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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름의 (조)정석 vs 마동석 유니버스 [정시우 SEEN]

한번 (흥행)은 우연일 수 있고, 두 번은 운일 수 있는데, 세 번째에도 홈런을 치면 이건 실력/매력이다. 그래서 별명도 붙었다. 이름하여, 여름의 정석. 여름철, 극장가 흥행 보증 수표로서의 자리를 공고히 다진 조정석 이야기다.조정석의 첫 번째 여름은 2019년에 당도했다. 산악 동아리 출신 대학 선후배가 유독가스로 아수라장이 된 도심을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엑시트’로 무려 941만 관객을 빨아들이며 그해 여름을 평정했다. 동시기에 개봉한 송강호의 ‘나랏말싸미’, 유해진·류준열의 ‘봉오동 전투’, 박서준의 ‘사자’에 비해 약체라는 평가가 있었으나, 예상을 뒤집은 결과라는 점에서 인상은 더욱 강렬했다. 조정석의 두 번째 여름은 지난해 ‘파일럿’과 함께 비상했다. ‘파일럿’은 술자리에서의 성희롱 발언으로 파면된 인기 파일럿이 재취업을 위해 여장을 하면서 벌어지는 영화. 사실 접근이 쉬운 소재의 작품은 아니었다. ‘미투 시대’에 기획된 영화는 젠더 이슈를 과감하게 가져왔음에도 논란을 의식해 수위 조절에 몸을 사린 티가 역력했다. 그로 인해 소재를 얄팍하게 풀어냈다는 지적이 일었고, 개연성이 여럿 훼손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관객이 ‘파일럿’에 몰입할 수 있었던 데에는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지닌 특유의 능청스러움 덕분이었다. 조정석 아우라가 영화의 구멍을 보수해 내며 관객 471만 명을 품었다. 그리고 ‘좀비딸’이다. 스타 배우가 출연해도 100만 관객 돌파가 쉽지 않은 작금의 극장가 위기 속에서 ‘좀비딸’은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달성하며 또 한 번 조정석의 여름을 열었다. ‘좀비딸’ 역시 단점이 없는 영화는 아니다. 클리셰가 곳곳에 매복해 있고, 전개의 비약이 허무맹랑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관객이 중도 이탈하지 않고 결승점까지 허허실실거리며 당도하는 데에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말이 되게 설득시키는 조정석의 마력이 있다. 관객을 극장 안에 2시간 가까이 묶어 놓고 끌고 가는 힘. 상업영화 주연 배우로서 이보다 더한 재능이 있을까. 다시 첫 문장을 복기하자. 한번은 우연, 두 번은 운일 수 있지만, 세 번이면 실력. 이 문장에 부합하는 또 한 명의 배우가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로 마동석 유니버스를 구축한 마동석이다. 스타가 흥행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와중에 마동석은 자신의 이름 자체를 브랜드로 만들며 2,3,4편 연속 천만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박스오피스 영향력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그는 ‘범죄도시’ 시리즈를 8편까지 구상한 상태다. 조정석과 마동석. 두 배우를 공통으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호감형 스타’란 점이다. 조정석은 틈새를 노리는 시간차 타이밍 코믹 연기가 발군인 배우다. 납뜩이 캐릭터로 코미디에서의 천부의 자질을 입증한 ‘건축학개론’(2012)을 시작으로 조정석은 옆집 형/오빠 같은 친근함을 무기로 팬들의 곁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반면, 팬들이 마동석에게 느끼는 호감의 요체는 마초성을 비트는 의외성이다. ‘베테랑’(2015)에서 험악한 외모와 달리 아트박스 사장이라 외칠 때, 아내 앞에서 쩔쩔매는 ‘부산행’(2016)의 상화가 우람한 팔뚝으로 좀비를 싹쓸이할 때, 관객은 그 낙차에서 오는 의외성에 환호했고, 그런 그가 ‘내 편’이란 점에 안도했다. 두 배우는 메소드형 배우가 아니라 캐릭터형 배우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어떤 캐릭터를 맡든 자기 색깔을 입혀 ‘조정석화’ ‘마동석화’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특징은 전형적인 이야기를 개성으로 해체해 낼 때 용이하다. 실제로, 두 배우는 별것 아닌 장면을 별것 있는 것처럼 만드는 데 탁월함을 자주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특징은 자칫 ‘자기 복제’에 휩싸이기도 한다. 실제로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가 4편까지 달리면서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평가에 직면하기도 했다. 정극 연기에도 능한 조정석의 경우엔, 사극과 악역 캐릭터에도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왔음에도, 코미디 연기가 워낙 깊게 각인된 탓에 그 시도들이 저평가된 면이 있다.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것과, 자신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사이에서의 균열을 어떻게 메워 갈 것인가는 두 배우에게 주어진 숙제일 것이다. OTT에 밀려 극장이 위기인 상황에서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관객을 유인해 내고 있는 조정석과 마동석은 귀하다. 트렌드는 바뀌기 마련이고, 팬들의 변덕은 어디로 옮겨갈지 모르겠지만, ‘조정석이라는 장르’와 ‘마동석의 유니버스’가 빠르게 퇴화하지 않고, 진화하는 쪽으로 이동하기를. 침체된 극장가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까지, 당분간 허리 역할을 단단히 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정시우 칼럼니스트 2025.08.08 06:00
영화

신연식 감독 “천성과 관성이 빚은 삶, 그리고 ‘삼식이 삼촌’” [IS인터뷰]

