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67건
프로야구

'챌린지 장인' 도슨, 의외로 학구파 면모까지...볼·매 외국인 선수 [IS 피플]

실력과 팬 서비스 정신을 갖춘 '복덩이' 외국인 선수. 가성비(투자 대비 효율)도 으뜸. 로니 도슨(29)이 KBO리그 1년 만에 보여준 자신의 매력이다. 도슨은 지난달 10일 발표된 2024 KBO리그 올스타전 '베스트12'에 나눔 올스타 외야수 부분에 이름을 올렸다. 팬 투표 101만2694표, 선수단 투표 96표로 30.91을 얻으며 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40.92) KIA 나성범(35.21)에 이어 외야수 부문 3위에 올랐다. 도슨은 전반기 타율 0.358를 기록하며 리그 타자 중 타율 부문 전체 2위에 올랐다. 짱짱한 실력뿐 아니라 야구팬 지지도 많이 받았다. 올스타전 출전을 갈망하며 남다른 '셀프 어필'을 보여준 게 통했다. 동영상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유행으로 번진 챌린지를 보여주며 "올스타전에선 더 큰 재미를 드리겠다"라고 외쳤다. 외국인 선수가 한국 문화를 즐기고, 팬들과 잘 소통하면 더 큰 반향이 생긴다. 도슨은 스스로 KBO리그 올스타 선수가 됐다. 도슨은 지난해 에디슨 러셀의 대체 선수로 한국 무대에 입성했고, 타율 0.336를 기록하며 준수한 콘택트 능력을 보여준 뒤 올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했다. 연봉은 60만 달러. 연봉 상한제에 해당하지 않는 선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몸값에 사인했다. 그런 그가 리그 정상급 타격 능력을 보여주자, 야구팬의 지지는 더 올라갔다. 후반기 첫 아홉 경기에서 2할대 초반 타율에 그치며 주춤했던 도슨은 소속팀 키움이 6연패 수렁에 빠져 있던 지난 21일 인천 SSG 랜더스전 8회 초 타석에서 상대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로부터 우월 스리런홈런을 치며 키움이 6-2로 달아나는데 기여했다. 이날 경기 쐐기포였다. 경기 뒤 만난 도슨은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취재진에 '볼 하트(손가락으로 반쪽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볼에 대는 포즈)'를 하며 웃어보였다. 대체로 선수들은 이 순간에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도슨에게 챌린지나 밈(Meme)은 어디서, 어떻게 습득하는지 묻자 그는 "SNS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고, 재밌으면 연습하기도 한다"라고 답했다. 최근 고전한 이유에 대해 K팝 스타 뉴진스에게 SNS로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냈는데, 답장이 안 와서 그런 것 같다며 너스레를 보이기도 했다. 도슨은 후반기 돌입 뒤 부진한 점에 대해 "이유는 모르겠다. 야구는 원래 어려운 스포츠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라고 답했다. 도슨이 야구, 그리고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이처럼 긍정적이다. 그는 2016년 메이저리그(MLB) 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61순위)에 휴스턴 애스트로스 지명을 받았지만, 빅리그에서 4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KBO리그 입성 전에는 독립리그에서 뛰기도 했다. 은퇴도 고민했고, 대학 야구부에서 지도자 길을 걷는 것도 고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키움의 러브콜을 받았고, 8만5000달러에 계약하며 낯선 땅에 몸을 실었다. 도슨은 새로운 도전도 긍정적으로 임했다. 특히 한국 문화를 탐구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올 시즌 감춰둔 끼를 드러냈다. 도슨은 현재 오하이오 주립대 학생 신분이다. 21일 SSG전 승리를 이끈 뒤 "꼭 할 말 이 있다"라며 최근 수강 과목에서 A 학점을 받는 걸 어필했다. 그러면서 "과제를 하느라 조금 바빴는데, 이제 더 편안하게 야구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도슨은 교양 과목을 들으며 사이버 수업을 수강했다고 한다. 2013년 입학한 그는 키움에 입단한 뒤 한국인 동문들을 찾아 모임을 주선할 정도로 '학생' 신분에도 애착을 보였다고. 도슨이 A 학점을 받은 과목은 범죄학으로 알려졌다. 그는 "야구선수라는 직업이 매우 바쁘지만, 틈을 찾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 범죄학은 나에게 전에 없는 흥미를 준다"라며 다시 웃어 보였다. 볼수록 매력 있는 외국인 선수. 도슨은 "아구 선수로서 어떤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지금처럼 항상 멘털이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7월 22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도슨은 2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입성 1주년을 맞이한다. 도슨이 가라앉은 키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7.23 11:01
배구

