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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이번에도 조연으로 밀려난 '토종 득점 1위' 임동혁의 새로고침 "진짜 에이스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진짜 에이스는 중요한 순간에 딱…."조연으로 밀려난 대한항공 임동혁(25)은 "많이 아쉬운 점이 있었다. 마음가짐을 고치려고 했다. 지금은 괜찮다"라며 웃었다.대한항공은 지난달 29일과 31일 홈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2023~24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 1~2차전을 모두 이겼다. 남자부 챔프전 1~2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100%(9회)다. 임동혁은 이번에도 조연이다. 입단 6년 차였던 2022~23시즌까지 정규시즌 170경기에서 1314점을 올린 그는 포스트시즌 18경기에선 고작 61득점뿐이었다. 토종 공격수로 펄펄 날다가도, 봄 배구에서는 외국인 선수에게 밀려 웜업존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278득점을 올린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아예 무득점이었다. 임동혁은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 손으로 (V리그 최초 통합 4연패) 기록을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지며 정규시즌 개인 한 시즌 최다인 559득점을 기록했다. 국내 선수 중 1위. 공격 종합 부문은 56.02%로 리그 전체 1위다. 대한항공은 링컨 윌리엄스의 부상, 교체 선수 무라드 칸의 기량 미달을 메운 것도 임동혁이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챔프전을 앞두고 '러시아 용병' 막심 지가로프를 데려왔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이 선호하는 왼손 공격수다. 임동혁은 1차전 교체 출전해 1득점, 성공률 25%에 그쳤다. 2차전 역시 매 세트 교체로 나왔는데 9득점, 성공률 69.23%를 기록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의 '더블 스위치' 작전 구상을 100% 완벽하게 수행했다. 대한항공은 매 세트 10점대 중반 접전에서 막심이 후위로 빠졌을 때 전위에 있던 주전 세터 한선수를 빼고, 그 자리에 임동혁을 투입했다. 이어 막심 대신 유광우를 넣었다. 두 명의 훌륭한 아포짓 스파이커와 세터를 보유했기에 가능한 작전이다. 틸라카이넨 감독은 "교체 선수들이 정말 훌륭한 역할을 했다"며 반겼다. 임동혁은 "솔직히 1차전에서 (선발 제외돼)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선수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님의 몫"이라면서 "코치, 형들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가짐을 바꾸려고 했다. 진짜 에이스는 중요한 순간에 투입돼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챔프전 2차전 '조커' 역활의 원동력이다. 그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지만 솔직히 팀이 우승해야 나도 빛날 수 있다. 지금은 괜찮다"고 말했다. 임동혁은 지난 28일 발표된 국군체육부대(상무)가 합격자 명단에 포함돼 올 시즌 종료 후 입대 예정이다. 그는 "이 멤버로 다시 뭉칠 수 있을까. 전역하고 돌아오면 팀에 많은 변화가 있을 거 같다"면서 "1, 2차전 모두 이기고 안산(OK금융그룹 홈)에 가서 좋다. 팀의 우승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별렀다. 이형석 기자 2024.04.02 11:38
프로야구

[IS 비하인드] OPS 1.617…한화는 어떻게 '1998년생 복덩이'를 영입했을까

한화 이글스의 '복덩이'는 어떻게 영입됐을까.시즌 초반 프로야구를 강타한 한화 상승세의 주역은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다. 페라자의 KBO리그 첫 8경기 타율은 0.517(29타수 15안타)에 이른다. 출루율(0.583)과 장타율(1.034)을 합한 OPS는 1.617이다. 2번 타자로 나서 찬스를 연결하고 때론 해결사 역할까지 해낸다. 지난 시즌 외국인 타자 농사(브라이언 오그래디·닉 윌리엄스)가 흉작이었던 한화로선 반색할 만한 활약이다.페라자의 초반 맹타를 지켜본 한 구단 관계자는 "영입 과정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페라자는 KBO리그가 주목한 선수가 아니었다. 마이너리그 경력이 탄탄하고 나이(1998년생)까지 젊어 아시아 리그로 눈 돌릴 확률이 그만큼 낮았다. 페라자는 지난해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타율 0.284(461타수 131안타) 23홈런 84타점을 기록했다. 한화도 처음엔 풀타임 빅리그 경력을 갖춘 타자를 물색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방향을 틀었다. 한화 전략팀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스카우트 3명이 세 지역에서 선수를 체크했다. 원래 다른 선수를 보려고 야구장(인디애나폴리스)에 갔는데 페라자가 눈에 띄었다"며 "타석에서 결과가 좋은 건 아니었다. 처음 본 3연전에선 안타가 1개였다. 그런데 공을 잘 골라내고 끈질기게 타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배트 스피드도 좋고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에너지 있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한화는 바로 크로스체크했다. 나머지 2명의 스카우트가 각기 다른 3연전에서 페라자를 지켜본 것이다.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관건은 페라자의 의사였다. 트리플A 소속이면 메이저리그(MLB) 데뷔가 눈앞이었다. 한화는 포기하지 않았다. 페라자가 2023시즌 뒤 마이너리그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는 걸 파악한 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지난해 4월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 재계약한 리카로도 산체스(27)의 케이스는 자신감을 느끼게 했다. 전략팀 관계자는 "1년 전 1997년생인 산체스를 데려왔으니 1998년생 영입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계약을 제시받은 페라자는 사나흘 정도 거취를 고민하다 사인했다. 아시아 리그에서 뛰던 외국인 선수의 미국 복귀 사례가 적지 않은 것도 그의 한국행에 영향을 끼쳤다. 한화는 KBO리그에서 신규 외국인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 100만 달러(13억원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를 제시했다.전략팀 관계자는 "마이너리그 FA여서 이적료가 없었다. 그 돈으로 최대한 총액을 채우고 (안전장치로) 옵션을 만들었다. 선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페라자의 추천을 올렸을 때 단장님, 감독님, 타격 코치를 비롯한 모든 코칭스태프가 만장일치 결정을 내렸다. 덕분에 빠르게 계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01 06:05
