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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부상 경계령, 작은 이상신호도 다시 본다

개막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프로야구에 부상 경계령이 떨어졌다. 부상으로 빠진 선수 대부분이 핵심 전력이라 각 팀의 고민도 깊다.최근 팀 성적이 좋지 않은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20일 NC 다이노스전에 앞서 토종 에이스 원태인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원태인은 19일 훈련 도중 왼쪽 옆구리에 통증을 느꼈고, 20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염증이 발견됐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구단은 더 큰 부상으로 번지기 전에 휴식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지난해 14승을 올린 원태인은 삼성 선발 마운드의 중요한 축이다. 23일 롯데 자이언츠전 등판이 예정돼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전열을 이탈하게 됐다. 시즌 초반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해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이 또 한 번 부상 악재에 주춤하는 모양새다.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을 하던 내야수 오선진도 같은 날 늑간근 손상 진단을 받아 2군으로 갔다. 삼성이 100% 전력을 가동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퓨처스에서 선발 수업을 받던 황동재와 허윤동 중 한 명이 원태인의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한화 이글스는 앞문과 뒷문이 모두 헐거워졌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카펜터와 마무리 투수 정우람이 20일 동시에 빠졌다. 카펜터는 19일 훈련 중 왼쪽 팔꿈치에 불편함을 호소해 20일 병원 검진을 받았다. 의료진이 "열흘 정도 휴식하면 회복할 수 있다"는 소견을 내놔 한 차례 등판을 거르기로 했다.베테랑 소방수 정우람은 어깨 통증으로 말소됐다. 그는 지난 19일 롯데전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가 지시완을 상대로 공 5개를 던진 뒤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한화 관계자는 "정우람은 큰 부상은 아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휴식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한화 불펜 필승조의 핵심인 강재민이 팔꿈치 통증으로 아직 1군 경기에 등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급 신인 문동주도 다음 달 말쯤에야 1군에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여기에 선발과 불펜의 두 기둥이 빠졌다. 당분간 한화는 마운드 운용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일단 카펜터가 빠진 선발 한 자리에는 장민재가 대체 선발로 투입된다.지난해 통합 우승팀 KT 위즈도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의 공백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쿠에바스는 지난 11일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KT는 당초 열흘간 휴식을 준 뒤 복귀 일정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쿠에바스가 계속 불편함을 호소해 예정된 날짜에 1군에 돌아올 수 없게 됐다. 그가 복귀할 때까지 엄상백이 계속 선발 로테이션을 돌게 된다.이강철 감독은 잠실 LG 트윈스전에 앞서 이 소식을 전하면서 "MRI 검사에서는 큰 문제점이 보이지 않았다. 의사는 괜찮아졌다고 하지만, 선수 본인이 계속 불편하다고 하더라"며 "선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복귀 시점을 미루고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쿠에바스는 과거에도 팔꿈치 염증으로 고생한 전력이 있다. KT는 쿠에바스가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한 상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줄 계획이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가 '이전에도 3주 이상 쉰 뒤 회복했다'며 속 얘기를 하더라. 이번에도 시간을 더 주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지난해 우리 팀을 우승시켜준 선수 아닌가. '편하게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모든 팀이 15경기 이상 소화하면서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 주축 선수의 부상은 한 시즌 농사를 그르칠 수 있는 장애물이다. 모든 팀이 더 큰 악재를 막기 위해 작은 이상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SSG 랜더스도 20일 키움 히어로즈전 도중 간판 타자 최정이 1회 말 첫 타석에서 손바닥 통증을 느끼자 선수 보호 차원에서 곧바로 교체하고 아이싱을 받게 했다.자나깨나 부상 조심. 144경기 장기 레이스의 첫 번째 철칙이다.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2.04.2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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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베로 감독 "김범수, '던지는' 선수 아닌 '투수'로 성장"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왼손 불펜 김범수(26)에 대해 "앞으로 한화의 소방수가 될 만한 투수"라고 칭찬했다. 