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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이해진, 라인야후 사태에도 멈추지 않는 글로벌 행보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최근 연이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와의 만남에 이어 네이버웹툰 미국 상장 행사에 나타났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네이버의 생존이 달린 해외 시장 확장과 관련해서는 직접 챙기는 모습이다. 이에 이해진 GIO의 첫 해외 진출 성공작인 라인야후에 대한 일본의 경영권 강탈 시도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지난달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해진 GIO는 지난달 28일 계열사 첫 미국 증시 데뷔 업적을 이룬 네이버웹툰의 본사이자 북미 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이하 웹툰엔터)의 나스닥 상장 행사에 깜짝 등장했다.당초 웹툰엔터 김준구 CEO와 김용수 CSO(최고전략책임자), 현지 관계자 및 창작자들이 참석하는 것은 예고돼 있었지만 이 GIO가 함께 한 것은 뜻밖이었다.평소처럼 뿔테안경을 낀 이 GIO는 검은색 재킷 안에 흰색 와이셔츠의 편안한 차림으로 김 CEO 바로 옆에서 웹툰엔터의 상장을 축하하며 주먹 쥔 왼손을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은 뒤 박수를 쳤다.이날 김 CEO는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를 '아버지', 웹툰엔터를 '아들'로 표현했다.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이제 막 독립하게 됐다는 설명이다.김 CEO는 "그런 상황에서 아버지라면 '아들아 나보다 더 성공한 삶을 살아라. 그리고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하라' 이렇게 말할 것"이라며 "이해진 GIO에게도 이 얘길 했는데 듣고 웃으셨다"고 전했다. 이 GIO의 미국 일정은 웹툰엔터의 상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글로벌 AI(인공지능) 리더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지난달 25일 접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네이버 관계자는 "양사는 일찍부터 소버린(주권) AI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대표적인 기업으로, 앞으로 긴밀한 협업으로 각 지역의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는 다양한 AI 모델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세 사람은 기념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는데, 최 대표의 손에는 SF(공상과학) 영화 '스타트렉'의 우주선 이름을 딴 엔비디아 사옥 '보이저'의 전경을 담은 액자가 들려 있었다.이 GIO는 생성형 AI의 대세론에 공감하면서도 일부 모델이 전 세계 인터넷 생태계를 지배하는 미래를 우려하며 'AI 주권'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올해 5월 화상으로 참석한 AI 서울 정상회의에서 그는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게 되면 역사, 문화에 대한 인식은 해당 AI의 답으로만 이뤄지게 되고, 결국 미래까지 해당 AI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주요 계열사의 글로벌 진출과 AI 파트너십 구축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해진 GIO가 라인야후 사태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지 관심이 쏠린다.일본 최대 포털·메신저 서비스는 물론 동남아 핀테크 사업까지 확장한 라인야후는 모회사 A홀딩스의 지분 50%씩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나눠 갖고 있다.지난해 발생한 라인 메신저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이유로 일본 총무성이 보안 거버넌스(지배구조) 재검토를 요구했고, 라인야후에 제시한 개선안 제출 데드라인이 결국 도래했다.한일 정부는 네이버를 향한 지분 매각 압박 내용은 개선안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막상 당사자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미래를 알 수 없게 됐다.라인플러스 등 라인 서비스 관련 한국 직원 2500여 명의 고용 불안도 해소해야 할 과제다.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해진 GIO께 요청드린다"며 "지금 당장 정치적 압박과 눈앞의 경영적 손실만을 따져 매각이라는 결정을 하게 된다면 서비스뿐 아니라 결국 사람들의 열정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7.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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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조 "라인야후 10년 결실 일본에 빼앗길 판…정부 관심 절실"

네이버 노조가 일본 최대 포털·메신저는 물론 동남아에서 눈에 띄는 사업 성과를 내고 있는 라인야후의 지분 매각을 반대하며 정부의 지원 사격을 강력히 요구했다.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혁신당 이해민·김준형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용만·이용우 의원 등이 마련한 토론회에서 "지금 라인야후 매각 이슈는 누가 봐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무관심과 방치로 2500여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고용 불안에 떨고 있고 애써 만든 서비스와 기술을 통째로 빼앗길지 모른다는 좌절감을 겪고 있다. 정부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또 오 지회장은 "네이버의 경영진, 그리고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의 대표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에게 요청드린다"며 "지금 당장 정치적 압박과 눈앞의 경영적 손실만을 따져서 매각이라는 결정을 하게 된다면 서비스뿐 아니라 결국 사람들의 열정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라인 메신저 개인정보 유출을 두고 이례적으로 두 차례 행정지도를 펼쳐 A홀딩스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지배구조 재검토를 간접적으로 압박했다.