던 작년 시즌까지 계속 사실 괴롭힘을 당했다. 예를 들면 코치님이 '한 바퀴를 30초 랩타임으로 타라'라고 하시면 저는 딱 맞춰서 탔다. 그런 날이면 (노선영이)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고 천천히 타라고 그랬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보름은 "저의 훈련을 늘 방해했고. 스케이트 탈 때는 물론 쉬는 시간에 라커룸으로 불러서 그런 적도 많았다. 숙소에서는 방으로 불러 폭언을 한 적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보름은 코치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을 여러 차례 알렸다고 한다. 이에 코치들은 노선영에게 주의를 줬다고 한다. 그때마다 노선영이 "왜 김보름 편만 드느냐"고 따져 흐지부지 됐다는 게 김보름의 주장이다. 김보름의 말이 사실이라면 왕따 논란은 1년 만에 커다란 반전을 맞게 된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것이다. 김보름은 "이미 지난해 문체부 감사 때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다 얘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문체부는 '특정 선수가 경기 종반 의도적으로 가속했다는 의혹, 특정 선수가 고의적으로 속도를 줄였다는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1-3위 격차가 더 벌어지도록 고의로 속도조절을 한 게 아니라는, 즉 '왕따 주행'은 없었다는 뜻이다. 김보름은 "선수간 격차가 커지면 맨 뒤로 처진 선수가 소리를 쳐줬다. 노선영 선수가 다른 경기 때는 그렇게 했지만 올림픽 때 사인을 주지 않았다"며 "노선영 선수와 팀추월에서 7년 동안 호흡을 맞췄지만 매번 (노선영 선수가) 소리로 선두에게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노선영이 3등으로 들어오는) 전략을 쓴 적이 없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보름은 당시 논란이 됐던 이슈들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1년 전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을 때 하지 못했던 말들이다. 이 가운데 특별 훈련과 왕따 주행 논란은 진실과 다르다는 점은 문체부 감사 결과와 일치한다. 다만 김보름이 꾸준히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이 더 필요하다. 노선영은 김보름의 한체대 4년 선배이며, 올림픽 당시 여론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왕따 주행에 대한 진실을 얘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선영은 올림픽 직후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 "당시 상황이 다른 선수였어도 일어났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개개인 선수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을 비껴간 것이다. 노선영은 "(빙상 연맹이) 그 경기는 버리는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신경 쓰고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종목은 별로 집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에게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메달로 노력의 크기를 재단할 수 없다"며 "인식이 바뀐다면 연맹에서도 메달을 딸 선수 위주로 특혜를 주는 일이 없어질 것이고, 그렇게 돼서 모든 선수에게 공평하고 공정한 기회가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승리 지상주의에 매몰된 한국사회에 묵직한 사회 담론을 던진 것이다. 노선영이 이 사회의 피해자일 수 있다. 김보름의 주장대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뀐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둘 다 가해자이며 피해자일 수 있다. 어쨌든 김보름은 1년이 지나 진실을 다시 밝히자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노선영은 "별로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과거에 했던) 내 인터뷰는 거짓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올림픽 이후 노선영은 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의지와 관계 없이 진실게임 2라운드가 시작됐다. 온라인 일간스포츠 2019.01.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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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 "팀추월은 버리는 경기, 메달권 선수에만 혜택 집중"

노선영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불거진 '왕따 논란'의 당사자인 노선영이 "팀추월은 '버리는 경기'였다"며 "메달권 선수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고 주장했다.노선영은 8일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논란이 "개개인 선수의 문제가 아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었던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노선영은 "아무래도 메달 가능성이 큰 종목에 더 신경을 쓰고 집중한다"며 "지원이 적거나 그런 것보다 메달 딸 수 있는 유력 후보 선수들에게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좀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사회가 무조건 메달 딴 선수에게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도 엄청난 노력을 해서 그 자리에 간 것"이라며 "인식이 바뀐다면 연맹에서 메달 딸 수 있는 선수 위주로 특혜를 주는 일이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노선영은 "남아있을 후배들이 더이상 차별받거나 누군가가 특혜받지 않고, 모두에게 공평하고 공정하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노선영이 입장을 밝혔으나 정작 왕따 논란의 이유, 기자회견을 거부한 이유 등에 대한 핵심적인 이야기는 빠졌다는 지적이다. 최용재 기자 2018.03.