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IS 이슈] 좌초된 통합 데이터 사업, 인프라 아닌 '수익' 때문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트래킹 시스템 통합 사업이 결국 결렬됐다. KBO는 트래킹 시스템 통합 사업 경쟁 입찰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최근 밝혔다. KBO는 지난 6월 공개 입찰에서 트랙맨(국내 총판 스포티스틱스)을 우선 협상 업체로 선정, 6개월 가까이 협상을 이어왔으나 결국 계약에 실패했다. 협상 결렬로 KBO리그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 구축에도 상당한 지장이 생겼다. 일단 2023시즌 내 통합 시스템 구축이 불가능해졌다. KBO의 협상 결과에 따라 예산과 인프라를 준비할 예정이었던 구단들도 난감해졌다. KBO는 지난 13일 실무자 회의를 통해 각 구단과 현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금액의 문제는 아니다. 공개 입찰 과정에서 금액은 3년 64억원 규모로 고정돼 있다고 알려졌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협상 진전을 막은 건 트래킹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이견이었다. KBO리그 A구단 관계자는 "KBO가 트래킹 데이터 단독 소유를 원했고, 트랙맨 측은 데이터 공동 소유를 원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과거 트랙맨과, 현재는 호크아이와 계약해 트래킹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한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업체와 데이터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KBO가 소유권에 매달린 이유는 자체 수익 사업 추진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 KBO가 밝힌 사업 추진 이유는 각 구단의 계약 비용 절감 및 팬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 공개였다. 그러나 실제 KBO가 외부에 공개하는 데이터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일 거라고 알려졌다. 오히려 이번 계약으로 중계권과 데이터를 결합, 멤버십 형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 게 목적이었고, 이를 위해 MLB와 달리 단독 소유권을 포기하지 못했다. KBO는 13일 회의에서 "수익권 사업에서 제약이 컸고, 트랙맨 측이 요구하는 수익권이 너무 많았다"고 밝혔다. 단독 소유권 관련해서도 트랙맨 측이 8월에는 인정했는데, 11월에는 이를 거절해 협상이 고착됐다고 해명했다. 통합 데이터 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었다면 KBO와 구단이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구단들은 애초에 수익은 핵심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A구단 관계자는 "KBO는 구체적인 사업 모델도 제시하지 않았고, 구단들은 수익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전력분석 시스템 통합이 핵심"이라고 했다. B구단 관계자도 "사업 전제 계약은 분석 전제보다 운용이 훨씬 어렵다"며 "분석 데이터는 내부에서만 사용하니 전송이 하루 늦더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사업 전제로 계약할 경우 (방송 등 수익 사업과 연결되기 때문에) 데이터가 1초 안에 전송돼야 한다. 지연되면 업체에 패널티가 매겨지고, 배상 규모도 커져 협상 조율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라리 분석 계약과 사업 계약 투 트랙으로 진행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BO의 입장은 다르다. 중계권과 연계된 수익성은 전제조건이고 이번 사업의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중계권과 연계된 데이터 공개도 유의미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KBO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이에 대해 "단독 소유권은 입찰 때부터 전제조건이었다. 업체도 동의하고 협상을 시작했으나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번 사업의 중심은 중계방송에 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중계권 가치를 올리는 일이다. 구단 경영진에도 많이 설명드린 바 있다. 실무진과는 입장이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 기본적으로 KBO의 수익은 모두 구단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석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리그 전체적인 그림도 봐주시면 좋겠다. 중계 품질도 올리고, 팬들도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이 수익 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KBO는 사업을 재추진한다면 2024시즌 시행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 사업이 목표인 만큼 각 구단과 별개로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결렬된 트랙맨 측도 협상에 다시 참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소유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년 협상에도 진통이 따를 가능성이 크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12.15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