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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K] 이상봉 "K패션의 글로벌 산업화, 각개전투로는 힘들다" [창간 54]

"K패션 산업이 한류를 넘어 주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 개인과 국가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 입니다."'K패션 거장' 디자이너 이상봉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K패션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제 그다음을 걱정했다. 이상봉은 한류의 태동부터 전성기를 전세계 트렌드를 이끄는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서 지켜봤다. K무비에서 시작된 한국 바람은 K드라마와 K팝과 함께 글로벌 전역에 불기 시작했다. 이상봉은 "해외 바이어들에게 듣는 K브랜드 열기는 상상 이상"이라며 "이제 한국의 자동차와 가전, 패션까지 K브랜드의 인기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K패션을 향한 세계인의 관심과 산업은 다른 측면이다. K패션 붐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육성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K디자이너와 정부의 '각개전투'로는 힘들다. 이상봉은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등 우리나라 정부가 K패션을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지금 그 결실을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가적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제는 삼성과 LG같은 우리 기업들이 K패션과 디자인을 보다 안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국제무대로 도약에 성공한 K패션과 달리 K주얼리는 아직도 걸음마 상태다. 이상봉과 함께 만난 국내 1세대 주얼리 디자이너 리사킴은 목걸이와 반지를 보면 "몇 돈 짜리냐"를 묻던 시절 주얼리에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인물이다.리사킴은 "지난 18년 동안 귀중품으로만 취급되면 주얼리가 액세서리로 저변을 넓히는데 성공했다"면서도 "최근에는 뻔한 명품 가품만 번성할 뿐 진정한 디자이너 주얼리에 대한 개념은 옅어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창간 54주년을 맞이한 일간스포츠가 K패션과 디자인의 상징인 이상봉과 리사킴을 지난 20일 서울 도산대로에서 만났다. 공교롭게도 외삼촌과 조카 지간이기도 한 두 사람은 K패션·디자인의 현재와 미래를 논했다. K패션의 거장과 1세대 K주얼리 디자이너가 '혈연'으로 묶이자 대화의 주제도 시공간을 넘나들었다. 깊은 통찰력과 해안으로 K패션을 짚다가도 어느 순간 티베트의 어느 작은 시장에서 찾은 돌맹이 이야기로 화제가 튀었다. 순식간에 딸 여섯, 아들 하나인 집안의 장손인 청년 이상봉의 '구로동 최고 노래 솜씨'로 화제가 전환될 때는 일동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6시간에 걸친 쉼 없는 인터뷰였다. 두 거목은 지치기는커녕 되려 푸릇푸릇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패션 불모지에서 성지로 "300년 역사를 지닌 벨베데레 궁전이 오로지 이번 패션쇼를 위해 꾸며진 모습을 보며 벅찬 감동과 영광을 느꼈어요."(이상봉) 지난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 박물관에서는 벨베데레 궁전 박물관 300주년 기념 갈라 초청 패션쇼가 열렸다. 주인공은 한국을 대표하는 K패션 디자이너 이상봉과 리사킴이었다. 이상봉은 오스트리아와 손잡고 벨베데레 궁전이 간직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하이패션으로 녹였다. 오스트리아 최고의 예술가 클림트와 K패션의 상징 이상봉의 만남은 현장을 찾은 700여명의 문화·예술 분야 인사를 매혹했다. 함께 패션쇼를 준비한 주얼리 디자이너 리사킴은 쇼피스를 맡았다. 사랑의 순간을 황금빛으로 표현한 클림트의 키스를 디자인에 녹여낸 리사킴의 쇼피스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랑과 절망의 대조를 조형적으로 표현한 볼드한 네크리스부터, 옐로우 진주를 사용해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화 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로크 양식의 벨베데레 궁전은 18세기 오스트리아 왕가의 여름 별궁으로 지어졌다. 올해 건립 300주년을 맞은 이곳에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클림트의 대표작이 모여있다. 오스트리아는 이상봉과 리사킴을 위해 벨베데레를 흔쾌히 내줬다. 규모는 물론 모든 준비 과정에서도 오스트리아의 정성이 느껴질 정도로 성대한 패션쇼였다. "벨베데레 궁전은 키스나 '유디트'를 보유한 곳으로 경비가 삼엄합니다. 우리도 패션쇼 준비 기간 동안 좀처럼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죠. 막상 쇼가 시작되고 보니 벨베데레 궁전을 갈라쇼를 위해서만 공개했더군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경복궁 전체가 하나의 패션쇼를 위해 바뀌었다고 해야할까요.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었어요." (이상봉)300주년 기념 갈라 초청 패션쇼는 궁전 정원에서 이뤄진 성대한 애프터 파티까지 밤 늦도록 이어졌다. 오스트리아가 귀중한 벨베데레 궁전을 내준 이유는 분명했다. 글로벌에서 주목받고 있는 K브랜드와 K패션의 상징이 바로 이상봉과 리사킴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상봉은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 등 트렌드 중심지에서 한류의 시작점을 직접 지켜봤다. "한류의 출발은 15년 전 해외 일부 마니아층 사이에 알음알음 회자되던 K무비였어요. 이후 K드라마와 K팝까지 서서히 확장됐죠. 그때만해도 제 옷을 수입하겠다고 찾아온 바이어가 '한국 말고 메이드인 재팬으로 제품 태그를 바꿔달라'고 요구하곤 했어요. 지금은 모두가 K브랜드를 달고 싶어합니다. 지금의 한류는 기적에 가까운 결과라고 생각해요. 한국 문화에 전세계가 열광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어요." (이상봉) 이상봉은 지금의 K컬처 붐의 저변에는 우리나라 아티스트의 노력과 함께 국가의 지원이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서울시, 청와대가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 아티스트들과 머리를 맞댔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유인촌 장관이 이끌던 2008년 패션문화산업을 전략적 콘텐츠산업으로 육성한다고 선언하고 이상봉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서울역사에서 열기도 했다. 이상봉은 이제 K패션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었다. 당당하게 '코리아'를 붙이는 시대가 왔지만, 산업이 아닌 문화에 그칠 경우 힘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코리아라는 국가가 나라가 아니라 브랜드가 되는 시대가 됐어요. 과거 어느나라 기업인지 알 수 없었던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제 당당하게 대한민국을 달고 있습니다. 문체부와 정부, 디자이너가 한국의 문화를 세계화 해야 한다는 일념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K패션이 문화로서 끝이 난다면 안됩니다. 문화가 산업이 되고 이를 통해 수출로 연결될 때 K브랜드가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이상봉) 지금까지는 국가와 디자이너들이 분투해왔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나서야 할 때라는 뼈 있는 말도 남겼다. "이번 벨베데레 궁전 300주년 기념 갈라 초청 패션쇼는 각 테이블마다 기업들이 후원을 했다고 들었어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다른 나라 패션 디자이너의 패션쇼지만, 현지 기업들이 가치와 의미를 알고 지원하는 거죠.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리사킴)"패션계는 최근 대기업 아래 여러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영입하는 시대로 가고 있어요. 산업화된 거죠. 이제 K패션이 산업이 글로벌서 되려면 디자이너 개인과 국가의 도움을 넘어 기업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이상봉) 구로동 멋쟁이 이상봉과 리사킴은 '혈연'이다. 1남6녀 중 막내이자 외아들이었던 이상봉의 큰 누이가 리사킴의 어머니다. 이상봉은 큰누이를 어머니처럼 따랐다. "큰누이가 구로동에 살았어요. 방황하던 시절, 가까운 큰 누나의 집을 찾아가면 언제나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 주는 어머니같은 존재였죠. 그래서 지금도 구로동에 가면 어린시절 거닐던 기억도 떠오르고 참 정다운 느낌이 듭니다. 당연히 어린 리사도 자주 만났고요." (이상봉)"딸 여섯인 집안에 태어난 외삼촌이 태어났으니 집안이 오죽 경사였겠어요. 저희 어머니가 외삼촌이 태어난 날 온 동네를 뛰어다니셨대요. '금쪽같은 내동생, 상봉이가 태어났다'고요. 외삼촌은 태어날 때부터 집안의 슈퍼스타였어요.(리사킴)" 이상봉을 유독 아꼈던 여섯 명의 누이와 어머니는 예술적인 재능이 풍부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가족은 가수 못지 않은 목청으로 동네에서 유명했다. 무엇을 하든 솜씨도 좋았다. 누나들이 오순도순 모여 곱게 자수를 놓던 모습, 어머니가 '미싱'을 돌려가며 직접 가족들의 옷을 짓던 기억이 또렷하다. "한국은 여성들이 참 강합니다. 자수는 대표적인 수출 품목이기도 했죠. 누이들의 솜씨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패션에 대한 안목을 길렀습니다. 지금도 저는 자수를 넣은 디자인을 자주 합니다. 누이들과 어머님의 영향이라고 생각해요."(이상봉) K패션의 거장인 이상봉이 외삼촌이라는 사실은 최고의 자랑거리이자 거대한 벽이기도 했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제게 '넘버원'이었어요. 어쩌다 함께 백화점에 가면 비치된 모든 옷을 일일이 보고 만지고 넘어가는 삼촌을 보면서 기가 질리기도 했죠. 완벽주의자 리사킴은 외삼촌이 온전히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 긴 시간 함께 필드에 있었지만 외삼촌과 협업을 한 건 이번 벨베데레 궁전 300주년 기념 갈라 초청 패션쇼가 처음이었어요. 제가 얼마나 긴장을 했겠어요."(리사킴) 이상봉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시리다. 옷만 생각하고 달려왔던 지난 젊은 날, 자기 자신에게는 조금의 쉼도 허용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 가족들이 느꼈을 외로움을 이제서야 알게됐기 때문이다.조카인 리사킴은 물론 이상봉의 아들이자 여성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LIE(라이)'의 총괄디렉터인 이청청도 아버지와 휴가를 보냈던 기억이 없다.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컬렉션까지 늘 디자인에만 매달렸어요. 가족과 여름 휴가는커녕 늘 아이들이 자는 모습만 보며 집과 작업실을 오갔죠. 얼마전 다섯살 손자를 씻겨줄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아들과 목욕탕 한번 가봤던 기억이 없었어요."(이상봉) 이상봉은 지금까지 200회 이상 해외에서 쇼를 열었다. 한해 동안 파리와 뉴욕, 서울을 오고가며 패션위크를 온전히 소화하기도 했다. 이상봉이 공고한 K패션의 상징이 될수록 가족은 외로웠다. 특히 이청청에 대한 죄의식을 가슴 한켠에 쥐고 산다. "이청청이 10여년 전 데뷔할 때 인터뷰를 하는데 말을 더듬는 것을 처음 알게됐어요. 인터뷰 뒤 '왜 그렇게 말을 더듬느냐'라고 꾸짖었죠. 그랬더니 이청청이 '어린시절 아버지한테 크게 야단맞은 뒤 트라우마로 말을 더듬게 됐다'고 털어놓더라고요. 제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이상봉) "디자이너 이상봉은 공공재라고 생각해요. 패션가와 나누고, 국민과 나누는 존재인거죠."(리사킴) 끝나지 않은 숙제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K패션과 달리 K주얼리는 아직 국내 시장에서 멈춰있다. 미국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한 리사킴은 2006년 국내 '리사코'라는 디자이너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하고 돌풍을 일으켰다. 유명 연예인들이 리사킴의 독창적인 디자인에 반하면서 '최진실 목걸이' '김남주 귀걸이' 등 대중적인 히트작을 냈다. "주얼리는 장롱 속에 숨겨두는 귀금속이지 액세서리라는 인식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어요. 저는 리사코 외에도 글로벌서 활약중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수입해 멀티숍을 함께 꾸렸어요. 셀러브리티가 리사코에 모여들고, 백화점에 제품을 내놓기만 하면 완판되는 짜릿한 경험을 했죠."(리사킴) 리사킴은 주얼리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인 리사코 외에도 한컴주얼리의 '몰리즈' 대표로서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K주얼리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몰리즈는 전국 롯데백화점 매장에 입점한 주얼리 브랜드다. 다이아몬드는 물론 수준급의 디자인 주얼리를 다루지만, 가격대는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손에 잡힐 듯 했던 K주얼리의 전성기는 아직 답보상태다. 최근에는 서울 종로 귀금속 공장 일대에서 찍어내는 명품 주얼리 브랜드의 가품이 K주얼리를 괴롭히고 있다. "최근들어 대중이 '반클리프아펠' '불가리' '까르띠에' 같은 유명 글로벌 주얼리 브랜드의 가품을 찾고 있어요. 짝퉁이 대중화하는 거죠. K주얼리 디자이너로서 정말 슬프고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소비자들이 '가품 까르띠에'가 아닌 K디자인의 정수가 담긴 대중적인 브랜드 몰리즈로 시선을 돌려주셨으면 해요."(리사킴)이상봉은 2006년 파리패션위크에서 처음 한글 패션을 선보인 이래 줄곧 한글을 디자인에 담아왔다. 외국인들이 '한글'을 '한국의 알파벳'이라고 부르는 시절에 등장한 그의 디자인은 세계 패션무대에서 독창적이고 뛰어난 미학으로 인정받았다. "누군가가 '이제 한글 그만하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명품 브랜드는 시그니처 문양을 갖고 있어요. 샤넬은 퀼팅 무늬, 루이비통은 모노그램 패턴을 갖고 있죠. 또한 한글만 담는 것이 아닙니다. 한글 더하기 우리나라의 하늘, 별, 땅…. 한글을 디자인에 담는 것은 이상봉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반드시 한국의 문화적 요소를 디자인에 담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이상봉) 여기서 그칠 수는 없다. 이상봉은 수 많은 해외 일정 속에서도 K패션의 새싹을 키우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이상봉은 고교모델 ·고교패션 콘테스트를 직접 만들고 지원 중이다. 어느덧 8회째를 맞이하면서 모델과 디자이너로 성장한 제자가 적지 않다. 2021년부터는 패션 분야에 관심이 있는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패션디자인, 패션모델 등에 대한 전문 멘토링을 지원하는 꿈토링스쿨을 지원한다. 고교모델 ·고교패션 콘테스트와 꿈토링스쿨 관련 홈페이지에는 이상봉이 매년 청소년 사이에 그 누구보다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학교에는 미술 선생은 있어도 디자인 선생은 없습니다. 디자인과 관련한 책도 별로 없어요. 패션에 뜻이 있어도 조언 받을 곳이 없는 청소년들을 지원합니다. 저는 분명히 이 친구들이 성장하면 K패션의 산업화를 이끌어 줄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입니다."(이상봉)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9.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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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K] 이보람 스타일리스트 “혜수언니, 레드카펫 밟을 때마다 눈물나요”