프로농구

[EASL] 2년 연속 우승 도전...전희철 감독 "결승전 준비, 우리 장점 살리는 게 중요"

서울 SK가 라이벌 안양 정관장을 꺾고 다시 한번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정상에 도전한다.SK는 8일(한국시간) 필리핀 세부 훕스돔에서 열린 2024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파이널 4 준결승전에서 94-79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한 SK는 곧이어 이어지는 뉴타이페이 킹스와 치바 제츠의 맞대결 승자와 오는 10일 결승전을 치른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13억원)에 달한다.SK로서는 지난해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한 경기였다. SK와 정관장은 지난해에도 EASL 결승전에서 만났는데, 당시엔 정관장이 승리했다. 대릴 먼로와 오마리 스펠맨의 외국인 듀오는 물론 오세근-변준형-문성곤-박준형 등 강력한 국내 옵션을 갖춘 정관장은 당시 SK를 꺾고 정규리그, 챔프전에 이어 EASL까지 우승하며 2022~23시즌 최강의 팀으로 군림했다.올해는 달랐다. 정관장이 전력 유출로 흔들린 반면 SK는 부상 행진에도 정규리그 4위로 가을야구 경쟁을 이어갔다. 에이스 자밀 워니가 건재했고 가드 오재현이 걸출했던 수비력에 공격력까지 장착했다. 두 사람은 8일 경기에서도 각각 36점과 20점을 몰아치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지난 시즌 쓴웃음을 지어야 했던 전희철 감독은 이날 승리 후 모처럼 여유있는 미소로 취재진 앞에 나타났다. 전희철 감독은 "결승에 올라갈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그는 "전반전엔 상대 슬로우 템포 공격에 우리만의 템포를 가져오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박빙 경기가 됐다"며 "이후엔 페이스를 찾아갔다. 상대 외곽도 잘 봉쇄해 주도권을 잡았다. 상대 외곽을 잡은 것도 주효했다"고 평가했다.에이스답게 코트를 지배한 워니는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슬로우 템포에 고전했지만, 우리 팀이 잘 풀었다"며 "정관장과는 워낙 많이 경기해 서로를 잘 안다. 그래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돌아봤다. 워니는 "외곽을 막은 게 잘 돼 승리를 이끈 거 같다. 일요일 어느 팀이 올라올지 모르겠지만 꼭 승리해 우승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SK의 승리 요인 중 하나는 외국인 선수 두 명 동시 기용이었다. 한 명만 기용 가능한 한국 프로농구 규정과 달리 EASL에서는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동시에 코트에서 뛸 수 있다. 평소 워니의 백업으로 뛰었던 리온 윌리엄스는 이날 11점 12리바운드를 기록, 골 밑에서 워니의 부담을 줄였고 이는 워니의 득점사냥으로 이어졌다.워니는 윌리엄스에 대해 "그와 뛰는 건 상당히 즐거운 일"이라며 "윌리엄스는 항상 리바운드에 대한 내 부담을 덜어준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에서 하는 것과 다른 농구를 추구할 수 있었다. 오늘 3점슛 시도가 많았는데, 리온이 리바운드에 자신있는 선수라 그랬던 것 같다. 좋은 파트너와 함께 재밌는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남은 건 결승전이다. 전희철 감독은 "상대가 될 팀들에 대해 분석은 되어 있다. 오늘 경기(치바 제츠-뉴타이페이 킹스)를 보면서 판단할 것이다. 상대에 맞춰서 경기를 하는 것 보다는 우리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워니는 "지난 터리픽12때부터 계속 2위만 했는데, 이번엔 꼭 우승하고 싶다. 그렇기에 (결승전에서) 최선을 다해 반드시 우승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세부(필리핀)=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3.08 20:54
배구

[IS 스타] 정지석·링컨 공백 메우는 필리핀 복덩이...에스페호 "내 강서브, 좋은 일이 일어날 것"

100% 전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 잘 뽑은 아시아쿼터 선수 덕분에 화색이다. 마크 에스페호(26·필리핀) 얘기다. 대한항공은 2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과의 3라운드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8-26, 25-18, 25-22)으로 승리했다. 에스페호는 팀 내 2번째로 많은 11득점을 올렸다. 특히 대한항공전 2연패를 당하며 1세트부터 승부수를 띄운 상대를 제압하는데 일등 공신으로 나섰다. 1세트만 서브에이스 3개를 기록하는 등 8득점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대한항공은 시즌 11승(7패)으로 승점 34를 쌓았고, 2위 삼성화재와의 승점 차를 지웠다. 에스페호는 2라운드까지는 존재감이 적었다.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이자 에이스 정지석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었지만, 국내 신성 정한용에게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3라운드 3차전이었던 13일 한국전력전부터 풀타임으로 뛰기 시작했다. 팀이 4연패를 탈출한 17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서브에이스 2개, 블로킹 3득점 포함 16점을 올리며 존재감을 보여줬고, 22일 삼성화재전에서는 V리그 입성 뒤 가장 많은 21득점을 올렸다. 서브와 블로킹 가담, 수비 모두 수준급 기량을 보여줬다. 에스페호는 OK금융그룹전 승리를 이끌고, 수훈 선수 인터뷰를 소화했다. 최근 경기력에 대해 "기회를 많이 얻었기 때문"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 경기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이어 강서브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 대해 "감독님이 '강하게 때려라'라는 주문을 한다. 동기부여가 된다. 내 서부를 상대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을 안다.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V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한 에스페호. 그의 가장 큰 적은 추위다. 더운 나라에서 온 그에게 한국 겨울의 날씨는 한숨이 나오는 수준이다. 그는 "너무 춥다"라며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파키스탄 출신 무라드 칸을 허리 부상으로 이탈한 링컨 윌리엄스의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같은 아시아권 선수. 조금 먼저 V리그를 경험한 에스페호는 "세계 때리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다 하고, 경기를 즐기길 바란다"라는 조언을 무라드에게 남겼다. 인천=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2.25 18:50