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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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김보름에게 분노하는가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에 출전한 김보름·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고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해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는 정부가 답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청원은 23일 현재 58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현재까지 최고 기록은 지난해 9월 제기된 아동성폭행범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이다. 3개월에 걸쳐 61만명 5354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빙상연맹과 선수들에 대한 청원이 19일 저녁부터 시작됐고 마감까지 아직 3주 이상이 남은 점을 감안하면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 규모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국민 청원이 민심을 가늠하는 절대적인 잣대는 아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이 사태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 만은 분명하다. 정준영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는 "조두순의 석방을 반대하는 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 배경이다. 이번 사건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공감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고강석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폭발적인 국민 청원은 '정치적 효능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본인들이 목격한 불의에 대해 온라인으로 모이다가 오프라인에서 응축돼 폭발했다. 본인들의 행동을 통해서 설정해둔 목적을 달성한 것을 지난해 '촛불시위'를 통해 느끼게 됐다"며 "'내가 뭔가를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이전에 비해 강해진 것이다. 또 공정과 정의에 대한 기준이 더욱 더 까다로워졌다. 최근의 '미투(me too) 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적 환경과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차별·불공정·부정부패...응축된 사회문제 폭발 김보름(25·강원도청)-박지우(20·한국체대)-노선영(29·콜핑)이 호흡을 맞춘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은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 7위에 그쳤다. 레이스 막판 노선영이 김보름·박지우와 간격이 크게 벌어진 채로 골인했다. 팀 추월에서는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이 팀 기록이 되는데, 앞선 두 선수가 노선영을 뒤에 두고 먼저 들어온 것이다. 급기야 ‘왕따 논란’으로 번졌다. 레이스를 마친 뒤 김보름과 박지우의 인터뷰 태도도 논란이 됐다. 준결승 진출 실패를 노선영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번 사건을 스포츠에서 흔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로 치부하긴 어렵다. 우리 사회에 쌓인 차별·불공정·부정부패·갑질 등에 대한 분노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다. 분노의 역린을 건드렸고,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올림픽에서 일어난 일이라 확산 속도도 빨랐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사회적으로 볼 때도 낙오자, 즉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화가 난 것 같다"며 "마치 노선영을 따돌리는 듯한 김보름과 박지우의 인터뷰가 분노를 촉발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두 선수가 힘을 합쳐 한 선수를 따돌린 것에 국민들이 분노를 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USA투데이는 "왕따(bullying) 스캔들이 평창올림픽을 강타했다"고 평했고, 캐나다 더 글로브 앤드 메일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정희준 교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행사에서 선수들이 나라망신을 시켰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국민들이 18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이상화와 고다리아가 멋진 레이스를 펼친 뒤 서로를 위로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봤다. 다음날 이 선수들이 멋진 올림픽을 망쳐 놓은 것에 대한 괘씸함이 분노로 표출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노선영은 평창올림픽을 코 앞에 두고 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로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노선영은 선수촌에서 퇴촌당한 뒤 "다시는 국가대표가 되지 않겠다. 빙상연맹이 날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훈련장이 달라 팀 추월 훈련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노선영은 출전 선수 가운데 2명이 불참하면서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았다. ━ 멋진 올림픽 망친 것에 대한 분노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에이스로 키우려고 하는 선수와 에이스를 보필하는 선수 사이에서 오는 균열에 대한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며 "스타를 만들고 성적을 내서 메달을 따야 하는데, 그러려면 희생하는 선수가 나올 수밖에 없은 구조다. 이번 사건은 그것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정준영 교수는 "좁게 보면 빙상연맹이 과거부터 아마추어적인 모습들을 보였고, 그게 곪아 터져나왔다"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문제와도 연관이 된다. 공정성의 문제가 원인이 된 것이다. 