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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박진영♥노정의 ‘마녀’,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이유

지난 15일 첫 방송된 채널A 새 토일드라마 ‘마녀’가 단 2회만에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눈은 호강하고, 귀는 즐겁고, 가슴은 아린 동시에, 예상치 못한 포인트로 웃음까지 선사하는 작품의 매력이 알차게 드러났기 때문. 지난 16일 방송된 2회 시청률은 3.0%까지 상승했다. (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유료가구 기준) 이에 시청자들로부터 “일단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이끈 비결, 그리고 앞으로의 기대 포인트를 살펴봤다. ◇ 박진영-노정의, 서로의 시점으로 보여준 고등학생 서사‘마녀’는 마녀라 불리는 여자를 둘러싼 불운의 법칙을 깨고자 하는 남자 ‘동진’(박진영)과 비극의 씨앗이 되어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한 여자 ‘미정’(노정의)의 시리도록 아픈 과거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다. 이 과정을 1, 2회에 걸쳐 동진과 미정의 시점으로 그렸다. 첫 회부터 여타 드라마의 트렌드처럼 속도 빠른 전개 대신, 서로의 시점을 통해 과거 서사를 촘촘히 쌓아 올린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러한 ‘핑퐁 서사’에 “대환영”이란 반응을 보냈다. 디테일하고 친절하게 쌓인 서사가 오히려 과몰입을 유발한 것.벼락을 맞아 사망한 남학생을 추모하던 학생들 사이, 동진이 미정의 슬픔을 목격한 그 때, 미정은 “그날 정환이가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까?”라며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운 미정은 매번 외진 구석에서 점심을 먹었고, 그런 그녀를 위해 차양막을 설치해 둔 건 동진이었다. 해가 바뀌고 3학년이 시작된 3월, 이번엔 같은 반 남학생이 감전사했다. 상처를 가득 안은 미정은 그 길로 학교를 떠났고, 동진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끝내 “안녕, 나는 이동진이야”라는 인사는 건네지 못하고, 마음 속에 담아둔 채 말이다. 그리고 그리고 미정은 아빠 종수(안내상)마저 자신 때문에 죽음을 면치 못하자, 오랫동안 살았던 마을로부터 도망쳤다. 이렇게 쌓인 서사는 10년 후, 거짓말처럼 다시 만난 동진과 미정의 이야기를 더욱 기대케 한다.◇ 박진영X노정의, 기대를 확신으로 바꾼 ‘진정 커플’의 로맨스 케미그 중심에는 이동진과 박미정, 그 자체에 녹아든 눈부신 열연과 케미스트리를 빚어낸 박진영과 노정의가 있다. 먼저 박진영은 공부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평범한 학생, 엄마 앞에선 철없는 아들, 짝사랑하는 여자에겐 다가가지 못하는 서툰 남자의 모습까지, 각기 다른 동진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그런가 하면, 노정의는 가슴 깊이 새겨진 상처로 인해 스스로를 고립한 채, 일상을 버티고 있는 미정의 사연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호평을 이끌었다.무엇보다 방송 전부터 ‘진정 커플’이란 닉네임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이 오매불망 기다렸던 두 사람의 로맨스 케미는 그 기대를 확신으로 바꿔 놓았다. “얼굴만 봐도 로맨스 서사가 써진다”는 비주얼은 두말도 필요 없었고, 촘촘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변화하는 감정을 빈틈없이 섬세하게 표현해낸 연기 케미까지 완벽했기 때문. ◇ “미감이 좋다” 첫 방송부터 연출과 각색의 힘 보여준 김태균 감독X조유진 작가첫 방송부터 연출의 힘과 각색의 힘을 보여준 김태균 감독과 조유진 작가는 앞으로의 방송을 더욱 기대케 하는 이유다. 김태균 감독은 여백의 미를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채웠다. 특히 미정이 학교를 떠나는 날, 시간을 돌리고 싶은 동진의 심리를 반영한 ‘위로 내리는 눈’ 연출은 배우들마저 입을 모아 감탄했던 장면. 시청자들 역시 “미감이 너무 좋다”, “슬프게 예쁘다”, “영화 같다” 등 연출에 대한 반응을 보였다.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면 직면할 수밖에 없는 문제, 차별화 지점을 전달하는 방법도 영리하게 풀어냈다. 원작의 스토리 라인 속 각색된 지점을 찾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것은 물론 인물들의 서사와 감정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 것. 원작에서는 형사 중혁(임재혁)의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극 중에서는 동진과 미정의 시점을 따라간 것이 대표적이다. 동진이 차양막 설치로 엄마 미숙(장혜진)을 조르고, 졸업식 후 졸업앨범과 꽃다발을 들고 미정의 집을 찾은 장면 역시 각색되면서 추가됐다. 짧은 웹툰의 장면 사이 사이를 자연스럽게 채운 이야기는 ‘마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원작 팬들도 호응을 보낸 작품의 탄생을 알렸다.