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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향한 흥미진진 매치업…프로농구 4강 PO '빅뱅'

이제는 4강 플레이오프(PO)다.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진출팀을 가리는 4강 PO가 시작된다. 원주 DB와 부산 KCC가 1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창원 LG와 수원 KT가 이튿날 창원체육관에서 각각 5전 3승제의 4강 PO 서막을 올린다.아무래도 정규리그 1위 DB와 ‘슈퍼팀’ KCC의 맞대결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DB는 올 시즌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는 이른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궈냈다. 나란히 정규리그 국내·외국 선수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이선 알바노와 디드릭 로슨을 비롯해 강상재, 김종규, ‘식스맨상’ 박인웅 등 전력이 워낙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규리그 이후 2주가량 숨을 고르면서 체력 부담도 없다. 정규리그 1위 전력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봄농구를 앞두고 있다.그런데 KCC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서울 SK와의 6강 PO에서 3연승 셧아웃을 통해 4강 PO에 올랐다. 전창진 KCC 감독은 과감한 로테이션을 앞세워 분위기를 단번에 바꿨다. 허웅과 송교창, 최준용, 이승현, 라건아 등 국가대표 라인업을 구축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도 정규리그 5위에 머무르며 구겨졌던 자존심도 세웠다. SK에 3경기 연속 20점 차 안팎의 대승을 거두면서 비로소 ‘슈퍼팀’ 다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DB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전창진 감독과 김주성 DB 감독의 사제 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정규리그 2위 LG와 3위 KT의 맞대결도 흥미진진하다. LG는 2년 연속 정규리그 2위로 4강 PO에 직행했다. 10연승 파죽지세 속 2위를 확정할 만큼 시즌 후반기 기세가 워낙 가파르다. 리바운드왕 아셈 마레이가 지난해 부상 아픔을 딛고 첫 봄농구에 나서는 가운데 양홍석, 이재도와 '신인상' 유기상 등 조직력을 앞세운 단단한 수비력은 LG의 최대 무기다. 조상현 LG 감독으로서는 6강 PO에서 KT에 져 탈락한 ‘쌍둥이 동생’ 조동현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을 대신해 설욕전의 의미도 담았다.모비스를 3승 1패로 제압한 KT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득점상과 베스트5에 오른 패리스 배스가 PO 4경기에서도 변함없이 맹폭을 가한 가운데 허훈과 하윤기 등의 존재감도 워낙 크다. 허훈과 배스를 앞세운 KT의 공격력이 마레이가 버티는 ‘최소 실점 1위’ LG의 방패를 어떻게 공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창과 방패로 압축되는 두 팀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는 한 팀만이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김명석 기자 2024.04.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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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개인상 20년 만에 부활…득점왕·리바운드왕 등 다시 가린다

남자 프로농구에 득점상·리바운드상 등 계량 부문 기록상이 20년 만에 부활한다.KBL은 2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제29기 정기총회 및 제4차 이사회를 열고 2023~24시즌부터 6개 계량 부문 개인상을 재시상키로 했다. 시상 항목은 득점·3점슛·리바운드·어시스트·스틸·블록이다.프로농구 개인상은 지난 2003~04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타이틀 수상을 위한 ‘담합’이 발생한 이후 계량 부문 시상을 모두 없앴다.당시 3점슛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펼치던 문경은과 우지원은 이른바 밀어주기 담합 속 한 경기에 각각 22개, 21개씩 성공시켜 논란이 됐다.3점슛 타이틀을 위해 해당 선수들은 무려 3점슛 42개씩 시도했고, 상대 선수들도 정상적으로 수비를 하지 않아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시 우지원의 득점은 70점, 문경은은 66점이었다.당시 문경은의 소속팀 전자랜드 선수들은 반대로 블록슛 타이틀에 도전하던 상대 선수 김주성을 위해 무모한 골밑 돌파로 답했다. 결국 김주성은 한 경기에 11개의 블록슛을 기록하며 블록슛 타이틀을 품었다.거센 논란이 불거지자 결국 KBL은 그 다음 시즌부터 기록에 따른 개인상을 폐지했다. 이후 KBL 개인 타이틀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나 신인상, 기량발전상, 식스맨상 등 기자단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상만 남았다. 이후 득점 1위, 리바운드 1위 등 기록은 남았으나 시상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정당하게 개인 기록 1위에 오른 후배 선수들도 개인 타이틀은 품지 못했다.20년이 흘러 KBL은 이번 시즌부터 다시 계량 부문 기록상 시상을 부활키로 했다. KBL 관계자는 "선수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마련돼 리그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존 개인상 가운데 수비5걸, 심판상 등은 폐지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흑자를 기록한 제28기 결산과 수원 KT 농구단의 구단주를 김영섭 대표이사 사장으로 변경하는 안을 승인했다. 또 2023~24시즌 대회운영 요강 및 유니폼 규정을 통과시켰다.김명석 기자 2023.09.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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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간 김단비, “KB 우승컵 뺏어와야죠. 그거 재미있잖아요”