“저도 제 천성과 관성대로 살아왔죠. 거창하게 좋은 세상 만들려고 작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삶의 원인과 자극점을 탐구하려 합니다.”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삼식이 삼촌’ 속 박두칠(송강호)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타고난 ‘천성’과 살아온 ‘관성’. 이는 작품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의 확고한 인생철학이기도 하다.최근 ‘삼식이 삼촌’ 최종회를 공개한 신연식 감독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신 감독은 “희한하다.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라며 “극장에서는 관객을 만날 일이 종종 있는데 OTT는 시청자들 댁을 찾아갈 수 없다 보니 종영했다는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웃었다.앞서 영화 ‘동주’, ‘거미집’ 등의 시나리오 집필로 지나온 시대를 화두로 삼아온 신연식 감독은 직접 극본과 연출로 참여한 ‘삼식이 삼촌’을 통해 격변의 1960년대를 16부작 호흡으로 그려냈다. 모두가 끼니 걱정을 하는 시대에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꿈꾸는 사업가이자 정치 건달인 ‘삼식이 삼촌’ 박두칠(송강호)과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의 원대한 계획 실현기를 3.15 부정선거부터 4.19 혁명, 5.16 군사 쿠데타까지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엮어 재구성했다.신연식 감독은 14회에 담긴 4.19 장면을 두고 “제가 이 작품을 하는 이유와 목적에 부합된 신”이라고 콕 집었다. 신 감독은 “개개인의 천성과 관성이 모이고 쌓여 역사적 흐름이 생동감을 갖는다”며 “당시 25만 명이 쏟아져 나왔단다. 극 중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들 사이 삼식이 삼촌의 시선은 차태민(지현준)을 향한다. 그 앵글이 제가 이 작품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극 중 삼식이 삼촌이 어릴 적부터 보살피던 차태민과 강성민(이규형)은 테러조직범과 차기 대권을 노리는 국회의원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대립한다. 딱한 사정을 알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한가지를 택해야만 했던 삼식이 삼촌은 나라의 역사가 될 시위 국면에서 자신의 역사에서 중요했던 강성민과 차태민의 끝을 목격하게 된다.“거시적 흐름 속에서 미시적 감정을 품은 인물을 담고 싶었어요. 차태민을 보며 삼식이 삼촌은 ‘그만해라’라고 말하죠. 그런 와중 김산은 주여진과 조카, 거기 모인 사람 하나하나를 봅니다. 그런 미시적 서사들이 이야기의 방향에 맞는 시퀀스들이었어요.”그가 생각하는 시대는 아래에서부터 구성된다. 사회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감정이 얽히고설켜 영향을 주고받아 큰 흐름을 만든다는 것. 그 시선을 상징적으로 포착한 표현이 ‘천성과 관성’이다. 신 감독은 “단지 한국의 역사라서가 아니라, 각자의 천성과 관성이 쌓이고 모여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작용되는 걸 조명하고 싶었다. 해외 시청자들도 그런 관점에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갈등의 원인을 살펴보면 상대가 옳고 그르기보단 개개인의 천성과 관성이 시시각각 작용해서 그런 거예요. 제 작품에서 악인이나 범인이 명쾌하지 않은 이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범인인지 좇는 드라마는 아닌 거죠.” 그는 ‘삼식이 삼촌’을 시리즈물로 글로벌 OTT에 선보이게 됐지만, 처음부터 어떤 포맷으로 선보여야겠다는 계획은 없었다고 한다. 독립과 상업의 규모 또한 처음부터 선택하지 않는다는 신 감독은 그때마다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감독은 “사실 제 작품의 엔딩은 다 똑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런 줄 알았는데 아닐 수도 있네’ 부조리를 인식하는 순간을 짚는다”고 부연했다. “이번처럼 송강호 같은 톱배우나 많은 자본이 필요할 때가 있는가 하면 ‘동주’처럼 5억원으로 이준익 감독과 할 때가 좋을 때도 있는 거죠.”시나리오를 쓴 ‘거미집’ 이후 다시 함께한 송강호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신 감독은 “선배님께도 첫 드라마 타이틀이 붙을 테니 부담되기도 했다”면서도 “삼식이 만의 감정선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는 송강호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변요한과 진기주, 티파니 영을 비롯해 크고 작은 역할로 작품을 꽉 채워준 모든 배우들에게 “너무 좋은 배우들과 인연이 되어 호사같다”며 고마워했다.끝으로 신 감독은 “예산이 크든 작든 저는 늘 작품을 하는 이유와 목적이 선명하다. 거기 부합되게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며 첫 시리즈물 연출 도전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전했다. “어떤 분들이 제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상하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어요. 시간을 갖고 저도 여러 반응들을 찬찬히 복기해보려 합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7.09 06:05
연예일반

[오동진 영화만사] 극장, 이제 명절 특수’따위’ 없다

추석 대목이란 말, 이젠 옛말이다. 추석 민심도 옛말이다. 추석 때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도 옛말이다. 단거리 네트워크 시대이다. 남극이나 북극에 사는 사람들조차 연결되는 세상이지만 만나는 것, 대면하고 대화하는 것은 가까운 사람들로만으로 한정된다. 가족들이 모여 영화를 간다는 것? 언감생심의 일이다. 그래서 장르적으로도 고래의 가족영화는 사라진지 오래다. 가족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진부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짜증을 내기까지 한다. 현대에서 가족의 의미는 사라졌다. 특히 한국은 출산율이 0.7%대이다. 한국에서 가족영화란 이제 SF영화급이다.예전에 추석 연휴에는 TV에서 꼭 나오는 외화가 있었다. 성룡의 ‘취권’과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 하드’다. 이제 그런 얘기도 사람들의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도대체 언제 때 얘기냐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스탠리 도넌의 1954년작 ‘7인의 신부’같은 영화 얘기를 하면 아마도 뺨을 맞을 것이다. 지금 시대에 TV에서 굳이 가족영화를 틀겠다면 2019년판 ‘작은 아씨들’이 제격이겠다. 그레타 거윅이 만들었고(맞다. ‘바비’의 그 감독이다) 시얼샤 로넌에 플로렌스 퓨까지 나온다. 게다가 티모시 살라메가 나온다. MZ세대가 좋아하는 젊은 배우들이자 감독이다. 그렇게 세상은 바뀌었다.청소년들 상당수는 엄마 아빠와 영화를 보러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나마 나이든 부모와 동반을 허락하는 자녀는 성인 여성들이다. 추석 대목은 장년층 관객들, 50대와 60대 관객들이 오랜만에 극장에 가는 시기기도 하다. 이런저런 것들을 감안했음에도 이번 추석에 개봉한 영화들의 흥행 수치는 훨씬 더 좋지가 않다. 무엇보다 전체 관객 수가 급감했다. 이는 추석 당일 관객 수가 지난 해 94만명 대비 올해는 42만명에 그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정말 극장에 가지 않는 것이다. 