“혜수 언니가 매해 ‘청룡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을 때마다 눈물 나요.”이보람 인트렌드 이사는 ‘청룡영화제’의 대표 MC인 배우 김혜수의 의상을 10여 년째 담당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다. 몇 시간의 ‘청룡영화제’에서 김혜수가 입는 의상을 위해 한 달간 최대 30여 벌의 의상을 공수하고 여기에 맞춘 액세서리를 준비한다. 이보람 이사는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일간스포츠를 만나 “공들인 스타일링을 혜수 언니가 완벽하게 소화해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이보람 이사는 15여 년간 배우들을 누구보다 빛나게 했다. 스물두살 광고 스타일리스트로 시작해 스물일곱살에 우리나라의 대표 스타일리스트인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를 만나 배우 의상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스타일리스트로는 20여 년, 배우 의상만 15여 년을 도맡았다. 함께 일하고 있는 배우들은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김혜수, 공효진, 윤아, 김태리, 하지원 등 톱스타들이다. 연예계에서도 스타일에 남다른 조예와 취향이 있는 배우들을 오랜 기간 어떻게 사로잡았을까.“스타일리스트마다 작업 방식이 다른데 저는 배우와 함께 서로 맞춰가요. 체형도, 성향도, 취향도, 작품 속 캐릭터도 모두가 다르죠. 담당 배우들의 인터뷰나 관련 기사와 영상을 찾아보면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거죠. 물론 배우이지만 결국 옷은 사람이 입는 거잖아요. 리서치를 하고 연구하는 동시에 계속 피팅하고 배우의 의견도 반영해서 적정한 선을 찾아가요. 배우가 원하는 건 웬만하면 다 해결하려고 하고요. 그런데 배우들도 까다롭지 않고 대부분 보는 눈이 비슷해서 더 예뻐 보일 수 있는 접점을 찾아 나갈 수 있어요.”이러한 작업 과정을 거쳐 김혜수의 의상뿐 아니라 임윤아가 연기한 ‘킹더랜드’의 천사랑 캐릭터도 완성됐다. 임윤아는 로맨스 장르에 첫 도전한 ‘킹더랜드’에서 당차고 사랑스러운 천사랑을 만들어내며 작품의 흥행을 이끌었는데 이 같은 모습을 돋보이게 한 게 찰떡 같은 스타일링이었다. 이보람 이사는 “어떻게 하면 남성들이 천사랑을 봤을 때 예뻐 보일까 고민을 엄청 많이 했다. 체중도 늘리고 골반이 예쁜 임윤아의 체형에 맞춰 니트를 준비했다”며 “소녀시대 활동 때는 귀여운 러블리한 이미지인데 이번 드라마에선 여성스러운 러블리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중 의상은 단순히 배우들이 입고 있는 옷이 아니라, 캐릭터와 작품 전체 분위기를 책임지는 한 축으로 주요한 역할을 한다. 그만큼 이보람 이사 또한 작품에 몰입하면서 작업한다. 그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연인 공효진의 스타일링을 담당하면서 남다른 감동과 위로를 느꼈다고 전했다. “어떤 작품은 제 마음 속에 꼭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 ’동백꽃 필 무렵’은 되게 재밌게 한 작품이에요. 많은 시청자들이 그랬듯 효진 언니 캐릭터인 동백이의 어떤 이야기는 제 이야기이기도 했고요. 그 친구의 따뜻함을 언제나 떠올리면서 의상을 준비했어요. 효진 언니가 연기했지만 스타일링을 하면서 저 또한 동백이의 따뜻함을 닮고 싶었고, 위로 받기도 했어요. 그런 동백이의 캐릭터를 의상으로나마 표현할 수 있어서 보람도 있었죠.”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콘텐츠 작업 환경이 달라지면서 스타일리스트의 업무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엔 이른바 ‘쪽대본’이 일상화될 만큼 촬영 기간이 빠듯했다면, 이젠 사전제작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보람 이사도 유행을 비껴 나가는 스타일링을 고민해야 했다. 이보람 이사는 “좋은 점과 힘든 점 모두가 있다”고 말했다. “예전엔 밤을 새우면서 작품을 찍었는데 그만큼 유행 등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죠. 반면 OTT 등 사전제작인 경우 촬영과 공개 시점이 1~2년 걸려요. 촬영 때는 트렌디하지만 공개됐을 땐 유행에 뒤처진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에요. 협찬도 받기 쉽지 않은 데다가 촬영 시 표현되는 계절이 실제와 달라서 배우 컨디션도 신경써야 하고요. 결국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하고 모던한 스타일링이 정답이지 않을까 싶어요.”K콘텐츠가 OTT 등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에 공개되면서 스타일링에 대한 문의도 세계 각국에서 쏟아졌다. 이보람 이사는 “SNS로 해외 시청자들이 브랜드 등 많은 걸 물어본다”며 “심지어 해외 에이전시나 매니지먼트에서 스타일링을 해줄 수 있냐는 업무적 문의도 온다”며 “이렇게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타일리스트로서 K콘텐츠가 더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이보람 이사는 영화처럼 드라마도 작품 전체 차원에서 의상비를 지원해 작품 전체의 통일성을 높이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사전제작인 K드라마의 경우 최소 1년이 걸린다.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작업이고, 그 시간만큼 의상을 가지고 있어야 하다 보니 부담감을 느끼는 부분도 분명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상도 콘텐츠를 이루는 요소이지 않나”라며 “이러한 비용을 보전해줄 수 있는 지원이 조금이나마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09.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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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K] ‘연인’ 이진희 의상 감독 “남궁민, 옷 입어보고 ‘연기만 잘하면 되겠네요’ 만족해”