"내년에도 원하나요?" 태극기 단 김연경 또 볼까

"내년에도 (이 대회가 열리길) 원하나요?"'배구여제' 김연경의 질문에 5000여명의 관중들이 우렁찬 환호 소리로 응답했다. '태극기'를 단 김연경의 모습을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관중들 및 배구팬들은 긍정을 넘어 열광적인 반응을 내비쳤다.김연경은 지난 8~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김연경 초청 KYK 인비테이셔널 2024' 은퇴 경기와 세계 여자배구 올스타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 놓았다. 2020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팬들에게 인사할 시간을 갖지 못한 김연경은 3년이 지난 올해 자신이 개최한 'KYK 인비테이셔널'을 통해 국가대표 은퇴식을 치렀다.김연경은 전날(8일)엔 왼쪽 가슴에, 다음날(9일)엔 목 뒤에 태극기를 달고 코트를 누볐다. 태극마크는 내려놓았지만, 국가대표 은퇴식과 세계 올스타전이라는 상징성을 앞세워 김연경은 이틀 연속 태극기를 달고 팬들 앞에 섰다. 월드스타답게 경기를 주도한 김연경은 '대한민국 대표'로 나선 마지막 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 경기 후 마이크를 잡은 김연경은 "초청받은 선수들이 와줘서 너무 고맙고 대회를 준비한 스태프들, 많은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대한배구협회와 KOVO(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 대한항공 등 도와주신 관계자분들께도 감사하다"라고 한 뒤, "내년에도 이 대회가 열릴 수 있을까. 여러분 원하시나요"라며 팬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도 열릴 수 있게 잘 준비하겠다"라며 '2회 대회' 개최를 암시했다. 첫 개최였지만 흥행에는 성공했다. 8일 경기에는 6000여명의 관중들이 들어서 '눈물의 은퇴식'을 함께 했고, 9일 경기에서도 5000여명의 관중이 들어차 세계 올스타 선수들의 플레이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또 유재석, 이광수, 정려원, 박소담, 송은이, 박용택, 이영표 등 연예 및 스포츠계 스타들이 방문해 대회 열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내년에도 흥행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국가대표 은퇴에 이어 현역 은퇴도 앞두고 있는 김연경이지만, 그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여자배구 '흥행 카드'다. 이번 대회는 다시 한번 김연경의 힘을 증명했던 대회였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를 주최하면서 "많은 분이 계속 여자배구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내년 차기 대회 개최를 통해 여자배구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자 하고 있다. 잠실실내체=윤승재 기자 2024.06.10 10:34
프로야구

[IS 피플] 이주형 공백 지운 '노장' 이용규...수술 마다한 투혼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12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타율 0.483를 기록했던 외야수 이주형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오른쪽 햄스트링 미세 손상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LG 트윈스전부터 7연승을 거뒀던 키움은 9·10일 SSG 랜더스전에서 연패를 당하며 3연전 우세를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주축 타자까지 이탈한 것.이주형 자리는 이용규(39)가 완벽하게 메워냈다. 12일 1군에 콜업된 이용규는 롯데전에 1번 타자·좌익수로 나서 3회 말 상대 선발 박세웅을 흔드는 우전 2루타를 치는 등 3안타를 기록했다. 키움 9-4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이용규는 이후 4경기서도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1군 복귀 첫 5경기에서 타율 0.500(20타수 10안타)를 기록했다. 키움은 이 기간 4승(1패)을 거뒀고, 리그 상위권을 지켰다.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한 축이었던 이용규는 최근 두 시즌 부진했다. 2022시즌은 타율 0.199, 2023시즌 타율 0.234에 그쳤다. 부상 탓에 출전이 줄었고, 제 실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이용규는 지난 2월 초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선수 생활 은퇴도 고려했지만, 100% 컨디션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성적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고 했다. 독한 마음으로 맞이한 스프링캠프도 완주하지 못했다. 지난해 다쳤던 오른쪽 손목 통증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선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전했다. 올 시즌을 통째로 날리고 싶지 않았던 이용규는 재활 치료를 선택했다. 그리고 중요한 시점에 돌아와 이름값을 해냈다. 이용규는 "수술하고 1년을 쉬는 것보다 보강 훈련을 하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부상이 재발하면 그게 내 운명이다. 그렇게 안 되게끔 잘 관리하려고 한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현재 키움 주장은 김혜성이다. '맏형' 이용규는 리더가 아닌 지원군을 자처한다. 그는 "후배들이 그동안 잘해줬다. 나는 피해만 주지 말자는 생각이다. 후배들과 힘을 합쳐,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19 07:05
스포츠일반