2022~23시즌 여자프로농구(WKBL) ‘연봉 퀸’은 아산 우리은행의 김단비(32·1m80㎝)다. 지난 5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인천 신한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전격 이적하면서 총액 4억5000만원(연봉 3억원+수당 1억5000만원)을 받게 됐다. 김단비의 이적은 WKBL 판도를 흔들었다. 지난 시즌 2위 우리은행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박지수가 버틴 청주 KB국민은행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김단비가 가세하면서 다음 시즌 KB와 우리은행의 우승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난 김단비는 마치 신인 시절로 돌아간 듯 훈련하고 있었다. 꼼꼼하기로 소문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김단비의 슛 동작을 보며 잔소리를 했다. 그런데 김단비 표정이 밝았다. 그는 “기분 나쁘냐고요? 전혀요”라며 웃었다. 김단비는 “감독님이 훈련 때마다 기본을 엄청나게 중시하고 강조한다. 오히려 ‘내가 이런 걸 잊고 살았네’라고 생각하게 되더라. 오늘은 ‘레이업 슛을 할 때 림을 보라’는 말을 들었다. 맞다. 어릴 때 배운 건데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단비는 2007~08시즌 데뷔해 15시즌간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김단비는 데뷔 시즌부터 팀의 5시즌 연속 우승을 경험했다. 김단비는 2014~15시즌부터 득점왕 3번, 리바운드왕 2번, 스틸왕 2번, 블록왕 1번을 기록했다. 총 네 차례 베스트5에 올랐다.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 다재다능한 플레이로 ‘여자 르브론’이라 불린다. 최고의 자리에만 있었던 것 같은 김단비는 왜 이적을 선택했을까. 그는 “정체되는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답했다. 김단비의 커리어를 보면, 팀 기록과 개인 기록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데뷔 이후 3시즌 정도는 출전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그리고 팀이 우승과 멀어지면서부터 개인 기록이 크게 좋아졌다. 2020~21시즌부터 두 시즌 동안 코로나19 대유행 등의 영향으로 WKBL은 외국인 선수를 쓰지 않았다. 이 기간 김단비의 개인 기록은 폭발적으로 향상됐고, 신한은행에는 ‘김단비가 전력의 50%’, ‘단비은행’ 같은 수식어가 따라왔다. 김단비는 “내가 공을 잡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고, 득점부터 어시스트까지 모든 걸 다 해야 했다. ‘내가 최고다’라는 자부심이 생기는 게 아니라 뭔가 꾸역꾸역 해내고 있다는 것에 한계가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에 합류해 훈련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그는 “신한은행에서는 나를 중심으로 팀이 돌아간다고들 했는데, 사실 내 마음은 좀 달랐다. 내 득점이 늘어나는 게 신경 쓰여서 득점 기회가 나도 일부러 어시스트를 했다. 새 감독님이 오시면 늘 선수들에게 ‘왜 단비만 쳐다보냐’고 말하는데, 그것도 부담이었다. 반면 우리은행에 오니까 감독님이 나에게 ‘더 공격적으로 해라. 주변에 주려고 하지 말고 네가 득점을 마무리해라’는 말을 해주시더라. 그게 편하고 좋았다”고 했다. 우리은행에는 베테랑 슈터 김정은(35)과 박혜진(32)이 있다. 젊은 가드 박지현(22)도 있다. 김단비는 “외곽에서 득점할 선수가 많기 때문에 내가 포스트 플레이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감독님이 강조하는 수비도 팀에 잘 맞춰갈 것”이라고 했다. 프로 16년 차 김단비에게 ‘발전’에 관해 물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뛰어드는 WKBL 선수들은 대부분 '미완성' 상태로 입단하기 때문에 프로 초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지곤 한다. 프로 초창기에 김단비를 혹독하게 훈련 시켰던 지도자가 현재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둘은 2012년까지 신한은행 코치였다)였다. 김단비는 “진짜 징글징글하게 훈련했다. 그런데 나는 프로에서 처음 언니들과 부딪혔을 때 느낀 게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다. 체력과 피지컬이 있어야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더라”면서 “프로 첫 3년간은 ‘완전한 성인의 몸’을 만드는 시기였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인데, 나는 프로에 데뷔했을 때 체력도 약하고 체격도 호리호리한, 힘없는 스타일이었다. 그냥 좀 빠르고 탄력 좋은 선수에 불과했다. 후배들에게도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첫 5년간 혹독하게 견딘 훈련, 그렇게 만든 체력 덕분에 지금 먹고사는 거”라고 했다. 그러더니 “아, 이렇게 말하면 좀 꼰대인가”라며 웃었다. 김단비는 다가오는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언니, 박혜진, 나까지 다들 30대다. 우리 이렇게 어렵게 만났는데 훈련이 힘들어도 얼굴 찌푸리지 말고 웃으면서 하자고 했다”면서 “아무래도 최고의 센터인 박지수가 있는 KB를 넘어야 우승이 가능하다. 과거 신한은행이 우승하던 시절, 상대가 지레 포기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은행은 KB를 상대하면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다. 계속 부딪히면 승산이 보일 것이다. 강팀을 넘고 우승해야 더 짜릿하다. KB가 가져간 우승컵을 꼭 뺏어오겠다. 실력으로 뺏어오는 거, 정말 재미있지 않나”라며 자신 있게 웃었다. 이은경 기자 2022.07.22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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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리바운드왕은 누가 될까··· '양홍석·김종규·문성곤 3파전'