“이제는 시각적 언어에 굉장히 익숙한 시대가 됐잖아요. 미술, 촬영, 조명 등 한국에서 시각적 언어를 다루는 분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그분들이 한국 콘텐츠를 글로벌 콘텐츠로 발돋움시키는 역할을 하고 계신 거죠.”KBS2 ‘성균관 스캔들’, ‘구르미 그린 달빛’, 영화 ‘간신’, ‘안시성’, 여기에 최근 시청률 12%를 찍으며 파트1이 종영한 MBC ‘연인’까지. 굵직한 작품에서 한복 의상 디자인을 담당한 이진희 디자이너가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났다. 한예종 연극원 무대미술과 교수이기도 한 이 디자이너는 인터뷰 당일까지도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지만, 다소 어려운 질문에도 꼼꼼히 답변을 이어가며 유쾌한 인터뷰 현장을 만들었다. 이 디자이너는 한복 고유의 기품은 유지하면서도 현대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아름다운 한복 의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20년 제56회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안시성’으로 의상상까지 수상했다. 이 디자이너의 의상은 K컬처 붐이 일고 있는 미국과 일본, 동남아 등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 디자이너는 ‘성균관 스캔들’과 ‘구르미 그린 달빛’의 한복 의상이 실제 해외에서 호응이 좋았다며 경험담을 털어놓았다.“‘성균관 스캔들’은 일본 팬들에게 반응이 좋아서 현지 호텔에서 패션쇼를 하기도 했어요.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해서 그런지 이슈가 많이 됐죠.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 이후에도 각 나라에서 다이렉트 메시지(DM)을 보내주셨어요. ‘한복 색감이 아름답다’ ‘한복을 맞춰 입고 싶다’는 요청이 국가별로 들어왔죠. 특히 ‘구르미 그린 달빛’에 출연한 박보검 배우의 해외 팬덤이 워낙 탄탄하다보니 더욱 열광적이었던 것 같아요.” 무대 미술의 한 분야 의상 디자인을 처음 시작해 이제는 전 세계에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는 이 디자이너. 단순히 입기 위한 ‘옷’을 뛰어넘어 옷이 주는 미학적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 디자이너는 자신이 생각하는 한복의 매력에 대해 “처음 한복을 공부했을 때는 패턴이 너무 단순하다 느꼈다”면서도 “한복이 가진 색, 선형, 소재가 굉장히 독특하고 힘이 있다”고 밝혔다.“처음 의상을 배울 때 서양복식을 먼저 배웠어요. 디테일이 복잡하고 화려한 서양복식의 특징에 매료됐죠. 그에 비해 한복은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을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이 없어졌다는 게 오히려 현대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필요한 것만 남기고 다른 것은 과감히 뺐다고 생각하니까, 한복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죠.”거대한 스케일의 영화, 동시에 16부작까지 이어지는 드라마의 경우 주조연·엑스트라의 의상까지 합하면 수천 벌이 투입된다. ‘연인’은 병자호란이 발발한 1600년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조선과 청나라까지 두 나라의 옷이 필요하다. 이 감독은 “‘연인’에 4000벌이 넘는 의상이 들어갔다”면서 전반적인 작업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대본을 처음 받으면 극 내용을 분석해요. 이 극이 갖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 각 신을 쪼개서 보는 거죠. 또 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인물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그러면 저절로 구상이 되는데, ‘간신’은 왕의 욕망이 붉은색으로 느껴져서 이 작품을 다 레드로 물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안시성’은 작품의 야생성을 질감으로 표현했고요. 디자인이 끝난 후에는 도식화를 한 뒤 제작팀과 미팅을 진행하죠. 제작이 끝나면 배우들이 직접 피팅을 하고, 촬영을 진행해요.”이 디자이너는 한복 디자이너로 유명하지만 MBC ‘하얀거탑’, KBS2 ‘드림하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현대물에서도 의상 감독을 맡았다. 다만 이 디자이너는 현대물은 전체 의상을 담당하는 것이 아닌 특수복 위주로 디자인한다고 설명했다. 사극인 ‘연인’의 경우 백성들이 입는 옷까지 전부 직접 디자인했다고 한다. 이 디자이너는 “‘연인’의 역사 배경, 복식의 사실감을 드라마에서 구현해내고 싶었다”며 현실 고증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흔히 사극은 궁 안의 이야기 위주인데, ‘연인’은 능군리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서 출발하잖아요. 진짜 그 시대의 디테일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실제 고증을 보면 조선시대에 실크를 안감으로 쓰고 겉감에 무명을 댔다더라고요. 또 조선 초중기에는 풍성한 옷을 많이 입었어요. 기존 사극의 핏한 의상이 아님에도 배우들이 의상을 좋아해주셨어요. 남궁민씨는 피팅을 해보시고 ‘이제 연기만 잘 하면 되겠네요’라고 만족해했고, 안은진씨도 ‘한복이 참 예뻐요’라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했죠.”마지막회 시청률 12%를 돌파하며 파트1이 종영한 ‘연인’. 파트2는 오는 10월 중 방송된다. 이 디자이너는 “파트1보다 파트2에서 훨씬 더 갈등이 고조되고 긴장감이 맴돈다”며 파트2 시청을 독려했다.“내 자식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랑받으면 행복하지만, 알아봐주지 않으면 속상하고 안타깝잖아요. ‘연인’은 많이 알아봐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성균관 스캔들’이나 ‘구르미’처럼 화려한 의상을 입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님에도 의상도 함께 좋아해주셔서 감사하고요. 파트2에서는 배우들의 캐릭터 연기가 더 섬세해지는 만큼 저 또한 의상 작업에 열심히 몰두하고 있어요. 파트2를 꼭 기다려주세요.(웃음)”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2023.09.27 05:52
뮤직