배구

공격종합 1위 임동혁 "김지한·임성진과 경쟁은 자극제"

최근 2시즌 V리그 남자부 공격종합(성공률) 부문 1위는 외국인 선수가 차지했다. 국내 공격수가 타이틀을 차지한 건 2020~21시즌 정지석(대한항공)이 마지막이다. 올 시즌(2023~24) 또 한 명의 국내 공격수가 이 부문 맨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한항공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임동혁(24)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18일 기준으로 공격성공률 58.16%를 기록, 53.85%를 기록한 아흐메드 이크바이리(현대캐피탈)에 크게 앞서 있다. 임동혁은 퀵오픈(62.91%) 시간차(72.73%) 후위(60.96%) 공격 부문도 2위에 올라 있다. 현재 가장 위력적인 공격수다. 임동혁은 지난 9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국가대표 일원으로 출전했다. 이미 정상급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라이트다. 다만 소속팀에서는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은 편이다. 라이트는 서브 리시브 가담하는 대신 공격에 집중하는 게 일반적인데, 통상적으로 구단들은 이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기용한다. 대한항공은 링컨 윌리엄스와 3시즌째 동행하고 있다. 임동혁은 그동안 외국인 선수가 컨디션 난조나 부상으로 빠져 있을 때 존재감을 발휘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링컨이 허리 부상 탓에 2라운드부터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임동혁은 외국인 선수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지난 10일 KB손해보험전에선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42)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고, 13일 한국전력전에서도 23득점을 기록하며 3연패에 빠진 대한항공을 구했다. 임동혁은 "최근 팀이 나에게 공을 많이 보내는 전술을 쓰고 있다. 감독님과 (세터) 한선수 선배가 믿어주시다 보니 이에 부응하기 위해 더 힘을 내고 있다"라며 최근 맹활약하고 있는 배경을 전했다. 이어 임동혁은 "공격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만감이 아닌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링컨이 복귀하면 다시 자리 경쟁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임동혁은 백업 라이트. 어느덧 입단 7년 차가 된 임동혁은 멘털 관리 노하우도 생겼다. 그는 "예전에는 '과연 내가 외국인 선수처럼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가 아닌 같은 포지션으로 보고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또래 공격수들의 선전은 임동혁에게 자극제다. 나경복이 이적한 뒤 에이스로 올라서 우리카드의 리그 1위를 이끌고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김지한, 최근 한국전력 7연승을 이끈 레프트 임성진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1999년생이다. 최근 세 선수의 경쟁은 임성진이 2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더 치열해졌다. 김지한은 "밀리지 않고 싶은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라고 했다. 임동혁은 "정말 좋은 현상 같다.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요즘 매체 기사를 통해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을 잘 안다. 그만큼 경기력이 좋아진 것이다. 그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더 잘해야겠다'라는 자극이 된다. 물론 배우는 것도 많다"라며 반겼다. 그러면서도 임동혁은 대한항공의 통합 4연패 달성에 기여해 마지막에 웃겠다는 의지도 감추지 않았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2.19 09:02
프로야구

화끈한 세리머니, 상대 견제에 미소까지...'신개념 리드오프' 이진영은 ENFP랍니다

"의식해서 한 행동은 아닌데 나왔다. 따로 연습했던 건 아니다."이진영(25·한화 이글스)은 지난 4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유명세를 탔다. 대타로 나서 쐐기 만루 홈런을 터뜨린 것. 끝이 아니었다. 홈런을 확신한 그는 시원하게 방망이를 던진 후 오른손을 치켜들어 홈팬들 앞에서 자신의 홈런을 자축했다. 말 그대로 '역대급' 빠던(배트 플립)이었다.28일 대전 KT 위즈전에서도 시원한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이날 1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이진영은 5회 무사 1루 상황에서 웨스 벤자민이 던진 초구 145㎞/h 직구를 공략해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번엔 던지지 않았다. 대신 방망이를 그대로 치켜세운 뒤 타구가 넘어가는 걸 바라봤고, 홈런을 확인하자 천천히 방망이를 놓고 그라운드를 돌았다. 4일 만루포에 버금가는 임팩트와 세리머니였다.이진영의 홈런과 세리머니는 결과적으로 경기 분위기를 한화로 뒤바꾸는 결정적 한 방이 됐다. 1회 4실점하고 출발했던 한화는 이진영의 동점포로 완전히 기세를 가져왔고, 결국 7회 노시환의 결승포에 힘입어 6-4로 승리했다. 5연승이 끊길 위기였던 한화가 이진영의 스타성에 힘입어 6연승으로 분위기를 끌고간 거다. 전형적인 '되는 팀'의 흐름이다. 