올 시즌 프로농구(KBL)서 국내 선수 리바운드 3파전이 펼쳐지고 있다. 양홍석(24·수원 KT)과 김종규(30·원주 DB)의 경쟁 구도에 문성곤(28·안양 KGC)이 참여했다. 2020~21시즌 KBL 국내 선수 리바운드 1위는 양홍석이었다. 54경기 평균 6.7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53경기 평균 6.1개를 기록한 송교창(25·전주 KCC)을 눌렀다. 둘은 리바운드 경쟁을 펼치며 2018~19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국내 선수 리바운드 1위를 기록한 김종규의 아성을 깨뜨렸다. 농구 팬들은 양홍석과 송교창의 맞대결을 두고 이른바 ‘송양대전’이라고 불렀다. 똑같은 포워드 포지션에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돌파와 속공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격뿐만 아니라 리바운드에서도 경쟁 구도를 형성해 라이벌 관계에 대한 기대를 더 높였다. 하지만 올 시즌 송교창이 불의의 부상을 당해 ‘송양대전’이 일시 중단됐다. 송교창은 지난달 22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경기 도중 왼쪽 네 번째 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양홍석의 2년 연속 국내 리바운드 1위가 가까이 오는 듯했다. 1m95㎝의 신장을 활용한 양홍석은 서동철 KT 감독의 주문대로 팀 승리를 위한 수비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리바운드에 참여하는 속도가 빠르다. 양홍석이 궂은일까지 도맡자 개인 리바운드에 대한 기록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DB 산성’의 중심을 맡는 김종규는 건재했다. 김철욱(2m02㎝), 윤호영(1m96㎝) 등 높은 신장을 가진 선수들 사이에서도 2m07㎝의 김종규가 버티는 골 밑은 상대 팀이 쉽게 공략하기 어려웠다. 외국인 선수들조차 김종규와 골 밑 싸움에서 밀렸다. 김종규는 양홍석과 국내 리바운드 기록 대결에서 엎치락뒤치락했다. 양홍석과 김종규의 경쟁 구도로 굳어질 뻔했던 흐름에 경쟁자가 생겼다. 리그 최고 수비수로 정평이 난 문성곤이다. 11월 초까지 양홍석과 김종규에 밀려 국내 평균 리바운드 3위에 자리했던 문성곤은 시즌을 치르면서 리바운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30일 현재 경기당 평균 7개(16경기)의 리바운드를 잡아 양홍석(17경기)과 공동 1위에 자리했다. 김종규는 15경기 리바운드 평균 6.4개를 기록 중이다. 1m96㎝의 문성곤은 리바운드보다는 상대 매치업이나 스틸에 능하다. 지난 2015년 데뷔 이후 한 번도 리바운드 부문 시즌 평균 6개를 넘어본 적 없다. 그러나 올 시즌 토종 센터 오세근(2m)이 예전 같지 않은 몸 상태를 보이고 있다. 앞선에서 상대 수비를 막던 문성곤이 골 밑 수비까지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다. 공만 보면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문성곤의 성향이 리바운드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오랫동안 국내 선수 리바운드 상위권 자리는 하승진(2m21㎝·은퇴), 김종규, 오세근 등 정통 센터들이 차지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김종규라는 정통 센터뿐 아니라 포워드 양홍석과 전통 수비수 문성곤이 국내 리바운드 대전에 참여해 농구를 보는 재미가 더해졌다. 김영서 기자 2021.11.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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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가 무적이라고요? 둘이 막으면 되죠”

“리바운드는 키보다 자신감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희 둘, 자신감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에요.”아산 우리은행의 골밑을 책임질 김소니아(28·1m77㎝)와 박지현(21·1m83㎝)을 12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났다. 오는 24일 개막하는 2021~22시즌 여자프로농구 우승 후보는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1m96㎝)가 버티는 KB다. 우리은행은 KB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힌다. 에이스로 도약한 김소니아와 박지현 덕분이다.둘은 지난 시즌 초반 주포 박혜진(31)과 김정은(34)이 부상을 당하면서 주전으로 올라섰다. 김소니아-박지현 콤비는 경기당 평균 35분 이상을 뛰며 평균 32.5득점 10.2리바운드를 합작했다. 여자농구 평균 키로도 리바운드를 잘 잡았다. 포워드 김소니아는 평균 9.9개의 리바운드를 걷어 올려 리그 이 부문 4위. 박지현은 10.4개로 2위에 올랐다. 1위는 단연 박지수(15.2개)였다.든든한 센터가 없었던 우리은행은 둘 덕분에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플레이오프에선 4강 탈락)을 차지했다. 김소니아는 “KB 박지수가 좋은 체격과 실력을 갖췄지만, 넘지 못할 존재는 아니다. 지현이와 힘을 합치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박지현도 “소니아 언니와 콤비 플레이를 기대해달라”며 자신감을 보였다.이번 시즌을 앞두고 베테랑 슈터 박혜진과 김정은이 부상에서 복귀했다. 득점 부담이 줄어든 김소니아와 박지현은 리바운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두 사람은 비시즌 내내 키 1m90㎝의 남자 트레이너를 골밑에서 막는 훈련을 했다. 키가 5~10㎝ 더 큰 남자 고교 농구부와 연습경기도 했다. 지난 8월 도쿄올림픽을 경험한 것도 도움이 됐다. 루마니아계 혼혈인 김소니아는 루마니아 3대3 여자 농구 국가대표로, 박지현은 한국 여자 농구 국가대표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맞붙었다.김소니아와 박지현은 ‘박지수 맞춤식’ 리바운드 전술을 만들었다. 