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9건
산업

'정의선 리스크 해소', 재벌들 ‘지분 쇼핑’ 길 열렸다

천문학적인 상속세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벌들에게 ‘지분 쇼핑’의 길이 열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너일가의 지분 쇼핑을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법원에서 재벌들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익 편취 리스크’가 해소됐다. 지난 2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가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제재와 관련한 불복 소송에서 승소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고법 행정6-2부는 최 회장과 SK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이 사건은 공정위가 '지배주주의 사업기회 이용'에 제재를 가한 첫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SK는 2017년 1월 반도체 웨이퍼 생산 회사인 LG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한 뒤 같은 해 4월 잔여 지분 49% 가운데 19.6%만 추가 매입했고, 나머지 29.4%는 최 회장이 사들였다.이에 대해 공정위는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가 지주사 SK의 사업기회를 가로챈 것이라고 보고 지난 2021년 12월 최 회장과 SK에 대해 각각 8억원씩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렇지만 최 회장은 당시 SK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은 것은 '사업 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불복 소송을 냈고 승소했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쇼핑과 비슷한 케이스로 정의선 회장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매입이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미국의 로봇 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80% 중에는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에 더해 정 회장의 개인 지분 20%도 포함됐다. 당시 정 회장은 기업 총수로는 드물게 사재 2389억원을 털어서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사들였다. 현대차그룹이 회사 차원에서 20%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었지만 충분한 지배구조 조건을 확보한 상태여서 정 회장에게 기회를 준 셈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신사업을 위한 책임 경영의 일환이다. 3개사 이사회의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당초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총수 개인의 투자가 회사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문제를 삼기 어렵다’며 사익 편취 위법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매입 당시 공식적인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공정위는 SK가 합리적 검토 없이 지분을 양보했고, 결국 최 회장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할인된 가격인 1만2871원(정상가 1만8000원)에 매입한 바 있다. 정 회장의 경우 지분 매입을 이사회 승인을 얻어 진행했고, 최태원 회장의 ‘사익편취 의혹’도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면서 향후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국내 대기업은 총수들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이익을 위한 지분 매입’이라는 결론을 내기에도 수월한 구조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한국의 특수한 오너 경영 체제에서 총수들이 사실상 이사회를 쥐락펴락하고 있기 때문에 ‘지분 쇼핑’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매입은 경영 승계자금 마련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소프트뱅크와 합의한 대로 2025년까지 미국 상장에 성공한다면 정 회장의 지분 가치는 5배 이상 폭등할 수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과거 쿠팡의 상장 성공으로 지분 가치가 6배까지 뛴 바 있다. 상장에 성공한다면 산술적으로 정 회장은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향후 지배구조 개선과 상속세 납부에 필요한 자금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향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의 큰 액수다.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천문학적 상속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재벌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 줄 전망이다. 이미 오너 일가들은 상속세와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위해 개인 기업 설립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최근 자신이 98.5% 지분을 가진 셀트리온홀딩스의 미국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1.29 07:00
자동차

