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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수의 베이징 라이브] 고맙다는 김보름에게 미안하다

기자는 인상이 딱딱한 편이다. 무표정을 짓고 있어도 "불편한 게 있느냐"는 말을 듣는다. 오해를 받으면 억울할 때가 있다. 그런 배경 탓에 상대를 단편적인 정보로 판단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 기자조차 '내가 편견에 사로잡혀 있구나' 하고 새삼 돌아보게 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김보름(29)과 처음 인터뷰했을 때가 그랬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은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왕따 주행' 논란으로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팀 추월 8강전에서 동료 노선영이 멀찍이 뒤처졌지만, 페이스를 늦추지 않았고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종(3번째) 주자의 기록으로 순위를 정하는 이 종목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팀워크가 사라진 경기를 보여준 것이다. 경기 후 인터뷰를 한 김보름의 표정은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상황을 설명하던 중 입꼬리 한쪽이 올라갔다. 누군가에게 이 표정은 노선영을 비웃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김보름이 의도적으로 노선영을 따돌렸다'고 단정했다. 노랗게 탈색한 그의 머리 색깔도 누군가에게는 편견을 갖는 요소로 작용했을 거다. 석 달 후 대한빙상경기연맹 특별 감사를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왕따 주행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지만, 김보름을 향한 싸늘한 시선은 여전했다. 김보름은 2022 베이징 올림픽 앞두고도 '메달 기대주'로 평가됐다. 쏟아지는 비난에도 꿋꿋하게 국가대표급 기량을 유지했다. 그는 왕따 논란 직후 평창 대회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땄다. 기자는 김보름의 표정이나 외모를 보고 선입견을 갖지 않았다. 대신 '김보름이 논란 따윈 의식하지 않고, 독하게 목표를 향해 달리는 선수'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틀렸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만난 김보름은 시종일관 조심스러웠다. "운동을 그만둘 생각마저 했을 만큼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힘들었다"는 자신의 말이 다시 대중의 반감을 살까 걱정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기가 확 꺾여 있었다. 과거 경기만 보고 '김보름의 멘털은 강하다'라고 잘못 단정한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김보름 출전 경기가 가까워질수록 평창의 논란이 재조명됐다. 그사이 오히려 김보름이 노선영에게 괴롭힘을 당한 사실이 재판부를 통해 밝혀졌다. 그래도 진위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일부 누리꾼은 김보름을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선 올림픽 무대. 김보름은 19일 출전한 매스스타트 여자 결승전에서 5위에 올랐다. 올림픽 2연속 메달까지 단 한 번의 스트로크가 모자랐다. 하지만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김보름은 "메달을 땄을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한 것 같다"고 했다. 눈시울을 붉히다가도 엷은 미소를 띠었다. 벅찬 감격이 전해졌다. 김보름은 "아무도 나를 응원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올림픽에 다시 서는 게 무서웠다"라고 돌아보며 "많은 분이 응원을 해주셨다. '이미 금메달입니다' ' 믿고 있습니다'는 말은 정말 큰 힘이 됐다. 그런 응원이 없었으면 5위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문득 평창 대회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딴 후 차가운 빙판 위에서 관중을 향해 큰절하던 김보름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장내는 환호와 야유가 엇갈렸다. 같은 걸 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싶었다. 김보름은 베이징 대회를 마친 후 "항상 우는 모습만 보여드렸다. 이번에는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창 대회 팀 추월 레이스를 꼬집는 기사에는 1만 개가 넘는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누군가에겐 김보름은 '국민 왕따'로 보였을 거다. 그렇게 달려온 4년. 베이징올림픽을 마친 김보름은 원망이 아닌 감사를 전했다. 미디어는 팬과 선수를 연결하는 통로다. 김보름의 4년을 되돌아보며 미디어가 진실을 전하는 데 충실했는지 반성하게 됐다. "응원해준 분들께 고맙다"는 그를 보며 기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김보름은 "(4년 동안) 잘 버텨준 나에게 '고맙고, 이제 편하게 웃으면서 쉬어라'라고 말하고 싶다"며 웃었다. 그가 푹 쉬면서 마음고생을 털어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새 마음으로 스타트라인에 다시 섰으면 좋겠다. 김보름은 "베이징 대회를 통해 상처가 조금은 아물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뛴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2022.02.2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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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수의 베이징 라이브]코로나 시대, 낯선 믹스트존 풍경