볼이 림을 맞는 순간 김소니아가 박지수에게 달라붙어 몸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박지수가 방해를 받는 사이 박지현이 달려들어 볼을 따내는 방식이다. 박지현은 “지난 시즌 소니아 언니와 리바운드 상황에서 자주 싸웠다. 공만 보면 같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고 감독님이 벤치에서 한숨을 쉬는데 많이 창피했다. 지금은 임무가 달라서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김소니아는 “1990년대 마이클 조던을 도와 미국 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전성기를 이끈 리바운더 데니스 로드맨처럼 되고 싶다. 로드맨은 키가 2m1㎝로 당시 센터의 평균보다 10㎝ 정도 작았다. 그래도 7년 연속 리바운드왕(1991~98년)이 됐다. 나는 ‘여자 로드맨’”이라며 자부심을 보였다.김소니아는 박지수가 골 밑에서 돌아 슛을 시도할 때 달려들어 오펜스 파울(공격자 반칙)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소니아는 남편이자 남자 국가대표 센터 출신 이승준(은퇴)과 1대1 훈련도 했다. 이 과정에서 큰 선수들이 자주 범하는 반칙과 까다로워하는 수비법을 배웠다.김소니아는 “박지수는 ‘BQ(농구 지능)’가 높아서 매번 같은 방법으로 막을 수 없다. 짜증이 날 만큼 끈질긴 수비를 하겠다”고 예고했다.두 사람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경험이 없다. 김소니아는 19세였던 2012년 우리은행에 입단했다. 두 시즌 동안 9경기에 나와서 평균 2.1득점, 1.4리바운드만 기록하고 짐을 쌌다.챔피언결정전에서 활약할 기회가 없었다. 김소니아가 우리은행에 복귀한 2018~19시즌은 7시즌 연속 이어졌던 통합우승(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행진이 멈출 때였다. 프로 3년 차 박지현은 그해 데뷔했다.김소니아는 “올 시즌엔 꼭 챔피언이 돼 보고 싶다. 코트에서 잘하기 위해 평소에도 팀워크를 다져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라커룸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후배들과 웃긴 표정으로 춤추고 노래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도 같이 찍는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선 우승 파티 사진을 올리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박지현은 “팀 언니들은 대부분 여러 차례 우승을 해봤다. 그런데 난 아직 챔피언결정전 경험도 없다. 모두 힘을 합쳐서 우승을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1.10.1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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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은 미정이지만, 허니문은 꼭 도쿄로”

남자농구 전 국가대표 센터 이승준(43·2m 5㎝)과 여자 프로농구(WKBL) 아산 우리은행 포워드 김소니아(28·1m 76㎝)는 농구계 대표 커플이다. 2019년 지인 소개로 만나 서로 첫눈에 반했다. 둘 다 하프 코리언(이승준 미국계, 김소니아 루마니아계)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15년의 나이 차이는 사랑 앞에서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혼인 신고부터 했다. 코로나19로 결혼식은 일단 연기했다. 그런데 해가 바뀌어도 코로나는 잦아들지 않았고, 지난달 예정이던 결혼식을 또 미뤘다. 이번에는 무기한 연기다. 대신 지난달 말 예정에 없던 웨딩 사진을 찍었다. 당분간 떨어져 지내야 하는 김소니아를 위해 이승준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다. 김소니아는 루마니아 여자 3대3 농구 국가대표다. 사진은 김소니아가 도쿄올림픽(7월)을 앞둔 팀 훈련을 위해 루마니아로 출국하기 직전 찍었다. 한국 남자 3대3 농구 국가대표인 이승준은 국내에서 전지 훈련한다. 부부 올림피언을 꿈꾸는 이들은 틈날 때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웨딩 사진을 보며 힘을 얻는다고 한다. 이승준을 전지훈련지인 광주광역시 3대3 대표팀 숙소에서 만났다. 지난달 26일 출국한 김소니아는 전화로 인터뷰했다. 김소니아는 “오빠와 하루 4~5차례 영상 통화한다. 그래도 부족하다. 남편 응원을 받으면 훈련 때 슛이 더 잘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준은 “소니아가 ‘43살에 국가대표가 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열심히 하되 다치지는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아내 눈에는 내가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은 모양”이라며 웃었다. 3대3 농구는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됐다. 농구 코트 절반인 경기장에서 두 팀이 번갈아 공수를 주고받는다. 경기 시간은 10분이며, 21점을 먼저 넣은 팀이 이긴다. 김소니아의 루마니아(세계 5위)는 도쿄올림픽 여자 3대3 농구 금메달 후보다. 최근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세계 랭킹이 좀 떨어졌다. 원래 세계 톱3 팀이다. 우리은행의 2020~21시즌 정규리그 우승 주역 김소니아는 루마니아에서도 핵심 선수다. 키는 큰 편이 아니지만, 미국 프로농구(NBA) ‘전설의 리바운더’인 데니스 로드맨처럼 리바운드와 몸싸움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키 2m 1㎝인 로드맨은 당시 NBA 센터의 평균 키보다 10㎝ 작았지만, 7년 연속 리바운드왕(1991~98년)을 차지했다. 이승준은 김소니아에게 1대1 대결에서 큰 선수를 막는 변칙 기술을 가르쳐줬다. 이승준은 프로농구(KBL) 올스타전 덩크슛 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네 차례 우승했다. ‘빅맨’인 이승준은 자신보다 작은 상대에게 다양한 변칙 수비를 많이 당했다. 그걸 역으로 김소니아에게 알려준 거다. 김소니아는 “내가 로드맨처럼 하면, 동료들이 마이클 조던(1990년대 시카고 불스에서 로드맨과 활약)처럼 득점해줄 거다.