돌연 정계 입문했던 차유람, 은퇴 1년 반 만에 프로당구 복귀

프로선수 은퇴도 하지 않고 돌연 정계에 입문해 논란을 빚었던 차유람(37)이 다시 프로당구로 돌아온다. “개인적인 소신으로 정당에 입당해 프로당구협회(PBA)와 구단 관계자·동료들에게 혼란을 드려 송구하다”며 사과한 지 1년 반 만이다.PBA는 31일 “차유람 선수가 은퇴를 선언한 지 두 시즌 만에 여자프로당구(LPBA)투어로 복귀한다”며 “큐를 내려놓은 이후에는 PBA 홍보대사와 PBA 전용경기장 추진위원으로 프로당구 발전에 헌신적으로 일해왔다”고 밝혔다.차유람은 내달 4일 열리는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8차전)을 통해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다. 지난 두 시즌 간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랭킹포인트가 없어 PPQ라운드(1차 예선)부터 치른다. 복귀전 상대는 미정이다.팀리그 출전은 원 소속팀인 웰컴저축은행이 차유람의 우선 지명권을 가지고 있다. 차기 시즌을 앞두고 진행될 2024년 PBA 팀리그 드래프트에서 우레컴저축은행이 차유람을 지명하면 웰컴저축은행 소속 선수로 팀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다.차유람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등 포켓볼 무대에서 활약하다 지난 2019년 프로당구 출범과 동시에 3쿠션으로 전향했다. 프로무대엔 2019~20시즌 신한금융투자 LPBA 챔피언십(2차전)에서 데뷔했다.이후 차유람은 세 시즌 간 프로무대에서 활약하며 2021~22 NH농협카드 챔피언십 4강, SK렌터카 LPBA 월드챔피언십 2022 4강 등에 올랐다. 마지막 시즌 종합 랭킹 11위에 오르는 등 짧은 기간에도 3쿠션 무대에 빠르게 적응했다는 평가다. 또 PBA 팀리그에서도 웰컴저축은행 웰뱅피닉스 소속으로 두 시즌 간 활약, 2021~22시즌 팀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다만 지난 2022년 5월 프로선수 은퇴도 하지 않고 돌연 국민의힘에 입당한 행보 탓에 논란이 일었다. 차유람은 당시 지방선거 선대위 특보로 활동했다. 문제는 당시 소속팀이던 웰컴저축은행에 국민의힘 입당 하루 전에 통보했다는 점. 이미 드래프트를 통해 차유람을 보호선수로 묶고 새 시즌을 준비하던 웰컴저축은행은 갑작스러운 차유람의 통보에 부랴부랴 오수정을 지명해야 했다.절차 등에 대한 논란이 일자 차유람은 입당 약 보름 만에 소셜 미디어(SNS)에 입장문을 내고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차유람은 “개인적인 소신으로 정당에 입당을 하게 되면서 프로당구협회와 구단 관계자 및 동료 선수들에게 혼란을 드리게 돼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이제 저는 당구인들을 위해 밖에서 응원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젠 선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당구인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차유람이 되겠다”고 했다.이후 지난해 6월 PBA 홍보대사로 위촉되고 PBA 전용구장 추진위원회 추진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PBA와 인연은 계속 이어갔다. 지난해 8월엔 인천시 마약퇴치 홍보대사로도 위촉되기도 했다.그러나 차유람은 “당구선수일 때 가장 행복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은퇴 선언 1년 반 만에 다시 프로무대로 복귀했다. 그는 PBA를 통해 “2022년 5월 은퇴한 이후 두 시즌만에 다시 프로당구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가슴 설레고 기쁘다. 지난 2년간 청년 정치인으로, 워킹맘 정치인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왔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나 미련도 없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이어 “지난 2년간의 경험을 통해 저보다 더욱 훌륭한 정치인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당구이고, 당구선수일 때 가장 행복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LPBA는 이제 전 세계 최고의 여자 프로당구투어로 성장했다. 처음 큐를 잡았을 때 마음가짐으로, 새로 데뷔한다는 마음으로 연습과 경기력 향상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김명석 기자 2024.01.31 12:14
연예일반