흥행 순위는 ‘천박사 퇴마연구소 :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이 10월3일까지 151만명 정도로 1위이긴 하지만 관객 수가 빠르게 빠져 나가고 있다. 73만명을 모은 ‘1947 보스톤’은 점유율이 역상승세를 타고 있긴 하지만 그 파워는 다소 미약한 편이다. 아직 BEP까지 한참이 남은 상태다. ‘거미집’이 문제인데 작품 평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26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다소 심각한 상황이다. 아마 해외수출이 숨통을 틔우게 할 것이다.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천박사’가 그나마 체면 치레를 하고 있는 것은 속된 말로 ‘강동원빨’이다. 이 영화는 그의 오랜만의 주연작이다. 강동원의 팬덤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코미디이다. 지금은 사회 전체가 웃음을 잃은 시기이다. 어차피 말도 안되는 황당무계한 사건이 벌어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CG가 잔뜩 들어 간 퇴마사 얘기에 사람들이 혹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영화마저 세상처럼 혹세무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지만 이건 부작용이 없는 거짓말 같은 환상의 얘기라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셈이다.‘1947 보스톤’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 내의 진영 갈등이 조금 불을 붙이지 않을까 전망했던 측면이 있다. 의외로 작금의 역사 논란 등 여러 사회정치적 이슈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1947 보스톤’은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일본과 미국에 대해, 그리고 진정한 애국이나 국익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관객들 대다수가 울고 나온다. 영화가 진심을 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1947 보스톤’이 역주행할 것인가. 한글날 연휴 흥행세가 변곡점이 될 것이다.‘거미집’은 매우 잘 만든 영화이다. 일명 작가주의 영화이다. 그럼에도 재미가 삼삼하다. 송강호 등 배우들이 열연한다. 배경이 1970년대다. 예술영화지만 제미가 있고 인기있는 스타급 배우들이 나오지만 젊은 관객들이 잘 모르는 시대라는 것이 흥행면에서 치명타를 입혔다. 흥행에 성공하든 못하든 ‘거미집’은 영화를 만든 감독 김지운과 배우들, 제작자, 스태프들에게 만큼은 ‘남는’ 작품이 될 것이다. ‘거미집’은 이들에게 이름과 명예를 줄 것이다. 영화인들에게는 때로 성공이나 돈보다는 그게 더 중요할 것이다. 김지운은 이번 영화로 자신이 영화적으로 많은 것을 성취한 감독임을 입증해 냈다.영화광 관객들에게는 긴 연휴 끝물에 개봉하는 송중기 주연의 누아르 영화 ‘화란’이 기대작일 것이다. 작은 영화로는 ‘절해고도’ ‘당나귀 EO’ ‘킴스 비디오’도 있다. 재개봉작으로 아벨 페라라의 ‘킹 오브 뉴욕’같은 작품들도 있다. 사실 영화는 차고 넘친다. 문제는 추석 같은 명절 특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누구는 웃고 있고 누구는 침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것이다. 영화나 인생이나 다 그런 것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3.10.05 06:15
영화

[IS인터뷰] ‘거미집’ 전여빈 “미도는 불도저 같은 아이… 사랑스럽게 보였으면”

배우 전여빈이 영화 ‘거미집’에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미도가 사랑스럽게 보이길 바랐다고 이야기했다.전여빈은 최근 ‘거미집’ 개봉을 맞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도를 보고 불도저를 떠올렸다고 이야기했다.“불도저는 불도저인데 누구한테 위협은 크게 되지 않는 귀여운 사이즈의 불도저랄까요. (웃음) 그래도 내면의 엔진만큼은 누구보다 강력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거미집’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영화의 결말만 살짝 손보면 걸작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 김열(송강호) 감독이 바뀐 대본을 이해하지 못 하는 배우들과 재촬영을 허가하지 않는 검열 당국 등 비협조적인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전여빈이 연기한 미도는 김열 감독의 영화 ‘거미집’을 제작하는 신성필름의 후계자. 김열 감독이 꿈에서 영감을 받아 바꾼 대본을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하고 지지하는 인물이다.“어떻게 보면 정말 순수한 마음이잖아요. 이 세상에 사랑할 것이 없다가 드디어 사랑할 것을 만난 거죠. 불나방 같이 달려 나가는 미도가 멀리서 봤을 때는 우둔해 보일지라도, 어떻게 보면 그런 마음은 생애 두 번 다시 못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그런 면에선 첫사랑이랑 비슷해 보이기도 했고, 그런 마음으로 미도를 표현하려 했어요.”그런 와중 전여빈이 가장 신경썼던 건 앙상블이다. 워낙 많은 출연진이 나오는 영화인만큼 자신이 해석한 미도가 작품 전체의 톤에서 벗어나면 안 됐기 때문이다.“1970년대라는 시간적인 배경에 신성필름이라는 공간적 제한이 있는 작품이잖아요. 그 안에 어울리는 톤앤매너를 갖춰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사실 김지운 감독님이 연기를 굉장히 잘하세요. (웃음) 리딩 때 감독님이 읽어주시는 대사를 들으면서 힌트를 얻기도 했어요.” 외적인 부분에서도 미도를 잘 표현하기 위해 여러 부분에서 공을 들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쇼트커트다. ‘거미집’과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의 촬영이 살짝 겹쳤던 전여빈은 통가발을 사용해 미도의 헤어스타일을 만들었다.“가장 미도다운 것을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가발도 몇 번을 다시 쓰면서 테스트를 한 거거든요. 영화에서 입은 조끼, 셔츠 한 장까지도 몇십벌씩 갈아입었던 거예요. 김지운 감독님이 워낙 미술적인 부분에서 섬세한 분이다 보니 저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메이크업은 기본적인 것만 가볍게 했고요.”‘거미집’ 속 치열했던 김열 감독처럼 김지운 감독 역시 현장에서 치열했다. 그런 치열한 환경 속에서 전여빈 역시 많은 것을 배웠다. 함께 치열하게 한 테이크, 한 테이크를 만들어갔다.“감독님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항상 집중하고 계셨어요. 1테이크부터 10테이크까지 찍는다고 하면 제가 준비해간 것을, 표현하고 싶은 것을 계속 할 수 있게 해주셨고요. 덕분에 미도가 계속 자유롭게 퍼져나가는 파장을 가진 캐릭터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전여빈이 미도로 활약한 ‘거미집’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0.03 17:02