현대차그룹, CES 2024 역대 최대 규모 참가…그룹 미래 비전 망라

현대자동차그룹이 '2024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이하 CES 2024)’에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해 그룹 사업 전반을 망라하는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고 7일 밝혔다.그룹사 간 긴밀한 협업으로 완성해 나가고 있는 수소, 소프트웨어,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등 주력 모빌리티 사업뿐만 아니라, 미래항공모빌리티(AAM)로 대표되는 그룹 신사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미래 청사진을 대규모 전시를 통해 선보이며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세상을 그려낸다는 계획이다.현대차그룹은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일대에서 개최되는 '2024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이하 CES 2024)’에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슈퍼널, 제로원 등 5곳이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공간을 마련해 참가한다고 7일 밝혔다.이는 현대차그룹이 2009년 처음으로 CES에 참가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로, 그룹을 대표하는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 양사는 2019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CES에 함께 나선다.현대차그룹이 마련한 CES 2024 전시공간의 전체 면적은 6437㎡ 규모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한 국제 경기 규격의 축구장(6,400~8250㎡) 1곳의 크기와 맞먹는다. 특히 주요 전시관과 전시물은 참가회사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다양한 계열사가 함께 협력해 완성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규모 참가의 의미는 더욱 크다.현대차그룹은 연구소 등을 포함해 1000명에 육박하는 그룹 임직원을 CES 참관단으로 보내 그룹 비전을 생동감 있게 내부에 공유하는 한편, 글로벌 유력 기업들이 선보이는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등 혁신 기술을 확인하며 또다른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8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되는 ‘현대차 CES 미디어데이 행사’와 9~12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 마련되는 CES 2024 전시 부스에서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 : Ease every way'를 주제로 인간 중심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일상의 모든 순간에 편안함을 더하기 위한 ‘수소 에너지’와 ‘소프트웨어’의 대전환에 대해 발표한다.수소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현대차는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종합 수소 솔루션’을 제안하고 그룹사의 수소 실증 기술 및 진행 사업을 전시에서 소개할 계획이다. 수소의 생산과 운송, 저장, 활용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마련하는 데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로템,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 주요 그룹사가 함께 역량을 집중한다.현대차는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과 관련해서는, 이동의 혁신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사람, 모빌리티, 데이터, 도시를 연결해 사용자 중심의 최적화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전략과 미래 변화상을 소개할 계획이다.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42dot)도 함께 현대차 부스에서 자체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차(SDV)’의 방향성과 실증 소프트웨어 및 AI 기술을 선보인다.아울러 현대차는 CES 기간 동안 부스를 찾는 관람객들을 사로잡고자 수소 에너지,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기술이 접목된 미래 모빌리티 3종과 그룹의 일원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도 전시한다. 물류 모빌리티 시연에 활용될 예정인 스트레치는 바닥에 놓인 상자를 운반하는 움직임을 통해 자율 로봇 기술력을 뽐낼 예정이다.현대차는 글로벌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대차 CES 미디어데이 행사’ 등 CES 2024 주요 발표 및 현장을 생중계하며 혁신 기술과 현대차의 비전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할 계획이다.기아는 2021년 회사 로고 변경을 포함해 전사적인 변화를 추진한 ‘브랜드 리런치(Brand Relaunch)’ 이후 처음이자, 2019년 이후 5년 만에 CES에 참가한다. 기아는 미디어데이 행사와 전시를 통해 '준비된 기아가 보여줄, 모두를 위한 모빌리티'라는 주제로 PBV 비전을 제시한다. 기아 역시 글로벌 유튜브 채널에서 주요 발표를 생중계한다.기아는 이번 CES 2024를 통해 PBV의 개념을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고객 중심의 토탈 모빌리티 솔루션에 대해 발표한다.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SDV 전략과 연계해 SDV 기반의 PBV 컨셉트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중형 PBV 컨셉트 3대를 비롯해 대형 PBV 콘셉트 1대, 소형PBV 콘셉트 1대 등 총 3종의 PBV 라인업을 최초로 선보인다.이밖에 헤일링 서비스로 쓰이던 차량을 딜리버리 전용 모빌리티로 바꾸는 등 용도에 따라 라이프 모듈을 바꾸는 기술인 ‘이지스왑’과 고객 요구에 맞춰 다양한 크기의 차체를 조립해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다이나믹 하이브리드’ 등의 기술을 전시한다.기아는 또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센트럴 플라자에 별도의 야외 전시 부스를 마련해 EV3 컨셉트, EV4 컨셉트, EV6, EV9 등 기아의 EV 라인업을 전시하며 관람객을 맞이할 계획이다.현대모비스는 양산 적용이 가능한 20종의 모빌리티 신기술을 선보인다. 고부가가치 첨단 기술이 집약된 ‘Innovative(혁신) 디스플레이’ 시리즈를 비롯해 ‘고출력 ICCU(통합 충전 제어 모듈)’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들을 공개한다. 현대모비스는 라스베이거스 CES 2024 현장에 고객사 전용 공간을 마련해 글로벌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방침이다.현대차그룹의 미국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법인 슈퍼널은 AAM(미래항공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방향성에 대해 발표한다.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UAM 기체의 신규 디자인을 공개하고, 실제 크기의 모델을 전시한다. 현대차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은 CES에 2년 연속 참가한다. 제로원은 CES 2024가 진행되는 베네시안 엑스포 내 스타트업 전시관인 유레카 파크에 관람객의 접근성을 고려한 개방형 부스를 열고, 스타트업 11개사가 이곳 안에 개별 부스를 운영한다. 제로원은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소개하는 한편, 협업 중인 스타트업들의 현지 네트워크 확보, 협업 기반 확대, 투자 기회 창출 등 글로벌 진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2024.01.07 15:21
산업