경기 후 만난 이진영에게 홈런의 비결을 묻자 "어제 경기에서 좋지 못한 모습(4타수 무안타 1득점 3삼진)을 보였다. 내가 세웠던 타석에서의 계획이 잘 안 돼 오늘은 훈련을 받으면서 다르게 하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전에 타격감이 안 좋았으니 홈런 타구도 넘어갈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타구 지켜보기'가 의도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이진영은 "의식해서 한 행동은 아닌데 (세리머니가) 나왔다. 따로 연습했던 건 아니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취재진이 MBTI를 묻자 그는 "ENFP"라고 답했다. 세리머니만 봐도 I(내향)가 아닌건 확실했다. 홈런을 친 덕일까. 이진영이 6회 다시 벤자민과 마주하자 KT는 6이닝을 채우지 않고 투수를 교체했다. 투구 수 여유가 있었지만, 이진영과 재대결을 노골적으로 피한 거다. 당시 중계 화면에 잡힌 이진영은 이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진영은 "나까지 오면 투수 교체를 할 거라고 미리 생각하고 있었는데 (교체가 돼) 그랬다. 다음 투수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자신 있게 맞이한 타석에서 해결사가 되진 못했다. 크게 헛스윙하다 삼진으로 물러났고 너무 스윙이 커 주저앉았다. 이진영은 "일단 제가 해결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변화구를 노리고 있었다. 원하는 코스에 와 떨어지는 걸 노리자 생각했는데 직구로 들어왔다. 맞히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털어놨다.이진영은 한화 타순의 키 중 하나다. 한화는 4월 노시환과 채은성의 맹타에도 앞뒤 타자를 찾지 못해 곤경을 겪었다. 잘 치던 타자도 1·2번에 배치되면 부진했다. 노시환과 함께 타선을 이끌어야 할 정은원의 부진도 길어졌고 브라이언 오그레디는 부진 끝에 퇴출됐다.여러 후보군을 시험해 본 결과 최상의 결과가 이진영이었다. 이진영은 전통적인 리드오프와 거리가 멀다. 올 시즌 타율이 0.230에 불과하고 161타석에서 기록한 삼진이 45개(타석당 삼진 비율 28%)나 된다. 대신 2루타 7개와 홈런 4개를 기록하는 장타력, 볼넷 28개와 출루율 0.371을 기록하는 선구안을 갖췄다. 고타율이 필요하다는 선입견만 버린다면 충분히 훌륭한 리드오프다.이진영은 "최근 타격감이 좋고 출루를 많이 하고 있어서 감독님이 믿고 내보내주시는 것 같다"며 "아직은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 받고 우익수로 나가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수비에 대해서도 최원호 감독의 신뢰가 두텁다.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가 왔는데도 수비 중요도가 높은 우익수로 이진영을 고정했다. 송구는 이진영이 팀 내에서 가장 낫다고 판단해서다. 이진영은 "캐치볼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외인이니 윌리엄스가 나보다 낫지 않을까"라면서도 "내가 어렸을 때는 투수였다. 그래서 던지는 건 자신 있다"고 전했다. 2023.06.29 09:47
프로야구

[IS 피플] 고향에서 첫 올스타인데, ‘노타니’ 가능한가요?

노시환(23·한화 이글스)이 '별들의 잔치'에 초대받았다. 고향인 부산에서 열리는 이벤트여서 더욱 뜻깊다.노시환은 지난 26일 발표된 2023 KBO리그 올스타전 나눔 베스트12 3루수로 선정됐다. 팬 투표 96만509표, 선수단 투표 181표로 모두 1위였다. 그는 수영초와 경남중, 경남고를 졸업한 부산 토박이다. 이대호와 롯데 자이언츠를 보고 자란 그에게 사직야구장에서 열리는 올해 올스타전 참가는 의미가 남다르다. 27일 취재진과 만난 노시환은 "항상 TV로만 보던 경기에 직접 나가는 게 처음이라 기대된다. 뽑아주신 만큼 좋은 모습,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전했다.노시환은 27일 기준으로 타율 0.313 13홈런 46타점 42득점 등으로 나눔팀 3루수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는 "성적이 나쁘지 않아 뽑힐 거라고 기대는 했다. 안 되면 감독님 추천을 받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직 올스타전 이벤트에 대한 아이디어는 떠올리지 못했다. 노시환은 "자선 야구 대회처럼 즐겁게 하는 줄 알았는데, 가면 갈수록 (올스타전이) 진지해지고 있다"고 웃으며 "분장이나 이벤트 같은 걸 준비해 보겠지만, 타석에서는 진지하게 해야겠다. 장난스럽게 하다 부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겠다"고 했다.이벤트 아닌 이벤트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경남고 시절 투수를 겸업했던 그는 프로 데뷔 후에도 2020년 NC 다이노스전에서 투수로 등판, 1이닝 1피안타 2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노시환은 "지금은 타자를 하고 있지만, 아직 투수의 꿈이 마음 한편에 있다.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다면 진지하게 던져보겠다. (정)은원이형이랑 캐치볼 하면서 '우리가 투수하면 어떨까'하고 농담하긴 한다. 공을 던져보면 아직 (구위가) 좀 살아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해 올스타전에서는 포수 김민식(SSG 랜더스)이 마지막 투수로 등판했다가 정은원에게 결승 홈런을 맞은 바 있다.올스타전이 보름 안팎 남은 가운데 한화는 27일까지 5연승을 달리며 중위권을 향하고 있다. 전반기를 상승세로 마친다면 노시환으로서도 상쾌하게 올스타전으로 향할 수 있다. 그는 "지금 확실한 최하위 팀은 없다. 우리 팀도 분명 후반기에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도 합류했다. 성격도 밝고 스윙도 정말 좋다. 기대된다"고 말했다.대전=차승윤 기자 2023.06.28 14:38