연예일반

[인터뷰] ‘정이’ 류경수 “故강수연,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

대선배들과 작업에선 늘 배울 게 많지만 배우 류경수에게 고(故) 강수연과 함께한 ‘정이’는 더욱 남달랐다. 주변에서 고인과 호흡을 맞춰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떨림 반 설렘 반으로 임한 ‘정이’ 현장에서 류경수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웠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부산행' '지옥'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현주가 정이 역을, 고 강수연이 정이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는 서현 역할을 맡았다. 류경수는 ‘정이’에서 AI 연구소장 상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일간스포츠와 최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류경수는 '정이'에서 호흡을 맞춘 고 강수연에 대해 “배울 게 많은 선배였다”고 이야기했다.“너무 대배우시잖아요. 배우 중의 배우. 그래서 작품에 들어가기 전엔 걱정도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선배님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싶어도 주변에서 선배님이랑 작업을 해 본 사람이 없어서 물어볼 사람이 없었어요. 사실 그것도 영광이죠. 선배님과 작업을 같이 한 몇 안 되는 젊은 배우가 저라는게요.”류경수와 강수연은 '정이'에서 연구소장과 팀장인 만큼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다. 류경수가 ‘정이’에서 처음으로 찍은 장면 역시 고 강수연과 함께였다. “준비한 걸 처음 보여드려야 되는 자리인데, 솔직히 걱정이 되더라고요. 보는 사람마다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나 연기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는 거니까요. 일단 저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서서 그렇게 준비를 해갔는데, 막상 현장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걱정이었어요. 프레젠테이션 끝나고 상훈의 방으로 와서 서현이한테 한참 얘기를 하는 장면이었거든요. 하필 또 대사도 길었어요. (웃음) 오케이가 딱 나오고 감독님보다 선배님한테 먼저 갔어요. ‘저 어떠셨어요?’하고 물었죠.”“그래서 강수연이 뭐라고 하던가”라고 묻자 류경수는 “긍정적으로 반응해 줬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는 “내가 ‘이상하지 않았느냐’고 하니 선배가 ‘왜? 너무 매력 있는데?’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대선배의 그런 긍정적인 피드백이 류경수로 하여금 자신을 믿고 상훈을 연기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됐다.고 강수연에게 도움을 받은 건 비단 연기적인 부분에서만이 아니다. 현장에서 배우가 갖춰야 할 태도, 작품에 임하는 자세와 같은 부분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경력에 기대어 잘난 척하지 않는 태도, 그 친근함이 류경수에게 신선한 충격이 됐다. “선배님과 같이 모니터 앞 의자에 앉아 있으면 그냥 선배님이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어요. 옆에 앉은 저는 미생물 같고요. (웃음) 그런 존재감을 갖고 계시면서도 현장에서의 태도는 근사하기 그지 없었어요. 선배님이 스태프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걸 보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여유와 친절함… 사실 배우라는 것도 그냥 수만 가지 직업 가운데 하나일 뿐이잖아요. ‘그런데 나는 뭘 대단한 걸 한다고 어떨 때는 집중해야 된다고 예민해하고 말도 안 하고 그랬나’ 싶더라고요. 선배님한테 그런 걸 많이 배웠어요. 말보다 몸으로 보여주시는 그런 것들로부터요.”류경수는 강수연에게서 받은 것들로 앞으로도 계속 선배들과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 작품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까지 이어지는 귀중한 가르침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류경수의 필모그래피에는 황정민과 함께했던 ‘인질’(2021), 송강호, 배두나 등과 함께한 ‘브로커’(2022), 박성웅과 함께한 ‘대무가’(2022) 등 영화계의 굵직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작품들이 여럿 있다.“연기자로 살아가는 방식, 작업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 같은 것들을 선배들로부터 많이 배워요. 당연히 저 스스로 알아가고 성장하는 부분도 있어야겠지만, 선배들로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지, 저는 어떻게 해야할지 같은 이야기들을 되도록 많이 듣고 싶어요. 여전히 저는 제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선배들로부터 듣는 그런 조언들이 작품을 할 때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매 작품을 할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는 고통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간다는 류경수. ‘정이’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촬영에 임하고 있는 다른 작품 걱정을 놓지 못하고 있을 만큼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또 작품에 늘 진심이다. 이런 치열한 고민이 류경수를 충무로의 샛별에서 글로벌 대작에 출연하는 대세 배우로 빠르게 성장시킨 것이리라.그럼에도 류경수는 여전히 성장에 목마르다. 어떤 한 작품도 쉽지 않고, 매번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그래도 자신이 한 연기를 누군가 재미있게 봐주고, 자신이 의도한 바를 누군가 정확히 알아줄 때의 보람으로 류경수는 쉽지 않은 배우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나가고 있다. “정답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게 맞을까를 고민해가는 그 과정 자체가 가치 있다고 봐요. 그래서 만약 정답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보고 그대로 하고 싶진 않아요. 제 스스로 고민해서 표현하는 과정, 그게 작품을 대하는 배우로서 성의라고 생각하거든요. 어쨌든 그런 불안함 속에서도 버티고 여기까지 왔다는 데 대해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아무도 안 찾아주는 시간을 버틴 제 자신이 대견하고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스러워요. 그 덕에 연기를 계속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1.31 06:55