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승준은 아직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하지 못했다. 한국(세계 23위)은 26일부터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올림픽 최종예선(20개 팀, 4개 조)에 출전한다. 미국(2위), 벨기에(17위, 이상 27일), 리투아니아(6위), 카자흐스탄(35위, 이상 29일)과 조별예선 B조에 속했다. 전체 3위까지 올림픽에 나간다. 이승준은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농구 은메달)이 가장 큰 국제대회였다. 나이를 고려하면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다.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승준은 쉴 때도 바쁘다. 김소니아 전담 분석관이기 때문이다. 루마니아에서 보낸 김소니아의 훈련 영상을 보며 꼼꼼히 분석하고 보완할 점을 찾아낸다. 이승준은 “미세한 움직임까지 다 보려고 한다. 곁에 있지 못하니 이렇게라도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부부는 평생의 꿈인 올림픽 무대를 함께 밟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소니아는 “올림픽은 어린 시절 꿈이었다. 최고 무대에 남편과 함께 서고 싶다. 결혼식 날짜는 못 정했지만, 허니문 장소는 정했다. 바로 도쿄”라며 웃었다. 이승준은 “허니문은 꼭 아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겠다. 한국이 예선 참가국 중 최약체라지만, 기적을 연출해 아내가 지정한 도쿄(올림픽)에 꼭 가겠다”고 다짐했다. 광주=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1.05.2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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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코치 때 우승, 이젠 감독으로 꿈꾸는 김병철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홈경기장인 고양체육관 1층에 우승 트로피 네 개가 있다. 오리온에서 이 트로피를 모두 들어 올린 이가 딱 한 명 있다. 선수로, 또 코치로 오리온과 함께한 김병철(47) 감독대행이다. 그는 프로 원년인 1997년부터 13시즌 간 오리온에서 뛰었다. 2002년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통합 우승, 2003년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11년 은퇴한 뒤 그의 등 번호 10번은 영구결번됐다. 2013년 오리온 코치를 맡아 2016년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 오리온은 최하위(12승29패)다. 19일 추일승 감독이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사퇴했다. 김병철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승격했다. 20일 고양체육관에서 만난 김 감독대행은 “추 감독님이 ‘무거운 짐을 안겨줘 미안하다. 언젠가는 네가 맡아야 할 자리였다. 너만의 색깔을 입히면 잘할 거고, 그래야 내가 편하게 경기 보러 올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감독님과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추 전 감독은 시즌 중 타임아웃 때 김 코치에게 작전 지시를 맡기기도 했다. 팬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병철이 형이 오리온을 이끌 때가 됐지’라고 적었다. 김병철은 고려대를 졸업한 직후인 1996년 창단 멤버로 대구 동양 오리온스에 합류했다. 인연을 맺은 지 25년 만에 지휘봉을 잡았다. ‘오래 기다렸다’는 얘기에 “코치 경험이 없었다면 앞길이 더 힘들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사실 2003년 자유계약선수(FA)가 됐을 때 다른 팀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창단 멤버의 의리로 남았다. 이젠 회사가 가족처럼 느껴지고, 편의점에 가도 오리온 제품에만 손이 간다”며 웃었다. 대구 동양 시절이던 2001~02시즌, 김병철은 김승현·전희철·마르커스 힉스·라이언 페리맨과 ‘막강’ 베스트 5를 구성했다. 1998~99시즌 대전 현대 베스트 5(이상민·조성원·추승균·조니 맥도웰·재키 존스)와 함께, 프로농구 역대 양대 최강팀으로 꼽힌다. 김 감독대행은 “내가 뛰어서가 아니다. 역대 최강이라 자부한다. 다른 팀이 우리 만나는 걸 겁냈다. 힉스는 맘만 먹으면 뭐든 다했고, 페리맨은 리바운드왕이었다. 공을 잡아 순식간에 속공을 밀고 올라갔다. (김)승현이가 패스를 주면 내가 뛰어가서 3점슛 2~3개를 연속해 꽂았다. 그러면 상대는 전의를 잃었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대행은 선수 시절 3점슛을 1000개 이상 성공했다. 그 감각이 남아 있을까. 궁금하다고 했더니 그는 그 자리에서 5개 던져 모두 성공시켰다. 오리온 슈터 허일영(35)은 “3점슛은 물론, 무빙슛 연습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전했다. 김 감독대행은 “선수 때 3점슛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무빙슛, 미는 슛, 스냅을 이용한 슛 등으로 폼을 계속 바꿨다. (허)일영이는3점슛 타점이 높아졌고, (이)승현이는 대학 시절보다 3점슛 시도가 늘었다. 또 타이밍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여드름 난 앳된 외모로 별명이 ‘플라잉 피터팬’이었다. 김 감독대행은 “고려대 시절, 한 손 레이업을 할 때 체공 시간이 길어 얻은 별명”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 함께 뛰었던 전희철(47) 서울 SK 코치, 현주엽(45) 창원 LG 감독과 지도자로 대결한다. 또 연세대 출신 이상민(48) 서울 삼성 감독, 문경은(49) 서울 SK 감독도 상대한다. ‘대학 시절 연세대가 더 강하지 않았나’ 묻자 그는 “내가 4학년 때 고려대가 전관왕이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김 감독대행은 26일 울산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홈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올 시즌 남은 경기는 13경기. 