‘마녀’는 매주 토, 일 오후 9시 10분에 방송된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2.20 11:44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는 이 정부 이래 우리 시대의 유행어가 됐습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이 매주 광장에 모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를 집중해서 들어보지만 대체 무슨 개념의 자유인지는 저는 잘 알지를 못하겠습니다. 북한에는 정치적 자유가 없으니까 우리 남한의 정치적 자유를 새삼스럽게 자랑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 것도 자유로 인정해주는 민주공화국이니까 문제 삼을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자유의 사전적 의미는 ‘외부의 어떠한 것에 의해서 구속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자유라는 단어 그 자체에 담겨 있는 뜻은 조금 다릅니다. 자유는 스스로 자(自)에 말미암을 유(由)를 씁니다. 스스로 말미암다. 자유라는 단어는 우리를 구속하려는 ‘외부’에 시각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이 자신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내부’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 단어가 자유입니다. 그러니까 자유라는 단어는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대해 전적으로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자유인의 반대말은 노예입니다. 노예는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입니다. 노예의 주인은 노예를 먹이고, 입히고, 재워주는 것 말고 생각도 대신 해줍니다. 노예는 주인의 생각에 따라 행동을 하니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습니다. 자유란 자기 생각을 가진다는 것이고, 그 자기 생각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노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자유가 인간에게 축복인 것만은 아닙니다. 사르트르는 자유가 고통이라고 했습니다. 심하게는, 자유는 인간에게 주어진 저주라고 했습니다. 자유인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 매사에 고뇌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황과 불안은 자유인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자유는 타인에 의해 보호될 수는 있어도 강제되지는 못합니다. “너는 자유로워야 해” 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자유인의 자유는 개별적이고, 그에 따른 책임도 개별적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유 안에서 충분히 자유를 구가하며 살고 있는지요. 인생의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 모든 것의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는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지요. 남의 탓을 조금도 할 생각 없이 살고 있는지요. 신의 섭리 따위의 변명조차 안 할 수 있는지요. 이 망망한 우주에서 당당히 “나는 자유다”라고 선언할 수 있는지요.고백하건대, 저는 제 자유가 버겁습니다. 글쟁이로서의 자유는, 그 자유를 세상에 드러낼 때이면 속에서 신물이 넘어올 정도로 괴롭습니다. 여기 이 칼럼을 쓰면서도 책임져야 할 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송고하기 전에 몇 번을 반복해서 읽습니다. 자유인에게 표현의 자유란 자유인으로서 져야 하는 책임의 의무를 뜻할 뿐입니다.자유를 포기하고 노예로 살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 버거운 자유를 나눠서 지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신의 자유를 뚝 떼어서 줘도 될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지요.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한용운의 시 ‘복종’ 중 일부)누구에게든 자유가 버겁지 않겠는지요. 버거운 그 자유를 뚝 떼어내어서 남에게 주는 겁니다. 내 자유를 주었으니 나는 내 자유를 받은 그 사람에게 복종을 해야 하는 노예입니다. 나의 자유를 받은 그 사람도 나에게 그의 자유를 뚝 떼어서 주면 그 사람은 나의 노예가 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복종을 하는 관계를 맺는 것이지요. 한용운은 이 자발적 상호 복종을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한용운의 생각을 확장하면, 자발적으로 상호 복종의 관계를 맺고 있는 자유인들의 국가를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자유를 입에 올리는 것은 자유입니다만, 이미 자유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유를 입에 올리지 않습니다. 자유인들의 국가에서는 자발적 상호 복종의 관계, 즉 사회적 연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아는 까닭입니다. 2025.02.20 07:00
PGA