연예일반

[리뷰] ‘브로커’ 송강호의 두 말 할 수 없는 연기력

역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다. 배우 송강호의 연기는 늘 그랬듯 영화 ‘브로커’에서도 빛을 발한다.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인 ‘브로커’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섬세하게 감정과 관계들을 훑으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 나간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간다. 다만 그 와중 송강호 등 배우들의 완급조절이 돋보인다. ‘어느 가족’(2018),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처럼 느릿하고 담백하면서도 관객들을 웃고 하는 포인트가 있다. 영화는 상현(송강호 분)과 동수(강동원 분)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몰래 데려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이를 버렸던 엄마 소영(이지은 분)이 다시 아이를 되찾으러 오며 이들의 관계가 시작된다. 캐릭터들이 서로 처한 상황, 각자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감은 히로카즈 감독들의 전작이 그렇듯이 촘촘하게 묘사된다. 다만 이들을 아우르는 지점에선 아쉬움이 엿보인다. 어디 하나 걸리는 것 없이 매끄럽게 흘러가던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브로커’에서는 유독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지점들이 많다. 특히 불법 입양 브로커인 상현과 동수에 대한 묘사,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들에서 의문부호가 찍힌다. 소영을 통해 생명에 대한 책임의 화살이 엄마에게만 있다는 사실을 꼬집고 싶었다던 감독은 이 부분에서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러닝타임이 129분으로 짧지 않지만,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엮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메시지가 대사 위주로 던져진다는 점도 아쉽다. 사후에 죽은 자의 인생을 하나의 멋들어진 장면으로 재생시켜준다는 내용의 전작 ‘원더풀 라이프’(2001)와 비교돼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선악의 경계를 미묘하게 오가는 송강호와 강동원의 호연이 캐릭터와 영화를 살리는 주된 활력소다. 8일 개봉. 12세 관람가. 129분. 2022.06.02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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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타운' 이종혁 "♥아내와 첫 만남 '내 여자 해야겠다' 생각"

배우 이종혁이 아내와의 첫 만남 당시를 회상한다. 오늘(3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송될 JTBC '내가 나로 돌아가는 곳-해방타운'(이하 '해방타운')에는 이종혁이 20대를 보냈던 추억의 대학로를 다시 방문한다. 이종혁은 무려 65년간 대학로를 지킨 추억의 다방에서 특별한 해방 데이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종혁과 절친한 선배이자 연기파 배우인 안내상과 우현이 등장해 더욱 시선을 끈다. 배우들의 등용문인 대학로에 모인 세 사람은 송강호, 황정민 등 유명 배우들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며 추억을 소환한다. 연극 '라이어'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세 사람은 극단에서 활동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 토크를 시작한다. 특히 '라이어'의 제작자였던 우현이 이종혁을 뽑게 된 남다른 오디션 일화가 공개된다. 또한 안내상은 "운과 비주얼이 다 한 배우다"라며 뜻밖의 일침을 가해 이종혁을 당황하게 만들든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든 이종혁 오디션의 전말은 무엇일까. 세 사람은 함께 공연했던 소극장에 방문한다. 이들은 20여 년 만에 즉석에서 연극 '라이어'의 한 장면을 재현한다. 무대에 오른 이종혁은 당시 연극 대사를 그대로 기억해 내 놀라움을 자아낸다. 늘 장난스럽던 이종혁이 순식간에 연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본 스튜디오 입주민들 역시 감탄을 금치 못한다. 자칭 '대학로 프린스' 이종혁은 "2001년도에 조승우보다 먼저 팬클럽이 생겼었다"라는 깜짝 고백을 전한다. 또한 당시 팬클럽 정모에서 아내를 처음 본 후 "'내 여자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며 아내와의 첫 만남을 털어놓는다. 이어 팬 카페 회원들이 대거 탈덕(?)한 일화까지 공개해 놀라움을 안긴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은 단골 치킨 집을 찾는다. 과거 자주 먹던 메뉴를 시키며 또 한번 추억에 젖어든 와중에, 이종혁은 최근 연극영화과 입시를 치른 큰 아들 탁수를 언급한다. 이에 우현은 "내 아들은 안내상이 가르쳤는데 다 떨어졌다"라는 폭탄 발언으로 안내상을 크게 당황시킨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ongang.co.kr 2021.12.0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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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팬텀싱어3' 라포엠 "우승 실감 안 나..