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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S] 고두심X지현우 '빛나는 순간', 33살 나이차 멜로..편견과 감성 사이[종합]
이보다 더 파격적일 수 없다. 33살 나이차의 고두심과 지현우가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감성적인 멜로물을 선보인다.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빛나는 순간'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빛나는 순간'은 제주 해녀 펴그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PD 경훈(지현우)의 특별한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올드 랭 사인'(2007)으로 제31회 끌레르몽 페랑 국제영화제 국제 경쟁작으로 선정, 토론토, 멜버른 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는 소준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고두심이 연기한 고진옥은 바다에서 숨 오래 참기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제주 해녀다. 해녀들 사이에서는 물질도, 성질도 그를 당할 사람이 없는 인물. 어느 날, 그의 앞에 서울에서 내려온 다큐멘터리 PD 경훈이 나타나고, 그를 만나면서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하나 둘 마주하게 된다. 고두심은 진옥을 통해 바다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운명적인 해녀들의 삶과 노년 여성에게 찾아온 사랑의 감정을 깊이 있게 연기해냈다. 지현우가 연기한 한경훈은 제주 해녀 진옥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와 완강히 촬영을 거부하는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진옥이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졌음을 알고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된다. 세대를 뛰어 넘는 파격적인 사랑을 선보이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현우는 '빛나는 순간' 출연을 결심하며 또 한 번 소신을 드러냈다. '빛나는 순간'은 극중 고진옥과 한경훈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한다. 고진옥을 사랑한다는 한경훈에게 직장 동료는 "역겹다"고 말하고, 고진옥이 한경훈과의 관계를 고백하자 함께 물질을 함께 하는 동생은 "다리를 분질러 버려야겠다"고 한다. 이 사랑이 이해받을 수 있을까. 두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충분히 설득이 되는 듯하면서도, 직장 동료의 말처럼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관객에게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이 파격적인 멜로가 공감을 얻은 데에는 배우들의 활약이 큰 몫을 했다. 사랑을 담은 눈빛 연기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닐 터. 고두심과 지현우는 서로를 향한 애정과 존경심을 바탕으로 연인이 되어가는 노인과 젊은이를 연기했다. 이에 대해 지현우는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 고두심이 존경스러웠다. 먼저 다가가고 손 내민다. 본 받고 싶다. 소녀 같은 면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고, 고두심은 "지현우와 나이 차가 많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멜로물에 아쉬운, 목 말라하는 배우였다. 아주 파격적인, 나이를 초월한 역할이어서 상당히 생각을 많이 했다. '요즘 젊은 친구가, 과연 누가 걸려들어서 할까' 생각했다"면서 "지현우는 외적으로 봐서는 여리여리하게 생겼다. 지현우와 호흡을 맞추며 내면으로 들어갈수록 남자다운 강인함을 보여주더라. 거기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영화를 완성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 이야기를 만든 소준문 감독은 고두심과 지현우의 활약으로 영화에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었다. 또한, 쉽지 않았을 파격 멜로의 주인공을 캐스팅하는 데에 성공했다. "고두심이 아니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영화"라는 소 감독은 "고두심을 모시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작으면 작다고 할 수 있는 영화에 대 배우가 출연할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저에게는 유일한 분이었다. 이 영화의 대사도 제주어로 해야했고, 꾸밈없이 이것들을 가지고 가고 싶었다. 고두심을 처음 뵀을 때 긴장을 해서 말도 한마디 못했다"며 "근데 자세히 얼굴을 봤는데 굉장히 소녀 같다. 제가 이 영화에서 만들고 싶은 지점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더라. 프로듀서에게 '이 영화는 고두심 없으면 안 된다. 당장 캐스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고두심이 제 마음과 영화팀의 마음을 아셔서, 시나리오를 좋게 봐주셔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한경훈은 용기있는 선택이 필요한 역할이다.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지현우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제주도에 내려가서 혼자 준비하기도 했다. 지현우의 연기에 굉장히 만족한다"고 전했다. '빛나는 순간'은 정말 아름다운 영화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 해녀들의 일상을 잔잔하면서도 그림 같이 담아냈다. 그럼에도 33살 나이차 멜로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터다. 소준문 감독은 "저는 그 나이를 숫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세대라고 생각했다. 두 세대가 서로를 치유하며 비로소 아름다운 사랑이 완성된다고 생각하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빛나는 순간'은 오는 6월 30일 개봉한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1.06.14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