수베로 감독은 22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김범수는 올해 공을 그냥 던지기(throwing)만 하는 게 아니라 투구(pitching)를 할 수 있는 진짜 '투수'로 성장했다. 잠재력이 아주 크고, 나중에 한화의 마무리 투수 역할도 충분히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는 전날(21일) 잠실 두산전에서 팀이 3-1로 앞선 8회 말 1사 2·3루에 구원 등판해 남은 1과 3분의 2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개인 통산 두 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수베로 감독은 이와 관련해 "김범수는 구위와 구속이 좋은 투수라 앞으로도 타이트한 상황에서 자주 던져줘야 한다. 김범수에게 책임감을 심어주고 싶어서 그런 기회를 줬다"고 설명했다. 수베로 감독은 또 "김범수가 어떤 타자에게는 직구 위주로 대결하고, 다른 타자에게는 직구와 변화구를 섞어 쓰는 등 상대를 파악하고 다르게 던지면서 '피칭'을 하는 모습을 봤다. 김범수는 지금 자신감이 최고조에 오른 상태"라고 흐뭇해했다. 그렇다고 마무리 투수를 당장 김범수로 교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베로 감독은 "정우람은 어깨 치료를 받아 휴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김범수로 경기를 끝까지 밀고 나갔을 뿐이다. 한화의 마무리 투수는 당연히 정우람"이라고 강조했다. 잠실=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1.08.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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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브리핑] 정우람, 발목 염좌로 2주 휴식 필요…최진행도 옆구리 부상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화 불펜의 기둥인 소방수 정우람(35)마저 부상으로 이탈했다. 한화는 25일 "정우람이 정밀 검진 결과 오른 발목 염좌 진단을 받아 2주간의 회복기간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다. 부상자 명단에 등재할 예정"이라며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한 차례 재검진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우람은 지난 24일 대구 삼성전에서 9회 투구를 하다 마운드에서 넘어져 절뚝이며 교체됐다. 한화는 그 후 역전을 허용해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중심 타자 최진행도 부상자 명단에 오른다. 한화는 "최진행 역시 24일 경기 8회 타석에서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을 느꼈고, 정밀 검진에서 오른쪽 대퇴근막 장근 염좌 소견을 받았다"며 "부상자 명단에 올라 일주일 정도 안정을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배영은 기자 2020.06.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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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장시환·정우람·최진행 활용법은?…'최원호 체제' 한화의 궁금증 셋

환골탈태의 첫걸음일까, 또 한번의 시행착오일까. 최원호(47) 감독대행 체제로 새출발한 한화가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 일단 과감한 도전과 변화로 대대적인 혁신을 꾀한다. 한화는 지난 9일 부산 롯데전에서 3-9로 졌다. 15연패. 창단 이후 팀 최다 기록을 다시 썼다. KBO 리그 역대 최다(18연패) 기록도 얼마 안 남았다. 하지만 앞선 14연패와 이날의 1패는 조금 달랐다. 사령탑이 바뀌었고, 1군 엔트리 10명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최 감독대행은 지휘봉을 잡은 첫 경기 선발 라인업 9명 가운데 6명을 25세 이하 타자로 채웠다. 파격적인 계획은 더 있다. 선발진은 기본 6인 로테이션으로 운영하되 외국인 투수 두 명과 장민재만 고정적으로 1군 경기에 나선다. 남은 세 자리는 여섯 명의 선수가 격주로 1군과 2군을 오가며 채울 예정이다. 이들이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기간에는 불펜투수를 추가로 등록해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최 감독대행은 이 외에도 팀 주요 선수들의 향후 활용법을 이미 마음속에 정해놓고 출발선에 섰다. ◇장시환은 미들맨으로 간다 한화는 부족한 국내 선발진을 충원하기 위해 지난해 말 롯데와 트레이드로 장시환(33)을 영입했다. 그러나 그는 올해 6경기에 나서 1승 4패 평균자책점 7.48로 부진했다. 결국 지난 8일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선발이 아닌 롱 릴리프로 역할을 재정비하기 위해서다. 최 감독대행은 "현대 야구에선 선발투수가 빨리 무너졌을 때 경기 중반까지 승부를 대등하게 끌고 갈 수 있는 미들맨이 꼭 필요하다"며 "경험이 부족한 투수에게 미들맨을 맡기면 경기를 포기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선발 경험이 있지만 현재 선발을 맡기는 조금 어려운 선수들이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장시환은 선수 경력의 대부분을 불펜 투수로 보내다 지난해 롯데에서 1년간 풀타임 선발투수로 뛰었다. 최 감독대행은 "지금 팀에서 누군가는 꼭 해줘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장시환에게도 오자마자 '미들맨과 셋업맨을 오가는 역할을 맡아달라'고 권유했다"며 "열흘간 2군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른 뒤 1군에서 다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우람은 8회에도 나온다 한화의 또 다른 고민 가운데 하나는 리그 정상급 소방수인 정우람(35)이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기는 경기가 많지 않으니, 당연히 정우람 앞에 돌아오는 세이브 상황도 적다. 