오는 7월 1일을 개선안 제출 시점으로 못 박은 상황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지분 매각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오 지회장은 "이는 나아가 네이버의 미래를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위해 노력한 대가가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면 누구도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오 지회장은 "한국 개발자들이 10년 넘게 축적한 기술과 서비스가 하나씩 일본에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실질적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6.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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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혁신 아이콘' 네이버·카카오, 직원 호소에도 묵묵부답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 하반기 시작부터 노사 갈등으로 잡음에 휩싸였다. 행동보다 대화로 해결하자는 노조의 목소리에도 사측은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으며 입을 굳게 닫았다. 비용 절감과 이윤 추구에만 급급해 구성원의 처우 개선·고용 안정은 뒷전으로 한 과거의 대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사내 하청 구조로 임금 차별 네이버는 계열법인의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협상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노조의 단체 행동에 직면하게 됐다. 네이버의 손자회사 5곳(그린웹서비스·엔아이티서비스·엔테크서비스·인컴즈·컴파트너스)은 26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쟁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최고 수위의 파업까지 검토한다. 노사는 지난달 두 차례의 조정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지난 14~15일 5개사에서 쟁의 찬반 투표를 했고, 평균 90%가 넘는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번에 쟁의권을 확보한 5개 회사는 독자 사업 없이 네이버 서비스 용역만 수행하고 있다. 직원 700명의 엔테크서비스는 네이버·라인·웍스 등 서비스 품질 개선 및 관리를 전담한다. 컴파트너스에서는 400명의 직원이 네이버쇼핑 고객·판매자의 문의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 회사의 지분은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아이앤에스가 100% 보유하고 있다. 본사가 서비스를 기획·개발하면 5개 회사가 운영·관리하는 형태다. 서비스에 필수적인 조직이라 본사 부서화로 흡수할 수도 있지만, 하청 방식으로 비용을 대폭 절감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자회사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어 네이버가 책임을 미루기 너무 좋은 구조라고도 꼬집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임금을 똑같이 맞추자는 게 아니라 자회사도 본사와 같은 비율로 인상하자는 것"이라며 "사측을 설득했지만 사내 하청 구조에 주어지는 용역비 말고는 절대 (인상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루라도 서비스가 멈추면 안 되기 때문에 휴가는 팍팍하게 운영되고 있다. 본사에서 3년 근무하면 주는 15일 리프레시 휴가도 없다. 창립기념일에도 본사는 쉬었지만 5개 법인은 일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개 계열법인 한 곳의 신입 연봉은 2400만~2500만원으로 본사와 2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에 10%의 연봉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5.6~7.5%로 회신했다. 월 15만원의 개인 업무 지원비 지급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네이버는 본사 직원에게 월 30만원의 지원비를 주고 있다. 오 지회장은 "드러나지 않는 노동이라고 해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며 "지속 가능한 경영을 표방하는 네이버가 노동 격차를 벌리는 사내 하청 구조를 답습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측은 "독립된 법인의 경영에 관여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모빌리티 매각설 대응 소극적인 카카오 카카오는 최근 불거진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설에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구성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오히려 팔릴 위기에 놓인 카카오모빌리티가 모회사에 해법을 제시하는 상황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지난 25일 오전 카카오에 매각 추진을 유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오후에는 사내 경영진과 직원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고 지속 성장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공존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 달 구체화해 그룹사 현안을 다루는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에 전달할 방침이다. 