[IS리포트] 정의선·박정원·김동관 오너 일가의 남다른 '로봇 취향'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로봇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로봇과 관련해 인수합병과 지분 확보, 상장, 분사 소식들이 끊이지 않는 등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오너 일가들은 각기 다른 로봇 취향으로 남다른 미래 먹거리 선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로봇개’와 등장 정의선,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최대 베팅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4일 취임 3년을 맞았다. 2020년 회장 취임 후 정의선 회장의 최대 베팅은 로봇 분야에서 이뤄졌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8억8000만 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미국의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완료했다. 정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이었다. 현대차그룹의 인수합병 역사를 보더라도 20억 달러(2조5000억원)를 투자한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 설립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정의선 회장은 개인 사재 2490억원을 투자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를 확보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30%),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와 지분 확보에 공동 참여했다. 현대차 측은 “개인적으로도 로봇 산업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지분 참여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내년 중 예정대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미국 시장에 상장한다면 정 회장의 지분 가치는 급증할 전망이다. 만약 상장 후 시가총액 10조원이면 정 회장의 지분 20%는 2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그러면 정 회장은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 지분 상속과 관련한 상속세 자금을 미리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0년 현대차의 인수설이 나왔을 당시 기업 가치가 11억 달러였다. 산업용 로봇을 제작하는 미국 상장 기업과 비교해 그 가치를 산정하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시가총액은 상장 후 1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대표작인 4족 보행 로봇 ‘스팟’에 대한 애정이 마치 애완견을 대하듯 각별하다. 특별한 이벤트마다 스팟과 함께 등장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정 회장은 스팟을 데리고 등장했다. 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022년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찾았을 때도 스팟이 에스코트를 담당하기도 했다. 스팟은 이달부터 세종시 이응다리를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순찰 로봇으로 투입되고 있다. 장애물을 감지하고 회피하는 자율주행 기능과 원격 운영, 자동충전 기능을 보유한 스팟은 주야간 24시간 자율순찰 및 탑재 CCTV를 이용해 AI 기능을 기반으로 사람 쓰러짐, 화재 감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스팟을 비롯해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연구용 로봇 '아틀라스', 창고 자동화를 위해 설계된 로봇 '스트레치'를 보유하고 있다. 스팟과 아틀라스가 방탄소년단(BTS)의 안무를 따라하는 영상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로봇 신사업을 통해 인류를 위한 기술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고객에게 한 차원 높은 경험을 제공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로봇 시장은 서비스, 인명구조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수요와 센서, 모터 등의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급성장해왔다. 향후 정보통신기술(ICT) 발전과 함께 더욱 커질 전망이다.2017년 245억 달러(26조7000억원) 수준이었던 세계 로봇 산업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률을 보이며 1772억달러(193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박정원 로봇 계열사 상장 성공,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조타수’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 상장과 더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박정원 두산 회장이 신성장 동력의 핵심 축으로 꼽은 로봇과 관련해 사내 벤처부터 출발해 대기업 최초로 상장까지 성공시키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협동로봇 1위 업체인 두산로보틱스는 이달 상장과 동시에 삼성전자가 지분을 투자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끌어내리고 '로봇 대장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화그룹도 로봇 사업에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올해 1월 미국 로봇 기업인 고스트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에 대한 시연 장면을 사무실에서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고스트로보틱스는 현대차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경쟁사로 꼽히는 로봇 기업이다. 정의선 회장이 지난 4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의 부스를 방문해 스팟과 유사한 이 회사의 로봇과 기술에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화는 지난 4일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을 한화로보틱스의 출범과 함께 전략 담당 임원으로 선임했다. 김동선 전무는 로봇 사업의 ‘조타수’ 역할을 맡아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게 됐다. 전략 기획 부문을 총괄하며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이번에 신설된 한화로보틱스는 ㈜한화 모멘텀 부문의 자동화(FA) 사업부 중 협동로봇, 무인운반차(AGV)·자율이동로봇(AMR) 사업을 분리한 것이다. 지분은 ㈜한화가 68%, 호텔앤드리조트가 32% 보유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음식 조리와 시설 관리, 보안 업무 등 사업장 곳곳에서 로봇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공동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한화로보틱스는 사람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협력하는 협동로봇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기존 산업용 협동로봇뿐 아니라 고객을 직접 응대할 수 있는 서비스용 앱 개발을 통해 라인업을 늘려갈 계획이다. 건물관리 로봇 등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제품 출시도 추진한다.김동선 전무는 "로봇은 앞으로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 사업이 될 것"이라며 "사명감을 갖고 푸드테크, 보안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2022년 2조2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6조45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로보틱스는 지난해 100억원대의 매출에 머무는 등 아직 큰 경쟁력은 가지고 있진 않다. 로봇 산업에 뛰어든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발전 속도가 경쟁사에 비해 더딘 상황이다. 이에 한화로보틱스의 출범을 통해 신사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한화로보틱스는 2022년 기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로봇 분해·조립 앱 순위 세계 5위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화로보틱스는 지난 9일 갤러리아백화점 서울 명품관에 협동로봇을 선보였다. 로봇이 고객에게 원하는 꽃을 선물하고, 핀볼 게임을 즐기는 흥미로운 모습을 연출하며 고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화로보틱스 관계자는 “한화오션과 함께 용접 로봇에 대한 개발이 진행 중이고, 앞으로 로봇 사업과 관련해 그룹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10.16 07:00
산업