[TVis] 이대호, 누적 연봉 385억 “매달 아내에 용돈 300만원” (‘사당귀’)

야구선수 출신 이대호가 한 달 용돈 300만 원이라고 밝혔다. 이대호는 지난 17일 방송된 KBS 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사당귀’)에서 누적 연봉 385억 원이라고 전하며 “미국과 일본 계약 때 많이 받았다. 2012년 기준 연봉으로 약 68억을 받았는데 일본 선수 중 탑5에 드는 연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테크 비법에 대해 “결혼과 동시에 용돈을 받았는데 20년 전부터 한 달 용돈으로 300만 원을 받고 있다”며 “이마저 후배들 밥 사주는 데 다 썼다”고 전했다. 이날 이연복은 이대호 은퇴 당시 부산에서 팬들의 반대 시위가 있었던 것을 언급했다. 이대호는 은퇴 계기에 대해 장원삼 선수를 언급했는데 “제가 마흔 넘어 늦게까지 야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장원삼 선수 덕분”이라며 “장원삼이 내게 홈런을 많이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원삼 선수가 먼저 은퇴하는 바람에 내 은퇴도 빨라졌다”고 전했다. 이에 ‘사당귀’에 함께 출연한 장원삼은 “이대호 선수가 내 덕분에 연봉이 많이 올라갔다”라며 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이대호는 한국 야구 사상 첫 금메달을 얻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옆방을 썼던 마라토너 이봉주와 친해진 계기, 햄버거 가게에서 만난 우사인 볼트와의 일화 등을 풀어내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훈훈한 시간을 보냈다.‘사당귀’는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45분 방송된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12.18 08:31
프로축구

박주호에 이어 이근호까지…2023년은 한 시대의 종말

2010년대 한국축구에 굵직한 기록을 남긴 선수들이 차례로 축구화를 벗는다. 박주호(36·전 수원FC)에 이어, 이근호(38·대구FC)도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소속팀은 물론,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한 이들이 제2의 인생을 바라보고 있다.지난 16일 프로축구 K리그1 대구FC는 “이근호가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팀의 부주장이기도 한 그는 2023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라고 발표했다. 이근호는 지난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프로 무대를 밟은 뒤 20년 만에 선수 생활 마지막 단계를 맞이했다. 그는 구단을 통해 “대구 가족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이근호의 은퇴 소식이 전해지자, 축구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대구 소셜미디어(SNS)에는 “왜 이렇게 빨리 은퇴하느냐”라는 반응이 많다. 이근호는 2010년대 굵직한 커리어를 쌓은 선수 중 하나다. 지난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프로 무대를 밟은 그는 K리그 통산 385경기 출전, 80득점 53도움을 기록했다. 이 기간 울산 현대, 전북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강원FC 등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K리그 우승 1회(2015 전북)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2회(2012, 2020 울산) 등을 품었다.지난 2007년 국가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이근호는 2018년까지 84경기 나서 19점을 올렸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당시 대표팀 1호 골의 주인공이 바로 이근호였다. 팬들의 아쉬움은 지난 6월에도 터져나온 바 있다.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박주호가 시즌 중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박주호는 2008년 일본 J리그에서 프로에 입성한 뒤 FC바젤(스위스), 마인츠, 도르트문트(이상 독일)를 거쳐 2018년 처음으로 한국 무대를 밟았다. 국내에서 활동한 시간은 다소 적었지만, 2010년부터 9년간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A매치 40경기에 나선 그는 이 기간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2015 AFC 아시안컵 등 국제대회에서 활약했다.박주호는 지난 6월 6일 친정팀인 울산과의 홈경기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당시 현장을 찾은 팬들은 ‘박주호랑이 영원한 그라운드의 슈퍼맨’ ‘굿바이 No6 박주호’ 등 걸개로 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선발 출전한 그는 이날 92분간 경쟁자들과의 경합에서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고, 팬들은 떠나는 박주호에게 박수를 보냈다.축구 팬들은 또 한 명의 스타와 이별할 전망이다. 현재 수원 삼성을 이끄는 염기훈(40) 감독대행의 은퇴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16일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하기로 한 이근호 회장·염기훈, 박주호 부회장 등의 합동 은퇴식을 12월 16일에 열리는 제2회 선수협에서 개최할 예정”리라고 밝힌 바 있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알려진 대로 염기훈 감독 대행의 선수 생활은 마지막 단계다. 구단 차원에서도 별도의 은퇴식을 준비 중이다. 최적의 시기를 찾고 있다”라고 설명했다.김우중 기자 2023.10.18 07:00
스포츠일반