카카오는 현재 보유 중인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약 58% 중 일부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려 한 사실을 인정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사업 확장길이 막히면서 더는 성장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측은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안을 만든다고 하니 카카오에서는 이를 존중하고 지지하고 어떤 안이 나올지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매각을 결정한 바 없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는 애매한 입장을 유지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에서는 "모회사인 카카오가 너무 3자처럼 대응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만 카카오가 이달 중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이 이번 이슈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기존 남궁훈 대표는 신사업에 집중하고, 신규 선임된 홍은택 대표는 사회적 책임 이행에 전념한다. 앞서 홍은택 각자 대표는 "카카오가 그간 만들어왔던 혁신과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진 기술과 서비스를 이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07.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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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회사도 챙겨라" 네이버 노조, 파업 땐 서비스 차질

네이버 노동조합이 손자회사 5곳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쟁의에 돌입했다. 본사와 비교해 임금 수준이 턱없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회사는 네이버 검색과 쇼핑 등 인프라·고객 대응 업무 전반을 맡고 있어 파업으로 이어지면 서비스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은 지난 14~15일 진행한 쟁의찬반투표 결과 5개 계열법인 모두 가결됐다고 18일 밝혔다. 네이버쇼핑·네이버페이·스마트스토어 입점·모니터링 등 판매자 업무를 수행하는 컴파트너스는 100%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엔테크서비스(네이버·클라우드·라인·웍스모바일 관리)·엔아이티서비스(네이버·라인 운영)·그린웹서비스(네이버 광고·검색 콘텐츠 제작)·인컴즈(네이버쇼핑·검색 콘텐츠 지원)도 90%를 오르내리는 찬성률을 나타냈다. 이번 투표 결과로 5개 계열사는 최고 수위인 파업을 포함한 합법적인 쟁의권을 얻게 됐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해당 법인들은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아이앤에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법인별로 총 50차례 넘게 이어진 교섭에서 이들 계열사의 신입 직원 연봉을 10% 인상하고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조사 전담 기구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한 자릿수에 그친 임금 인상률을 제시하고 전담 기구 설치 등 일부 단체 협약 사항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노조에 따르면 5개 계열사의 신입 직원 연봉은 본사 초봉의 50~60%에 불과하다. 네이버의 올해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직원 1인의 평균 급여액은 4000만원 후반대다. 이에 반해 5개 계열법인 중 한 곳의 입사 연봉은 2000만원 중반대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5개 계열사에 대한 조정은 지난달 30일 2차까지 이어졌지만 노사의 입장 차이가 크다는 조정위원들의 판단에 중지됐다. 반면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라인플러스 등은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약이 원만하게 잠정합의된 상황이다. 네이버 노조는 "5개 법인 모두 네이버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및 용역의 비중이 100%이기 때문에 업무 및 경영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회사인 네이버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노조는 다음 주 중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일정을 공유할 계획이다. 쟁의권을 확보한 5개 계열사에 한해 단체행동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본사 직원도 조합원의 위치에서 충분히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이번 주 온라인 단체행동을 기획 중인데 아직 논의 단계"라며 "최고 수위 쟁의도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본사 측은 "경영적으로 독립된 회사의 사안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07.19 07:00
생활/문화

'81년생 워킹맘' 네이버 최수연 "글로벌 기업 도약…직원 신뢰 회복부터"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만 41세(1981년생)의 젊은 리더십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 도약에 박차를 가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크게 흔들린 기업 문화부터 손본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신뢰 회복을 위한 경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당면 과제는 기업 문화 회복" 네이버는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사옥에서 열린 제23기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최수연 대표이사를 새 수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최 대표는 주총 이후 취임 일성으로 건강한 근무 환경 조성에 팔을 걷어붙일 것을 약속했다. 최 대표는 "제가 선임된 것은 네이버의 사업과 구성원들에 대한 주주들의 엄청난 신뢰이자 훨씬 큰 도전을 해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도약을 위해 무엇보다 신뢰와 자율성에 기반한 네이버만의 기업 문화를 회복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최 대표는 내정자로 지목되고 나서 연초부터 직원들과 소통하는 데 힘썼다. 신입사원 코드데이와 별도 프로그램에서 400여 명과 만났다. 