전장 이어 로봇 승부수...LG '20년 노하우', 삼성 '걸음마' 수준

LG와 삼성이 자동차 산업의 성장으로 ‘전장’ 분야에서의 승부수가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다. 이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또 하나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로봇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미국의 유망한 로봇기업을 인수하면서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구광모·이재용 ‘전장’ 성과구광모 회장은 지난 2018년 총수 취임과 함께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기업 ZKW의 인수를 마무리했다. 1조4400억원을 들이며 전장 사업에 힘을 줬다. 2020년에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기업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공을 들였다. 약 2조원을 투자했지만 전장 사업은 ‘아픈 손가락’으로 취급 받았다. 그러다 LG전자의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지난해 출범 10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8조649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LG전자의 전체 매출액 비중도 10%를 넘어서며 구광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올해부터는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매출액 2조3865억원에 영업이익 54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이재용 회장의 마지막 대형 인수합병(M&A)도 바로 전장 사업을 하는 자회사 하만이다. 2017년 당시 삼성전자는 80억 달러(9조4000억원)를 들여 하만을 인수하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하만은 인수 첫 해에 실적이 떨어지는 등 ‘보릿고개’ 길을 걸었다. 부진이 이어지다 2021년에 영업이익 5991억원을 찍으며 차츰 회복되고 있다. 이어 올해 1분기 매출 3조1700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0% 늘어나는 등 1분기 최대 실적을 썼다.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전장 사업의 성장이 기대됐지만 2~3년 동안 코로나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의 영향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반도체 수급 이슈가 서서히 풀리면서 LG와 삼성의 전장 사업 인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제 로봇 경쟁…두각 LG, 늦은 삼성 3일 업계에 따르면 LG와 삼성, 현대차 등이 로봇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장 사업의 경쟁이 로봇 분야로 옮겨가고 있는 모양새다. 로봇청소기 때부터 관련 노하우를 20년 간 축적한 LG전자가 대기업 중에서는 가장 앞서가는 형국이다. LG전자는 구 회장이 취임 시점부터 로봇을 미래 먹거리의 한 축으로 삼고, 지난 5년 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우선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SG로보틱스를 시작으로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티즈, 미국 개발업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에 지분을 투자했다. 2018년 30% 이상의 로보스타 지분을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LG전자는 로봇사업센터를 2020년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본부의 로봇사업담당으로 이관해 로봇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3세대 서빙 로봇인 LG 클로이 서브봇 신제품도 내놓았다. LG전자 관계자는 “2003년 국내 기업 최초로 로봇청소기를 출시한 이후 자율주행, 센서, AI, 카메라 등 로봇 기반의 핵심기술 역량을 쌓아왔고, 로봇 솔루션 노하우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대기업 중 로봇 관련 상업화가 가장 늦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걸음마 단계에 와있고,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해 로봇개발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14.99%를 확보한 상황이다. 자율주행 로봇업체인 뉴빌리티에 3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로봇사업팀은 올해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엑스원(EX1)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EX1을 중심으로 시니어 케어와 운동 보조기구 등 여러 로봇 사업을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2021년 국제로봇연맹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2020년 240억 달러에서 2025년 540억 달러(72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역시 지난 2021년 로봇개 '스폿'으로 알려진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1조원을 쏟아부으며 지분 80%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정의선 회장의 개인 지분 20%도 포함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인수 당시 기업가치는 11억 달러(약 1조4000억원)였고, 미국 시장에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5.04 07:00
산업