"99야드라며!" 모두를 폭소케 한 골프황제의 '황당' 실수, "내 골프 경력 중 가장 창피한 순간"

"내 골프 경력에서 가장 창피한 순간이었다."'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황당 실수에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소파이 센터에서 열린 스크린골프 TGL 경기. 캐머런 영(미국)과 싱글 매치를 치르던 우즈는 13번 홀(파4)에서 세컨드 샷을 터무니 없이 짧게 쳤다. 홀까지 199야드(약 181.97m) 남은 상황에서 겨우 116야드를 보낸 것. 샷에 실수라도 있었던 걸까. 경기 후 우즈는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에 "99야드라고 듣고 쳤다"고 고백했다. 개인 캐디가 없는 이 대회에서 우즈는 팀의 가상 캐디인 롭 맥나마리 매니저에게 거리를 물었고, 맥나마리는 "99"라고 말했다. 문제는 캐디들이 종종 100야드가 넘는 거리면 세 자릿수의 첫 번째 자리를 빼고 말한다는 것이다. 맥나마리는 199야드에서 '1'을 빼고 말했고, 우즈는 곧이 곧대로 '99야드'로 받아들여 웨지를 잡았다. 스크린 골프라 육안으로 거리를 측정하기 어려운 상태서 나온 실수였다. 스윙 후 스크린상에서 멀리 날아가지 않은 공에 우즈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맥나마리에게 "네가 99야드라고 말했잖아"라고 항의하며 관중을 만들었다. 우즈와 함께 출전한 주피터 링크스 팀원인 케빈 키스너(미국)와 김주형은 아예 주저 앉아 폭소를 터뜨렸다. 우즈는 이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13번 홀 후 우즈는 "내 골프 경력에서 가장 창피한 순간 중 하나가 방금 일어났다"라며 웃었다. "난 그냥 망쳤어, 창피하다"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한편, 우즈는 지난 5일 어머니 쿨티다 우즈를 떠나보냈다. 우즈가 대회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빨간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를 입게 된 것도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모친상 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출전을 포기한 타이거 우즈는 이번 TGL을 통해 복귀전을 치렀다.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세상을 떠난 우즈의 어머니를 기리는 빨간 배지를 모자에 달기도 했다. 윤승재 기자 2025.02.20 06:04
스타

“잇따른 韓스타 죽음, 압박 심한 분위기 탓” 故김새론 비보에 외신들 비판

배우 고(故) 김새론의 갑작스러운 부고에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 가장 찬사를 받는 젊은 배우 중 한 명이었던 김새론은 2022년 음주 운전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대중의 비판에 직면한 이후 어떤 작품에도 출연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의 죽음은,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압박이 심한 한국 연예산업에 닥친 최근의 비극”이라며 “(한국의 연예산업이) 급성장하는 스타들의 정신건강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비판 받아왔다”고 분석했다.CNN 또한 “최근 몇 년간 젊은 K팝 아이돌과 K드라마 배우들의 잇따른 사망 소식은 한국 연예계의 정신건강 문제와 극심한 압박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면서 배우 송재림, 그룹 아스트로 문빈, 가수 겸 배우 설리, 그룹 샤이니 종현의 선례를 언급했다.이어 “연예 기획사들은 상담 서비스 제공 및 유연한 일정 조정 등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극심한 경쟁 환경, 대중의 끊임없는 감시, 외모 및 행동에 대한 완벽함을 요구하는 문화가 여전히 연예인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조명했다.BBC 역시 “한국 연예계는 오랫동안 치열한 경쟁과 강도 높은 압박으로 인해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져왔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젊은 K팝 스타와 배우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연예계의 정신적 부담이 조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한편 고김새론은 지난 16일 오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향년 25세.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타살 흔적이 없는 점 등을 토대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김새론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6시 20분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5.02.18 08:54
연예일반

스물다섯에 진 꽃…고 김새론, 하드코어 인생아 [IS포커스]