[비욘드K] “K팝 안무, 기간적 한계 없어” 손성득 총괄 크리에이터의 전망

“K팝 안무는 기간적 한계가 없다고 봐요. 끊임없이 변화와 성장을 이룰 것입니다.”K팝 안무의 미래에 대한 하이브의 ‘총괄 크리에이터’ 손성득의 예측이다. 그는 그룹 방탄소년단이 속해 있는 국내 가요기획사의 최전선에서 안무를 만드는 중심적인 인물이다.손성득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K팝 안무와 퍼포먼스를 통해 감동을 받고 해당 아티스트를 인정, 응원하고 있다. 더 나아가 K팝 안무는 K팝뿐만 아니라 K컬처 전반을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높게 평했다. 1969년 창간해 올해로 54주년을 맞은 일간스포츠는 K팝 시장의 이면을 들여다 보고자 K안무의 중심, 손성득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손성득은 말보다 행동인 사람이었다. 그는 미국으로 날아가 하이브와 게펜레코드가 함께 제작 중인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이하 ‘드림 아카데미’)에서 총괄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역량과 영향력을 전 세계에 펼치고 있다. ‘드림 아카데미’는 하이브와 유니버셜뮤직그룹(UMG) 산하 레이블 게펜레코드의 합작 법인 ‘하이브·게펜레코드’가 주최하는 글로벌 걸그룹 육성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손성득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부터 너무 기대가 됐고 흥미로웠지만 고민도 많이 됐다”면서도 “보다 넓은 영역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한 마음으로 고민 끝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손성득이 안무가로서 가요계에 발을 들인지도 어언 20년이 넘었다. 국내에서 자신이 만든 K팝 안무의 성공 사례를 수차례 직접 경험했고 이 시스템을 미국, 그 이상의 곳으로 접목시키고자 하는 게 그의 궁극적 목표다. 손성득은 한국에서의 노하우들을 미국 시스템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그는 “아무래도 T&D(Training & Development)의 영역이 기존 미국 시스템에 없던 부분들이 많고 ‘드림 아카데미’의 참가자들은 여러나라에서 모인만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T&D에 녹여서 참가자들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려 한다. 더 나아가 콘텐츠적으로도 한국의 노하우들을 많이 녹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팝 제작 시스템을 미국이란 전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에 얹어놓는 셈이다. 손성득은 “우리가 일을 하는 과정,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 생각하는 관점들이 서로 많이 다르지만 그런 다양함이 한 곳으로 모일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서로 많이 배우고 느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재미있고 신기한 느낌이 든다”고 제작 과정을 이야기했다. 최근 손성득의 머리는 이렇듯 ‘드림 아카데미’ 최종 멤버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어찌 보면 한국을 대표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만큼 그 책임감이 크고 남다르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 모인 최종 20인들 중 옥석 가리기는 쉽지 않을 터. 손성득은 “본인들도 모를 수 있는 자신의 장점과 매력,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그런 부분들이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게 돕고 있다”며 “각자가 음악을 사랑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많은 팬들에게 여러가지 형태로 보일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득은 오랜 시간 K팝 안무를 연구했다. 그가 바라본 K팝 안무의 매력은 무엇일까. 손성득은 “무엇보다 안무와 음악의 자연스러운 연결성, 그리고 높은 퀄리티와 완성도라고 말할 수 있다”며 “K팝 안무는 단순히 멋진 안무가 아니라 아티스트와 그들의 음악을 퍼포먼스로 잘 설명하고 표현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좋은 안무가 탄생하기 위해선 좋은 안무가, 퍼포머가 존재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점차 춤을 배우고,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K댄스의 입지는 커지고 있다. 손성득은 “끊임없이 많은 아티스트와 많은 곡들이 나오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한 부분에서 항상 부담이 될 것”이라며 “여러 방송과 콘텐츠를 통해 안무가들의 활동 영역과 인식이 계속해서 넓어지고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안무가들이 지속적으로 많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러면서 “그래야만 K팝의 안무와 퍼포먼스 또한 지속적으로 높은 완성도와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손성득은 “‘드림 아카데미’를 통해 전 세계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글로벌 걸그룹을 성공적으로 만들고 싶다. 또 나아가 한국에서 온 크리에이터로서 글로벌한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게 좋은 작업과 활동을 많이 하고 싶다”고 포부를 남겼다. 손성득은 일간스포츠 창간 54주년에 대한 축하 인사도 전했다. “이전과 같이 앞으로 K팝뿐만 아니라 한국의 많은 문화들, 그리고 그에 속해 있는 많은 사람들까지도 일간스포츠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고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승훈 기자 hunb@edaily.co.kr 2023.09.27 05:13
영화

[비욘드K] 조상경 의상감독 “‘오징어 게임’ 의상으로 해외서 협업 요청 多”