"이게 그런 용도였군요."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 박장혁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가진 첫 인터뷰에서 취재진과 자신 사이 놓여 있는 플라스틱 쟁반을 보며 남긴 말이다. 녹음 기능이 켜진 취재진의 휴대폰이 쟁반 위에 잔뜩 쌓여 자신 앞으로 운반된 걸 보고 나서였다. 이는 대회 조직위원회가 선수들과 취재진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거리두기를 실현하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외치며 가동한 폐쇄 루프(Closed Loop)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내내 그 효과에 의구심을 주고 있다. 특히 내부 안전은 방치하는 수준이다. 그나마 제대로 통제가 이뤄지는 장소가 믹스트존이다. 선수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조직위 방역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다. 따라서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보다도 엄격한 방침이 적용되고 있다. 일단 쇼트트랙이나 피겨스케이팅처럼 취재진이 많이 몰리는 인기 종목 경기장은 믹스트존 입장 인원을 제한한다. 각 매체가 신청서를 내면, 경기 시작 15분 전 추첨을 통해 출입 명단을 발표한다. 많게는 국가별 9~10개 매체, 적을 때는 4~5개 매체가 경쟁한다. 대회 초반에는 이런 방침을 전해 듣지 못한 취재진이 많았다. 자국 선수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믹스트존을 찾았다가, 안내 요원에게 입장을 제지당하자 당황했다. 취재진과 관계자가 언성을 높이며 실랑이하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도쿄 대회에서는 믹스트존 진입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내부에서도 1m씩 거리두기를 권고받지만, 공간이 협소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하루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더니 "심각하게 말하고 있다. 다시 (믹스트존에) 들어오고 싶다면 거리두기를 지켜라"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국 취재진은 취재할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기 싸움도 치열하다. 지난 12일 국립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는 '장외 한일전'이 펼쳐졌다. 한국 취재진은 이날 남자 500m 은메달을 획득한 차민규를 취재하기 위해 일찌감치 믹스트존에 자리했다. 이어 뒤늦게 나타난 일본 취재진이 근처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내 60~70대로 보이는 일본 선수단 관계자가 안내 요원에게 다가가더니 한국 취재진의 자리 이동을 요청했다. 자신의 점퍼를 한국 취재진 근처 철제 울타리에 떡하니 걸어두기도 했다. 다른 한 명은 휴대폰 등 녹음 기기를 올려둘 테이블을 자신들 앞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한국 기자들이 "자리를 비켜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일본 취재진은 비웃음을 보이다가 한국 기자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이 장면을 담으려고 하자 잠잠해졌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더라도, 각국 취재진 사이 기 싸움은 있다. 이번 대회는 특히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2022.02.1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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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수의 베이징 라이브]가깝고도 먼 피겨 훈련장 가는 길

지난 14일 오후 1시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이 열리는 캐피탈인도어스타디움(메인 링크) 앞은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이날 최대 이슈는 도핑 파문에 휩싸인 여자 피겨스케이팅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출전 여부였다. 오후 2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이 발표될 예정이었고, 출전이 허용되면 발리예바도 보조 링크에서 예정된 훈련을 소화할 것으로 보였다. 취재진이 몰린 이유다. 중국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관계자들의 동선을 제한하는 '폐쇄 루프(Closed Loop)'라는 방역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구역과 구역 사이는 반드시 버스나 방역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도보 이동은 불가능하다. 메인 링크와 보조 링크는 모호한 지점이 있다. 폐쇄 루프 내 구역은 분리돼 있지만, 거리는 차로 1분도 안 걸릴 만큼 가깝다. 걸으면 5분 정도 소요된다. 그래서 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는 이 사이를 순환하는 작은 셔틀버스를 운영했다.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코끼리 열차를 떠올리면 된다. 최대 탑승 인원은 9명이다. 배차는 20분 간격. 인원이 많으면 더 많은 버스가 투입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동 거리가 워낙 짧다 보니, 3대 이상 운영하지 않는다. 무사히 보조 링크에 입성하려면 일단 부지런해야 한다. 