부당하게 배제되고, 정당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는 점이 분노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진실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김보름과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은 지난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레이스 막판 노선영이 뒤로 빠진 건 사전 약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선영은 인터뷰를 통해 "뒤로 처지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백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냐"고 재반박했다. 그의 말대로 노선영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 '버릇없는 여성' 선입견은 부당 정준영 교수는 "진실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마녀사냥이 될 수 우려도 있다"며 "하지만 이번 사안은 빙상연맹에 뿌리깊은 불신이 배경이다.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택광 교수는 "협회나 체육행정에 대한 문제제기,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에 대한 문제제기로 가야하는데 그저 개인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몰고 가고 있다. 그저 인터뷰에서 보인 버릇없는 말투나 표정에 지나치게 주목하고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선수 개인에 대해 분노가 쏠리는 것이 심히 부당하다. 김보름, 박지우가 남성이었다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버릇없는 여성'이라는 캐릭터의 선입견에 부합하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서희진 건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시대가 바뀌었고, 1020 선수들의 인식도 과거하고 완전히 다르다. 선수들에게 국가주의, 민족주의를 심기에는 개인주의가 심화됐다"며 "다만 국가대표이기 때문에 대표로서의 책임감은 확실히 있어야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국가대표를 선발하고 대회에 출전시키는 대한체육회에서 새로운 세대에 맞는 의식, 행동 양식을 가르치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금 많이 느슨한데, 촘촘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희준 교수는 "평소 문제가 제기됐을 때 여론이 관심을 갖고 뒷받침해줬다면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일간스포츠 2018.02.24 09:48
스포츠일반

인터뷰는 수사가 아니다

지난해 8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한국- 이란전이 치러졌다. 6만 관중이 외치는 "대~한민국!"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경기는 0-0으로 끝났다.이날, 말 한마디로 오천만 한국인의 '적'이 된 선수가 있었다. 대표팀 주장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이다. 인터뷰에서 "경기장 안에서 관중의 함성이 워낙 커서 선수들과 소통이 힘들었다"면서 "소리를 질러도 잘 들리지 않았다. 계속 연습해 왔던 것들을 제대로 펼치지 못해 답답했다"고 얘기했다. 무승부를 관중의 응원 소리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에 대표팀을 응원하던 국민들은 뿔이 났다. 김영권에게 비난이 폭주했고 결국 그는 울먹이며 "나쁜 의도는 없었다. 내 발언에 화난 분들께 죄송하다"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는 특히 그렇다. 습관처럼 경기 소감을 말하고 지나가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마이크 앞에 서서 인터뷰하는 선수 개개인의 말속에는 그 자신은 물론이고 팀이나 지도자, 더 나아가 종목 자체에 대한 방향성이 담겨 있다. 말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펼쳐 놓냐가 중요한 이유다. 나라를 대표해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국가대표'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자신이 뱉는 말 한마디에 얼마나 큰 무게감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경기장 안에서 인생을 펼치는 선수들에게 인터뷰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창구 중 하나다.종종 이 사실을 잊은 듯한 선수들이 보인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의 김보름(25·강원도청)과 박지우(20·한국체대) 얘기다.경기를 마친 뒤에 마지막 주자인 노선영(29·부산 콜핑)에게 화살을 돌리는 듯한 이들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김보름은 "중반까지는 경기를 잘하고 있었지만, 뒤(노선영)에서 우리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조금 아쉽게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앞에 있던' 자신과 박지우는 '뒤따라오던' 노선영과 달리 좋은 기록을 유지했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박지우 역시 "작전 실패다. 한 사람(노선영)이 뒤로 처질 것이라는 걱정을 미리 하긴 했다"면서 "기록을 단축해 보려고 애썼는데, 이렇게까지 격차가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명백하게 한 사람에게 패인을 떠넘겼다. 이게 과연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공식 인터뷰인가. 프랑스 알파인스키대표팀은 '말조심'하지 않은 한 자국 대표 선수 마티외 페브르(26)를 쫓아냈다. "언론을 상대로 팀 정신에 맞지 않은 발언을 했다"는 이유다. 페브르는 18일 남자 대회전에서 7위에 오른 뒤 "상위 7명 안에 프랑스 선수 4명이 포함됐다"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나는 오직 나를 위해 이곳에 경기하러 왔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고 "결과에 넌더리가 난다. 난 월드컵 8위가 최고 성적인 선수다. 기적을 바라지 말라"는 말도 했다. 페브르는 예정됐던 팀 이벤트 출전자 명단에서 제외된 채 불명예스럽게 올림픽을 마쳤다.강릉= 김희선 기자 2018.0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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