아이유 선생님과 컬래버 해봤으면"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유채훈 32, 최성훈 31, 정민성 29, 박기훈 26)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방송에 출연하며 팬클럽이 생긴 라포엠은 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지난 3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팬텀싱어3' 파이널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첫 공식 스케줄이었던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시작으로 다양한 곳에서 쏟아지는 러브콜에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얼굴엔 행복함과 밝은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 팬들에게 난생 처음 '조공' 이벤트를 받았고 길거리에 다니면 알아보는 이들도 늘었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라포엠. '팬텀싱어3' 종영 후 일주일 만인 10일 성악 전공자로 구성된 4중창 라포엠을 만났다.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은. 박기훈 "아직 믿기지 않고 그냥 너무 실감이 안난다. 끝났는지도 잘 모르겠고 우승을 했다는 기쁨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웃음)" 최성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소중한 친구를 만나게 해준 '팬텀싱어3'가 끝나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 앞으로 팀으로 보여드릴 다양한 모습을 생각하면 설렘도 크다." 유채훈 "이런 인터뷰하는 것 자체가 실감이 난다. '뭔가 성과가 있구나'라는 생각에 실감이 조금 나기도 한다." 정민성 "전혀 실감을 못 하고 있다. 넷이 (스케줄, 인터뷰 등을 소화하기 위해) 다니는게 좋다.(웃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한 게 마치 영화나 드라마 속 한 장면같이 느껴질 것 같다. 우승한 날 집에 돌아가서 자려고 누웠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최성훈 "정말 우승을 예측 못 했다. 파이널 무대에 오른 12인이 정말 엄청난 실력을 가진 친구들이고 세 팀 다 색깔이 달라서 우리가 우승을 할거라곤 예측을 못 했다. 집에 돌아가선 '오늘이 파이널이었나? 생방송이 끝났나?' 이런 생각에 잠을 못 잤다." 박기훈 "육체적으로 너무 피곤해서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지쳤는데 이상하게 씻고 누웠을 땐 잠도 안 오고 뭔가를 해야할 것 같고, 형님들을 내일도 만나러 가야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설레고 기뻐서 잠을 잘 못 잤다." -축하 메시지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유채훈 "휴대폰 배터리가 다 나갈 정도로 연락이 많이 왔다. 기억에 방송 전 배터리가 50% 남아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문자가 너무 많이 와서) 배터리가 다 없어졌더라. 너무 많이 오면 문자가 숫자로 안 뜨고 플러스 표시로 뜨는데 그 플러스 표시가 뜰 정도로 많이 왔다." -가족, 가까운 지인들의 반응은. 유채훈 "가족은 눈물 바다가 됐다. 고생한 걸 아는 친구들은 같이 울어줬다. 전화온 친구들에게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최성훈 씨는 7년 만의 고국무대를 '팬텀싱어3'에서 했고 정민성 씨는 '팬텀싱어3'에 출연하려고 유학까지 포기했다. '팬텀싱어3'는 어떤 의미인가. 최성훈 "'팬텀싱어'가 곧 라포엠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음악만 해왔는데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내 모든 것을 변화시켜준 새로운 삶이자 또 다른 가족(멤버들)을 만나게 해준 감사한 프로그램이다." 정민성 "'팬텀싱어'를 꼭 나오고 싶었는데 유학이랑 겹쳤다. 굉장히 고민했는데 유학을 포기하고 올 정도로 '팬텀싱어'를 정말 하고 싶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매진했다. 그 결정에 가족들도 환영했다. 어머니가 '팬텀싱어'의 굉장한 팬이다." -혼자 음악 공부를 하다가 팀이 생겨서 좋은 점은. 최성훈 "카운터테너로 살면서 외로운 시간이 길었다. 어떤 발성을 찾아야하는지 혼자 고민하고 감당해야할 시간이 많았다. 라포엠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하게 된 친구들 덕분에 좋은 점이 많다. (음악적으로) 걱정되는 게 있으면 친구들이 같이 고민해주고 답을 준다. 힘든 고민을 같이 해결해주고 기쁜 일 있을 때 함께 즐거워해주니깐 그 기쁨이 두 배 세 배 되는 것 같아서 좋다." -8개월 함께하면서 지켜본 서로의 장점과 매력은. 최성훈 "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하고, 유학생활도 길어서 에너지면에서 흔들릴 때가 많았다. 열심히 하다가 금방 다운되고 그러는데 기훈이는 에너지가 좋다. 팀 전체의 에너지를 끌고 갈 정도로 기훈이가 에너지가 좋다. 팀 일 때도, 팀이 아닐 때도 8개월 동안 기훈이의 그 에너지가 내게 영향을 미칠 만큼 좋았다. 앞으로 함께할 때 기훈이가 엄청난 역할을 해줄 것 같다." 박기훈 "채훈이 형은 자랑할 게 너무 많은데 한 마디로 정리하면 착함이다. 착함 안에 많은 게 포함된다. 리더이자 맏형인데 모든 걸 책임지려고도 하고, 멤버들한테 동생이지만 말 한마디 쉽게 하지 않는다. 동생이 실수해도 '잘했어 괜찮아 잘 할수 있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준다." 유채훈 "민성이는 분위기 메이커다. 생각하지도 못 한 단어 선택과 행동으로 팀을 즐겁게 해준다. 또 진짜 긍정적이다. 연습할 때 힘들고 지치는데 애교도 많고 분위기메이커로서 진짜 팀의 기둥이지만 기훈이랑 조금 다른 에너지, 매력이 있다." 정민성 "성훈이 형님은 칭찬할 게 너무 많다. 정신적 지주다. 예전에 라포엠 팀을 안 했을 때부터 항상 날 챙기셨다. 눈빛 하나만 변해도 '무슨 일 있어? 힘든 일 있어?'라고 관심을 가져줬다. 또 같은 '수염인'으로서 그루밍이 이렇게 잘되기 힘든데 아주 깔끔하고 멋지게 하는 걸 보고 감동하고 있다." -가장 고민이 많았던 노래와 무대는 유채훈 "대부분 고민을 많이 했다. 기억에 남는 선곡은 맨 마지막에 부른 '더 로즈' 다. 선곡을 하는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팬텀싱어3'에서 라포엠으로 부르는 마지막곡이고 마지막 호흡을 넣을 곡이라 신중하게 골랐다. 지금까지 주목을 받았고 그 관심을 주신 분에게 헌정하는 마음으로 곡을 골랐고 신경 써서 무대를 했다." -프로듀서의 심사평 중 기억에 남는 말 최성훈 "자율 조합때 들었던 말인데 필요한 순간에 보석처럼 빛난다는 말이다. 내가 어떻게 카운터테너로서 역량을 보여줄 수 있고 다른 친구들 만났을 때 어떻게 조화롭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그런 심사평을 들으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작사가 김이나 씨는 유채훈 씨가 멤버들에게 배려하고 리더로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고 송강호 씨에 비유해 심사평을 했다. 유채훈 "그 심상평을 듣고 울컥 수준이 아니라 펑펑 울었다. 