조직위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보조 링크 내 입장 인원을 제한했다. 기자도 발라예바의 훈련 예정 시간보다 2시간 가서 먼저 줄을 섰다. 늦으면 추위 속에 길게는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탑승과 하차 장면을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진다. 이 작은 셔틀버스는 원래 12명까지 앉을 수 있다. 하지만 운전석 바로 뒷자리는 비워둔다. '중국인' 운전자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대부분 일단 그 자리에 앉았다가, 안내 요원에 의해 다시 내린다. 말이 안 통하니, 실랑이로 소요되는 시간도 짧지 않다. 도착한 버스는 건물 입구 바로 앞에서 정차하기 위해 꼭 후면 주차를 시도한다. 이때 철제문을 여닫는 공안(중국 경찰)의 움직임은 매우 굼뜨다. 보조 링크는 방역택시로도 갈 수 없다. 하차가 허용된 지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번은 건물 앞까지 진입한 택시를 안내 요원이 막아서더니, 내린 기자 일행을 도보로 메인 링크까지 인솔했다. 다시 9인승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피겨스케이팅은 인기 종목이다. 취재진이 몰린다. 하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너무 험난하다. 조직위의 장소 선정은 적절치 못했고, 운영 방침은 미흡하다.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면 쉽게 해결될 일이다. 실제로 중국인 올림픽 관계자와 자원 봉사자들은 걸어 다닌다. 내부 방역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다시 메인 링크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 공간은 매우 협소해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다. 공안(중국 경찰)들이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게 한다. 거리두기를 통제하는 인원도 딱히 없다. 보조 링크를 벗어나는 일도 진입할 때만큼 피곤했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2022.02.16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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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수의 베이징 라이브]폐쇄 루프에 진입한 중국인, 방역에 빈틈이 보인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실황을 시청한 국내 스포츠팬이라면 장내(베이징 국립경기장) 풍경에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텅 빈 관중석 앞에서 진행된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 개막식과는 달리 많은 관중이 들어찼기 때문이다. 개막식에는 2만여 명이 입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하계올림픽 개막식 입장 인원(약 10만명)의 20% 수준이다. 대부분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다. 개막식 현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세상과 다름없었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 출전 선수 및 관계자, 취재진의 동선을 특정 지역으로 제한하고 외부 이동을 막는 '폐쇄 루프(Closed Loop)'를 가동하고 있다. 외국인과 자국민의 접촉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개막식은 폐쇄 루프 안에 있는 올림픽 관계자들과 일반 중국인인 관객이 한 공간에 모일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행사 내용보다는 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가 어떻게 그 많은 인원이 이동하고, 운집하는 상황을 통제할지 궁금했다. 동선 분리는 비교적 잘 이뤄졌다. 취재진은 메인 프레스 센터(MPC)에서 국립경기장까지 셔틀버스로만 진입할 수 있었다. 창밖에는 초청된 관중(일반인)으로 보이는 인파가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 조직위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국립경기장에서 꽤 떨어진 공원에 내린 후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장으로 가는 길 곳곳에 '미디어(Media)'라는 푯말을 든 자원봉사자가 있었다. 취재진이 정해진 노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일반인 출입구를 찾기 위해 측면(정문 기준) 끝으로 가봤는데, 이내 철제 벽이 막고 있었다. 경기장 안에서도 취재 구역과 일반인 좌석 블록 사이 빈 곳을 뒀다. 좌석 수로는 20~30석. 중간에는 파란색 천이 처져 있었고, 그 사이에 공안들이 종렬로 앉아 있었다. 이때까지는 동선이 겹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빈틈은 있었다. 5층으로 올라가 경기장으로 진입하는 게이트를 통과하자, 바로 옆에 일반인들이 빼곡히 앉아 있는 블록이 있었다. 기자와의 거리는 불과 4~5m. 따로 통제하는 인원도 없었다. 작정하고 넘어간다면 그 무리에 섞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애써 방역이 뚫린 부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켠 것도 아니다. 셀피를 위해 전망이 좋은 위치를 찾았을 뿐이다. 개회식 전에는 폐쇄 루프 지역에 일반인이 진입했던 사실도 알려졌다. 