네이버 관계자는 "조직 개편 등 경영 쇄신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음 달 자리를 마련해 앞으로의 방향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공식 데뷔에 기대가 쏟아졌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노조는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채선주 CCO(최고소통책임자)가 작년 5월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당시 인사를 책임지는 경영진에 속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네이버는 새로운 리더십의 안정적인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채 CCO 역시 "잘 새겨듣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지회장은 "(채 CCO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직원들이 우려를 표해 그것에 관해 이야기한 것"이라며 "(사측이) 구체적으로 내놓은 게 아직 없지만, 협상이 잘 되고 방향이 잘 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지회장은 최 대표가 직원들과 접점을 넓히는 것과 관련해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은 좋아 보인다"고 했다. 글로벌 경쟁력으로 제2 웹툰 만든다 최수연 대표는 회사를 둘러싼 잡음 해소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총력을 기울인다. IT 창업 세대에서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세대로의 전환이라 더욱 뜻깊다. 최 대표는 "2년 전 네이버에 합류하고 사업들의 글로벌 확대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업계나 파트너의 높은 관심과 평가를 직접 확인했다"며 "선배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만들어 낸 라인(메신저)·웹툰·제페토(메타버스)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의 이런 자신감 뒤에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축적한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최 대표는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네이버(당시 NHN)에 입사해 4년 동안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일했다. 이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M&A(인수·합병)·자본시장·기업 지배구조 분야에서 경력을 이어가다 2019년 네이버로 돌아와 글로벌 사업을 지원했다. 자녀 한 명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3.15 07:00
생활/문화

네이버·카카오, 주가 폭락에 실적 후퇴…난감한 신임 CEO들

올해 새롭게 양대 포털의 지휘봉을 잡게 된 대표들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시가총액 3위를 다툴 정도로 고속성장했지만, 플랫폼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동반하락했다. 연초부터 대내외 악재까지 겹치며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신시장 개척에 주력해도 모자랄 판에 신임 대표들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악천후에 운전대 잡는 양대 포털 신임 CEO 1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오는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차기 대표이사를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81년생 워킹맘'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한성숙 CEO(최고경영자) 후임으로 발탁했다.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최 내정자는 M&A(인수·합병)·기업 지배구조·회사법을 다룬 경험이 있다. 만 40세의 젊은 나이에 신규 사업 발굴과 글로벌 영역 확장이라는 특명을 받았다. 2018년 3월부터 카카오를 이끄는 여민수 공동대표는 연임한다. 그는 취임 후 카카오톡에 광고 솔루션 비즈보드를 도입해 최대 매출 달성에 기여한 인물이다. 4년째 함께 해온 조수용 공동대표 대신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호흡을 맞추려 했지만 홀로 남았다. 류 대표가 자사주를 팔아 약 469억원의 차익을 실현하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비판이 인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본지에 "새로운 공동대표 후보자를 논의하고 있다. 정해지면 공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수연 내정자를 비롯해 여 대표와 콤비를 이룰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는 임인년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플랫폼 규제는 점차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시장의 우려는 고스란히 회사 몸값에 반영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34만8000원, 9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전인 2021년 12월 13일과 비교하면 10.8%, 14.4% 급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두 포털의 합산 시총은 10조원 이상 빠졌다. 네이버는 3위에서 5위로, 카카오는 6위에서 9위로 주저앉았다. 여기에 증권가는 양대 포털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센티브를 포함한 인건비와 프로모션과 같은 마케팅비 등 일회성 비용 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비대면 추세로 수요가 폭등했던 이커머스 사업은 최근 들어 주춤한 모습이다. 투자 절실한데 규제까지…당분간 가시밭길 네이버와 카카오는 당분간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플랫폼 기업의 주가 하락 요인으로 정부 규제 불확실성·광고와 커머스 성장 둔화·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부진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일부 반전 가능성이 나타날 때 단기적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확대가 가능하지만, 부진에 따른 연간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광고와 커머스 사업의 성장 둔화, 글로벌 콘텐트 비즈니스 확대에 따른 투자 기조가 지속하며 보수적인 사업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신임 CEO들은 상반기 안에 답을 내놔야 하는 최우선 미션도 넘겨받는다. 