'파리 올림픽 도전' 양학선 "'도마의 신' 끝까지 지킨다, 청년들도 많이 도전했으면"

“‘도마의 신’이요? 은퇴할 때까지 꼭 지키고 싶죠.”체조선수 양학선(30)은 한국 체조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AG) 금메달리스트로 혜성처럼 등장하더니,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체조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서 ‘체조 전설’로 거듭났다. 이후 양학선은 자신의 이름을 딴 도마 최고 난도 기술 ‘양’을 개발해 세계 무대를 주름잡았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기술을 ‘양2’와 ‘양3’로 발전시켰다.하지만 불의의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16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햄스트링과 오른쪽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당하며 대회 출전이 좌절됐다. 긴 재활 훈련의 터널 끝에 참가한 2020 도쿄 올림픽에선 부상 트라우마로 제대로 착지하지 못했다. 항저우 AG 국가대표 선발전 이후인 지난 4월엔 반대쪽(왼쪽)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 부상이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양학선은 멈출 생각이 없다. 한때 은퇴 고민도 했지만, 주변의 응원 속에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양학선은 ”은퇴하고 나서 후회하기 싫었다. 옆에서 아내도 ‘할 수 있을 때 즐기면서 더 많이 해라’는 말을 계속해 주다 보니 용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봄 인기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100’에 출연해 남다른 저력을 보여주며 해외 팬들의 많은 응원을 받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은 양학선의 시선은 2024년을 향하고 있다. 그는 “파리 올림픽에 집중하기 위해 올해 항저우 AG 출전은 (부상 전부터) 내가 먼저 내려놨다(포기했다)”라고 말했다. 아직 재활 훈련 중인 양학선은 “몸을 잘 회복해서 오는 10월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부터 올림픽까지 영혼을 갈아 넣어 훈련을 하려고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양학선의 목표는 ‘도마의 신’ 타이틀을 지키는 것이다. 여전히 양학선을 수식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최근 성적이 다소 아쉬운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마의 신’은 수성인 동시에 도전 과제다. 양학선은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부담이 됐다. 두 번째 올림픽인 도쿄 대회 때도 심적으로 부담이 컸다”라면서도 “지금은 (좋은 성적을 거둬) 되찾아 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은퇴할 때까지 이 타이틀을 지켜내는 것이 마지막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양학선은 지난 26일 청년의 날 홍보대사에 위촉됐다. 청년의 날은 청년의 권리보장 및 청년발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법정으로 제정된 기념일이다. 양학선은 또 한 명의 ‘청년’으로서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함께 성장하고자 홍보대사직을 수락했다. ‘도전의 아이콘’ 양학선은 “청년이라고 무조건 도전을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청년들이 도전을 원동력 삼아 자기의 길을 잘 찾아갔으면 한다”면서 “많이 실패해 봐야 자신이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 청년들이 더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윤승재 기자 2023.09.02 08:00
해외축구