프로야구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이정후는 왜 헛스윙 하지 않을까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타자의 스윙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가? 참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론치 포지션에서 임팩트까지 잘 왔다면 타자로서 임무는 거의 끝난 것이다. 그렇다고 타격이 완료된 건 아니다. 방망이는 임팩트 후에도, 공이 발사된 후에도 앞으로 뻗어간다. 이 과정을 폴로스루(follow through)라고 한다. 시간상으로 보면 폴로스루는 임팩트 이후의 동작이다. 타자가 의식적으로 이 동작을 수정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그런데도 폴로스루는 연구대상이다. 그걸 만드는 과정이 타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임팩트 후 배트와 공은 15㎝ 이상 붙어서 이동한다. 즉 폴로스루도 스윙 궤적(path)에 포함된다. 그래서 중요하다. 문대느냐, 때리느냐선수들은 타자들의 유형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문대는 타자’와 ‘때리는 타자’다.문댄다는 어감이 썩 좋지 않다. 과거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은 이 단어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썼다. ‘제대로 때리지 못한다’는 뜻을 담았다. 내 생각은 다르다. 잘 문댄다는 건 콘택트 존이 넓다는 의미다. 코스를 가리지 않고 어느 공이든 배트에 맞히는 걸 선수들은 문댄다고 표현한다. 이전 연재에서 설명한 인 앤드 아웃 스윙도 배트를 타자 몸에서 바깥으로 밀어내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문대는 것처럼 보인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한 이정후 선수(키움 히어로즈)가 고타율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가 바로 ‘문대는 타격’이다.이정후 선수는 론치 포지션에서 임팩트까지의 거리를 짧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리고 어떤 투구에도 대응할 수 있는 스윙 궤적을 만든다. 자기가 예측한 것보다 공이 조금 늦거나 빠르게 날아와도 어떻게든 배트에 갖다 댄다. 2022년 정규시즌에서 이정후 선수의 헛스윙%가 3.0(KBO리그 2위)에 불과했던 비결이다.이정후 선수는 히팅 포인트를 최대한 많이 만든다. 타이밍이 다소 늦어도 스윙 궤적이 어느새 피칭 궤적과 만난다. 반대로 타이밍이 빠른 경우에는 (왼손 타자의) 오른손을 앞으로 길게 뻗어내며 스윙의 결을 만든다.요약하면 ‘짧게 나와서 길게 내뻗는’ 느낌이다. 이런 스윙은 공과 배트가 만나는 구간이 길어서 정확성이 높다. 다만 힘을 모았다가 폭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파워가 분산되는 약점이 있다.그런데 지난 4년 동안 이정후 선수의 홈런은 6개→15개→7개→23개로 증가했다. 그의 두 팔은 정확성을 높이는 데 여전히 최적화돼 있다. 여기에 허리와 엉덩이 회전력을 키워 장타력까지 향상했다. 두 가지를 다 잘하기 쉽지 않은데 이정후 선수는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또 그걸 이뤄내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고 들었다.이런 유형의 타자 중에는 2014~2015년 KBO리그에서 뛴 외국인 선수 야마이코 나바로도 있었다. 두 시즌 동안 79홈런을 터뜨린 그는 정말 ‘세게 문대는’ 타자였다. 엄청난 근력과 탄력으로 만든 에너지를 긴 스윙 궤적에 실어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파워가 자신 있었기 때문에 나바로는 콘택트 존을 넓히려고 시도한 것 같다. ‘문대는 타격’과 반대되는 개념이 ‘때리는 타격’이다. 임팩트 순간 손목을 활용해서 강한 타구를 만드는 것이다. 선수 시절 내 스윙이 여기에 속했다.‘때리는 타격’은 앞서 설명한 ‘나이키 스윙’과 관계가 있다. 타구에 스핀을 주려면 공을 문대기만 해서는 어렵다. 임팩트 순간 (오른손 타자는 오른쪽) 손목 힘을 활용해야 타구에 회전을 만들 수 있다. 이승엽 선배가 선수 시절 임팩트 때 손목을 정말 잘 썼다.과거 어떤 코치님들은 “빨래를 짜듯 손목을 많이 써라” “오른손목이 하늘을 향하도록 덮어라”고 말씀하셨다. 이 방법은 스핀을 만드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손목 힘을 너무 많이 쓰면, 손목을 비트는 순간에 힘이 집중돼 콘택트 존이 좁아지는 문제가 있다.난 ‘때리는 타격’을 했지만, 손목을 많이 쓴 편이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스윙 궤적을 만들다가 임팩트 순간 오른손으로 배트를 ‘잡아주는’ 느낌으로 힘을 주었다. 말처럼 쉬운 게 아니지만, 반복훈련으로 내 스윙을 만들었다. 한 손이냐, 두 손이냐찰리 로와 테드 윌리엄스는 폴로스루에 대한 견해도 다르다.로는 ‘한 손 스윙’을 강조했다. 배트를 두 손으로 꽉 잡고 휘두를 때의 회전 반경을 생각해 보자. 타자의 팔과 배트가 원의 반지름을 이룰 것이다. 로는 이 회전을 크게 만드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로는 임팩트 후 (오른손 타자의) 오른손을 방망이에서 떼라고 조언했다. 그러면 배트를 왼팔이 쭉 펴지면서 스윙의 회전 반경이 커진다. 이런 스윙은 궤적을 평평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히팅 포인트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이런 타격은 스윙 스피드도 더 빠르다고 로는 주장했다. 또 타구에 역회전을 만들어 비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도 했다. 로의 설명만 들으면 ‘한 손 스윙’이 정답 같다.윌리엄스는 다르게 말했다. 임팩트 구간에서 두 손을 감으라(rolling, 오른손 타자의 오른손을 비틀라)고 했다. 윌리엄스는 ‘양손 스윙’을 강조한 것이다.사실 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한 손을 놓느냐, 두 손으로 치느냐는 선택은 상황에 따라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나는 기본적으로 임팩트할 때 양손을 다 썼다. 배트를 오른손으로 ‘잡아 준다’는 느낌으로 ‘깎아 올려치기’를 했다. 그래야 하체로부터 만든 추진력‧회전력을 양손으로 전달하고, 그 에너지를 배트에 충분히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피칭과 스윙의 타이밍이 잘 맞았을 땐 ‘양손 스윙’이 이상적인 것 같다. 그러나 타이밍이 항상 잘 맞을 순 없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스윙 타이밍이 빨랐을 때, 예를 들면 패스트볼이 아니라 변화구가 날아올 땐 달리 대응해야 한다. 이미 스윙을 시작했는데 공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앞에 있다면 한 손(오른손 타자의 오른손)을 놔야 한다. 배트를 던지듯 앞으로 쭉 밀어내야 스윙 궤적이 커져 공을 맞힐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타구에 힘이 충분히 실리지는 않을 것이다. 가끔 좋은 타이밍으로 타격할 때도 한 손을 놓는 경우가 있다. 스윙의 가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그럴 때 그렇다. 그러나 이 스윙을 잘 보면, 임팩트가 이미 끝났다. 힘이 충분히 실린 상태에서는 한 손을 놓아도 상관없다. 발레를 해도 괜찮다.타자가 하체로부터 만든 에너지를 타구에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손 스윙’을 지나치게 강조하느라 공을 배트에 맞히기도 전에 손을 떼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게 치면 강한 타구를 절대 만들 수 없다. 공을 배트 중심에 맞혀도 투구의 힘을 이겨내지 못해 (오른손 타자라면 1루 쪽) 파울이 된다. 