네이버는 지난해 5월 발생한 직원 사망사고 이후 근로환경 개선과 경영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같은 해 10월 한성숙 대표가 노조와 상견례를 한 이후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사내기구 설치 등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지회장은 최수연 내정자와 만났냐는 질문에 "아직 대표가 아니라 그러지 못했다"고 답했다. 3월은 돼야 관련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플랫폼 갑질 이미지를 벗기 위해 제시한 5년간 파트너 상생기금 3000억원 조성 등 약속을 하루빨리 이행해야 한다. 경영진의 대규모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증시에 악영향을 준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 관리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를 위해 기존 공동체컨센서스센터를 '코퍼레이트얼라인먼트센터'로 개편했다. 센터장은 여민수 대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의 지속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공동체 전략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고민하는 조직"이라며 "세부 구성 및 역할은 정립해나가는 중이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1.14 07:00
생활/문화

네이버, 한성숙 교체로 전면 쇄신 나서나

임기 1년여를 남겨둔 한성숙 네이버 CEO(최고경영자)의 교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말 많았던 조직문화를 손보고, 국내에서의 '플랫폼 갑질' 이미지를 벗기 위해 해외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계기로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언급한 젊은 리더의 전면 쇄신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17일 한성숙 교체 여부 논의…이해진 "늦어도 연말까지 전면 쇄신해야" 1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한성숙 대표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을 후임 후보군을 검토한다. 앞서 한 대표가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사망한 것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연말 경영쇄신안 발표를 약속했는데 자리를 비우는 게 맞겠느냐"며 "리더십에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 대표가 교체된다면 이해진 GIO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는 직원 사망 사건이 발생한 뒤 임직원에 메일을 보내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며 "늦어도 연말까지 해내야 한다는 이사회의 제안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임 CEO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남은 C레벨 임원인 박상진 CFO(최고재무책임자)·채선주 CC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를 비롯해 7인의 CIC(사내독립기업) 대표가 물망에 오른다. 이하 책임리더급에서 뽑는 파격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중 박상진 CFO는 삼성SDS를 거쳐 1999년 경영관리팀장으로 네이버와 인연을 맺었다. 재무기획실장·재무기획 담당 이사를 맡다 CFO에 오른 '재무통'이다. CIC 대표 중에서는 검색·뉴스 대신 회사 차원에서 밀고 있는 아폴로(창작자 지원) CIC의 김승언 대표가 만 42세로 가장 젊다. 주력 신사업인 커머스를 담당하는 이윤숙 포레스트 대표는 CIC 수장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추측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리더 교체는 기정사실화한 것 아닌가"라며 "후보가 워낙 많아 내부에서도 예측하기 힘들 것이다. 백지상태에서 조직에 어떤 변화를 줄지에 따라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직문화 개선·해외시장 개척 총력 한성숙 대표는 국내를 벗어나 해외시장 개척에 역량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내구조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안정적 수익 구조를 확립하고 신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등 매출 측면에서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취임한 2017년부터 네이버는 10~20%대의 매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광고·검색 등 주력인 서치플랫폼 매출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미래 먹거리 사업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 3분기 전체 매출에서 커머스·핀테크·콘텐트·클라우드 매출 합계가 약 9023억원으로 서치플랫폼을 넘어섰다. 또 올해 연간 매출은 6조원 고지를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중소상공인(SME)·창작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 꽃'을 가동해 생태계를 선순환하고, 204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그린 이니셔티브'로 친환경 활동에 앞장서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공을 들였다. 그 결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평가 ESG 등급이 2017년 종합 B+에서 2020년 A로 오른 데 이어 올해 A+를 달성했다. 이해진 GIO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국내에서는 수평적 구조에 기반을 둔 조직 안정화, 해외에서는 새로운 기회 창출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먼저 네이버는 지난달 상견례 이후 진전이 없었던 노조와의 대화를 재개한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지회장은 "16일 오후 본사에서 교섭한다. 사측에서는 책임리더급이 참여하는데, 결과가 단기간 안에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손잡고 만든 통합지주사 A홀딩스 산하 Z홀딩스의 글로벌 사업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커머스 영역 배치가 유력하다. 이미 일본 라인 주식회사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노하우를 살려 현지화한 '마이스마트스토어'의 시범운영을 지난달 시작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11.16 07:00