이강인과 PSG 같이 남는 네이마르, 한국 팬 보긴 어려워졌다

네이마르가 파리 생제르맹(PSG)에 남기로 했다. 하지만 적어도 9월까지는 이강인과 함께 그라운드를 뛰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예정이다.PSG는 20일(한국시간) 르 아브르와의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 나설 27인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최근 PSG행을 공식 발표한 이강인은 물론 주축 선수인 마르코 베라티, 마르키뉴스, 잔루이지 돈나룸마 등이 포함됐다. 최근 재계약과 이적 여부를 두고 뜨거운 감자가 된 팀의 간판 스타 킬리안 음바페 역시 이번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그런데 음바페와 함께 팀의 간판이었던 네이마르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 부상 때문이다. 네이마르는 지난 2월 발목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이후 줄곧 재활에만 집중하고 있다. 네이마르는 최근 이적설로 뜨거웠으나 PSG 잔류를 선택했다. 프랑스 RMC 스포츠에 따르면 네이마르는 지난 6월 한 브라질 유튜버 카시미로 미겔과의 인터뷰에서 "팬들의 야유에도 PSG에 남고 싶다"며 "난 이번 시즌 PSG에서 뛰고 싶다. PSG와 계약을 맺었다. 팬들의 사랑이 많지 않더라도 난 언제나 침착하다. 사랑이 있든 없든 PSG에 남길 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아쉬움으로 끝난 지난 카타르 월드컵을 넘기 위해 2026 월드컵 출전도 원한다고 했다. 네이마르는 "발목 수술 후 최근 몇 달간 매우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을 거쳤다"며 "월드컵 때도 그랬다. 대표팀 은퇴도 고려했다. 패배의 고통 때문이 아니라 가족들이 고통 받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국에 6번째 트로피를 선물하고 싶다"고 다짐했다.PSG와 메디컬테스트를 마쳤지만, 네이마르는 아직 부상 회복을 마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귀 시점은 적어도 오는 9월이나 되어야 가능해 보인다.오는 7월 말부터 열리는 아시아 투어에도 나설 수 없다. 프랑스 RMC 스포츠는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르 아브르전 이후 아시아 투어 출전 명단을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르 아브르전 명단에 없는 네이마르가 아시아 투어 명단에만 이름을 올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이강인의 PSG 이적으로 스타 군단과 함께 '금의환향'을 기대한 국내 팬들에게는 그중 한 명인 네이마르와 함께 뛰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게 됐다. PSG의 아시아 투어는 오는 25일부터 일본에서 시작한다. 알 나스르전을 시작으로 28일 세레소 오사카전, 이어 내달 1일 인터 밀란까지 일본 일정을 치른다. 이어 3일 K리그1 전북 현대와 쿠팡 플레이 시리즈를 벌이도록 협의 중으로 전해졌다.다만 팀 훈련은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PSG가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올린 훈련 영상에도 네이마르의 모습이 등장한다. 새 동료가 된 이강인과 장난을 치거나 음바페, 베라티 등 기존 동료들과 함께 훈련받는 모습이 공개됐다. 다만 구단 재활 프로토콜에 따라 개인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PSG 이적 후 부상이 잦아진 만큼 완전 회복이 될 때까지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게 구단의 목표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7.21 10:47
프로야구