“옛날엔 K콘텐츠 하면 해외에서 박찬욱 감독만 알았는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통해 K콘텐츠가 널리 알려졌어요. 해외에서 ‘곰곰’(영화 의상 전문 스튜디오)에 오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해요. ‘오징어 게임’이 해외와 이어준 통로가 되어준 거죠.”영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괴물’, ‘미녀는 괴로워’, ‘신세계’, ‘아가씨’ 등 한국 영화에서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작품은 없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함께한 조상경 의상감독이자 곰곰 대표 이야기다. 지난 2002년 류승완 감독의 데뷔작 ‘피도 눈물도 없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영화 의상 제작에 뛰어든 그는 현재도 활발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만 해도 ‘더 문’, ‘보호자’를 통해 관객들을 만났고, ‘외계+인 2부’, ‘화란’ 등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영화를 기억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인공이 입고 나온 옷으로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각인되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오징어 게임’이 대표적인 예다. 배우 김민희가 입고 나온 녹색 드레스, 다양한 패턴의 기모노는 ‘아가씨’ 하면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다. ‘오징어 게임’의 초록색 츄리닝과 핑크색 수트도 마찬가지다.대본 속에만 존재하는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건 배우의 역할이지만, 배우에게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입혀 몰입을 높이는 건 의상감독의 몫이다. 이런 의미에서 조상경 의상감독은 K콘텐츠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제가 이 일을 21년 정도 했는데, 작품 편수가 100편이 넘더라고요. 7~8년 전부터는 한 해에 8~9개 작품을 하고 있어요. 저예산 영화부터 OTT, 지상파까지 다양한 작품을 맡아요. 그러다 보니 프로덕션 스케줄이 다 달라요. 작품 사이즈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작품이 크다고 해서 작업을 오래 하는 것도 아니에요.”코로나19가 터진 후 영화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제작에 차질을 빚었고 영화관 방문자 수도 급격히 줄었다. 이에 따라 영화 제작 환경도, 의상 제작 환경도 변했다. 조상경 의상감독은 “촬영 자체가 힘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한 달간 촬영이 멈춘 적도 있었다”며 “다들 조심하면서 찍었다”고 말했다.“이전에는 현장에서 서로 이름도 알고 뒤풀이도 하고 가까이 지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진 후에는 이런 게 멈췄죠. 전 사실 디스토피아 장르를 보는 것도 너무 힘들었어요. 코로나가 전반적으로 사람의 감정과 체력을 저하시키더라고요.” 코로나19 이후에는 OTT 플랫폼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 채널이 다양해졌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영화 개봉이 어려워지면서 투자자들이 흥행 가능성이 큰 작품에만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에 영화 제작 편수가 줄어든 건 당연한 일. 조상경 의상감독은 예전에는 시나리오를 받고 예산의 규모를 물었다면, 지금은 극장용인지 아닌지를 먼저 묻게 됐다고 털어놨다.“넷플릭스의 경우 관객이 작품을 보게 되는 장치 기준을 LG 올레드로 잡고 만들어요. 그런데 ‘전, 란’처럼 극장용으로 알고 작업을 하다가 넷플릭스로 가게 되면 힘들어져요. 디테일한 부분 때문인데 의도한 대로 나오기 쉽지 않거든요. OTT용은 극장용 만들 때랑은 또 다른 고민이에요. 극장에선 계속 앉아서 보는데 집에서는 그러기 힘들잖아요. 시나리오 볼 때부터 끊어봐도 재밌을 수 있도록 사람의 심리적 부분까지 계산해야 해요.”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에 K콘텐츠를 각인 시키게 된 작품이다. 조상경 의상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아이덴티티나 다름없는 초록색 츄리닝과 핑크 수트를 만든 장본인. 시즌2에서도 의상을 담당한 그는 “주위에서 어떻게 한 것이냐고 많이들 물었다”며 “단순한 게 강하다”고 강조했다.“‘오징어 게임’도 당시엔 많은 배우들이 고사한 작품이에요. 그런데 지금 시즌2는 영화 5편은 찍어도 될 정도로 쟁쟁한 배우들이 합류했잖아요. 영화든 시리즈든 딱 봤을 때 재밌어야 해요. 너무 단순하죠.” 조상경 의상감독은 디자인에서 제일 중요한 건 위트라고 말했다. 다만 그 재미가 가볍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마스크맨이 카키색 군복을 입었다면 느낌이 달랐을 것”이라며 “이야기 자체가 세기 때문에 의상도 같은 톤으로 가면 보는 사람이 힘들다”고 설명했다.“넷플릭스에서 보는 게 오히려 고마워요. OTT 덕분에 이야기의 생명력이 길어졌거든요. 마치 헌책방에서 책을 발견한 기분이랄까요. 전 그렇게 해서라도 작품을 보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장이 다양한 건 좋잖아요. 그 안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계속 만들어져야죠.”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9.26 06:15
연예일반

[비욘드K] K액션을 만든다! 스턴트우먼 김경애

스턴트가 뭔지도 모르고 뛰어들었던 전직 격투기선수. 이젠 10년차를 훌쩍 넘긴 베테랑 스턴트우먼이 됐다. K콘텐츠의 퀄리티를 한층 끌어올리는 액션 전문 스턴트들.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김경애(38)는 누구보다 활발하게 현장을 누비고 있다.“무릎이 아프긴 아프죠, 이제는. 그래도 제일 재밌어요.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좋아요.”넷플릭스 시리즈 ‘사이렌: 불의 섬’에서 스턴트팀 리더로 활약,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김경애를 일간스포츠 54주년을 맞아 최근 서울 중구 일간스포츠 사옥에서 만났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를 타고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가고 있는 K콘텐츠. 특히 한국형 장르물이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는 현 시점에 장르물의 디테일을 끌어올리는 스턴트는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김경애는 ‘킹덤’, ‘암살’, ‘베테랑’, ‘미스터 션샤인’, ‘킬미 힐미’, ‘복면검사’ 등 국내외에서 두루 사랑받은 다수의 영화, 드라마에 출연한 베테랑이다. 2010년도에 스턴트우먼 일을 시작, 어느덧 13년차를 넘었다. “사실 저는 스턴트가 뭔지 잘 모르고 시작을 했어요.”김경애는 원래 격투기선수였다. 한때 대한격투기협회 챔피언까지 했을 정도로 몰입했다. 하지만 격투기선수로서의 일은 쉽지 않았다. 남성에 비해 선수풀이 약한 여성. 경기가 한 달에 한 번 열리면 많은 축. 두 달에 한 번, 어쩔 땐 반년에 한 번밖에 경기가 없을 때도 있었다. 그나마 경기에 나가도 개런티가 5만 원. 생활이 어려웠다.경기가 너무 없어서 킥복싱, 무에타이 등 다른 종목의 챔피언들과 시합을 한 일도 있었다. 할 때마다 졌단다. 김경애는 “내가 우물 안 개구리구나, 못 싸우는구나 했다”며 웃었다. 포털 사이트에 ‘몸 쓰는 일’을 검색했다. 그때 나온 게 액션스쿨이었다.“스턴트우먼으로서 격투기를 했던 경험이 장점이 되겠다고 느꼈던 건 4~5년차가 됐을 때예요. 그 전까지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격투기와 스턴트는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스턴트는 액션만 잘하면 안 돼요. 연기를 해야죠. 주먹을 내지르는 것 하나도 달랐어요.” 악으로 버티길 6개월. 액션스쿨을 졸업한 뒤 오기가 생겼다. 무슨 일이든 3년은 해봐야 한다는 게 김경애의 생각. 3년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스턴트 생활을 이어갔다. 거짓말처럼 3년이 되자 일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김경애는 “내가 맷집이 좋다”며 웃었다.“현장은 매일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설레고 가슴이 뛰어요. 연기를 하는 것도 이젠 재미있어졌고요. 감정을 실으면 주먹이 정말 달라지거든요.”스턴트가 꼭 어려운 액션만 하는 건 아니다. 와이어를 달고 높은 곳에서 뛰거나 사고가 나는 장면 같은 과격한 장면도 있지만, 단순히 싸우는 장면이나 넘어지는 장면 등을 대역으로 할 때도 있다. 스턴트는 배우들의 대역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 배우들처럼 몸을 관리하는 것도 일이다. 여성 배우들은 특히 날씬한 경우가 많아 김경애 역시 52~53kg 정도로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근육 단련을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는 건 필수다. 똑같은 액션을 해도 근육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충격은 다르다.바쁠 때는 3~5 작품을 한꺼번에 찍을 정도라는 김경애. 여태까지 찍은 작품만 100편이 넘는다.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 K콘텐츠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CG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액션을 하는 스턴트에 배우의 얼굴을 입히는 것도 가능해졌고, 환경도 이전보다 한층 안전해졌다. 앞으로 더 좋은 콘텐츠 환경을 위해 나아져야 할 점이 있는지 물었다. 김경애는 안전과 스턴트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안전에 대해서는 지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현장에서 다들 차분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앞 장면이 딜레이되거나 분위기가 안좋으면 액션 장면을 재촉해서 찍기도 하거든요. 빨리 할 생각보다는 안전하고 차분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또 촬영에 임하는 스턴트들도 평소에 운동을 하고 몸을 잘 만들어서 현장에 와서 가치를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스턴트라는 멋진 직업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9.26 06:15
연예일반

