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A조 2위 단두대매치]⑤'익숙한' 카시모프 떠나고, '미지'의 바바얀이 왔다
미인이 많기로 유명해 농담 삼아 '장모님의 나라 ' 로 불리는 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 강제 이주의 아픔을 겪고 중앙아시아 땅에 정착한 고려인 중 18만 명이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다 . 타슈켄트 시내에 나가면 검은 머리 , 검은 눈동자의 고려인들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고 , 김치찌개와 보쌈 , 떡볶이를 파는 한국 식당도 많다 . 쿠일륙바자르에 가면 김치와 장아찌를 파는 고려인들이 여행 온 한국인들에게 반갑게 말을 거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길거리에도 소나타와 다마스 , 마티즈와 같은 한국 자동차들이 다녀서 , 먼발치에 보이는 이국적인 모스크의 지붕만 아니라면 한국의 어느 지방 도시에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 낯설면서도 익숙한 분위기는 축구에서도 풍긴다 .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지금까지 A매치에서 13번 만났다 .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준결승을 시작으로 22년 동안 13번을 만났으니 평균으로 따지자면 최소 1년 8개월에 한 번씩 대결을 펼친 셈이다 . 1990년대에 성사된 경기는 단 3번뿐이고 , 나머지 10경기가 2005년부터 치러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에 한 번 정도는 얼굴을 맞대는 '아시아 단골 '이 아닐 수 없다 . 심지어 2012년과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두 번의 맞대결을 펼쳤다 . 물론 역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9승 3무 1패로 압도하고 있다 . 이처럼 익숙한 상대인 우즈베키스탄이지만 15일 열리는 이번 대결은 약간의 '변화 '가 감지된다 . 사령탑이 바뀌고 만나는 첫 경기이기 때문이다 . 이전까지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미르잘랄 카시모프 (46) 감독이 지난해 6월부로 경질됐다 . 카시모프 감독은 2008년 ~ 2010년까지 , 그리고 2012년 ~ 2015년까지 우즈벡 대표팀을 이끌었다 . 그러나 2012년 6월 대표팀 감독으로 다시 부임한 지 3년 만에 해임됐다 .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1라운드에서 북한에 2-4로 패한 후폭풍이 컸다 . 당시 우즈베키스탄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북한을 상대로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고도 졸전 끝에 참패를 당해 자국 언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 우즈베키스탄 축구 ' 레전드 '인 카시모프 감독도 성적 부진의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 카시모프 감독은 대표적인 ' 지한파 ' 로도 유명했다 . 대표팀은 물론 분요드코르 등 클럽팀을 이끌 때도 한국과 자주 대결을 펼쳤기 때문이다 . 대표팀 감독을 맡는 동안 한국과 치른 5경기서는 비록 2무 3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한국을 집요하게 괴롭혔던 사령탑이다 . 티무르 카파제 (35), 세르베르 제파로프 (34) 등 한국 리그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을 기용해 꼼꼼하게 분석하고 공략해 늘 쉽지 않은 경기를 치렀다 . 맞대결 경험이 많은 만큼 한국도 카시모프 감독을 잘 알고 있다 . 축적된 정보도 많고 분석할 영상도 많다 . 한국을 잘 알면서도 정작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는 트라우마도 있어 경기를 치르기에 부담스러운 상대는 아니었다 . 그러나 카시모프 감독이 떠나고 삼벨 바바얀 (45)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팀 분위기와 전술이 조금 변했다는 평가다 . 바바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을 대표하는 명문팀 파크타코르를 이끌며 2014년 리그 무패 우승 (23승 3무 )이자 팀 통산 10회 우승을 달성했다 . 그해 우즈베키스탄 최우수 감독에 선정된 바바얀 감독은 클럽팀에서 보인 지도력을 인정받아 대표팀 감독까지 올랐다 . 기대에 걸맞게 성적도 좋다 . 우즈베키스탄 대표팀 감독에 오른 뒤 치른 12경기서 10승 2패를 기록 중이다 . 최종예선에서도 3승 1패 (승점 9)로 이란 (승점 10)에 이어 조 2위를 지키고 있다 . 경기 내용을 두고 최근 공격력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성적만 놓고 보면 괜찮은 편이다 . 하지만 부담스러운 건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 바바얀 감독은 선수로서 커리어가 뛰어난 편도 아니고 , 지도자 경험도 우즈베키스탄 리그에 한정돼 성향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 물론 감독이 바뀌었을 뿐 선수들까지 바뀐 건 아니다 . 그러나 한국팀에는 우즈베키스탄전이 월드컵 본선 진출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 바뀐 사령탑과 치르는 첫 대결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 다행인 건 신태용 코치가 아시아축구연맹 (AFC) 23세 이하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경기서 그와 경기를 치러 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 바바얀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겸임했으며 , 당시 대결에서는 한국에 1-2로 패했다 . 그간 번번이 한국에 밀려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놓쳤던 우즈베키스탄은 이번 최종예선 5차전 경기를 앞두고 전세기까지 띄우는 등 승부수를 던졌다 . 대한축구협회 이재철 과장은 "A매치를 치르면서 우즈베키스탄이 전세기로 이동하는 걸 보는 건 처음 "이라며 상대팀의 각오가 남다르다고 귀띔했다 . 우즈베키스탄 역시 이번 경기를 본선 진출을 위한 고비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 두 팀의 공통 분모는 절실함이고 , 변수는 감독 교체 뒤 첫 맞대결이 될 예정이다 . 김희선 기자 [A조 2위 단두대매치]①슈틸리케 감독, '최대 위기'를 인정하다[A조 2위 단두대매치]②한국 '2선 실세' 구자철, '더 뻔뻔하게 90분' [A조 2위 단두대매치]③우즈벡 '2선 실세' 아흐메도프, 히딩크 총애를 받던 남자 [A조 2위 단두대매치]④박주호-윤석영, '더 이상 무기력한 풀백은 없다'[A조 2위 단두대매치]⑤'익숙한' 카시모프 떠나고, '미지'의 바바얀이 왔다
2016.11.15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