생활/문화

국감 폭격에 '정신 번쩍' 카카오, '감감무소식' 네이버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맹공을 퍼부었던 올해 국정감사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불공정 거래와 직장 내 괴롭힘 등 굵직한 이슈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 재발 방지에 나선 양대 포털의 온도차가 확연하다. 곧장 대책 마련에 나선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카카오, 생태계 개선 노력 앞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일 작가 생태계 개선을 위한 첫 번째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일 국감에서 플랫폼 내 콘텐트 사업자가 웹소설·웹툰 작가들로부터 수수료를 과하게 떼어간다는 비판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카카오엔터는 아직 성장단계인 콘텐트 제공자에도 최소 60%의 수익 배분율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선투자한 신진작가들의 작품에도 '이벤트 캐시' 정산분을 5% 넘게 지급하기로 했다. 이벤트 캐시는 작품의 판매 촉진을 위해 카카오페이지가 이용자에게 주는 무상 포인트다. 그러면서 회사와 작가 간 이견이 갈렸던 정산율 구조 일부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올해 1~8월 카카오페이지의 선투자 작품 누적 정산율 집계를 보면, 실제 콘텐트 결제분(55%)과 이벤트 캐시 등 정산분(14%)을 합쳐 총 69%의 수익이 콘텐트 제공자에게 배분됐다. 이외 결제 수수료가 8%, 카카오엔터의 수익배분율이 23%다. 플랫폼 갑질의 중심에 있었던 모빌리티 등 주력 사업의 상생안도 조만간 나올 전망이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급격한 요금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을 가중하고, 압도적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비가맹 택시를 차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미 카카오는 5년간 파트너 상생기금 3000억원 조성과 '카카오T' 택시 스마트 호출 서비스 폐지, 꽃·간식 배달 등 골목상권 사업 철수 등을 약속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계열사 대표들과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의장은 이번 국감에 3번이나 증인으로 채택됐는데, 계속해서 출석하며 바뀌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국감 지적에 대한 논의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카카오 관계자는 "구성원 회의는 일상이나 마찬가지다. 국감과 맞물려 의미가 더해졌다"며 "추가 상생안 발표가 언젠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구체적인 방식과 시기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네이버, 경영 쇄신안 감감무소식 국감 전후로 바쁘게 움직이는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와 소통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대책 발표는 미루고 있다. 네이버의 국감 최대 현안은 지난 5월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다. 네이버 지도를 개발하는 직원이 직속 임원의 폭언과 부당한 업무 지시를 견디지 못해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52.7%)이 최근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 응답자의 10.5%는 최근 6개월 동안 1주일에 한 번 이상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노조는 가해 임원을 감싼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사임과 공동 대응기구 구축 등을 요구했지만, 네이버는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르겠다는 형식적인 답만 내놨다. 업무 복잡도와 변화 속도가 CXO(CEO·CFO·COO·CCO) 4인의 책임감을 압도한다며 경영 쇄신을 예고했지만 연말을 앞둔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6일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동료들에게 거듭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명확한 계획이나 재발 방지책은 공개하지 않았다. 노사 공동 사내기구를 구축하고, 초과근무 방지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연내 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19일 한성숙 대표가 직원 사망 사건 이후 처음으로 노조 교섭위원들과 만나 진지하게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응기구 설치와 같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지회장은 "아직 전해 들은 내용이 없다. 신뢰를 쌓기 위한 대화가 먼저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10.21 07:00
생활/문화

