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인터뷰]김응용 "마지막 봉사, '죽을 각오'로 출마했다"
김응용(75) 야구학교 총감독은 '마지막'을 강조했다. 그는 "야구 인생 마지막 도전이다.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협회를 바꿔보겠다"고 말했다.김응용 총감독은 이번 통합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선거에 기호 2번으로 출마했다. 2년 전부터 후배 야구인의 출마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내 자리가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그 사이 대한야구협회는 망가졌다. 지난 3월엔 대한체육회 관리 단체로 지정되는 '참사'를 겪었다. 협회 내부에선 고소·고발이 빗발쳤다.6월 3개 단체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 통합하고, 9월 회장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시·도협회 회장 인준 등이 늦어졌다. 협회장 없이 표류했다. 야구인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결국 후배 야구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의 야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지도 모른다. 김응용은 국가대표 선수, 프로야구 사상 최다 우승(10회) 감독, 그리고 최초의 프로야구 감독 출신 구단 사장을 지냈다. 문자 그대로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야구인다. 그에게 출마의 이유를 들었다. -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야구인들로부터 출마 요청을 2년 전부터 받았다. 그러나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거절했다. 그 사이 대한야구협회에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야구협회가 대한체육회 관리 단체로까지 지정되지 않았나.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인으로 '마지막 봉사를 한다'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 협회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봤나."내부적으로 단합이 되지 않았다 사분오열이었다. 그런 가운데 재정은 바닥이 났다. 입시비리 등 아마추어 야구에 사고도 많았다. 아마추어 야구가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리틀야구 선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총체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 횡령·기금 전용 등 사고로 협회 재정 확충이 큰 과제다.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통합 협회 연간 운영비 15억원과 시도 협회 연맹체 등 지원기금 5억원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정 지원을 받을 기업과 단체를 알아보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 마케팅 수익 사업 방안도 고심 중이다. 영화 입장권 가격의 3%는 영화발전기금으로 조성된다. 프로야구 입장료에 아마추어 야구 발전 기금 부과를 추진하려 한다. 사재를 출연할 생각도 있다." - 박상희 전 회장 시절 대한야구협회는 KBO와 대립각을 세웠다. 두 기구 수장들의 사이도 매우 나빴다."중요한 지적이다. KBO와 관계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1월 멕시코에서 열린 U23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팀 단장을 맡았다. 귀국한 뒤 많은 생각을 했다. 선수들 기량이 과거에 비해 떨어져 있었다. KBO와 프로 구단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야구다. 야구의 발전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은 없다고 본다. KBO와 긴밀한 협조를 하겠다. 구단과 많은 대화를 나누겠다." - 통합협회 회장은 행정 능력이 중요하다.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사장으로서의 평가에 대해선 물음표가 따른다."삼성 구단 사장을 7년 동안 했다. 임기를 마친 뒤 고문으로 발령 받아 1년을 더 있었다. 구단 역사상 최장 기간 사장이었다. 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오래) 할 수 있나. 삼성을 최강의 팀으로 만들기 위해 장기 계획을 세웠다. 기초 작업부터 시작해 우승까지 일궜다. 결실을 봤다고 생각한다." - 감독 시절 '군림'의 이미지가 강하다."(손사래를 치며) 이미지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감독 시절 코치와 프런트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했다. 내가 결정한 건 10% 정도에 불과하다. 김성근 감독이 해태 2군 감독으로 온 뒤 놀라더라. '형님이 모든 걸 좌지우지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그럴 뿐이다. 삼성 사장으로 재임할 때도 많은 의견을 수렴했다. 귀를 열고, 많은 의견을 듣겠다. 지금은 소통이 필요하다." - 협회 내부 파벌이 문제로 지적됐다."협회가 망가진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뭉쳐도 될까 말까인데, 만날 싸웠다. 그런 조직에서 어떻게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표팀을 운영하겠는가. 구상한 내용이 있다. 파벌에 치우치지 않겠다. 꼭 필요한 인재를 제외하고,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람은 기용을 자제할 것이다. 나는 정치적인 목적이 없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봉사하겠다는 각오 뿐이다. 오로지 야구 발전을 위해서 뛰겠다." - 프로야구에 또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났다. 아마추어 야구에서 교육의 필요성이 지적된다."아마추어 야구에서 승부조작은 절대 있어서 안된다. 그런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할 것이다. 유소년 팀에서부터 승부조작의 문제와 심각성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준비해 현장에 접목시키겠다." - 출마에 각오가 있다면."'죽을 각오'로 출마한다. 나의 마지막 야구 인생은 여기서 끝난다. 파벌에 치우치지 않고, 투명하게 협회를 운영하겠다. 진심을 다하겠다." - 야구계 대화합, 고교팀 100개·대학팀 40개팀으로 확대 등 공약을 발표했는데."출마 결정이 늦어 준비할 기간이 길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야구계 전반과 생활 체육, 사회인 야구 등 한국야구 현안에 대해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 다소 부족한 감이 있을지라도 실현 가능하고 지킬 수 있는 약속을 정했다." 유병민 기자사진=박세완 기자
2016.11.28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