시즌이 끝나고 나면 ‘대행’ 꼬리표를 뗄 전망이다. 그는 “멀리 보기보다 바로 앞에 놓인 경기를 잘 치르겠다. 선수들을 잘 추스르겠다. 남은 경기를 잘해야 그 분위기가 다음 시즌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창의적이고, 재미있고, 절실한 농구를 하겠다”는 그는 훈련 도중 선수들을 향해 “신나게 해”라고 외쳤다. ‘2001~02시즌을 기대해도 될까’라는 질문에 그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기대해달라”고 대답했다. 고양=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0.02.2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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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0 단독인터뷰]②'25년' 만에 뭉친 연세대 농구 5인방 "최고 권위 대회서 대학생이 우승한 최초 사례"

독수리 5인조의 폭발적 인기는 화려한 외모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외모로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이들은 비주얼과 함께 최고의 실력도 갖췄다. 그렇기에 이런 열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1993~1994시즌 농구대잔치에서 연세대는 정규리그에서 14전 전승을 거뒀고,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20연승을 내달렸다. 그 누구도 연세대의 독주를 막을 수 없었다.상무와 결승 3차전에서 유일하게 1패를 안았고, 4차전에서 다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21승1패. 꽃미남 대학생 오빠들은 역대 최고 승률로 우승컵을 안았다. 서장훈은 리바운드왕과 함께 MVP와 신인상을 독식했다. 문경은은 득점왕, 이상민은 어시스트왕에 올랐다. -농구대잔치 최초의 대학팀 우승을 일궈냈다.서 : 기아랑 대등하게 붙을 수 있는 팀이 연대밖에 없었다. 기아전에서 마지막골을 넣은 사람이 훈이 형이다.문 : 훈이가 드리블 세번인가 네번 쳐서 들어가 골을 넣었어. 훈이가 우리 중에 제일 느린데.우 : 돌려봐도 1.9초 안에 넣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김 : 나도 빨랐어.우 : 기아와 대적할 수 있는 팀이 연대말고는 없었어.문 : 우리가 기아를 잘 이겼어. 기아를 이긴 게 기억에 많이 남지.우 : 4강을 삼성이랑 하고 상무랑 결승에서 했어. 최초로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이 : 아쉬운 건 결승에서 한 번 안 졌으면 전승우승이었는데. 농구대잔치 최초로.문 : 한 번 만 이기면 전승우승이었는데. 아쉬웠지. 정말 아쉬웠어. -화려한 외모와 함께 최고의 실력도 자랑했다.문 : 3학년 때 최희암 감독님이 나보고 장훈이를 데려오래. 다 있는데 센터만 없다면서. 스피드와 높이를 다 갖춘 팀을 생각하셨어. 그런데 정말 장훈이가 운명처럼 왔어. 희철이가 고대가고, 주엽이도 고대를 갔고.서 : 지금 생각하면 우리 5명이 한게 현대 농구에 맞는거야. 그때까지만 해도 가운데가 튼튼해야 이긴다고 빅맨 두 명을 세웠단 말이야. 그게 옛날 농구였어. 우리는 달랐어. 혁신적인 팀이었다니까. 한 팀에 3명의 슈터가 뛰는 팀은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어. 3명 모두 고등학교 때부터 슈터였으니까.우 : 그런 농구를 하는 팀이 없었지. 장훈이가 가운데 있으니까 가능했어. 장훈이 믿고 우리는 공격에 집중했지. 뛰는 농구했고 장점이 많았어. 특히 공격에서 장점이 컸어.서 :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더 많았지. 내가 가운데 있으니까 공격이 수월했어. 우리 슈터들을 상대 빅맨들이 스피드로 못 따라갔으니까. 슛을 자신있게 던졌지. 정말 트렌디한 농구였어. 앞선 농구를 했다는거지.이 : 장훈이가 센터지만 3점슛 능력도 가지고 있었어. 장훈이가 뒤로 나와서 슛도 많이 던졌어. 당시 센터가 외곽슛을 던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지.우 : 장훈이처럼 빅맨이 밖으로 나와서 슛 던지는 게 한국 농구에는 없었어. 당시에는 찬반 논란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 지금 생각해보면 현대 농구랑 더 잘 맞는 것 같아.문 : 3명이 슈터가 아니야. 4명이 슈터지. 상민이도 슈터였어.이 : 나 고등학교 득점왕 출신이야. 그런데 연대에 오니 슈터가 너무 많았어. 나보고는 패스만 하라고 했어. 슛을 쏠 필요도 없었어. 다들 슛도사들이라서.서 : 어떤 종목을 통틀어서 그 나라에서 가장 권위있는 대회에서 대학생이 우승한 최초의 사례였어. 그 뒤로도 없었어. 우리가 실업팀과 세미프로를 이기고 우승한 최초이자 마지막 팀이었어. 이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봐. 이것 때문에 인기도 얻을 수 있었어.문 : 전승으로 우승했어야 했는데. -고려대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문 : 연고전. 이기면 휴가받고 지면 죽는거지. 그것밖에 없었어. 경기를 금요일에 해. 이기면 다음 주 일요일까지 쉴 수 있어. 지면 바로 훈련. 그런데 한 번도 진 적이 없어 훈련은 못해봤어. 사실 고등학교 때 그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뛰어본 적이 없었어. 연고전은 경기장이 꽉 찼어. 4년 동안 이런 경기를 뛴 게 자랑스러워. 졸업하니까 더욱 자랑스럽더라.우 : 연고전 이기면 1년이 편했고, 지면 1년이 힘들었고. 고대는 많이 힘들었겠다.문 : 고대 애들이 우리를 못이겨서 그렇게 얼굴에 여드름 생기고 못생겨지고 그랬지. 하하.이 : 연고전은 나에게 꿈이었어. 중학교 때 장충체육관에서 하는 정기전을 갔는데 관중이 어마어마하게 많은거야. 그 무대에 뛰는 꿈을 가지기 시작했어. 그때는 키도 작았고 농구도 못해서 막연한 꿈이었지. 그런데 정기전을 내가 뛴거야. 첫 경기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했는데 점프도 더 올라가고. 꿈을 이룬거지. 경기는 정말 터프했어. 나 역시 고대에 진 기억이 없다.문 : 연고전은 정말 치열했지. 터프하기도 했고. 최희암 감독님이 작전타임 불러서 '참아, 참아' 이 얘기를 가장 많이 한 것 같아.우 : 형들은 4년 내내 고대에 안 졌잖아. 난 3학년 때 처음 져봤어. 