정부, 현대차 보스턴 다이내믹스 찾아 한국로봇 발전 방안 논의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매사추세츠주 소재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방문했다.3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 장관은 28일(현지시간)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회사 설립자인 마크 레이버트를 만나 글로벌 로봇기술 동향과 한국의 로봇산업 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우수한 제조 역량을 보유한 현대차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가져올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며 "AI가 융합된 첨단로봇이 차세대 로봇산업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이 장관은 "한국 정부도 첨단로봇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시장 창출 및 글로벌 거점 구축을 지원하겠다"며 "한미 간 첨단로봇 기술협력의 수준과 폭을 확대하기 위해 올 상반기 내 '첨단로봇 산업전략 1.0'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이날 방문에는 이창양 장관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내의 국내 로봇산업 육성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 등이 함께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창업자 겸 ‘로봇 AI 연구소 소장인 마크 레이버트, 제이슨 피오릴로 최고법무책임자(CLO) 등이 이 장관 일행을 맞았다.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시작한 로봇 기업이다. '로봇 개'로 알려진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 '아틀라스', 창고·물류 시설에 특화된 로봇 '스트레치' 등을 개발했다.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한 데 이어 국내 시장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기아 오토랜드 광명, 현대건설 현장 등에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함께 AI, 운동지능 등 고도화된 기술을 탑재한 첨단로봇 개발을 위해 '보스턴 다이내믹스 AI 연구소'를 설립했다.보스턴 다이내믹스 관계자는 “혁신적인 로봇 개발과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의 로봇사업 확대 계획과 연계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282억 달러 규모의 세계 로봇시장이 향후 연 13% 초고속 성장해 2030년에는 831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동맹 70주년을 맞아 워싱턴 공동성명을 통해 "외교안보를 넘어 첨단 분야 혁신을 함께 이끌어 나가자"고 다짐한 바 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4.30 11:59
경제