정우람은 올 시즌 7경기에 나서 4세이브만 기록하고 있다. 최 감독대행이 정우람과 면담하면서 "앞으로 한 경기에 2이닝 투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물은 이유다. 매번 2이닝씩 던지게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능하면 1이닝만 맡기는 게 최선이다. 8회 등판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9회까지 아껴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 감독대행은 "정우람은 우리 불펜 최고의 투수다. 3점 이내 리드 상황에서 8회 상대 중심 타선이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불펜의 에이스가 그 이닝을 책임져 주는 게 좋다"며 "먼저 다른 투수를 내보냈다가 주자를 깔아 놓고 2사 후 정우람이 올라가 1⅓이닝을 던지는 것보다는 아예 8회 시작부터 올라가 2이닝을 맡는 게 오히려 정신적·육체적 피로도가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등판 간격은 철저히 관리해줄 계획이다. "1이닝씩이라면 이틀 연투도 가능하지만, 2이닝은 정우람이 전날 경기에 나가지 않았을 때만 맡길 생각이다. 또 2이닝을 던진 다음날은 무조건 경기 중 대기도 하지 않고 쉬게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진행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한화가 지난 8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 주축선수 10명은 대부분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다만 그 가운데 외야수 최진행(35)은 지난 5일과 6일 NC전에서 두 경기 연속 홈런을 치고 타격감을 끌어 올린 뒤라 의외의 결정으로 여겨졌다. 최 감독대행은 이와 관련해서도 명확한 대답을 내놨다. "아무래도 최진행은 주력이 약하고 수비도 좋지 않은 편"이라며 "개인적으로 전력이 약할 때일수록 마운드 중심 운영이 필요하고, 수비가 흔들리면 초반에 무너지는 경기들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수비가 좋은 선수들이 중반까지 타이트하게 승부를 끌고 간 뒤 후반에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이 나와 승부를 보는 패턴을 생각하고 있다"며 "최진행은 현재 지명타자 외에 활용도가 적은 편인데, 그러기엔 지금의 타격 페이스가 다른 부분을 상쇄할 만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전력에서 무조건 배제한다는 뜻이 아니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 확실하게 타격감을 회복하기를 기대했다. 최 감독대행은 "내가 2군에 있을 때 최진행이 (1군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보지 않았나. 조금 더 다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급하게 올라간 느낌이 있었다"며 "2군에서 더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고 컨디션을 조절하면 향후 지금보다 더 나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배영은 기자 2020.06.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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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하재훈, "다른 소방수들 위에 있겠다"는 각오의 진짜 의미는?

올 시즌은 일찌감치 '마무리 투수 춘추전국시대'가 예고됐다. 지난해 구원왕인 하재훈(30·SK)을 필두로 정우람(한화) 원종현(NC) 고우석(LG) 조상우(키움) 이대은(KT) 문경찬(KIA) 이형범(두산)까지 특급 자질을 뽐낸 국가대표급 소방수들이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선다. 여기에 KBO 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인 오승환(삼성)이 KBO 리그로 돌아와 시즌 31번째 경기부터 전열에 합류한다. 새로 소방수 보직을 맡은 김원중(롯데)도 만만치 않은 복병이다. 그 가운데 하재훈은 2년 연속 강팀 SK의 뒷문을 지키면서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타이틀 방어전에 나선다. 해외 리그에서 뛰다 지난해 한국에 데뷔한 '늦깎이 신인'이지만, 첫 해부터 36세이브를 올려 단숨에 정상의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한 그다. 올해 역시 강력한 구위와 남다른 배짱을 앞세워 리그 최고 소방수로 인정 받을 준비를 착착 해나가고 있다. 그는 "다른 마무리 투수들을 의식하기보다 '지금'에 충실하면서 매 경기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갈 것"이라며 "지난 시즌 캠프에서 보여준 구위를 올해는 시즌 때도 발휘하는 게 현재의 목표"라고 웃어 보였다. -해외 스프링캠프는 잘 진행됐나. "그런 것 같다.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잘 끝났다. 직구 구속은 덜 올렸지만, 캠프 실전에서 커브를 많이 던지면서 점검했다." -지난 시즌은 그냥 불펜 투수로 출발했다가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아 구원왕까지 올랐다. 올해는 성공적인 시즌의 다음 해라 다르게 준비했을 듯한데. "마음가짐은 다 똑같다. 지난해나, 올해나, 또 앞으로나 마음가짐은 매년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작년보다 더 잘 하자' 하면 안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안주할 수도 없으니까 해야 할 것을 매년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올해는 컨디션 조절을 좀 천천히 할 수 있다는 게 달랐다. '쉬엄쉬엄'까지는 아니더라도, 훈련 강도나 페이스를 조금 늦게 올릴 수 있었다. 