그렇다면 ‘한 손 스윙’은 틀린 이론일까? 아니다. 스트라이크존 몸쪽으로 꽉 찬 공을 때릴 때 양손을 다 쓰면 스윙 궤적이 작아져 (오른손 타자라면 3루쪽) 파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사이드 피치에 대응할 때는 임팩트 구간에서 한 손을 놓고 허리를 강하게 돌려야 한다. 양손의 힘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더라도 한 손의 힘만으로 강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 수 있다. 타이밍이 완벽하다면 홈런도 칠 수 있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라운드 1위 결정전을 또다시 떠올려 보자. 당시 난 4회 볼카운트 0볼-1스트라이크에서 일본 선발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가 던진 몸쪽 공을 받아쳐 좌익선상 적시타를 때려냈다. 대표팀을 1-0 승리로 이끈, 내 야구 인생 최고의 타구였다.바로 직전까지는 쉽지 않았다. 이 안타에 앞서 내가 친 공은 3루 쪽 파울이었다. 몸쪽을 파고든 이 공을 ‘양손 스윙’으로 타격했는데 방망이의 회전 반경이 크지 않았다. 그 궤적으로 아무리 정확히 맞혀도 3루 쪽 파울이 될 수밖에 없었다.두 번째 공은 초구보다 낮고 깊게 날아왔다. 1구째보다 더 어려운 코스였는데 스윙 궤적을 바꿔 대응했다. 손목을 쓰지 않고 배트를 앞으로 밀어낸 덕분이었다. 내게는 그 어느 홈런보다 값진 안타였다. 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2023.0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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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워렌 버핏과 ‘원샷 원킬’ 스윙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타격이 절정에 올랐을 때, 역설적이게도 난 스윙을 별로 하지 않았다. 한 타석에서 거의 스윙 한 번으로 끝냈다. 그러면 결과가 나왔다. 안타든 아웃이든.타석에서 한 번도 스윙하지 않은 적도 꽤 있었다. 볼넷을 얻을 때도 있었지만, 선 채로 삼진을 당하는 때도 적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이를 미노가시(見逃し) 삼진이라고 부른다.일본인들은 “인생이라는 타석에 섰다면 미노가시 삼진은 당하지 말라”는 고바야시의 명언을 사랑한다. 그래서인지 스윙하지 않고 아웃되는 걸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야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한국도 비슷한 인식을 가진 이들이 많다. 나도 어렸을 때 “타석에서 가만히 서 있다 들어오지 마라” “그럴 거면 왜 방망이를 들고 있느냐”는 꾸중을 많이 들었다. 감독‧코치님들은 서서 삼진 당하는 모습이 참 보기 싫은 모양이다.잘 생각해야 한다. 인생은 한 번뿐이지만, 타석은 하루에도 네 번은 돌아온다. 거기서 안타 하나만 치고, 볼넷 하나만 골라도 성공이다. 단 한 번의 기회를 기다려라테드 윌리엄스는 『타격의 과학』에서 이를 실증적으로 설명했다. 지름 7.3㎝의 야구공이 하나의 셀(cell)이라면 스트라이크존은 (타자의 키에 따라 다르지만) 77개로 나눌 수 있다. 타자의 ‘베스트 셀’ 안에 들어온 공만 치면 4할 타율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스트라이크라고 해도 외곽의 나쁜 셀로 날아오는 공을 치면 타율은 2할3푼으로 떨어진다고 윌리엄스는 역설했다. 같은 타자라고 해도 어떤 공을 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거다.‘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은 윌리엄스의 타격 이론으로부터 힌트를 얻어 투자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모든 공을 다 때릴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돈이 있다고 당장 주식을 살 필요가 없다. 좋은 공(기회)을 기다리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라는 걸 윌리엄스와 버핏이 웅변하고 있다.나도 그저 내 스트라이크존에 충실했다. 내 존을 확실하게 설정했다. 그걸 벗어나는 공은 쳐봐야 좋은 타구가 나오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켜본 거다.방망이가 나쁜 공을 따라 나가면 타자의 밸런스가 깨진다. 선수의 몸은 마지막으로 했던 동작을 기억한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 악영향을 끼친다. 내가 나쁜 공이라고 판단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다고 해도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음 공을 기다렸다. 타석 당 한 번의 스윙으로 거의 끝낸 건 그래서 가능했다.말은 쉬울지 모르지만, ‘원샷 원킬’은 실행하기 어렵다. 내가 노리는 공이 1~2구 안에 들어온다면 과감하게 스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참고 기다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인내심이 필요하다.타자에게는 눈에 보이는 공을 때리려는 본능이 있다. 초구를 그냥 보내면, 다음에 이보다 더 좋은 공이 온다는 보장도 없다. 타자는 이 심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다음 기회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영리한 투수는 타자의 조급함을 이용한다.‘원샷 원킬’ 스윙은 투수를 괴롭히는 데 효과적이다. 경기 초반 4번 타자가 상대 선발 투수의 초구를 받아쳐 솔로 홈런을 쳤다고 가장하자. 이 공격은 상대에게 얼마나 충격을 줄까?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상대 투수가 에이스라면 1실점 정도는 툭 털어낼 거다.4번 타자가 아무리 뛰어나봐야 9개 타순 중 하나를 차지할 뿐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동료와 함께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타선(打線)은 연결을 의미한다. 타선의 목표는 경기 초반 1득점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좋은 투수를 조금이라도 빨리 끌어내리는 게 더욱 중요할 때도 있다. 1번부터 9번까지 모든 타자가 투수와 10구까지 가는 승부를 벌인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해보자. 에이스는 안타나 볼넷을 허용하지 않고 타선을 퍼펙트로 막아도 3이닝을 마칠 때 투구 수가 90개에 이른다. 그러면 타선이 이긴 거다.