무대를 한 곡 할 때마다 작품을 하나 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접근했다. 그 미션 때도 그렇게 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배려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그 평을 듣고 눈물이 난 것도 내가 일부러 배려하려고 한 게 아니라 내가 해야할 역할을 생각해서 한 파트 배치였는데 그렇게 좋게 평가해주니깐 새롭기도 했고 또 그런 평가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터라 여러가지 의미에서 눈물이 나왔다." -방송에서 최성훈 씨는 카운터테너로서 특별성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였다. 최성훈 "늘 카운터테너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살아왔다. 카운터테너의 소리는 테너, 바리톤, 베이스 등의 소리와 달라서 4중창으로 했을 때 어떤 역할을 내가 해야 나머지 소리를 조화롭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처음 라운드에선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멤버들이 항상 그 고민을 같이 해주고 '형이 있어서 우리팀이 더 특별하다'고 힘이 되는 말을 해줘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시작으로 라포엠의 첫 공식 스케줄을 소화했다. 팬들이 조공도 했다고. 유채훈 "감사하게도 팬클럽이 생겼다. 팬클럽에서 첫 스케줄 때 조공을 보내줬다. 그런 게 처음이었다. 응원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런 불경기에 돈을 쓰고 그래서 죄송했다. 앞으로는 응원과 마음만 받아도 충분하다고 인사드렸다. 보답하면서 활동하고 싶다." -컬래버레이션 하고 싶은 뮤지션은. 유채훈 "두아리파의 엄청난 팬이다. 두아리파가 화사 씨랑 컬래버레이션을 했던데 우리도 기회가 되면 팝 가수와 해보고 싶다. 춤도 추라고 하면 출 수 있다. 또 결승에 오른 세 팀 중에 한 번도 안 해본 참가자도 있는데 팀과 팀의 컬래버레이션도 하면 재밌을 것 같다." 최성훈 "나도 같은 생각이다. 12명의 친구들이 개성이 강하고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 그들과 같이 작업하면 또 다른 컬러가 있는 음악이 나올 것 같다." 정민성 "아이유 선생님과 함께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팬이라서 (아이유) 선생님의 음악도 굉장히 좋아한다." 유채훈 "아이유 선배님의 '러브포엠' 연습을 민성이가 열심히 한다. 라포엠의 '러브포엠'을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앞으로 어떤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박기훈 "팬분들이 우리를 볼 때 화목하고 분위기 좋아 보이고 행복해보인다고 하는데 이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이런 분위기가 유지되어야 좋은 음악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처럼만 행복하고 싶다." 최성훈 "같이 팀으로 활동하려면 함께 멀리갈 수 있는 팀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와중에 각자 개성을 잃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하고 각자의 색깔을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여러가지 시도하는 모습을 팬 분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찾아 듣고 싶은 음악, 위로 받을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는 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유채훈 "가수라면 명반, 인생 곡이 있어야하지 않겠나. 라포엠 색깔을 담은 좋은 앨범을 만들어서 우리 팀을 대표할 곡을 만들고 싶다. '팬텀싱어3'를 보시지 않았던 분들에게까지 도달하고 싶은 명반을 만들고 싶은 계획이 있다." 정민성 "큰 꿈이 있다. 음악 프로그램이나 사이트를 보면 장르가 있지 않나. 거기에 라포엠이라는 장르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너무 큰 꿈을 꾸고 있다. 라포엠을 함께 시작할 때 같이 봤던 영화가 있다. 영화 '보헤미안랩소디'다. 거기에 나오는 '라이브 에이드'같은 큰 공연장에서 좋은 취지의 공연을 하는 게 꿈이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tbc.co.kr 2020.07.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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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훌륭하시네요"…'기생충' n차관람 유발한 그 대사, 그 장면

1000만을 향해 달린다.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이번엔 누적관객수 10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어설픔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최고의 작품으로 최고의 찬사를 받았고, 최고의 결과물만 내고 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두 가족의 걷잡을 수 없는 만남을 그린 이야기. '기생충'이 걷는 길은 모든 것이 역대급이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은 것은 물론, 국내외 화제성까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역사적 순간, 전설의 순간을 900만 관객이 함께 달렸다. 이 같은 '기생충'의 흥행 바탕엔 n차 관람이 있었다. 디테일한 표현력으로 관객들을 극장으로 부르고 또 불러들인 '기생충'의 그 대사와 장면을 다시 한 번 짚어본다. "실전은 기세" '기생충'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첫 번째 명장면은 유독 젊은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전원백수 가족의 장남 기우(최우식)의 장면이다. 가족의 고정수입을 위해 글로벌 IT기업의 ‘박사장’(이선균)네 고액 과외 면접을 보러 간 ‘기우’는 ‘연교’(조여정)에게 참관 수업 제안을 받게 된다. 어떻게 수업이 진행될지 흥미로운 가운데 기우는 “실전은 기세야 기세!”라는 박력 넘치는 말로 ‘연교’와 ‘다혜’(정지소)의 마음을 단 번에 사로잡는다. 이 대사는 네 번의 대입 실패 후 백수로 살아가고 있지만, 삶에 대한 노력과 희망을 잃지 않는 ‘기우’의 성격을 온전히 드러내는 대사이자, 녹록지 않은 오늘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대사로 깊은 인상을 준다. 발포주→수입 맥주 '기생충'의 두 번째 명장면은 전원백수 가족 기택(송강호)네가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다. 