지난 시즌에는 캠프 들어가기 전부터 몸을 다 만들어 놓고 캠프 때 뭔가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캠프 때 보여준 공을 정작 시즌 때 못 보여준 것 같아 아쉬웠다." -36세이브를 해놓고 시즌 때 못 보여줬다니? "캠프 때 구위를 말하는 거다.(웃음) 구속이 캠프 때보다 많이 떨어졌다. 지난해 시범경기를 딱 시작하니 그때부터 구속이 많이 안 나오더라. 올해는 그걸 방지하고 시즌 때 좋은 구위를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늦게 끌어 올리고 조절했다." -그럼 올해는 지난해 캠프 때 구위를 시즌 때 볼 수 있는 건가. "중요한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 내가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웃음)" -그렇다면 그때 그 구위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말인가. "그런 의미는 또 아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돌아오지 않을까.(웃음)" -오승환(삼성)까지 국내로 복귀하면서 올해 마무리 투수들 전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절친한 사이인) KT 이대은이 '하재훈은 무조건 이기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는데. "흠. (이대은 형이 과연) 나를 이길 수 있으려나? 아마 내가 타자였고 대은이 형이 투수였더라도 나에게는 안됐을 것 같다. 하하하. 이건 농담이고, 확실히 올해 각 팀에 좋은 마무리 투수가 많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 승환이 형은 마무리 경쟁 얘기에 고우석(LG) 조상우(키움)나 대은이 형 이름을 나보다 먼저 말씀하시더라. 아, 절대 마음에 담아둔 건 아니다.(일동 폭소) 그래도 지금은 내 할 일도 많고 내 훈련만 열심히 하기에도 시간이 없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있고, 시이 시작된 뒤에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다음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내년에도 마무리 투수를 할 수 있다면, 다른 팀 모든 마무리 투수의 목표 위에 있겠다'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다. 아직도 그 마음이 유효한가. "너무 건방져 보이지 않았나?(웃음) 물론 그 마음은 유효하다. 하지만 그게 '다른 소방수들을 모두 이기고 또 최고 마무리 투수가 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냥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 미래에도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다. 목표를 따로 두지 않고 '지금'에 충실하면서 나아가면 다른 투수들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지, '모두를 이기겠다!' 이런 의미는 아니었다.(웃음) 매 경기 충실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 -개막일이 미뤄져서 시즌 개막 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듯하다. "그렇다. 나도 약간 패닉 상태다. 나야 그래도 페이스를 일부러 천천히 올리고 있던 상태지만, (투구 수를 끌어 올려야 하는) 선발들은 특히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 그때까지 연습경기를 해야 하는데 개막이 늦어진다고 공을 안 던지고 있을 수도 없고, 그렇게 계속 던지면서 기다리자니 팔에 부담이 올 수밖에 없지 않나. 또 올해는 도중에 올림픽도 있으니 국가대표를 원하는 선수들은 더 부담이 될 것 같다." -하재훈 역시 올림픽 대표로 뽑힐 강력한 후보 아닌가. "정말 그런가.(웃음) 김경문 감독님께서 뽑아 주신다면야 당연히 감사한 마음으로 나갈 것이다."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연투와 멀티이닝 투구를 더 많이 하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나가야 할 상황이 되면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2이닝까지는 아니더라도 8회 투아웃 박빙 상황에 주자가 있으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연투 같은 경우는 팀이 이기는 경기가 그만큼 많아야 가능한 것이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팀이 자주 이겨서 마무리 투수가 나가야 할 상황이 자주 온다면, 다른 투수에게 맡기지 않고 휴식 기간 없이 내가 직접 나가서 임무를 해내고 싶다." -역대 2년차 최고 연봉과 최고 인상률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2006년 류현진(토론토·당시 한화)의 기록을 마침내 깼다. "연봉을 많이 받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2월에 처음 달라진 월급을 받았는데, 작년보다 많이 들어왔더라. 하지만 '류현진 형을 넘었다'는 것은 조금 민망하다. 무려 14년 전과 지금은 현금 가치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완전히 다른 시대다. 그때 현진이 형이 받은 1억원과 내가 지금 받은 돈을 단순 비교하면 안 될 것 같다.(웃음)" -한국, 미국, 일본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해봤다. KBO 리그 스타일과 잘 맞나. "당연히 잘 맞는다. 각 리그별로 장점과 단점이 다 달라서 어느 쪽이 최고라는 얘기는 못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이것도 하면 안 되고, 저것도 하면 안 되는 스타일보다는 좀더 자율적으로 야구하는 쪽이 더 잘 맞는다. 다만 '자율'을 '자유'와 구분하지 못하는 것만 경계하면 될 것 같다. 자율은 자기가 해야할 것을 스스로 고르고 정해서 열심히 하는 것이지, 무조건 시간을 자유롭게 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다고 들었다. 과거로 돌아가 '응답하라'를 외치고 싶은 시기가 있나. "지금의 마인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2009년 처음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할 때로 돌아가고 싶다. 