[IS 스타] '불혹의 믿을맨' SSG 고효준, 방출 시련 딛고 송진우까지 넘본다

불혹에도 마운드를 든든히 지키는 투수가 있다. 5경기 5이닝 1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고효준(40·SSG 랜더스)이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이며 새 시즌 기대를 높이고 있다. 고효준이 시범경기 기간 내준 안타는 단 1개. 첫 등판이었던 3월 13일 대구 삼성전에서 첫 타자 강한울에게 우전 안타를 내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피안타였다. 이후 상대한 모든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사사구는 단 1개도 없었고, 삼진을 11개나 잡아내는 완벽한 투구를 펼치며 팀의 허리를 책임졌다. 지난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선 삼진 2개를 잡아내면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과 오지환을 연달아 삼진 처리했다. 오스틴과의 맞대결에선 최고 145㎞/h의 빠른 공을 던졌고, 130㎞/h대 초반의 변화구로 타이밍을 뺏었다. 완벽투를 선보인 고효준은 이날 경기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고효준이 시범경기 승리투수가 된 건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1983년 2월생인 고효준은 2023시즌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투수들 중에서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선수다. 어느덧 은퇴를 바라볼 나이. 하지만 고효준은 멈출 생각이 없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피나는 노력으로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춘 그는 마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사실 고효준은 재작년 은퇴 위기에 빠진 적이 있다. 2020시즌 종료 뒤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고효준은 2021년 3월 1일에 LG 트윈스와 계약했지만, 그해 말 재계약에 실패하며 다시 무직 신세가 됐다. 당시 불혹을 앞에 둔 그의 미래는 불투명했고, 은퇴도 고려해볼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효준은 포기하지 않고 개인 훈련에 매진하며 현역 연장의 꿈을 이어갔다. 그리고 고효준은 이듬해 1월 입단테스트를 통해 친정팀에 복귀, 그해 45경기에서 1승 무패 7홀드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방출생 신분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던 고효준은 올해는 팀내 최고참 베테랑 투수로서 새 시즌을 맞이한다. 연봉도 4000만원에서 2배 이상 인상된 8500만원에 재계약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고효준은 자신을 더 채찍질하며 더 완벽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불혹의 나이에도 145㎞/h의 빠른 공을 던졌고, 5경기 동안 16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사사구 없이 11명을 삼진 처리하는 노련미를 선보이며 시범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새 시즌 활약이 기대가 되는 성적이다. 고효준이 2023시즌 SSG의 마운드를 밟는다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프로 22년차 시즌을 맞는 고효준은 투수로 21년을 뛴 송진우(57·전 한화)와 류택현(52·전 LG) 김원형(51·전 SSG)의 기록을 뛰어넘는다. KBO 연감에 새겨지지는 않는 기록이지만 꾸준함의 대명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들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페이스라면 진기록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윤승재 기자 yogiyoon@edaily.co.kr 2023.03.30 11:02
프로야구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박병호는 왜 누워서 타격할까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앞서 설명한 대로 타격의 ‘벽’을 세워도 인사이드 피치를 공략하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몸쪽 깊이 박히는 빠른 공이라면 타자가 대응하기 정말 어렵다.패스트볼은 0.4초 만에 홈플레이트를 통과한다. 공이 어느 코스를 향하든 그 시간은 같겠지만, 타자는 다르게 느낀다. 내 경험으로는 바깥쪽 공이 0.4초 만에 날아온다면, 몸쪽 공은 그 절반인 0.2초 만에 지나가는 느낌이다. 아마도 타자 눈에 가까워서, 사구에 대한 공포감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정확하게 던진 인사이드 피치가 위력적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타자들의 핫 앤드 콜드존(hot & cold zone)을 보면 몸쪽 공 타율이 3할 이상인 경우는 거의 없다. 강타자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어려워도 몸쪽 공에 대응해야 한다그래도 타자는 어떻게든 인사이드 피치를 받아쳐야 한다. 몸쪽 공 타율이 2할 5푼이라도 되어야 한다. 또 가끔 홈런도 나와야 한다. 타자가 몸쪽 공에 속수무책이라면 투수는 그 코스로만 공을 던질 것이다.몸쪽 공은 타자에게 가장 어려운 코스다. 이론적으로 몇 가지 해법이 있다. 가장 쉬운 게 타자가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이 타자로부터 너무 멀어진다. 아웃사이드 피치를 사실상 포기하는 셈이다.두 번째는 오픈 스탠스(open stance)다. 