[비욘드K] 강예성 로그이엔티 대표 “장소로 드라마 기억해줘 무척 보람 느껴”

“장소를 통해 드라마를 함께 기억하고 공감해준다는 것에 무척 보람을 느낍니다.” K드라마에서 장소는 무척이나 특별하다. 캐릭터들과 이야기의 배경으로 극의 몰입감을 끌어올리고 신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면서 작품의 전체 톤을 만들어낸다. 단순히 예쁘고 멋있는 장소가 아닌, 작품의 서사와 맞물려 영상으로 담겼을 때 빛을 발하는 곳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주요한 일을 로케이션 매니저가 해낸다. ‘더 글로리’, ‘스위트 홈’, ‘미스터 선샤인’, ‘아스달 연대기’ 시리즈, ‘도깨비’ 등 다수의 히트작에 로케이션 매니저로 참여한 강예성 로그이엔티 대표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작업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은 생소하다. 영화 분야에선 제작부에서 담당하지만, 드라마에선 독자적인 롤로 활동한다. 강예성 대표도 방송계에 발을 들인 후, 25살이었던 2005년 우연한 기회를 통해 로케이션 매니저를 시작했다. 강예성 대표는 “당시 깔끔한 옷을 입고 편하게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 로케이션 매니저를 보고 이 업을 시작했는데 실제로는 너무 힘들다”며 웃었다. “적합한 장소를 찾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결과물을 만들어야 해요. 플랜이 무너지면 새로운 플랜 B를 바로 세워야 하고요. 우리가 준비되지 않으면 촬영 자체를 못 나가요. 그런 무게감 때문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무척 많이 받죠. 장소를 찾으려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영향을 받고요. 체력이 정말 많이 요구돼요. 그렇다 보니 일찍 업계를 떠나는 분들도 꽤 되죠.” 로케이션 매니저들은 작품 프로덕션 기간 중 거의 초반부터 작업에 참여한다. 전체 제작진 중 감독 다음으로 대본을 가장 빨리 보고 장소 섭외를 시작한다. 드라마 제작이 평균 10개월 가량 진행된다면, 로케이션 매니저는 최소 3개월 전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한 편당 최소 2~3명의 로케이션 매니저가 참여한다. 이들은 누군가의 눈에는 평범할 것 없어 보이는 곳을 마법처럼 특별한 곳으로 만들기도 한다. 강예성 대표는 이젠 명소가 된 드라마 ‘도깨비’의 강릉 주문진 구룡포마을의 방파제를 언급했다. “사실 그 방파제는 그냥 지나갈 때 잠깐 스쳐볼 만한 곳이에요. 평범한 방파제죠. 그런데 저는 그런 장소를 찾기 위해 당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시기였어요. 이동 중에 잠시 시간을 때우려 근처 카페 2층에 잠깐 앉아 있었는데 무척이나 인상 깊었어요. 이게 카메라로 담겼을 때 어떤 풍경으로 나올지 그려보면서 장소를 보거든요. 어떻게 보면 직업병이에요.” 강예성 대표는 20여 년간 콘텐츠 업계에 몸 담으면서 K콘텐츠의 위상과 작업 방식의 변화를 옆에서 지켜봤다. OTT 등 플랫폼 변화와 함께 노동시간 준수, 사전 작업이 더 활발해지면서 업무 환경은 상대적으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촬영은 진행되고 대본은 또 중간에 계속 나오다 보니까 프로덕션 때부터 계속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채 장소를 찾아다녀야 했다”며 “대본을 보고, 장소를 찾고, 감독의 컨펌을 받고, 그곳에 답사를 가고, 또 촬영팀과 현장 촬영 진행 상황을 체크해야 했는데 정말 쉴 틈이 없었다”고 전했다. “스태프들 입장에서는 되게 좋은 환경이 됐어요. ‘이런 환경이 올까, 진짜?’라고 했던 게 정말 어느 정도 현실이 됐죠. 물론 몸은 힘들고 스트레스는 받고 사람한테 치이는 건 같지만 과거와 비교해 일의 순서, 매뉴얼 등이 명확해졌죠. 로케이션 매니저를 포함한 스태프들도 점점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 받고 있는 느낌이에요. 예전에는 제 주위 사람들에게 이 직업을 추천하지 않았는데 여기에서 더 환경이 좋아지면 내 자녀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죠.(웃음)” 또 “예전과 비교해 로케이션 매니저 회사들이 소규모로 많이 늘어났다. 회사를 세운다는 건 그만큼 책임감과 연관돼 있다”며 “점점 전문화되어 가고 프로페셔널해지면 결국 콘텐츠의 질로 이어진다. 선순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예성 대표가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을 곱절이나 로케이션 매니저로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예성 대표는 “로케이션 매니저 모두가 똑같은 대답을 했을 것 같다”며 “매번 새로운 대본, 매번 새로운 고민, 그리고 매번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제게는 항상 새로운 경험인 거죠. 매해 최소 한 작품을 하는데 그 시간만큼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 결과물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있어요. 쉽지 않은 작업 과정이지만 작품마다 새로운 에너지를 매번 받아요. 이런 게 끊기 힘든 중독 같아요.” 낯선 장소에서 겪는 새로운 경험은 개인적으로도 뜻깊은 순간이 되기도 했다. 강예성 대표는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가지 않았을 법한 장소들이 있다”며 “나는 동계 스포츠를 하지 않는데 새벽에 스키장 리프트를 타고 상급자 코스로 간 적 있다. 그 가파른, 가장 높은 곳에서 봤던 풍경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고 떠올렸다. 장소를 선택하는 노하우가 따로 있을까. 강예성 대표는 “경력이 쌓이면 어떤 지역에 가면 어느 정도의 분위기인지 상대적으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정도”라며 “요즘은 너무 새로운 것들이 많이 생기고 사라진다. 유행이 빠르게 변하다 보니까 오히려 내가 낮은 연차인 친구들보다 트렌디한 장소를 못 찾을 수 있다”고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언제나 자신이 찾은 답이 완벽한 정답은 아니라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직감을 믿지 않아요. 제가 건방진(웃음) 5년차 때는 ‘내 직감이 맞아’라고 했는데 10년차 정도 되면 그때 직감이 틀렸다는 걸 깨닫고 좌절하기도 했죠. 결국 장소도 콘텐츠의 일부이고, 콘텐츠는 모두가 함께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더 객관적으로 좋은 장소가 있다고 여겨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물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맞다고 하는 더 좋은 장소를 찾아가는 거죠.”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09.26 05:27
뮤직