배우 김새론이 유명을 달리했다. 스물다섯이란 이른 나이에 고됐던 영화 안팎의 삶을 모두 정리하고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김새론은 16일 오후 4시 54분께 성동구 성수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망 경위는 조사 중으로, 외부 침입 흔적이나 타살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연기 인생은 17년으로 결코 짧지 않았다. 그 동안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많은 아역 출신 배우들이 있지만 김새론은 그 길이 ‘하드코어’라고 할 만큼 평범하지 않았다. 그의 사망 소식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다.◇하드코어 1막, ‘여행자’→‘도희야’ 김새론은 2001년 잡지 ‘앙팡’ 아역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건 2009년 우니 르콩트 감독의 영화 ‘여행자’였다.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이 작품에 합류한 김새론은 고아원에 버려진 소녀로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영화는 그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김새론은 칸 레드카펫을 밟은 최연소 한국 배우에 이름을 올렸다.이듬해에는 영화 ‘아저씨’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아저씨’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617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드롬급 화제를 모았다. 극중 태식(원빈)을 기다리는 납치 피해자로 분한 김새론은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섬세한 감정 연기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그 때부터 김새론은 “본인 작품을 못 봐서 어떡하냐”는 인사에 “원래 본 적이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배우였다. 아역부터 유난히 하드한 작품이 많았다. 일례로 ‘이웃 사람’에서는 연쇄살인마의 희생자이자 또 다른 표적이었고, ‘바비’에서는 심장을 구해 올 아빠를 기다리며 죽어가는 소녀였다. ‘도희야’에서는 신체적, 성적 학대로부터 매일을 견디는 학생이었고, ‘눈길’에서는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당하는 소녀였다.여느 아역 배우들이 귀엽고 예쁜 역할만 찾을 때 김새론은 간접적으로도 체험해 보지 못했을, 인생의 모든 업보를 짊어지고 걸었다. 성인 연기자도 버티기 힘든 가학의 공간에서 몸을 웅크린 채 눈물을 쏟았다. 쉽진 않았겠지만, 이 시간들은 켜켜이 쌓여 김새론만의 차별점이 됐다. 그는 아역 배우들이 우후죽순 등장할 때도 자신만의 명확한 셀링 포인트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갔다.내공이 쌓이면서는 표현의 깊이와 세밀함까지 더해졌다. 대체로 김새론에게 주어진 역할은 어둠 혹은 가여움의 범주에 들어갔지만, 김새론은 세심한 관찰력과 표현으로 이 캐릭터들에 한 데 묶을 수 없게 만들었다. “친구가 평범한 드레스를 받고 울더라. 그래서 그냥 내 예쁜 드레스랑 바꿔줬다. 연기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입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든지 내가 하는 거에 따라서 빛나 보일 수 있다”며 눈을 반짝이던 10대 소녀는 그렇게 자신의 바람대로, 목표대로 성장해 나갔다. ◇하드코어 2막, 음주 운전→셀프 열애설하지만 아역 배우 프레임을 벗고 성인 연기자로 출발한 지 오래지 않아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김새론은 지난 2022년 5월 서울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운전 중 가드레일 등 구조물을 들이받았다. 당시 김새론은 음주 상태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김새론을 향한 믿음과 애정만큼 대중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김새론은 연기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공개를 앞뒀던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는 대부분 편집됐고, 캐스팅이 확정됐던 드라마 ‘트롤리’에서는 하차했다.이후 김새론은 이상하리만치 논란을 자처했다. 자숙 기간 중 술 파티를 펼치려던 정황이 포착되는가 하면, SNS에 김수현과 찍은 사진을 게재, 셀프 열애설을 만들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이슈에 대중은 자숙의 진정성을 의심했고, 김새론은 그렇게 성공한 아역 배우에서 문제아로 전락했다. 논란에 논란이 더해지면서 그의 본업 복귀는 더욱 멀어졌다. 김새론은 지난해 연극 ‘동치미’ 출연을 확정했다. 하지만 출연 고지 하루 만에 돌연 하차 소식을 전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였지만, 하차 요구가 빗발친 상황이었다. 당시 극단 배우들과 MT를 다녀올 정도로 작품에 열의가 넘쳤던 김새론은 다시 한번 꿈을 접었다.하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김새론은 꾸준히 복귀 의사를 내비치며 문을 두드렸고, 음악영화 ‘기타맨’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기존 출연작들과는 결이 달랐지만, 그렇기 때문에 배우로서 가치를 증명할 장이 될 수 있었다. 개인의 문제를 차치한, 배우 김새론은 현장에서 누구보다 밝고 열정적인 프로였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기타맨’의 제작자이자 상대 배우로 출연한 이선정 성원제약 대표는 “미팅 때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일어서보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하게 됐다”며 “연기 열정이 컸던, 연기할 때를 가장 즐거워했던 배우였다. 감정 조절이 힘든 상황에서도 언제나 컨트롤을 잘했다. 보고 있으면 늘 ‘연기자는 연기자’란 생각이 들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한편 김새론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9일이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 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5.02.17 15:09
영화

김새론이 11년 전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다시 읽다..세컨드 찬스에 대하여 [전형화의 직필]