지금도 모르는 게 많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다면, 그때는 마인드가 강하지 못했다. 타지에서 혼자 외롭고 힘든 줄만 알았지,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방법은 잘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 지금의 마음가짐이라면 미국에서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땐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연락 한번 하기도 어렵고 여러 가지로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한국과도 금세 연결되지 않나. 그때보다 덜 외롭게 야구에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SK에 입단하면서 포기한 '타자' 시절은 이제 생각나지 않나. "물론 가끔 그립다. 밥을 먹으면 김치를 먹고 싶지 않나. 타자는 나에게 '김치'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잊을 만 하면 한번씩 생각나고, 그립고. 어쨌든 지금은 투수로 '밥'을 먹고 살고 있으니 '김치'가 그립더라도 참아야 하지 않겠나.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살 수 없으니까.(웃음)" 배영은 기자 2020.03.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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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락 퇴장·오승환 5월 복귀' 2020 소방수 춘추전국시대 예고

프리에이전트(FA) 투수 손승락(38)이 은퇴했다. 동갑내기 소방수 오승환(38·삼성)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시즌 초반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최고 소방수 자리를 놓고 '춘추 전국시대'가 펼쳐질 조짐이다. 오승환과 손승락은 나란히 KBO 리그 통산 세이브 1위와 2위에 올라 있는 투수다. 특히 오승환은 말이 필요 없는 역대 최고 소방수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 투수를 맡았고, 9시즌만 뛰고 해외에 진출했는데도 277세이브를 쌓아 올려 통산 최다 기록을 갈아 치웠다. 2006~2008년과 2011~2012년에는 총 다섯 차례나 구원왕에 오르기도 했다. 그 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지만, 오승환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마무리 투수는 나오지 않았다. 줄곧 국내에서 뛴 손승락은 271세이브로 오승환의 뒤를 6세이브 차까지 바짝 쫓은 상태였다. 전 소속팀인 넥센(현 키움)에서 2010년부터 전문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고, 2016년 FA가 돼 롯데로 이적한 뒤에도 꾸준하게 세이브 기록을 쌓아나갔다. 2010년과 2013~2014년, 2017년에 네 차례 세이브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손승락의 기록은 '271'에서 멈추게 됐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원 소속구단 롯데와 FA 협상에서 난항을 겪다 끝내 은퇴를 결심했기 때문이다. 손승락을 떠나 보낸 롯데는 스프링캠프에서 후임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주로 선발 투수를 맡았던 김원중이 일단 1순위 후보다. 야구팬들의 관심은 '돌아온 최강자' 오승환이 6년 만에 다시 서는 KBO 리그 마운드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다만 개막과 동시에 오승환의 모습을 볼 수는 없다. 과거 원정 도박에 연루돼 받은 출장 정지 징계가 아직 남아 시즌 첫 30경기에는 출장하지 못한다. 그 사이 새로운 소방수들이 붙박이 1인자 오승환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다. 나이와 투구 스타일, 경력이 천차만별이지만 모두 만만치 않은 실력의 소유자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세이브 1위에 오른 SK 하재훈과 2위인 LG 고우석을 필두로 키움 조상우와 KT 이대은이 다시 구원왕 레이스를 펼친다. 하재훈과 이대은은 마이너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먼저 경험하고 지난해 KBO 리그에 첫 발을 내디딘 '늦깎이 신인'들. 일찌감치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고 있다. 강속구를 뿌리는 조상우와 고우석 역시 쾌조의 컨디션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베테랑 마무리 투수인 한화 정우람과 NC 원종현도 후배 소방수들의 추격을 노련한 피칭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관록의 소유자들이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소방수를 맡았다가 국가대표로도 발탁됐던 KIA 문경찬, FA 양의지의 보상선수로 NC에서 두산으로 이적했다가 시즌 중반 소방수 자리까지 꿰찬 '신데렐라' 이형범도 올해는 소방수 자리에서 시즌을 출발한다. 모두 지난해 실력 혹은 가능성을 검증 받은 투수들이다. 정우람과 원종현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시즌 초반 혹은 중반에 전임 소방수들의 부진으로 자리를 넘겨 받았다가 천직을 찾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올해는 이들 모두 동시에 같은 출발선에서 스타트를 끊는다. 치열한 최고 소방수 경쟁에 5월 오승환까지 가세하면, KBO 리그는 모처럼 '소방수 풍년'에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 각 팀 소방수들이 총출동해 1이닝씩 강력한 릴레이 피칭을 펼치는 풍경도 상상해볼 수 있다. 배영은 기자 2020.02.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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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제약 야구대상] '데뷔시즌 36세이브 구원왕' 하재훈, 2019 최고 구원투수