[비욘드K] “티도 안나는 동작 하나로 며칠간 스트레스” 권트윈스가 말한 K안무 완성도

“티도 안나죠. 정말 작은 부분인데 그 한 동작 때문에 며칠간 스트레스 받아요.”대한민국 댄서이자 안무가인 YGX 크루의 쌍둥이 도니·드기, 바로 ‘권트윈스’가 K안무를 대하는 자세다.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데에는 K안무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권트윈스가 어깨에 짊어진 무게도 이전보다 무거워졌다. 그래서 권트윈스는 더욱 멋드러지고 완성도 높은 춤을 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1969년 창간해 올해로 54주년을 맞은 일간스포츠는 K댄스의 주역, 권트윈스를 만나 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권트윈스는 한 없이 힙한, 세련된, 멋짐이 폭발하는 두 사람이었다. 가수 뒤에서 춤만 추는 댄서라고 보기엔 아까울 정도의 비주얼이다. 이는 권트윈스를 비롯한 현재 댄서들의 존재감과 위상이 이전보다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알게 했다.쌍둥이 형 드기와 동생 도니는 지난해 8월 방송된 Mnet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맨 파이터’(이하 ‘스맨파’)에 출연해 관심을 끌었다. 방송은 두 사람뿐만 아니라 실력있는 댄서들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고 이들의 매력과 가치를 부각시켰다. 드기는 “스맨파, ‘스우파’ 등 댄서들이 조명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좋다. 춤 장르도 다양한데 그런 점들을 앞으로도 더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방송 이후 댄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사실이고 우리를 대하는 주변 관계자들의 시선과 대우도 조금은 변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구체적으로 과거엔 한 가수의 안무 시안을 의뢰받으면 댄서가 안무 구성부터 영상 편집, 그리고 아티스트와의 직접적인 컨택까지 홀로 다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간 역할자로 소속사 관계자가 함께 해 댄서들이 온전히 안무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한다.수많은 댄서 중 권트윈스가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데에는 끊임없는 노력이 존재했다. 드기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스케줄이 차 있다. 춤 연습은 매일 하고 있고 행사나 개인 스케줄로 하루 하루 바쁘게 보내고 있다”면서 “매 연습 순간에도 최선을 다한다. 노래하는 가수뿐만 아니라 우리(댄서)도 우리만의 자리에서 빛나는 사람이 돼야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권트윈스는 고등학생 시절 춤을 시작해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도니는 “댄서들의 입지를 더욱 넓히기 위해 오래 전부터 노력했던 것 같다. 무대 위 노래하는 아티스트만 주목받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댄서로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꾸준히 고민해왔다”며 “댄서라는 직업이 더 당당하고 전문적인 직군이 되길 바랐다. 근 몇 년간 K댄스에 대한 주목도가 급상승했고 댄서들의 입지도 함께 올라간 게 사실”이라고 내다봤다. K팝의 성장에 K안무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증거다. 최근 들어 K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데에 있어 ‘댄스 챌린지’를 빼놓을 수 없다. SNS 내 댄스 챌린지가 흥행의 중심이 됐고 K팝의 흥행으로도 이어진다. 도니는 “회사에서도 아티스트 신곡에 대한 댄스 챌린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사람들이 따라하기 쉽고 중독성 강한 안무를 만들어달라고 요청이 오곤 한다”며 “안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음을 많이 느낀다. 그만큼 우리의 책임감도 높아졌고 더욱 치밀하게 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인터뷰를 진행한 YGX 건물은 댄스를 배우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K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걸 몸소 느끼는 순간이었다. 드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K댄스를 배우러 많이들 오신다. 이전보다 확연히 늘어난 수강생들을 보면 K팝과 더불어 K댄스도 더 글로벌해 졌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어린 시절부터 무대에 오르는 게 즐거웠던 두 사람에게 댄스는 가장 희열을 주는 일이었다. 어느덧 댄스는 직업이 됐고 업계에서 주목받게 됐다. 도니는 “K안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아질수록 더욱 부담을 느끼고 작업에 몰두한다. 그 안에서 결코 잃어서는 안될 것 하나, ‘멋’이다. 앞으로도 더욱 K팝을 빛내기 위해 더 멋진 안무를 선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권트윈스는 일간스포츠의 창간 54주년에 축하를 전했다. 두 사람은 “평소 뉴스를 잘 보지 않지만 일간스포츠만큼은 알고 있는 연예 스포츠 전문지다. 그만큼 지금까지 정보력 있는 소식들을 전해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 댄서들과 같이 업계 이면을 잘 들여다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60주년, 70주년, 80주년에도 인터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취재의 다양성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지승훈 기자 hunb@edaily.co.kr 2023.09.26 05:27
연예일반

[비욘드K] 장원석 대표 “BTS‧’기생충’ 세대, K콘텐츠 이끌 것…미래 밝아”

“K콘텐츠의 핵심은 스토리이고, 이를 만드는 작가들은 방탄소년단(BTS)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쳐요. K콘텐츠가 전세계를 주도할 저력은 여기에 있습니다.”1996년 20대 초반 영화를 사랑한 청년은 무작정 업계에 뛰어들었고, 40여 편의 작품을 제작했다. 때로는 실패를 때로는 성공을 맛보며 지난한 시간을 견뎠고, 어느덧 30여 년 업계에 몸 담고 있는 베테랑이 됐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해 드라마 제작에도 뛰어든 자칭 ‘드린이’의 길을 걷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와 드라마 ‘킹덤’과 ‘악귀’의 공동 제작자인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이야기다. 장원석 대표는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일간스포츠를 만나 K콘텐츠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를 이야기했다. ‘범죄도시3’까지 1000만 관객수를 돌파하면서 시리즈 도합 3000만의 관객수를 동원했다. 축하한다.천운이다. 영화계가 이렇게 힘든데 흥행작이 됐다. 사실 한국영화들 중 흥행작은 손에 꼽히지 않나. 천운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기가 막힌 기회를 잡은 거다. 솔직히 ‘범죄도시’를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제작자 입장에선 이 정도의 흥행을 낼 만큼 재미를 보장했느냐,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느냐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 못한다.한국영화가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제작자 입장에서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나. 정답은 있죠. 완성도 높고 밀도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더 많은 볼거리, 재미와 감동을 추구해야 한다. 뻔한 말일 수 있지만 이건 관객들에게 통한다. 꼭 영화의 사이즈와 결부돼 있는 것 같지 않다. 최근 개봉한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그렇지 않나. 그건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1일 평균 관람객수는 전세계적으로 아주 높은 편이고 N차 관람을 할 정도로 영화를 사랑해주는 관객이 있기 때문에 서서히 극장가가 나아질 희망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예전에는 영화들끼리 경쟁했다면 이젠 영화와 드라마가 경쟁하는 상황이다. ‘킹덤’을 시작으로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 “진짜 살아남기 위해 드라마 제작을 시작했다. 나 또한 제작자로서 OTT 등을 통한 콘텐츠 소비 행태 변화에 뒤처지면 안 되지 않나. 다만 너무 힘들었다.(웃음) 왜냐하면 아주 심플하다. 나보다 드라마를 잘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영화만 주구장창 만든 사람이 드라마 현장에 갔더니 영화 현장과는 모니터와 스테이션 의자 위치, 촬영 속도, PD들의 담당 업무가 너무 다르더라. 슬레이트를 안 치기도 하더라. 정말 드라마에 대해 모르는 ‘드린이’였다. 지금도 배워가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의 다른 점은 반응이다. 사실 한국영화로 세계 1등은 사실상 쉽지 않다. ‘기생충’은 정말 예외다. 그런데 K드라마는 그게 된다. OTT에서 드라마 순위만 보더라도 1위를 수시로 하지 않나. 우리나라는 최소한 ‘동북아의 할리우드’다.제작자로서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나.무조건 소비자 입장이다. ‘이렇게 만들면 사람들이 볼까’를 고민한다. 이렇게 계속 고민하다 보면 기획의 방향은 소비자 위주가 된다. 예전에는 내가 재밌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콘텐츠는 소비되고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 사실 소비자가 뭘 좋아하는지 찾는 건 쉽지 않지만 대본 테스트, 블라인드 시사 등 여러 단계를 더 거치려 한다. 그리고 협업이다. 사실 지난 1980~1990년대 전세계를 강타한 홍콩영화도 1990년대 후반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K콘텐츠도 단순히 장밋빛 미래만을 그릴 수는 없다. K콘텐츠의 미래는 아주 밝다. 결국 콘텐츠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인데 우리나라 역사가 여기에 강점을 지닐 수밖에 없는 요인을 가지고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사회적 DNA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봐야 한다. 콘텐츠 산업에서 트렌드를 모두 읽을 수 없지만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우리나라가 그런 능력이 탁월한다. 식민지와 분단의 아픔, 그리고 지금의 세대는 외환위기 등 다이내믹한 한국을 겪으면서 기민함과 동시에 이런 여러 상황을 흡수해 스토리로 풀어낸다. 콘텐츠에 이게 곧바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K콘텐츠는 우리나라가 겪은 다이내믹하고 다양한 사건들을 겪은 사람이 만들고, 때로는 그 소재가 녹아 있다.그렇다면, 이러한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가를 양성하는 거다. 내가 대학시절만 하더라도 문창과, 연극영화과는 전국에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척 많지 않나. 문화산업이 돈이 된다는 걸 이제 모두가 안다는 거다. 이런 분위기에서 작가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환경이 더 탄탄해져야 한다. 그렇다면 K콘텐츠는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할리우드도 처음부터 지금의 할리우드가 아니었지 않나. 세계대공황을 거치면서 영상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점점 시스템화됐다. 또 앞으로 K콘텐츠를 이끌 작가들은 BTS, ‘기생충’, ‘오징어게임’을 보고 자랐다. 한국인이 1등하는 걸 보고 자란 만큼 자신감이 넘치다. 지금 K콘텐츠의 위상이 이들에게 기회가 되고 문화적 경험이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질 거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09.26 05:18
산업