“어떤 해명을 해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을 것.”김새론이 한국 나이로 15살이던 2014년 2월에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입니다. “악플러들은 벼랑 끝으로 키보드를 두들기고 몰아세우고 공격하고 끝을 봐야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는 글을 올렸더랬죠.당시 인터넷 사이트에 누군가 김새론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그가 술담배를 한다고 음해한 데 대해 해명한 것이었습니다. 김새론은 “내가 그동안 바르게 살아왔다면 믿는 사람들은 믿어줄 것이고 날 몰라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은 좋은 말이든 진실이든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그리고 11년이 흘렀습니다. 김새론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새론은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향년이 25세에 불과합니다. 김새론이 2009년 데뷔작인 영화 ‘여행자’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을 때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김새론은, 기사에 만 나이로 쓰던 시절이라 만으로 8살, 한국 나이로 9살에 칸에 초청받아 역대 한국배우 최연소 초청기록을 세웠습니다. 9살의 어린 김새론이 칸에서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받아본 기억이 선합니다. 5년 뒤 ‘도희야’로 칸에 초청받았을 때, 현지에서 김새론을 만났습니다. 김새론은 ‘도희야’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 현지에서 영화를 보지는 못했고, 상영이 끝난 뒤 관객에게 인사하기 위해 극장에 들어왔습니다. 폭포 같이 박수가 쏟아지자 15살 소녀는 그만 펑펑 울었습니다.‘도희야’는 어느 외딴 시골에 의붓아버지 폭력에 시달리는 한 소녀가 개인 성향 때문에 그 마을로 전출온 파출소 소장을 의지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배두나와 김새론, 송새벽이 출연했습니다. 김새론은 의붓아버지에게 늘 맞고 사는 도희 역할을 맡았습니다.‘도희야’를 칸에서 보면서 울었습니다. 슬프진 않았습니다. 감동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자식을 죽도록 때리는 아버지의 폭력,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폭력,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 파출소장인 배두나와 아버지에게 맞고 사는 김새론의 장면에서 그만 눈물이 흘렀습니다.당시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영화 속 김새론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 같았습니다. 영화 속 선택처럼 비겁한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듯도 싶었습니다. 그해는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해였습니다. 한국영화가 칸에 많이 초청됐지만 조심스런 마음에 일부 배우들이 참석을 안 했거나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더랬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하면서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해 ‘도희야’를 본 많은 한국 사람들은, 도희를, 김새론을 지켜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11년이 흘렀습니다. 세상이 갈수록 뒤로 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김새론이 11년 전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요즘에 올렸다고 해도 무엇이 크게 다를까 싶습니다. 아니 요즘이 훨씬 더 폭력적인 것 같습니다. 정의봉을 들고 두들겨 패다가 다음 먹이를 찾는 행태가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세월호 이후 강산이 한 번 바뀌었지만, 세상은 더 잔혹해진 것 같습니다. 세컨드 찬스, 두 번째 기회를 생각해 봅니다. 음주운전, 도박, 마약 등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에 대한 질타는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만큼 연예인들은 사회적 영향력이 크니깐요.하지만 진심으로 사과하고 깊게 반성하고 자숙한 연예인들에게 절대 두 번째 기회를 줘서는 안되는 것일까,를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예인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줘선 안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연예인 뿐 아니라 비연예인에게도 같이 적용되기 마련입니다. 사회적으로 두 번째 기회에 더욱 야박해져도 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연예인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지면 되지 않냐는 의견들도 있지만, 연예인에게 연예인은 직업이자 정체성입니다. 또한 내 눈에 띄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방식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건 다들 공감하실 터입니다. 물론 민감한 문제입니다. 피해자가 있을 경우, 피해자가 용서를 하지 않았을 경우, 더더욱 어려운 일이죠. 그럼에도 이제 두 번째 기회를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약을 하다가 감옥에도 다녀왔습니다. 그의 필모그래피가 꽃을 피운 건 감옥을 다녀온 뒤부터입니다. 할리우드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면 우리에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김새론의 명복을 비는 많은 분들이, 이 참에 두 번째 기회도 한번쯤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5.02.17 11:03
드라마