먼저, 고정수입 없이 생활고 속에서 살아갈 때 ‘기택’네 가족은 조촐한 안주와 함께 발포주를 마신다. 그러나, 전원백수 가족에게 고정수입이 생겨난 이후에는 소고기와 함께 수입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소품을 통해 가족의 삶의 질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예로, ‘기택’네의 삶의 수준이 서서히 좋아지고 있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게 한다. 특히, 모든 가족들이 수입 맥주를 먹고 있는 와중에도 예전에 먹다 남은 발포주를 먹고 있는 ‘충숙’(장혜진)의 모습은 관객들에게는 소소한 웃음을 안겨줄 수 있는 장면이자, 봉준호 감독의 세세한 관찰력이 빛을 발하는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믿음의 벨트'글로벌 IT기업의 CEO ‘박사장’의 아내인 연교는 바쁜 남편을 대신에 아이들 교육과 고용인 채용 등 가정일을 전적으로 맡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이 일들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워낙 심플하고 순진한 성격이기에 아는 사람을 통한 연결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믿는 사람 소개로 연결, 연결. 이게 최고인 것 같아. 일종의 뭐랄까 믿음의 벨트?”라는 대사와 함께 약 8분 동안 연교가 고용인을 채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봉준호 감독과 정재일 음악감독이 영화 속에서 가장 공을 들인 장면 중 하나로 꼽는다. 화려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롱테이크, 몽타주 등 빠른 화면 전환이 완벽히 어우러진 이 장면은 마치 ‘공연의 1부 피날레’처럼 느끼기에 충분하다. 정재일 음악감독은 “'기생충'에서 오프닝 곡만큼 힘들었던 곡은 '믿음의 벨트'다. 한 곡이 8분짜리 시퀀스를 꽉 채워야 했고, 음악이 연기를 하고, 인물이 배경에서 각자 할 일을 하는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 많은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19.06.2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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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회 백상] 놓칠 수 없었던 감동의 순간 BEST3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이 또 하나의 감동으로 역사를 만들었다. 지금껏 여타 시상식에서 보여줬던 차원이 다른 축하무대로 시상식 이후 회자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연기 열정을 불태운 故(고) 김영애의 공로상, 송강호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개념 소감 등이 백상예술대상의 남다른 품격을 높였다. 故 김영애 공로상 수상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김영애가 지난달 9일 눈을 감았다. 암 투병으로 힘들었던 와중에도 끝까지 작품을 향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촬영 날에는 정신이 맑아야 연기를 잘할 수 있다면서 진통제 투입을 거부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던 고인. 40년이 넘는 그의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가 생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활약상들을 함께 나누며 추억했다. 김영애의 유작이 된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라미란은 "김영애 선생님은 투병 중에도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병마와 싸우셨다. 후배들에게 아름드리나무 같은 분이셨다. 선생님의 연기 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SBS '닥터스'에서 김영애와 연기했던 박신혜 역시 "선생님은 후배들로 하여금 배우라는 직업에 긍지를 갖게 해주신 분"이라면서 눈물을 보였다. 포르테 디 콰트로·단역배우 33인의 특별무대진심은 통했다. 축하무대에 화려한 퍼포먼스나 톱스타는 없었지만 그 어떠한 것보다 강력한 힘을 뿜어냈다. 그것은 바로 진심이었다. JTBC '팬텀싱어'를 통해 목소리 하나만으로 감동을 자아냈던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김현수·손태진·이벼리)의 노래를 시작으로 단역배우 33인의 무대가 이어졌다. 꿈과 현실의 장벽 앞에서 고뇌하는 청춘들의 마음을 담은 무대였다.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에서 활약한 이들이 얼마나 자신의 꿈을 향해 얼마나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지, 배우란 직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고스란히 묻어났다. KBS 2TV '김과장' OST인 '꿈을 꾼다'라는 노래에 맞춰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33인의 무대는 백상예술대상에 참석한 배우들과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명품 무대를 완성한 순간이었다. 송강호의 개념 수상소감배우 송강호가 영화 '밀정'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는 "이 작품은 우리 민족이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그런 어두운 시간 속에서 수많은 위정자가 있지만, 본인의 안위를 뒤로하고 민족, 조국, 백성, 국민을 위했던 수많은 분이 계신다. 그 덕에 우리가 이 자리에 있다. 그분들의 숭고함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역사적 의식이 성숙한 발언이면서도 현실을 향한 쓴소리로 공감을 불러왔다.또 송강호는 "'밀정'에서 뛰어난 연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득이하게 편집돼 단 한 장면도 나오지 못 했던 어린 후배들이 있다. 이 영광은 그분들에게 바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신의 업을 강조하기보다는 자기 이외의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먼저 전하는 이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왔다.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ins.com 2017.05.0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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