SK 마무리 투수 하재훈(29)이 2019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최고구원투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재훈은 "오승환(삼성) 이후 압도적인 마무리 투수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탄하던 KBO 리그에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파이어볼러 소방수다. 무엇보다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한 첫 해부터 마무리 투수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아 더 눈길을 끈다.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거친 뒤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올해 KBO 리그에 데뷔한 '늦깎이 신인'이지만, 첫 시즌부터 무려 36세이브를 쌓아 올려 구원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2년 조용준(현대·28세이브)을 넘어 선 역대 데뷔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이다. 또 SK 구단 역대 최다 세이브(2003년 조웅천·2012년 정우람·이상 30세이브)도 가뿐하게 넘어 마무리 투수로서 기념비적인 역사를 남겼다. 시즌 첫 30경기에서 점수를 단 1점도 주지 않아 오승환(31경기 연속)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연속 경기 무실점 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최근 끝난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뽑혔고, 결승전을 포함한 4경기에 등판해 각 1이닝을 던지면서 무실점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하고 돌아왔다. 차세대 국가대표 클로저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타고난 강심장 덕에 큰 경기와 위기에 모두 강한 면모가 특히 돋보인다는 평가다. 아직 투수로서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라 시즌 후반 페이스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스스로 내년 시즌에는 더 확실한 준비를 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마운드에서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배영은 기자 2019.12.04 13:40
야구

[조아제약] 최고 구원투수는 누구? '뉴 페이스' 하재훈-고우석으로 압축

올해 가장 뛰어난 불펜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고 구원투수상은 SK 하재훈(29)과 LG 고우석(21)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둘 다 "오승환(삼성) 이후 압도적인 마무리 투수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탄하던 KBO 리그에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파이어볼러 소방수들이다. 하재훈은 투수로 전향한 첫 해부터 마무리 투수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아 더 눈길을 끈다.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KBO 리그에 데뷔한 올해 무려 36세이브로 구원왕에 올랐다. 2002년 조용준(현대·28세이브)을 넘어 선 역대 데뷔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 또 SK 구단 역대 최다 세이브(2003년 조웅천·2012년 정우람·이상 30세이브)도 가뿐하게 넘어 마무리 투수로서 기념비적인 역사를 남겼다. 시즌 첫 30경기에서 점수를 단 1점도 주지 않아 오승환(31경기 연속)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연속 경기 무실점 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최근 끝난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뽑혔고, 결승전을 포함한 4경기에 등판해 각 1이닝을 던지면서 무실점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하고 돌아왔다. 차세대 국가대표 클로저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큰 경기와 위기에 모두 강한 면모가 특히 돋보인다는 평가다. 투수로서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라 시즌 후반 페이스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된다는 평가다. 고우석은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들 가운데 가장 어리지만 구속은 가장 빠른 투수다. 시속 150km를 거뜬히 넘는 강속구를 뿌리면서 수 년 간 '소방수 난'에 시달리던 LG의 마무리 투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35세이브를 올려 SK 하재훈에 단 한 개 차로 구원 부문 2위에 올랐다. 고우석을 발굴한 류중일 감독은 LG의 '10년짜리 소방수'로 공들여 키울 계획을 갖고 있다.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팀에 선발되는 기쁨도 맛봤다. 하재훈, 조상우(키움)과 함께 대표팀에서 강속구 소방수 트리오를 이뤄 주목을 받았다. 내년 시즌 부상이나 부진에 발목을 잡히지만 않는다면, 2020년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서 승선할 수 있을 만한 한국 야구 불펜의 미래다. 배영은 기자 2019.12.02 06:00
야구

'멘탈 갑' 하재훈의 지론, "타고난 강심장은 없다"…그의 담력 비법은?