[정덕현 요즘 뭐 봐?] ‘트리거’, 가짜뉴스 판치는 세상에 던지는 속 시원한 일침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이다. 일단 정보가 너무 많아졌고, 비슷한 정보들을 똑같이 복제해 쏟아내는 매체들도 많아졌다. 그러니 뭐가 실체적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슬쩍 가짜뉴스를 띄워 자신들의 배를 채우려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는 환경이다. 대중은 혼란스럽다. 명백한 진실조차도 믿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거짓에 휘둘리는 현실. 뉴스의 공신력은 갈수록 떨어진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던 것만 듣다 보니 이를 이용하는 이들도 많아진다.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진실 보도’에 대한 갈증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트리거’는 바로 그 갈증을 정곡으로 찌르는 작품이다. 탐사보도팀 ‘트리거’를 이끄는 오소룡(김혜수) 팀장이 바로 그 시원한 사이다 역할이다. 진실 추적을 위해서는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잠입할 정도로 열정적이고, 보도하면 죽인다며 총구를 들이밀어도 물러서지 않는 패기를 가진 PD. 심지어 사장이라고 해도 진실보도를 가로막으려 하며 맞서 싸운다. 다소 과장되게 그려지긴 했지만, 실제로 이런 인물이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현실에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과거 MBC ‘PD수첩’이 이런 역할을 했던 적이 있었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도 마찬가지였다. 탐사보도가 가진 뾰족함에 방송사가 곤혹스러워지기도 하고, 그래서 아예 대표를 갈아치워 보도국 사람들을 좌천시키는 드라마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도 했다. 과잉 취재로 몰려 세상의 지탄을 받게 된 오소룡이, 팀에서 좌천돼 아이스링크를 관리하게 되는 장면이 그저 웃고 넘길 농담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 건 그래서다. 한때 방송장악을 하기 위해 교양 PD들을 아이스링크 관리로 보냈던 MBC 사태가 떠올라서다. 트리거팀이 창고 같은 곳에서 일하는 광경 또한 그 시절에는 실제 현실이 아니었던가. 이런 장면들은 결코 우리네 언론에 있어서는 드라마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오소룡 같은 돈키호테에 대한 갈증은 바로 이런 현실에서 생겨난다. 하지만 진실을 가리려는 권력자들과 돈키호테 한 명만으로는 대적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트리거’는 여기에 조직과 스스로 선을 그어 왕따를 당하는 한도(정성일)와, 계약직이라 더 절실하게 취재에 임하며 그런 그를 챙겨주는 오소룡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강기호(주종혁)를 팀으로 꾸려 놓는다. 자발적 왕따거나 타의적 왕따이기 때문에 오히려 조직의 논리와는 다른 언론으로서의 소신을 다할 수 있다는 건 의미심장한 이야기다. 방송사가 가진 경영적 선택과 공영적 선택 사이에서 언론이 가진 딜레마가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팀원으로서 베테랑 작가 홍나희(장혜진)는 프리랜서 작가라는 점에서 한도나 강기호와 비슷한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조직에서 밀려난 위치에 서 있다는 점은 이들의 인간적 한계이자 약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바꿔주겠다는 윗선의 청탁 앞에 중요한 인터뷰 내용을 고의로 누락시키는 강기호의 모습은 PD로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이해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 탐사보도 베테랑 작가가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대본을 쓰는 일은 실제로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닌가. 프리랜서인 작가들은 아마도 이런 선택을 통해 실제 탐사보도에서는 채워지지 않았던 갈망들을 드라마를 통해 풀어냈을게다. ‘트리거’는 이같은 개개인의 약점들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소신과 자존심이 진실 보도라는 대의를 향해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돈키호테처럼 혼자 돌진하는 오소룡을 붙잡아주는 것도 바로 이 팀이 가진 힘이다.‘트리거’는 초반만 해도 ‘활극’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오소룡과 트리거팀의 활약을 극적으로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사이다를 안겨주는 이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그려내기 위함이다. 그래서 사건들은 무거웠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은 경쾌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드라마는 점점 무거워진다. 활극적인 판타지 보다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채워 넣는다. 트리거팀의 맹활약은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에 의해 ‘무리한 취재 방식’이라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활극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이러한 극 구성은 아무래도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실 보도라는 언론의 문제가 그저 가벼운 판타지로만 다룰 수는 없다는 걸 말해주는 것일게다. 현실의 갈증이 빚어낸 드라마지만, 드라마는 이를 통해 현실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5.02.17 05:40
드라마

‘무빙’‧‘조명가게’ 잇는 강풀 세계관… 박진영♥노정의 ‘마녀’ 미스터리 로맨스 통할까 [종합]