정의선, 안철수 만나 '현대차의 자랑' 스팟, 로보셔틀 선보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전기차·수소전기차·자율주행차,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등 친환경차와 미래 모빌리티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관련 산업 발전·미래 인력 육성 방안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8일 현대차그룹의 남양연구소에서 직접 안 위원장을 맞이했다. 정 회장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바쁠 텐데 연구소를 먼저 찾아줘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늘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가 새 정부의 신기술 및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데 큰 도움이 되고 깊은 영감을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이 국가 산업의 미래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강화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혁신 선도국가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안 위원장은 정 회장과 함께 현대차 자율주행차인 쏠라티 로보셔틀을 타고 행사장인 현대디자인센터까지 이동했다. 쏠라티 로보셔틀은 주행 상황을 인지·판단해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적용한 차량으로, 지난해 세종시에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 뒤 현재 자율주행 테스트 베드인 남양연구소에서도 시범 운행되고 있다. 안 위원장이 행사장에 입장할 때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개 '스팟'이 에스코트를 담당했다. 안 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은 웨어러블 로봇 등 로보틱스, 도심항공교통(UAM) 가상현실(VR) 체험, 아이오닉 5 로보택시 등 전기차 기술 시연을 참관했다. UAM VR 체험을 한 안 위원장은 "지금 제일 많이 활용도가 있는 곳이 공항부터 강남까지인데 청와대가 이전해 용산으로 오게 되면 비행금지구역이 더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현대차 측은 "다른 루트를 찾아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수소전기차 넥쏘,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전가치 아이오닉 5, EV6, GV60 등 현대차그룹 주요 친환경차를 시승했다. 수소전기트럭은 정 회장이 "제가 한번 운전해서 몰아보겠다. 버스 면허가 있다"며 안 위원장을 조수석에 태우고 2분간 직접 운행했다. GV60은 안 위원장이 직접 운전해 시승했다. 정 회장이 "운전을 잘 하시던데요"라고 하자 안 위원장은 "옛날에 의대에 다닐 때 (면허를) 1종으로 땄다. 그때는 의사면허 시험 떨어지면 택시나 몰아야지 했다"며 웃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4.09 09:17
경제

올해 M&A 최대 규모 SK하이닉스, 최대 인수 카카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대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내 대기업들은 29조원 가까이 투입하며 인수합병(M&A)을 통한 세를 불린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8일 올해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M&A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M&A에 사용된 금액은 28조8228억원으로 2020년의 12조6099억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올해 3분기까지 진행된 인수 건은 126건으로 2020년 96건보다 30건이나 증가했다.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인수 건도 29건으로 지난해보다 8건 많았다. M&A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건 SK하이닉스다. 인텔 낸드사업부문 인수로 10조3104억원을 투입했다. 인텔 낸드사업 인수는 현재 경쟁당국 가운데 중국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이어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3조5591억원, 넷마블의 스핀엑스 2조6260억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1조8000억원, 현대자동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 1조1360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카카오는 23건으로 M&A 건수가 가장 많은 기업으로 꼽혔다. 이어 SK에코플랜트(10건), 넷마블(6건), NHN(5건), CJ ENM(4건), KT(4건), SK(4건), SK텔레콤(4건), 이마트(3건), 한화솔루션(3건) 순으로 집계됐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2.08 10:36
경제

정의선, '글로벌 리더' 위한 밑그림 미국 동부서 신사업 점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번에는 신사업 점검 차 미국 동부로 출장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13일 현대차그룹 전용기를 이용해 김포공항에서 미국 동부로 출국했다. 지난 4월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를 출장길에 오른 지 2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현대차의 미국 판매법인과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 등을 방문했다. 이번 출장에서는 신사업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동부 보스턴에는 현대차그룹과 미국 자율주행 기술업체 앱티브의 합작사인 모셔널과 현대차가 인수한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본사가 있기 때문이다. 모셔널은 오는 2023년 미국에서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향후 5년간 총 74억 달러(약 8조1417억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정 회장이 미래 신사업 등을 직접 챙길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전기차 현지 생산과 생산 설비 확충을 비롯해 수소,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곧 워싱턴DC에 UAM 사업을 전담할 현지 법인 출범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그린뉴딜' 전략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영운 현대차 사장 경제 사절단의 일원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미국 시장에 푸는 만큼 이번 출장길에 정 회장이 미국의 정부 관계자를 만날지도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정 회장은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4대 그룹 대표들의 청와대 오찬에도 참석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최근 미국 시장의 판매 증가로 인해 고무적인 입장이다. 이로 인해 ‘전기차를 선점해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연속 월간 최다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작년 동기 대비 66.1% 증가한 17만4043대를 판매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6.14 11:01
경제