[비욘드K] 일본 열도 매료시킨 K뷰티…선봉에 선 라카 이민미 대표

K뷰티 브랜드는 고만고만하다. 4~5개로 수렴되는 국내 대형 화장품 ODM·OEM(제조자개발생산·주문자상표부착생산)사에서 준수한 성분과 기술력이 집약돼 탄생한다. 해외에서 "K뷰티 제품은 다 좋다"는 입소문이 난 배경이다. 상향 평준화된 K뷰티는 아이디어 싸움에 골몰했다. 작은 사이즈의 쿠션 팩트, 한 번에 두 가지 색깔을 내는 아이섀도 등 재기발랄한 상품을 앞다퉈 선보였다. 그러나 얄팍한 아이디어에 기댄 K뷰티는 C뷰티(차이나뷰티)에 덜미가 잡혔다. '라카'는 사면초가인 K뷰티업계에서 상당히 시사점을 주는 브랜드다. 라카는 2018년 국내 처음으로 젠더 뉴트럴 화장품이라는 화두를 꺼낸 뷰티 브랜드다. 여성도 남성도 아닌 '모두'를 위한 화장품을 표방한다. 여성이 주류인 뷰티 시장에 젠더를 적시 하지 않은 라카는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 5년은 편견과 싸우는 동시에 단단한 철학으로 무장하며 보낸 시간이었다. 빛을 보고 있다. 라카는 세계 3대 화장품 시장인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K뷰티 브랜드로 손꼽힌다. 일본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신주쿠, 시부야, 긴자 상권의 주목받는 매대에는 어김없이 라카가 자리 잡고 있다. 이민미 대표에게 J뷰티 시장에서 K뷰티 브랜드로 성공을 거둔 배경과 한국 코스메틱 브랜드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었다. 치밀한 브랜드 히스토리와 사명감, 제품력을 쌓아가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우리' -2018년 '컬러는 원래 모두의 것'이라는 슬로건을 선보였다. 배경이 궁금하다."약 10년간 광고인으로 살았다. 직접 광고회사를 경영하면서 코스메틱에 특화된 에이전시로 자리 잡았다. 아름다움을 다루는 일은 굉장히 섬세하고 매력적인 작업이라는 걸 알게 됐고, 하룻밤 사이 새로운 트렌드가 부상하는 뷰티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뾰족한 기조와 철학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브랜드 고유의 철학'을 가진 나만의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그게 바로 라카였다." -한국에서 젠더 뉴트럴이라는 주제는 상당히 예민한 화두다. "시대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당시 아시아 시장에서 착한 성분이나 친환경 같은 메시지는 활발히 다뤄지고 있었지만 '젠더'를 브랜드 철학으로 다루는 브랜드는 없었다. 기업이 함부로 다뤄선 안되는 주제처럼 터부시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주제를 진정성 있게 잘 다뤄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젠더의 경계를 허무는 중립적인 브랜드'를 처음 설계하게 됐다." -젠더 뉴트럴 메이크업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화장품 시장은 여성과 남성을 따로 구분해 왔다. '젠더 중립'이란 화두는 선도적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다른 한편에서는 어색하거나 불편한 주제일 수 있다. 젠더 뉴트럴에 공감하는 소비자들 중에서도 '멋있긴 해도 내 것은 아니다'라고 여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극복했나. "모든 제품을 선보일 때 우리의 철학을 응원하고 좋아해 줄 사람뿐만 아니라 낯설게 느끼는 소비자들의 감정들까지 섬세하게 생각한다. 여성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들'에게도 충분히 어울리는 메이크업이라는 걸 화보로 보여주기 위해 공을 들인다. 다양한 젠더 이미지를 활용한 사용법을 사진과 영상으로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여기는 감정을 끌어올리는데 신경 쓰고 있다. 단순한 신제품 홍보 이상의 '사명적 콘텐츠'를 생산하고 또 생산하고 있다." -여성의 마음을 잡는 것보다 더 복잡한 것 같다. "라카는 매 시즌 여성과 남성 모델을 모두 발탁한다. 라카를 만드는 사람들도 브랜드 신념에 따라 특정 젠더에 치우치지 않았는지 끝없이 스스로를 검열하고 완성된 광고제작물을 버리기도 한다. 가끔은 주변에서 '화장품 브랜드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철학 아래 꾸준히 걷고 일관성을 걸어야 사랑받을 수 있다. 이런 시간들이 모이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라카를 알고, 체감하고 사랑해 주는 것 같다. 성취감과 행복을 느낀다."-모든 젠더를 만족시키는 화장품은 제품 개발부터 다를 것 같다."남성과 여성으로 소비자를 가르는 화장품 시장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하도록 제품의 난이도를 낮추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가령,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중명도·중채도 컬러를 구현할 땐 질감에 밀도를 줘서 한두 번의 터치만으로 메이크업이 손쉽게 완성할 수 있도록 했다. 쨍하게 표현될 수 있는 고명도·고채도 또는 저명도·고채도 컬러에는 충분한 투명도와 부드러운 발림을 주어 컨트롤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쉬운 질감 속에 다채로운 컬러를 담는 것'이 라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품 개발 포인트다." 일본에서 핫한 라카 -일본에서 라카의 인기가 상당하다. "올해 라카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다. 2년 연속 2배에 가까운 성장을 이루고 있는데, 이 중 일본에서의 성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립 제품 카테고리 성장이 가장 돋보인다. 라카의 베스트셀러 '프루티 글램 틴트'는 큐텐재팬에서 2022년 2분기부터 6분기 연속 포인트 메이크업 카테고리 판매액 1위를 달성했다. 이베이재팬에서 매월 발표하는 '월간 인기 화장품 랭킹'에서도 라카는 부동의 네임드 브랜드다." -일본 시장에서 라카의 존재감이 도드라지고 있다. "라카 고유의 패키지 디자인, 우수한 포뮬러, 합리적 가격과 브랜드 스토리라는 탄탄한 '사각편대' 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간결하면서도 유니크한 패키지 디자인이 일본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체감한 사례와 에피소드가 있다면. "신주쿠와 시부야, 긴자 같은 핵심 상권의 오프라인 점포에서도 가장 주목도 높은 위치에 라카 매대가 줄지어 마련돼 있다. 팔려나간 제품을 바쁘게 채워 넣는 점원들과 우리 제품을 사들이는 소비자들을 직접 현장에서 보면서 라카의 경쟁력과 힘을 체감했다. 감사함과 동시에 새로운 미션을 계획하는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라카의 사업 목표가 궁금하다. "현재는 일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추후에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시장 등 제3국으로의 진출도 준비 중이다. 멀지 않은 시간 내에 한국과 일본을 넘어 탄탄한 글로벌 브랜드로 약진하고 싶다." -최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K뷰티 브랜드가 C뷰티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라카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뚝심 있는 세계관, 풍성한 스토리텔링이 있다. 라카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소비자들과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밀도 높게 소통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은 쉽게 카피할 수도, 카피될 수도 없고 단시간 안에 쌓아올릴 수도 없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신기한 제품이나 초단거리 달리기에서 승부를 보는 마케팅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본다. 오랜 시간 꾸준히 확장해온 라카만의 브랜드 세계관이 묵직한 무기가 된다." -일본에 진출하는 K뷰티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일본 시장은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트렌디한 룩으로 무장한 K뷰티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기세가 이어지려면 정교한 고객 응대 서비스와 고도화된 현지 CRM(고객 관계 관리)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 라카는 현지 파트너들과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하고 있다. 시장에 좋은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9.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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