“‘마녀’는 수사물이면서 로맨스 같은 오묘한 분위기의 미스터리 로맨스죠. ‘무빙’, ‘조명가게’처럼 많은 시청자들이 사랑해 주시는 작품이 되는 것은 모든 배우들의 소망입니다.”배우 박진영이 노정의와 함께 채널A 토일드라마 ‘마녀’로 돌아온다. 2013년 연재된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마녀’가 앞서 큰 성공을 이룬 ‘무빙’과 ‘조명가게’에 이어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11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시티 더세인트 그랜드볼룸에서 ‘마녀’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박진영, 노정의, 임재혁, 장희령과 연출을 맡은 김태균 감독이 참석했다.‘마녀’는 마녀라 불리는 여자를 둘러싼 불운의 법칙을 깨고자 하는 남자 동진(박진영)과 비극의 씨앗이 되어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한 여자 미정(노정의)이 포기하지 않는 여정 끝에 서로의 구원이 되는 로맨스를 담는다. 이날 김태균 감독은 12년 전 공개된 웹툰 ‘마녀’를 각색하게 된 이유에 대해 “강풀 작가의 굉장한 팬이다. 강풀 작가님만의 세계관이 제가 추구하는 것들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며 “특히 ‘마녀’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두 남녀의 청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뛰어넘는 스토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녀’는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다루면서도 스토리텔링의 완성도가 높았다. 보편적인 주제와 소재를 다루기는 하지만 데이터마이닝(데이터의 패턴을 통해 정보를 추출하는 행위)이라는 접하지 못했던 소재를 통해 사랑 이야기를 펼친다. 독특하고 어디에서도 못 본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해 창작자로서 끌렸다”고 말했다.또 김태균 감독은 웹툰이 2013년 공개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사회적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균 감독은 “사회적 편견이 만든 마녀사냥과 혐오에 대한 소재를 다룬다. 10년 전 작품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작품을 선택할 당시에도 여전히 이러한 종류의 사회적 문제가 있었다. 흥미롭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통해 문제들을 담아냈다는 것이 인상깊었다”고 밝혔다. 박진영은 ‘마녀’에 출연한 것에 대해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풀 작가님의 세계관이 큰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세계관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극중 박진영은 미정이 마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진 역을 맡았다. 박진영은 “동진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웹툰 ‘마녀’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싱크로율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천재지만 일반적인 인물로 양면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감독님과 많은 의논을 하면서 만들어간 캐릭터”라며 “많은 시청자들이 사랑해 주시는 작품이 되는 것은 모두의 소망이다.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정의는 “오래 전부터 강풀 작가님의 웹툰을 사랑하던 팬이었기에 너무 영광이다. 부담보다는 설렘이 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정의는 극중 번역가 박미정 역을 맡아 그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죽거나 다쳐 ‘마녀’라는 소문을 듣는 인물을 연기한다. 그는 “박미정이라는 역할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는 소녀 역할을 맡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소통하는 시간이 부족한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어떻게 하면 미정이의 외로움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지 노력했다”고 설명했다.박진영은 노정의와 로맨스 호흡이 완벽했다며 “수사물 같기도 하고 로맨스 같기도 한 오묘한 미스터리 로맨스다. 저도 궁금해서 감독님이 어떻게 구현하실지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이에 노정의는 “(박진영이)현장에서 너무 편하게 대해주셨다. 그런데 대화하는 신은 거의 없다”면서 “그래서 눈으로 모든 감정을 대화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한편 ‘마녀’는 오는 15일 오후 9시 10분 채널A에서 첫 방송된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2.11 12:16
드라마

‘마녀’ 김태균 감독 “강풀 작가의 팬… 원작에 대한 존중”

김태균 감독이 원작 웹툰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11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시티 더세인트 그랜드볼룸에서 채널A 토일드라마 ‘마녀’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박진영, 노정의, 임재혁, 장희령과 연출을 맡은 김태균 감독이 참석했다.‘마녀’는 2013년 연재된 강풀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날 김태균 감독은 12년 만에 리메이크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많은 대중과 호흡하는 강풀 작가의 굉장한 팬이다. 강풀 작가님만의 세계관이 제가 추구하는 것들과 유사하는 부분이 있다”며 “특히 ‘마녀’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두 남녀의 청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뛰어넘는 스토리”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마녀’는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다루면서도 스토리텔링의 완성도가 높았다. 보편적인 주제와 소재를 다루기는 하지만 데이터마이닝이라는 접하지 못했던 소재를 통해 사랑 이야기를 펼친다. 독특하고 어디에서도 못 본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해 창작자로서 끌렸다”고 말했다.이어 “연출을 통해 스토리를 풍부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사한 마음으로 연출했다”고 덧붙였다.‘마녀’는 마녀라 불리는 여자를 둘러싼 불운의 법칙을 깨고자 하는 남자 동진(박진영)과 비극의 씨앗이 되어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한 여자 미정(노정의)이 포기하지 않는 여정 끝에 서로의 구원이 되는 로맨스를 담는다. 한편 ‘마녀’는 오는 15일 오후 9시 10분 채널A에서 첫 방송된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2.11 11:41
스타