"타고난 강심장이 어디 있습니까. 저도 긴장할 때는 다 긴장합니다." SK 소방수 하재훈(29)은 '천생 마무리감'으로 평가 받는다. 위기에서 긴장하는 법이 없고, 실점을 한 뒤에는 "내가 아니라 누가 올라왔어도 맞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금세 털어 버린다. 야구는 '멘털 게임'이라는 명제를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강심장'은 마무리 투수 하재훈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투수로 전향한 첫 해이자 KBO 리그 데뷔 시즌인 올해 무려 36세이브로 구원왕에 오르면서 2002년 조용준(현대·28세이브)을 넘어 KBO 리그 역대 데뷔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웠다. 또 SK 구단 역대 최다 세이브(2003년 조웅천·2012년 정우람·이상 30세이브)도 가뿐하게 넘어 마무리 투수로서 기념비적인 역사를 남겼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최근 끝난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뽑혔고, 결승전을 포함한 4경기에 등판해 각 1이닝을 던지면서 무실점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하고 돌아왔다. 부동의 국가대표 소방수였던 오승환(삼성)의 뒤를 이을 차세대 클로저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큰 경기와 위기에 모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그러나 하재훈은 '타고난 강심장' 얘기가 나오자 "그런 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강심장을 타고나는 사람은 없다. '우왁' 하고 놀래키면 누구나 다 놀라게 돼 있고, 나도 놀란다"며 "난 심장이 약하다. 무서운 것도 싫어하고, 벌레도 무서워한다"고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하재훈의 지론에 따르면, 사람이 무언가에 공포를 느끼거나 긴장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 대상의 위력이나 실패했을 때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서다.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귀신이 무서운 거고, 벌레도 실제로 물리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무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풀어 얘기하면, 강심장은 결국 '경험'이 만들어 준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재훈의 생각은 이렇다. "무서운 것을 이미 한 번 봤는데 다음에 또 보면, 이전보다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에서 무엇이 어떻게 나올 지 알고 있으니 무서워도 참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과 노하우가 생기지 않나. 경험이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 물론 이런 대범한 마음가짐 역시 강심장인 선수들만 품을 수 있는 생각임은 분명하다. 투수 전향 첫 해부터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 모든 사람이 "하재훈에게는 올해보다 내년이 진짜 중요한 해"라고 입을 모은다. 첫 해부터 세이브왕에 올랐으니 모두의 기대치가 더 높아졌고, 두 번째 시즌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향후 소방수로 롱런할 수 있을지 여부도 달려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하재훈은 이번에도 다시 고개부터 저었다. "왜 다들 내년이 더 중요하다고 하느냐. 그러면 내가 더 긴장하지 않느냐"고 웃으면서 "내년도 중요하지만, 매 순간이 모두 중요하다. 중요한 만큼 내가 더 잘하고, 중요한 일을 내가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우문현답'을 내놨다. 계획도 확실하다. 절대 숫자로 표현되는 '목표'는 세우지 않는다.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흔들리는 것을 더 경계해서다. "그냥 하나씩 하나씩 열심히 하다 보면, 남들이 보통 세우는 목표 위에 내가 서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대신 '발전'은 꾀한다. "올해 못한 것들을 내년에는 좀 더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올해는 투수로서 노하우가 덜 쌓인 단계라 '연투가 힘들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던 게 스스로 마음에 걸렸다. 시즌 후반 들어 눈에 띄게 페이스가 떨어지고 실점이 늘어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실제로도 정말 연투가 잘 안 됐고, 힘들었다. 이것도 결국 확실하게 노하우를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라며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올해 깨달았으니 내년부터는 2경기, 3경기씩 연투하면서 이기는 경기는 무조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 겨울은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한 준비 단계다. 하재훈은 "겨울은 선수에게 항상 중요하다. 오히려 시즌 때는 체중에 상관 없이 많이 먹고 편하게 지낸다"며 "겨울에 혹독하게 훈련하는 스타일이다. 올 겨울에도 다이어트와 몸 만들기를 시작해 약 10kg 정도를 감량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시즌 마운드에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자신의 공을 던지기 위한 웜업과 다름없다. 그는 "준비를 잘 해놓고 준비한 만큼만 하자는 생각으로 늘 임해왔다"며 "올 겨울에 준비를 잘 해서 내년 시즌에는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하려고 한다"고 웃어 보였다. 배영은 기자 2019.11.28 13:26
야구

아홉수 이겨낸 하재훈, 30세이브 다음 이정표는?