투수가 한 타자에게 공 10개를 던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래도 타자들의 지향점이 같다면 그 목표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선발 투수와의 싸움을 이겨내면 경기 후반은 훨씬 수월해진다. 선발 투수가 내려간 뒤 등판하는 투수들을 상대로 타자들은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다시 말하지만, ‘원샷 원킬’은 좋은 공을 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쳐봐야 안타가 될 확률이 떨어지는 공을 건드려서 투수 좋은 일을 시키지 말자는 전략이다. 까다로운 공을 때려봐야 범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사 또는 1사에서 주자가 1루에 있다면 병살타가 될 수 있다. 스탠딩 삼진이 부끄러운 게 아니다나는 선 채로 삼진 당하는 걸 싫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고맙게도 김인식 감독님 같은 분은 “삼진 당해도 괜찮으니까 나쁜 공은 절대 건드리지 마”라고 말씀해주셨다. 내게 큰 힘이 되는 지지였다.찰리 로의 책 제목처럼 타격은 ‘3할의 예술’이다. 타자는 기본적으로 언더독(underdog·상대적 약자)이다. 투수가 잘 던져서 타자가 졌다면,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최선의 전략이었다.이런 과정을 통해 타자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해야 한다. 그 다음 좋은 스윙을 만들어야 한다. 말이 쉽지, 실행하기는 정말 어렵다. 좋은 스윙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네버 엔딩 스토리’다.돌아보면 천안북중학교 3학년 시절이 내게 아주 중요했다. 중학생 선수에게는 경기를 뛸 기회가 많지 않다. 훈련만 엄청나게 했다. 똑같은 걸 반복하기 지겨워서 여러 타격을 실험했다. 스트라이드 없이 힙턴(hip turn)을 중심으로 스윙을 해봤고, 왼다리를 무릎 높이까지 올렸다가 내디디는 레그킥도 해봤다. 왼 어깨를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밀어 넣어 ‘벽’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시키는 것만 하지 않고 스스로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좋은 결과는 고등학교 진학 후에 내면 되니까 중학생 시절에는 기초를 다지는 데 전념한 거다. 이 과정을 통해 내 장점과 단점을 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2023.01.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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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배리 본즈도 참는 것부터 시작했다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욕심을 버리라”는 말을 선수도, 팬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다 아는 얘기를 꺼낸 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욕심을 어떻게 버릴지, 그 방법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타격은 본능과의 싸움이다. 타자의 가장 큰 본능은 욕심이다. 안타를 치려는 마음, 홈런을 때리겠다는 결의, 팀을 이기게 하겠다는 승리욕이다.이게 왜 나쁜가?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이다. 그러나 마음만 앞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오히려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고, 심리적인 압박감을 갖는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이기려는 욕망과 비례해서 커진다.타자가 욕심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준비를 끝내야 한다. 그게 훈련이고 전략이다. 타격보다 중요한 건 타격 이전까지의 과정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뒤에 충분히 설명할 것이다.준비를 끝내고 타석에 들어섰다고 해서, 무작정 덤비지 마라. 그리고 치기 좋은 공을 기다려라.참을 인 3개면 3할을 친다타자는 치고 싶은 욕심을 잘 다스려야 한다. 나는 초구에 일단 공을 보려고 노력했다. 날 상대하는 투수도 그걸 알았다. 그래서 투수들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더 잡으려 했다. 난 그걸 노리고 타격한 적도 있지만, 초구는 대체로 지켜봤다.타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투수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지금 나와 마주한 투수는 과거의 그가 아니다. 공 스피드가 달라졌을 수 있고, 새로운 구종을 던질 수도 있다. 심지어 20~30분 전에 상대했던 같은 투수라도 피칭 밸런스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그래서 난 초구는 투수를 파악하는 데 활용했다. 투수의 공을 가까이서 보고 느끼며 속으로 스윙 타이밍을 맞춰봤다. 자, 충분한가?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초구에 스트라이크가 날아온 게 아니라면 2구째도 타이밍을 측정했다. 공을 하나 더 보면 더 많은 투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투수가 용감하게, 또 정교하게 스트라이크 2개를 먼저 던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타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래서 투수의 성향에 따라 1구 또는 2구부터 스윙할 필요가 있다. 서너 타석 중 타자가 한 번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덤벼도 투수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내가 전성기 때 타석에 서면 3구 안에는 좋은 공이 거의 안 들어왔다.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나는 패스트볼이나, 달아나는 변화구가 대부분이었다. 타석마다 공 2~3개를 기본적으로 보고 시작하니 타격이 수월해졌다. 볼카운트가 여유 있더라도 치겠다고 덤비지 않았다. 타자는 한 타석에서 좋은 공 하나만 노려서 좋은 결과를 내면 되기 때문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라도 기회가 올 수 있다.아니면 볼넷을 얻는 것도 좋은 승부다. 투수에게 공 4개 이상을 던지게 해서 출루한다면 팀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4번 타자니까 적극적으로 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공격법이 맞는 상황도 있지만, 아닐 때도 많다. 