울며 겨자 먹기? 시세 차익? 신동빈·정의선 지분 매매의 경영학

대기업 총수들은 지분을 통해 경영권을 쥔다. 그리고 지분을 상속받거나 매입해 지배구조 강화를 꾀한다. 총수들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계열사 주식을 매각하는 행보를 보이는 총수들도 있다. 2000억원 상속세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 매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그룹의 핵심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케미칼 지분 0.26%(9만705주)를 매각했다. 27만7500원의 가격에 블록딜 매각으로 252억원을 확보했다. 이번 매각으로 신 회장의 롯데케미칼 지분은 0%가 됐다. 반면 신 회장의 지분을 전부 매입한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지분은 25.33%에서 25.59%로 높아졌다.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인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의 최근 실적과 배당 성향을 고려할 때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 지주회사 체제를 안정화하고 계열사의 책임경영 강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며 매입 배경을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롯데케미칼지분을 청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 신격호 명예회장에게 물려받은 유산에 대한 2차 상속세를 오는 7월에 현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분 매각은 개인적인 일이라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 다만 상속세가 상속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까지 포함해서 알려진 규모보다 많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신 명예회장에게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이로 인해 롯데지주 11.75%→13.04%, 롯데쇼핑 9.84%→10.23%, 롯데제과 0%→1.87%, 롯데칠성음료 0%→0.54%로 지분율이 상승했다. 신 명예회장의 상속 주식 평가액은 4500여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중 41.7%의 상속 지분이 신 회장에게 돌아갔다. 전체 주식 상속세는 2700억원에서 신 회장이 부담해야 할 액수는 1100억원 이상이다. 여기에 부동산과 일본의 롯데홀딩스, 광윤사 등 계열사 지분을 모두 더하면 신 회장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 회장은 상속 주식을 세무당국에 담보로 제공하고 5년간 6회 연부연납 방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계획이다. 이에 상속세 납부 때문에 롯데케미칼 지분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매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봉과 배당금 등으로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마련하기 버겁기 때문에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롯데케미칼 지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지주사 롯데지주의 최대 주주라 롯데케미칼 지분이 없더라도 지배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롯데케미칼은 최근 주가 상승으로 지분 가치가 높아졌다. 1년 전인 2020년 5월 27일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18만9500원이었다. 1년 새 주가는 46% 이상 뛰면서 신 회장의 지분 가치로 늘었다. 신 회장은 지난달 남대문세무서에 상속세 납부를 위한 담보를 변경했다. 당초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 지분을 담보로 맡겼는데, 이를 해지하는 대신 롯데지주 주식을 담보로 전환했다. 신 회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지분의 추가적인 매각이 예고되고 있다. 책임경영 강화, 시세 차익 ‘두 마리 토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동빈 회장과는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 최근 자사주를 매입하며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경영 승계를 마무리하고,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 강화는 물론 시세 차익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주식이 폭락하자 정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정 회장은 406억원을 들여 현대차 지분 0.21%를 끌어올렸다. 또 411억원 규모의 현대모비스 주식도 매입했다. 현대모비스 지분이 없었던 정 회장은 0.32%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의 주가 매입과 관련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주가를 방어하는 차원이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의 의도대로 현대차는 폭락장 속에 주가 방어에 성공했다. 자사주 매입으로 책임경영 강화 측면 등이 부각되면서 현대차의 주가는 큰 폭으로 뛰었다. 정 회장은 투자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당시 그는 현대차는 주당 6만9793원, 현대모비스는 주당 13만5294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현대차의 주가는 2일 종가 기준으로 23만8000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현대모비스도 28만원으로 2배 이상 올라 지분가치가 배가 됐다. 또 정 회장은 지난해 현대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때 개인적으로 2389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다.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정 회장 20%, 현대글로비스 10% 지분을 확보하는 인수였다. 특히 기업 총수로는 드물게 사재를 털어 인수합병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미국 상장에 성공하면 정 회장의 지분 가치는 5배 이상 폭등할 수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쿠팡의 상장으로 지분 가치가 투자 금액의 6배까지 뛰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과감한 투자로 향후 지배구조 개선과 상속세 납부에 필요한 금액을 미리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2018년 친족들에게 SK 주식 329만주(4.68%)를 증여했다. SK그룹 회장 취임 20년을 맞아 성장의 근간이 되어준 친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9228억4500만원에 달하는 주식을 나눠줬다. 비록 최 회장의 SK 지분율이 22.93%에서 18.29%로 떨어졌지만 오너가의 지배력은 견고하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6.04 07:02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