상민이 형과 장훈이가 대표팀으로 빠지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그때 고대에는 주엽이가 있었고 선수 구성이 완벽했어. 차포떼고 하니 쉽지 않았어. 4학년 때도 장훈이가 없었고.서 : 나는 형들과 조금 달라. 정기전을 1학년 때 한 번 출전했어. 2학년 때 국가대표로 빠졌고, 3학년 때는 경기가 안 열렸고. 마지막에는 부상을 당해서 못나갔을 거야. 그래서 연고전보다 농구대잔치 이런 경기가 나에게는 더 중요했던 것 같아. 우리에게 중요한 건 고대가 아니라 농구대잔치 우승이었어. 기아자동차와 경기가 더 중요했어. 우리가 연세대에 시험보고 들어온 것도 아니잖아.문 : 야 나는 시험봤어. 학력고사 봤어.서 : 시험은 나도 봤어.우 : 주엽이 때부터 수능일껄. -라이벌이 고려대가 아니라 문화대통령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분석이 있다.문 : 내가 서태지 팬이었다. 비교도 안 되지.서 : 93년, 94년 연세대 북문 앞에 서태지 씨가 살았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또 우리 형들이 그런 얘기가 나올만큼 팬들이 많았다는 얘기지. 어디를 가도 팬들이 많았어. 팬들이 차를 둘러싸고 그랬으니까. 우리가 막 도망치기도 했어. 옷 찢기고 넘어지고. 우리가 탄 것 처럼 해서 차를 보내고 다른 차를 타고 뒷문으로 간 적도 많아. 최용재·김희선·김지한 기자 ▶3편에 계속… [창간 50 단독인터뷰]①'25년' 만에 뭉친 연세대 농구 5인방 "이상민과 우지원, 누가 더 인기가 많았냐고?"[창간 50 단독인터뷰]③'25년' 만에 뭉친 연세대 농구 5인방 "1994년, 그런 날이 다시 올까요"[연세대 5인방 비하인드] "찬란했던 그때, 함께 추억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2019.09.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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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자랜드 돌풍 주역' 브라운 "나는 농구공 든 쿼터백"

"거한들의 보디체킹이 난무하는 풋볼에 비하면 농구 경기 중 몸싸움은 살짝 긁히는 정도로 느껴져요. 제 자신이 농구공을 든 쿼터백이 됐다고 상상하면 어떤 플레이도 해낼 수 있습니다." '코트 위 쿼터백' 브랜든 브라운(193.9cm)이 올 시즌 농구판을 달구고 있다. 인천 전자랜드는 최근 13시즌 중 10시즌 동안 6위 이하의 성적을 거둔 '만년 중하위권' 팀이다. 이번엔 다르다는 평가다. 전자랜드(10승6위)는 팀당 16경기씩 치른 2017~20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선두 서울 SK에 3경기 뒤진 4위를 기록 중이다. 2위 원주 DB와는 불과 1게임 차.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전자랜드 돌풍은 지난달 대체 선수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브라운으로부터 시작됐다. 개막 후 5경기에서 1승4패로 고전한 전자랜드는 부진했던 외국인 센터 아넷 몰트리(206cm)를 내보내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브라운은 '복덩이'였다. 전자랜드는 브라운 영입 이후 11경기에서 9승2패를 기록 중이다. 브라운은 지난 여름 외국인 드래프트 때 외면 당한 선수였다. 키 193㎝가 넘으면 장신으로 분류하는 한국농구연맹(KBL) 규정 때문이다. 장·단신 외국인 선수 1명씩을 뽑아야 하는 팀들은 센터 포지션을 맡길 선수로 브랜든보다 190cm 후반의 '빅맨'을 선호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놓고 고민하다 브라운을 선택했다. 힘과 탄력을 앞세워 저돌적인 골밑 플레이를 하는 브라운은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11경기를 뛰며 평균 21.4득점(7위) 11.6리바운드(3위) 2스틸(2위) 1.4블록(4위) 등 공수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최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만난 브라운은 사진 촬영을 위해 덩크슛 시범을 보인 뒤 "더 잘 할 수 있으니 한 번만 더 하겠다"며 씩씩거리며 뛰었다. 그는 이후에도 세 차례나 더 덩크를 꽂아넣고서야 만족한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이 정도면 충분할테니, 여기까지만 하겠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한때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린스 지역 고교 최고의 쿼터백으로 이름을 날린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풋볼에서 쿼터백은 공격의 시발점이다. 타고난 강한 어깨와 실력은 물론 경기 흐름을 읽는 냉철한 판단력까지 요구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격이다. 고교 1학년 때까지 쿼터백으로 필드를 누빈 그는 루이지애나 지역 고교 풋볼팀들이 군침을 흘릴 만큼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브라운은 "풋볼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지금쯤 NFL 최고 쿼터백으로 활약 중일 것"이라고 큰 소리쳤다. 그는 "코트에서도 쿼터백처럼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선수가 꿈"이라고 덧붙였다. '지구에서 가장 거친 구기종목'이라는 미식축구를 해서일까. 거침없는 플레이로 상대 골밑을 헤집고 다닌다. 농구 선수치고는 탄탄한 상체를 가져 '슈퍼 탱크'라는 별명도 얻었다. 지난 시즌 서울 삼성에서 뛴 마이클 크레익(188cm·120kg)과 닮은 꼴이다. 크레익 역시 고교 시절 풋볼 선수로 뛰었고, 큰 덩치 덕분에 국내에선 '코트의 포크레인'으로 불렸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리바운드 실력이다. 농구는 '높이'의 스포츠다. 키가 클수록 유리하다. 그런데 브라운은 현재 리바운드 부문 1~5위에 올라있는 선수 중 최단신이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서울 삼성·199cm) 제임스 켈리(창원 LG·197.4cm) 로드 벤슨(DB·206.7cm) 오세근(안양 KGC인삼공사·200cm) 등에 비해 적게는 4cm, 많게는 14cm까지 작다. 그가 리바운드를 건져올릴 수 있는 비결은 압도적인 윙스팬(wing span·양팔을 벌렸을 때 길이) 덕분이다. 