장타를 치고 싶은 욕심을 억제하고 볼넷을 얻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다. 난 초구를 쳐서 아웃되는 게 정말 싫었다. 내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을 때린다고 다 안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초구를 받아쳐 안타가 돼도 뭔가 개운치 않았다. 특히 내가 속한 팀 타선이 약할 때는 그 공격이 별로 효과적이지 않았다. 내가 1루를 밟아봐야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투수에게 공을 많이 던지게 하는 건 괜찮은 전략이다.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의 볼넷/타석% 데이터를 본 적이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20.6%)와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 배리 본즈(20.3%)가 1·2위를 달렸다. 베이브 루스는 19.4%로 3위였다. 홈런 타자 이미지가 강한 마크 맥과이어의 볼넷 비율도 17.2%에 이르렀다. 120년 야구 역사상 타격을 가장 잘하는 이들의 볼넷 비율이 이렇게 높다. 이 기록이 타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힘을 70% 써야 90%가 나온다‘치고 싶은 욕심 다음’으로 버려야 할 것은 ‘세게 치고 싶은 욕심’이다.실전 경기에서 100%의 힘으로 스윙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타자에게 세게 치고 싶은 욕심이 있기에 필요 이상의 힘을 쓰기 마련이다. 그러면 120%의 힘을 사용해 오버 스윙을 하게 된다.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면 스윙 리듬이 깨져 방망이가 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 게다가 스윙이 퍼져 나와서 타이밍도 늦어진다.나는 타석에서 내 힘의 60~70%만 활용하려고 했다. 그렇게 의식해야 실제로는 80~90%의 힘을 쓰는 거 같았다. 일단 근육에서 힘을 빼고 하체의 균형을 먼저 잡아야 한다. 그리고 스윙의 타이밍과 궤적에 집중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살살 치라는 뜻이 아니다. 힘을 잘 이용하라는 거다. 이건 타자뿐 아니라 투수도 마찬가지다. 골프나 다른 스포츠의 원리도 같다. 복싱이나 종합격투기를 봐도 알 수 있다. 주먹을 꽉 쥐고 때린다고 강펀치가 되는 게 아니다. 가볍게 빵 때리는 거 같은 펀치가 빠르고 정확하다.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구를 했던 내가 물리수업을 열심히 들었을 리 없다. 그래도 타격에 대해 고민하면서 알게 된 아주 기본적인 물리법칙이 있다. 힘은 물체의 질량과 가속도의 곱(F=ma)이다. 배트의 무게(m)와 가속도(a)가 스윙의 힘을 결정하는 것이다.여기서 중요한 건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속도’가 아니라 ‘가속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에 힘을 좀 빼고 스윙하다가 공과 만나는 구간(콘택트존)에 방망이 속도를 높여야 한다.이게 말처럼 쉽진 않다. 힘센 타자는 차고 넘치지만, 그 힘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타구에 싣는 타자는 드물다. 예전부터 “신인 타자가 프로에 와서 힘 빼는 데 1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이 진짜 맞다고 생각한다.내가 프로야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건 힘이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나보다 체격이 좋은 선수, 나보다 파워가 뛰어난 선수는 얼마든지 있다.다만 난, 힘을 빼야 한다는 사실을 남들보다 일찍 깨달았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에 야구를 제법 잘했다. 늘 주전으로 뛰었다. 프로에 와서 은퇴를 앞둔 시점에 “홈런 못 친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마추어 시절에는 펑펑 때렸다. 거의 매 경기 홈런을 쳤다.이때 고민했다. 더 세게 칠 것이냐, 더 정확히 칠 것이냐.나는 세게 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세게 치려다 보면 몸에 불필요한 힘이 많이 들어가 헛스윙하곤 했다. 그러면 자존심이 상하더라. 투수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다. 온힘을 다 쏟지 않아도 좋은 스윙으로 타이밍을 잘 맞추면 홈런을 칠 수 있다.그래서 내 목표는 헛스윙을 하지 않는 것이 됐다. 내가 잘 때릴 수 있는 공을 기다려 좋은 스윙을 하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었다. 나쁜 공을 골라내면 한 타석에 투구 한두 개는 스크라이크존 가운데로 온다. 가운데로 오는 공을 놓치지 않고 또박또박 받아쳐 좋은 타구를 만들면서 동료들이나 감독님께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내 타격 스타일이 만들어진 것이다.좋은 공을 기다려야 잘 칠 수 있다그 다음으로 버려야 할 것은 ‘모든 공을 다 치겠다’는 욕심이다. 스트라이크라고 해도 보더라인 근처로 날아오는 공은 때려봐야 좋은 타구를 만들기 힘들다. 몸쪽으로 꽉 박히는 공, 바깥쪽에 살짝 걸치는 공, 그리고 너무 높은 공과 낮은 공은 콘택트하기 까다롭다. 타구에 힘을 싣기도 어렵다. 스트라이크라고 다 같은 스트라이크가 아니다. 존 가운데를 향하는, 누가 봐도 스트라이크인 공을 쳐야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다.프로에 와서 슬럼프에 빠진 적이 몇 차례 있었다. 그걸 극복하려고 스윙을 점검하고, 내 타격 영상도 분석했다. 그래도 부진 원인을 찾지 못할 때가 있었다. 언젠가 김인식 감독님이 명쾌한 답을 주셨다.“너 요새 어떻게 치는 줄 알아? 볼을 쳐. 볼 말고 스트라이크를 치란 말이야.”초등학생한테 할 법한 말이지만, 김인식 감독님의 지적은 매우 정확했다. 스윙이 문제가 아니라 볼(또는 볼에 가까운 스트라이크)을 치려고 덤비는 게 부진의 이유일 때가 적지 않았다.컨디션이 나쁠 때 영상을 되돌려 보면, 내 방망이는 공을 쫓아다니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져서 나쁜 공에 스윙하는 일이 많았다. 심리적으로 몰리면 한가운데로 오는 투구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다 보면 나쁜 공에 손이 또 나가는 악순환이 생겼다. 잘 칠 수 있는 공이 올 때까지 마음을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2023.01.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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