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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었으니 말아볼까" 69년생 삼성전자의 역작 갤럭시, 추격자에서 선구자로
삼성전자의 네 번째 폴더블폰이 내달 7일 한국에 상륙하는 애플 '아이폰14'와 맞붙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노태문 MX(모바일 경험)사업부장이 차세대 폼팩터(구성·형태) 대중화 원년을 선언한 만큼, '애플의 계절'로 불리는 4분기에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가져갈지가 관건이다. 삼성 갤럭시는 첫 등장 이후 12년 동안 전 세계 영역을 부지런히 넓히며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핵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적인 스마트폰의 시초인 애플 아이폰의 추격자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제는 접었다 펴는 새로운 고객 경험을 앞세워 선구자로 도약하고 있다. 1969년 설립한 삼성전자는 같은 해 태어난 일간스포츠와 동갑내기다. 창간 53주년을 맞아 갤럭시가 걸어온 길과 미래 청사진을 조명해봤다. 아이폰 대항마서 안드로이드 대장으로 삼성 스마트폰의 역사는 2010년 6월 시작됐다. '은하'를 뜻하는 '갤럭시' 옆에 '삼성' '슈퍼 스마트' 등의 의미를 담은 'S'를 붙여 탄생했다. 아이폰 대항마로 내놓은 윈도 OS(운영체제) 기반 '옴니아'가 앱 확장성과 속도 등에서 문제를 보이며 실패하자 비장의 카드로 선보인 역작이다. 이때만 해도 삼성전자는 애플을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스마트폰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날인 2007년 1월 9일 검은색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은 애플 공동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가 최초의 '아이폰'을 소개했다. 기존 휴대전화의 물리 키패드를 모두 없애 화면으로 채우고, 다양한 앱이 구동되는 개방형 구조로 판을 완전히 뒤엎었다. 삼성전자는 이미 애플이 선점했다는 시장의 우려에도 안드로이드 OS를 등에 업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무선사업부장을 맡았던 신종균 고문은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고 '갤럭시 신화'를 쓴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1년 출시해 20개월 만에 4000만대가 팔린 '갤럭시S2'(이하 갤S2)는 글로벌 스마트폰 1위 달성의 주역으로, 좀처럼 고장이 나지 않아 '좀비폰'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 시기 삼성의 공세에 애플은 디자인 특허 침해 소송으로 견제에 나섰고, 2018년이 돼서야 가까스로 양사가 합의하며 '7년 전쟁'이 막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아류작의 오명을 벗기 위해 기술로 차별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갤S2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등판한 '갤럭시 노트'(이하 갤노트)다. 필기구를 챙길 필요 없이 'S펜'으로 스마트폰에 메모를 작성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했다. 256단계 필압을 시작으로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S펜은 고도화했다. 가까이 가져가기만 해도 미리 정보를 알 수 있는 '에어 커맨드'에 저전력 블루투스 기능, 카메라 리모컨 역할까지 더했다. 삼성 갤럭시의 또 다른 혁신 기술은 신용카드 결제 기능을 모바일에 녹인 '삼성페이'다. 아이폰에는 없다. 2015년 '갤럭시S6'부터 적용하며 고객들이 지갑 없이 외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카드 뒷면의 마그네틱 띠를 단말기에 긁을 때 나오는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 정보를 스마트폰이 대신 전송한다. 이런 데이터 입력 방식의 변화는 받아들이는 POS(결제 단말기)의 수정 개발이 뒤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삼성페이는 아무런 프로그램 변경 없이 도입할 수 있도록 설계해 빠르게 확산했다. 지금도 삼성페이와 통화 녹음 기능 때문에 아이폰으로 넘어가지 않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 모바일 리더십 폴더블폰으로 잡는다 애플과 글로벌 시장을 양분한 삼성전자는 과거 10년을 지나 미래 10년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무기로 폴더블폰을 택했다. 출발점에서 먼저 발을 뗀 곳은 애플이지만 전환점에서 역전해 트렌드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플래그십 'S 시리즈', 하반기에 갤노트로 나뉘는 출시 공식을 깼다. 2021년부터 갤노트의 빈자리를 폴더블 'Z 시리즈'로 채웠다. 기존 바 형태를 탈피한 폼팩터의 성장 가능성에 과감히 베팅한 것이다. 갤노트 단종에 반대하는 해외 삼성 팬 수만 명이 온라인 청원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올해 초 '갤럭시S22' 울트라 모델에 S펜 전용 슬롯을 적용하며 고객 욕구를 충족했다. 삼성 폴더블폰은 '세계 최초' 타이틀 기대만큼이나 어려움이 많았다. 2019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 폴드'(이하 갤폴드)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지만, 내부 테스트 결과 힌지(접히는 부분) 부분으로 이물질이 유입되는 현상이 발견돼 출시가 미뤄졌다. 5년 동안 하루 100회 접었다 펴는 동작을 가정한 '극한 테스트'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자 회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갤폴드는 첫 공개 이후 7개월이 지나서야 고객들과 만났다. 삼성전자 IM(모바일)부문장이었던 고동진 고문은 갤폴드 출시 한 달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슴을 열어보면 시커멓게 돼 있는 모습이 보일 것"이라며 "새로운 혁신 시도를 할 때 몰랐던 것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에 앞서 유럽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갤폴드가 준비되기 전에 (내가) 밀어붙였다"고 말하며 시간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깊은 중저음의 목소리와 특유의 영어 발음으로 해외 삼성 팬들 사이에서 '상남자'로 불린 고 고문다운 대처였다. 이렇게 역경을 딛고 경험치를 쌓은 삼성 폴더블폰은 지난해 드디어 결실을 봤다. 세 번째 갤럭시Z 시리즈가 1000만대에 가까운 판매고를 찍은 것이다. 이 가운데 1.9형의 커버 디스플레이와 투톤 컬러를 입힌 '갤럭시Z 플립3'는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를 제대로 저격했다. 최신작 '갤럭시Z 플립4'와 '갤럭시Z 폴드4'는 전작의 실적을 넘어서며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매대에 오른 인도와 동남아에서 전작 대비 각각 1.7배, 1.4배 더 팔렸다. 특히 동남아 국가 중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전작보다 2배 늘었다. 뉴질랜드는 1.7배 증가했다. 브라질과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서도 전작과 비교해 1.5배 나은 성과를 보였다. 유럽도 초기 출하량이 전작 대비 2배나 뛰었다. 노태문 MX사업부장은 지난달 신제품 출시 간담회에서 "올해 1000만대 이상 판매로 폴더블폰 대중화 원년을 만들겠다"며 "2025년까지 프리미엄폰 판매의 5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삼성전자는 다음 폼팩터를 향해 달려간다. 갤럭시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국내 전시회에서 안팎으로 두 번 접는 S자형, 안으로 두 번 접는 G자형 폴더블과 슬라이더블(옆으로 화면이 늘어나는) 제품을 전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전략제품개발팀장은 지난 4일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2'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롤러블(화면을 돌돌 마는)·슬라이더블폰은 오랫동안 보고 있는 제품이다. 확신이 섰을 때 시장에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09.27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