긴팔을 타고난 브라운의 윙스팬이 무려 220cm에 달하는 고릴라형 선수다. 국내 선수 중에선 약 10cm 더 큰 이종현(울산 모비스·203cm)과 같은 길이다. '국보급 센터' 서장훈(은퇴·207cm)은 윙스팬 207cm, 하승진(전주 KCC·221cm)은 225cm다. 유도훈 감독은 "브라운은 키가 작지만 윙스팬이 남다르고, 어깨 높이도 (키가 더 큰 동료) 정효근(202cm)보다 더 높다"며 "브라운이 안에서 해주니 포워드진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리바운드 비결을 이렇게 밝혔다. "농구는 신장(height)이 아니라 심장(heart)으로 하는 것이다. 르브론 제임스는 키 203cm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큰 선수들이 득실대는 미프로농구(NBA)에서 가장 뛰어나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불가능은 없다."브라운은 전자랜드 적응을 거의 마쳐가는 중이다. 대표적인 저니맨(journey man·이 팀, 저 팀을 옮겨다니는 선수)인 덕분이다. 2009년 프로 데뷔 후 전자랜드가 20번째 소속팀일 만큼 유럽은 물론 아시아 무대 경험도 풍부하다. 그는 "향수병은 다른 사람 얘기다. 내가 뛰는 곳이 곧 고향"이라면서 "전자랜드 플레이 스타일과 팀 전술에 녹아드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경기력은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인터뷰 말미에 '한국에서 르브론 제임스처럼 되는 것이 목표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득점왕이나 리바운드왕은 시즌이 끝나면 잊혀진다. 내가 지금까지 뛰어온 리그는 모두 그랬다. 하지만 챔피언은 영원하다. 나는 전자랜드와 남들에게 기억될, 챔피언이 되고 싶다." 인천=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17.1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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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띠 스타 인터뷰] 존스 “리바운드-블록슛왕 할래요”

지난 10일 서울 장위동의 우리은행 체육관. '호랑이' 위성우(46)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진 여자 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훈련엔 긴장감이 흘렀다. 정적을 깬 건 "쑤비(수비)! 쑤비(수비)!"라고 외치는 한 외국인 선수의 어눌한 한국말이었다. 동료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악착같이 수비를 쫓아가더니 멋진 블록슛을 성공시켰다. 93년생 센터 존쿠엘 존스(24·198cm)다. "한국에서는 올해가 '치킨(닭)'의 해라면서요. 게다가 마침 저는 '치킨(닭띠)'이고요. 최근에 알았는데 너무 재밌네요. 한국 사람들 말마따나 좋은 예감도 들고요"라며 존스는 긴팔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곤 웃었다.존스는 우리은행에 굴러 들어온 '복덩이'다. 지난 시즌 통합 4연패를 달성하며 '무적'으로 불린 우리은행은 올 시즌만큼은 고전이 예상됐다. 개막을 앞두고 주전 가드 이승아(25)가 임의 탈퇴한 데다 대체자 이은혜(28)도 부상으로 쓰러졋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정규 리그 최우수선수(MVP) 양지희(33)도 부상으로 시즌 초반 빠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시즌 득점 1위 쉐키나 스트릭렌(26·미국)을 대신해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입단한 존스는 올 시즌 최장신이라는 사실 외엔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존스 효과'는 대단했다. 용인 삼성생명과 개막전에서 22득점, 20리바운드를 올리며 돌풍을 예고한 존스는 현재 경기당 평균 리바운드 1위를 비롯해 블록슛 1위, 득점 2위 등 공수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그의 활약에 힘입은 우리은행은 단독 1위를 질주하며 정규 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존스는 "작년에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데뷔했다. 겨우 프로 2년 차에 한국에 와 모든 게 얼떨떨했는데 팀 동료들이 잘 도와준 덕분"이라며 "혼자 힘으로 지금 성적은 꿈도 못 꿨을 거다"고 말했다.존스는 실력은 물론이고 성격까지 좋은 외국인 선수로 유명하다. 정장훈 사무국장은 "존스는 인성이 훌륭한 선수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자세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인구 30만의 북중미 섬나라 바하마 출신인 존스는 어린 시절부터 혼자 지내며 특유의 친화력을 키웠다. 그는 "14세 때 미국 중학교에 스카우트돼 고향을 떠나 홀로 기숙 생활을 했다. 그 이후부터는 줄곧 혼자 살았다"며 "아마 이때부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법을 배운 것 같다. 게다가 8남매(2남 6녀) 중 가운데인 '넘버5(다섯째)'로 지낸 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존스도 처음으로 적응하지 못한 게 있다. 바로 위 감독의 호통이다. 존스는 "처음엔 감독님이 화를 내시는 줄 알고 놀랐다"면서 옆에 서 있던 위 감독의 눈치를 슬쩍 봤다. 이어 "하지만 알고 보니 감독님의 스타일이었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훈련한 덕분에 한 단계 성장한 것을 느낀다"며 웃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닭띠' 존스는 새해 소망을 밝혔다. 그는 "득점왕은 욕심 안 나요. 대신 리바운드왕과 블록슛왕은 꼭 하고 싶어요. 득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리바운드와 블록슛과 같은 궂은일은 팀에 꼭 필요한 일을 했다는 뜻이 잖아요"라며 미소 지었다. 피주영 기자사진=피주영 기자 2017.0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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