'아홉수'도 무사히 이겨냈다. SK 마무리 투수 하재훈(29)의 승승장구는 현재진행형이다. 하재훈은 지난 21일 인천 롯데전에서 시즌 3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팀이 5-3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안타 3개를 맞고 1실점했지만,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무사히 5-4 승리를 지켰다. 동시에 하재훈은 KBO 리그 역대 최초로 데뷔시즌 30세이브를 달성하는 감격을 맛봤다. 지난 13일 삼성전에서 이미 역대 데뷔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넘어선 그다. 앞으로 쌓아 올리는 세이브 숫자 하나, 하나가 모두 새 역사다. 구단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3년 조웅천(은퇴), 2012년 정우람(현 한화)가 기록한 SK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에 타이를 이뤘다. 세이브 하나를 더 추가하면 구단 기록도 새로 쓰인다. 올해는 하재훈에게 KBO 리그 첫 시즌이자 투수 전향 첫 해다. 마산 용마고를 졸업하고 2009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뒤 미국과 일본에서 10년 가까이 외야수로 뛰었다. 지난해 신인 2차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SK에 지명된 뒤 구단의 권유를 받아 투수로 전향했고, 한 달 여 만인 5월부터 마무리 투수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소방수라는 보직부터 풀타임 시즌까지, 모든 게 처음이다. 그런데도 웬만한 베테랑 투수들보다 더 노련하게 위기와 고비를 풀어 나가고 있다. 30번째 세이브도 그랬다. 하재훈은 여름 들어 부쩍 구위가 떨어져 걱정을 샀다. 마무리 전향 이후 6월까지 단 한 번도 없던 패전을 7월과 8월에 한 차례씩 기록하기도 했다. 워낙 이전의 행보가 강력했기에 잠깐의 부진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하지만 하재훈은 흔들릴지언정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 투수다. 올해는 하늘과 동료도 하재훈을 돕고 있다. 21일 경기에서는 최정이 호수비로 병살타를 만들어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잠시 아홉수의 마수에 발목을 잡히는 듯했지만, 곧바로 털고 일어나 값진 세이브 하나를 추가했다. 하재훈이 SK에서 보낸 첫 시즌은 이미 기념비적이다. 이제 더 기대되는 것은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을 하재훈의 내년 시즌이다. 갑작스럽게 소방수를 맡게 된 올해 마운드에서 직접 부딪히고 이겨내면서 노하우가 쌓였기에 더 그렇다. 내년 시즌에는 KBO 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인 삼성 오승환이 복귀하고, 하재훈에 이어 새로운 리그 대표 소방수로 성장하고 있는 LG 고우석도 함께 출발선에 설 가능성이 높다. 모처럼 국내에서도 '최고 마무리 투수'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물론 그 전에 올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하재훈은 "세이브는 팀 성적이 따라줘야 이룰 수 있는 기록인데, SK라는 팀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고 있다는 게 행운인 것 같다"며 "나를 믿고 기용해주시는 감독님, 코치님들과 항상 든든하게 나를 리드해주는 포수 형들에게 감사드린다. 아직 많은 경기들이 남아 있으니 더 좋은 활약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배영은 기자 2019.08.2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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