“각자도생, 찍히면 나락”…고 오요안나 사건, 을끼리 경쟁 부추긴 방송사 노동구조 [IS포커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보호받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아무리 경력이 쌓여도 밥줄은 책임자에 의해 결정됩니다.”지상파 방송사에서 예능 작가로 근무했던 박모씨는 방송업계의 근무 환경에 대해 “각자도생”이라며 “수직관계도 심하고 서로 경쟁하는 구조로 마음 붙일 곳도 없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문제를 제기했다간 자신만 이상해지고 이미지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갈 수 있다”고 떠올렸다.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방송사의 고질적인 비정규직 고용 구조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21년 5월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MBC에 입사한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이후 동료 4명의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송업계 종사자들은 오요안나 사건이 불안전한 고용 형태와 열악한 처우 속에서 살아남으려 무한 경쟁하는 구조에서 벌어진 비극이라고 입을 모은다. 방송사는 많은 직군의 인력들이 프로그램별로 계약을 맺는 구조다. 실제 오요안나가 속했던 MBC 외 KBS, SBS 등 지상파 3사에서 근무하는 기상캐스터는 모두 프리랜서 신분이다. 리포터, 작가 등은 대부분 프리랜서일 뿐더러 경우에 따라 아나운서와 PD 등도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 또는 비정규직으로 방송사와 계약을 맺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020년 12월 발표한 방송사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방송산업 노동자 1만 6676명 중 비정규직·프리랜서 등은 6999명으로 전체의 42%에 달한다.그렇다보니 방송사에서 계속 일을 해나가려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감수하고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게 많은 비정규직, 프리랜서 방송 종사자들의 설명이다.박씨는 “프로그램 끝날 때쯤 메인 PD가 메인 작가를 불러 ‘다음에는 이런 프로그램 개발 중인데 같이 하자’라는 식으로 연명하는 구조다. 아나운서나 기상캐스터도 마찬가지”라며 “프로그램을 계속 맡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자의 마음에 들지 않아 하루아침에 물갈이되는 경우도 많다. 방송국 안에는 이렇게 자리가 위태로운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부연했다. 프리랜서 PD로 6년째 일하고 있는 이모씨는 “설령 힘들어서 회사를 나오려고 마음먹고 다른 일을 구해도 방송계는 대부분 평판 조회를 하고 소문이 돌아 그만 두는 것도 쉽지 않다”며 “그만 두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겨 다음 일을 할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 이런 곳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비정규직 방송업계 종사자들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 보호 법령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기상캐스터는 정규직인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들과는 달리 프리랜서로 직업 안정성이 적다보니 을끼리 경쟁이 더욱 치열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일 경우에만 적용되며 프리랜서의 경우 적용되지 않기에, 고 오요안나를 비롯해 프리랜서 방송 종사자들은 사실상 회사의 지시와 감독을 받으면서도 적법한 보호는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셈이다.때문에 프리랜서-비정규직 방송업계 종사자들은 고용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방송 노동자 모임인 엔딩크레딧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고 오요안나 사건이)수십 년간 비용 절감, 노동법 적용 회피 등을 위해 비정규직을 남용하면서 뿌리깊은 신분상 위계와 서열, 차별과 불평등을 고착화했던 ‘비정규직 백화점’ 방송사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비극”이라며 “MBC는 지금이라도 기상캐스터를 비롯하여 근로자임이 명백한 모든 노동자들과의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중단하고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프리랜서 고용 형태에 대한 가이드 라인과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근 법원이 방송업계 비정규직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이 연달아 나오기도 했지만 업계 전반에 걸쳐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효신 노무사(소나무노동법률사무소)는 “프리랜서들의 경우 4대 보험이 아닌 3.3%의 사업소득세를 뗀다. 근로계약이 아닌 민법상 완전히 대등한 사업자와 사업자 대 계약으로 근무한다. 그러나 기상캐스터 등의 경우 프리랜서답게 자유롭게 활동하지는 못하며 사실상 회사에 종속돼 있다. 이런 구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짚었다.이어 “사측에서 이런 부분을 좀 더 자유롭게 풀어줄 필요도 있다. 사측과 프리랜서 양측이 납득할 만한 가이드라인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현재 근로자만 적용받는 근로기준법을 프리랜서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묶인 이들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5.02.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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