네이버 한성숙, 19일 노조 상견례…직원 사망 이후 처음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직장 내 괴롭힘 논란 이후 처음으로 노조와 상견례를 가졌다. 그동안 회사 내부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노조와의 대화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에 따르면 한 대표는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에서 노조 교섭위원들과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은 "지금까지 대화가 제대로 안 되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회사도 노사가 대화해서 뭔가 결론을 내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들어 의미 있는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체적인 합의를 한 것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직원 평가·주 52시간제 등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네이버 지도 개발 담당 직원이 조직장의 부당한 업무 지시, 폭언 등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노조는 가해 임원을 감싼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사임과 노조 공동 대응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지만, 네이버는 고용노동부의 근로 감독 결과와 가이드에 맞춰 재발 방지를 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하고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비판이 잇따르자 네이버가 '노조 패싱' 이미지를 벗기 위한 행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네이버로부터 받은 개선 계획을 보면,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조사·심의위원회라는 이름의 사내기구 설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10.20 13:55
생활/문화

배 꼬집으며 "살 빼라"…직원 죽음 내몬 네이버 임원들의 잔인한 폭력 드러나

공개적으로 뱃살을 꼬집으며 "살 빼라", "돈 없어서 초과근무 신청하냐"…. 한 집안의 가장이었던 네이버 직원을 죽음으로 내몬 임원들의 잔인한 폭언과 과도한 업무 지시의 전말이 드러났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28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25일 동료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진행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약 20년 경력의 전문가인 고인은 네이버 지도 중 내비게이션을 담당하며 서버 전체의 아키텍처(시스템 설계)와 경로 탐색 전체를 담당했다. 조직장으로서 조직 관리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개발 실무를 했다. 이번 직장 내 괴롭힘의 중심에는 임원 A가 있다. 부당한 업무 지시와 폭언으로 고인을 사지로 내몰았다. 임원 A는 프로젝트 회의에서 고인의 발표를 공개적으로 무시한 적이 있는데, 바로 5분 뒤 고인과 동일한 주제를 아무렇지 않게 제안했다. 본인의 자리 의자에 기댄 채 다리를 꼬고 앉아 고인에게 얘기하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다른 조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비상식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회의 중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며 발언자의 목에 걸린 사원증 목줄을 당겼다 놨다 하는 행동을 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조직원의 배를 꼬집으며 "살을 빼지 않으면 조직원들에게 밥을 사라"고 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이번 일로 해임당한 임원 A 외 또 다른 가해자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획조직의 임원 B는 자신의 조직원이 아닌데도 고인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한 것을 넘어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난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경로 이탈·재탐색' 관련 일을 할 때는 임원 B가 임원 A와 의견 충돌이 발생하자, 여러 명이 있는 사내 메신저에 "배 째기도 정도껏 해야" "이제 와서 딴소리는" 등의 발언을 하며 고인을 압박했다. 밤늦은 시간에도 내비게이션 관련 불만을 고인에게 전달하며 즉각적인 답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1시간 회의가 있으면 30분 이상을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험담을 했다. "다 잘라버리고 새로 뽑아서 하겠다" "하는 일에 비해 연봉이 높다"는 말을 반복했다. 4~5개월이 걸리는 일정을 2개월로 단축하라고 강요한 적도 있다. 갑질 피해 직원들은 2019년부터 경영진 면담, 인사팀 문제 제기, 상향평가 반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오히려 신고자만 피해를 보는 결과를 마주했다. 올 초 사내 신고 채널로 한 직원이 임원 B를 신고했지만, 회사와 계약한 외부기관은 조사 결과 '문제없음'으로 결론을 냈다. 신고자는 대기발령 조직으로 이동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했다. 지난 3월에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 한성숙 대표가 이와 관련한 보고를 받았지만,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책임 리더는 더욱 각별하게 선발한다"는 인사 담당 임원의 원론적인 대답만 돌아왔다. 네이버는 직원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내고 지난 25일 회사 차원의 징계 조처를 내렸다. 임원 A는 해임, 임원 B는 감봉 3개월 결정이 내려졌다. 임원 A의 취업에 관여하고 갑질 신고를 무시한 최 전 COO(최고운영책임자)는 경고 조치를 받는 데 그쳤지만, 스스로 COO와 비즈 CIC(사내기업) 대표 직책에서 사의를 표했다. 다만 별도 법인인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직, 공익재단 해피빈 대표 등은 계속 맡는다. 공동성명은 "최인혁 네이버 경영 리더를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 임원 및 대표직에서도 해임할 것을 요구한다"며 "고인은 물론 구성원들을 고통스럽게 한 임원 B도 해임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06.2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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