국립경기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잠시 대기한 장소가 MPC 인근이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온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개막식이 진행될 때는 각국 매체 촬영기자가 있는 장소와 일반인 좌석 블록 사이가 매우 가까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4일)을 사흘 앞둔 지난 1일, 경기장 수용 좌석의 30~50% 수준의 관중을 받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개막 후 인기 종목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이 열리는 베이징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에는 연일 중국인 2~300여 명이 찾고 있다. 장내 규모와 상관없이 한 공간에 있는 두 무리를 완벽하게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개막식처럼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국인의 안전이 아닌 선수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인 관중들은 실내 경기장에서 금지되고 있는 육성 응원을 멈출 줄 모른다. 서로 껴안으며 기쁨을 나누기도 한다. 중국은 폐쇄 루프를 가동해 올림픽 관계자의 외부 이동은 철저하게 통제했다. 하지만 내부 방역은 상대적으로 미흡해 보인다. 베이징(중국)=안희수 기자 2022.02.08 05:59
야구

[안희수의 베이징 라이브] 폐쇄 루프 가동했지만, 내부 방역은 의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에 이어 코로나19 시대에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다. 개최국 중국은 개막(2월 4일) 3주 전부터 '폐쇄 루프(Closed Loop)'라고 지칭한 방역 체계를 가동했다. 폐쇄 루프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및 관계자들의 동선을 경기장, 선수촌, 미디어 센터, 숙소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대회 기간 이 루프 안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이동도 셔틀버스와 방역 택시만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외국인과 자국민의 접촉을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기자는 1월 31일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과 전세기를 타고 중국에 도착했다. 통제는 입국 관문인 서우두 국제공항부터 시작됐다. 이 시국에 유전자 증폭(PCR) 검사 등 엄격한 입국 절차를 밟는 건 일반 여행객도 마찬가지다. 대회 참가자가 일반인과 다른 점은 숙소로 이동하는 경로였다. 개인 수화물은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활주로 초입 야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시민이 있는 공항 터미널로는 나갈 수 없었다는 얘기다. 셔틀버스 운전석과 뒷부분 여객 좌석 사이에는 투명한 판이 설치됐다. 운전사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도 빈틈없이 밀폐됐다. 방역 택시도 마찬가지다. 이때까지는 폐쇄 루프의 범위와 정도를 가늠할 수 없었다. 효과도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숙소에 진입하며 펼쳐진 광경을 본 후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주변에는 2m가 넘는 철제 외벽과 개폐형 문이 설치됐다. 허용한 차량만 공안의 유도 속에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 운전사는 하차 지점을 최대한 건물 앞으로 붙이기 위해 애써 좁은 공간에서 차량을 반대로 돌리려 했다. 사람들의 동선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지나가던 베이징 시민이 이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볼 정도였다. 설상 종목이 진행되는 장자커우, 썰매 종목이 열리는 옌칭으로 가기 위해서는 취재진도 철도를 타야 한다. 베이징 시민과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였던 역사(칭허역)도 철저하게 분리돼 운영되고 있다. 셔틀버스에서 내리면, 조직위원회가 따로 마련한 대기실에서 승차 절차를 밟는다. 승강장도 따로 있다. 탑승 인원과 상관없이 열차의 다섯 량은 올림픽 관계자들만 이용한다.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도 대인 접촉을 줄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몇몇 식당은 음식 조리부터 배달까지 로봇이 맡았다. 천장 설치된 레일로 음식을 담은 그릇이 이동했다. 칵테일을 제조하는 로봇도 있다. 각국 취재진은 앞다퉈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현장 곳곳에서 폐쇄 루프 내부와 외부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방역 관리는 빈틈이 보인다. 거리두기 통제는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엘리베이터는 탑승에 제한 인원(4명)을 뒀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버스나 택시는 손님보다 중국인 운전사의 안전을 더 중시하는 눈치다. 지난 1일 하루 폐쇄 루프 안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올림픽 관계자는 6명이다. 폐쇄 루프 체계의 효과는 더 지켜볼 일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경기장 수용 규모의 3분의 1이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 입장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며 관중 수용 계획을 전했다. 베이징(중국)=안희수 기자 2022.02.0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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