오른손 타자의 경우 앞발(왼발)을 유격수나 3루수 방향으로 향하게(몸 중심에서 뒤로 빼는)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타석에서 물러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오픈 스탠스를 한다고 해도 뒷발(오른발)은 홈플레이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다. 두 다리가 모두 뒤로 빠지는 것보다는 낫지만, 오픈 스탠스를 해도 바깥쪽 공이 타자에게 불편한 건 사실이다.극단적인 오픈 스탠스는 타격 코치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클로즈드 스탠스(closed stance)도 정석은 아니다. 이는 타자가 앞발을 닫아 2루수 쪽을 향하게 하는 자세다. 이 스탠스로는 바깥쪽 공 대처가 수월해지지만, 몸쪽 공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타자가 앞발을 투수 방향으로 뻗어야 몸쪽과 바깥쪽을 다 공략할 수 있다. 또 체중 이동을 통한 추진력을 극대화하기에도 편하다. 테드 윌리엄스는 『타격의 과학』을 통해 “조 디마지오, 스탠 뮤지얼 등 내가 30년 동안 보아온 좋은 타자들의 90%는 공을 향해 똑바로 다리를 뻗었다. 그들의 스트라이드는 투수(투구 궤적)로부터 절대 10도 이상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나도 윌리엄스의 말에 대체로 동의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스탠스를 그리 중요하기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 연재에서 설명한 지안카를로 스탠튼처럼 오픈 스탠스로도 바깥쪽 공을 잘 치는 타자도 있다. 자기 스타일대로 타격하면 된다.가운데 공을 칠 때처럼 몸쪽 공을 때리면 정타를 만들기 쉽지 않다. 배트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 아닌 손잡이 부위에 맞기 십상이다. 이런 경우 배트가 부러질 수 있고, 손에 큰 충격이 전달돼 다음 타격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나는 몸쪽 공을 치기 위해 힙턴을 이용했다. 두 팔꿈치를 상체에 최대한 붙인 채 몸을 회전하는 것이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라운드 1위 결정전에서 일본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로부터 결승타를 쳤을 때의 스윙이 그렇게 이뤄졌다.인사이드 피치를 공략할 때 배팅 타이밍이 늦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순간적으로 허리를 뒤로 젖히며 스윙했다. 상체가 뒤로 가면서, 늦은 히팅 포인트를 만회한다. 배꼽 근처에서 형성될 히팅 포인트가 앞발 근처로 바뀌는 것이다.타자가 상체를 젖히면 힙턴의 회전축이 달라지는 효과도 있다. 보통의 경우 타자 허리의 회전축은 지면과 수평인 0도에 가깝다. 몸쪽 빠른 공(특히 높은 코스)을 공략할 때 순간적으로 오른 다리를 굽히고 허리를 젖히면 몸통의 회전축이 20~30도가 된다. 이렇게 되면 콘택트 존이 좁아지는 어려움이 있다. 대신 임팩트가 정확하다면 레벨 스윙을 해도 타구가 자연스럽게 뜨는 효과를 얻는다. 난 2012년 전후로 그런 타격을 했다. 그걸 보고 박병호 선수가 “어떻게 하면 그 스윙을 할 수 있느냐”고 여러 번 물어봤다. 난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해줬다. 이후 박병호 선수는 자기에게 맞는 스윙을 더 발전시켰다.박병호 선수는 전성기 시절 나보다 허리를 더 많이 젖혔다. 때로는 거의 누워서 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박병호가 시즌 50홈런 이상을 때린 2014~2015년 그런 스윙이 특히 많이 나왔다. 나보다 더 좋은 장타자가 된 것이다. 박병호 선수는 타격에 대해 고민하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묻는 자세가 남달랐다. 게다가 자신에게 맞게 응용도 잘해냈다. 정말 좋은 타자다. 공포가 다가오면 은퇴도 가까워진다몸쪽 공 타격은 고급 기술이다. 내 스윙도 처음부터 목표 지점이 있었던 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든 스윙이다. 이 타격에는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순발력이 따라줘야 한다.내가 30대 중반 나이가 되자 그런 스윙을 더는 하기 어려워졌다. 순발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체력 저하다. 몸을 뒤로 젖히며 스윙하면 엄청난 허릿심이 필요하다. 젊을 땐 힘이 있어 가능했지만, 나중에는 그게 안 됐다. 예전 같으면 홈런이 될 타구가 외야수에게 잡혔다.몸쪽 공 공략이 내 약점이 됐을 때, 그리고 내가 인사이드 피치를 의식했을 때 은퇴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투구가 점점 무서워지는 거다. 2017년 8월 1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전경기였다. 나는 2회 투런 홈런을 때렸다. 스윙이 끝나는 순간 옆구리(복사근)에 통증을 느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내 상태를 말했더니 트레이너는 “경기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난 “아니야. 살살 쳐 볼게”라며 5회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결국 스윙하다가 근육이 더 크게 찢어졌다.처음 통증을 느꼈을 때 교체됐다면 부상이 커지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괜히 무리했다가 일이 더 커졌다. 재활 치료 후 복귀까지 41일이나 걸렸다. 게다가 당시 타격감이 상당히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미련한 짓이었다.복귀 후에도 트라우마가 남았다. 옆구리 근육이 한 번 찢어지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난 힙턴을 강하게 하는 스타일인데 그러다 또 다칠 것 같았다. 조금만 피곤해도 옆구리가 아픈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내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타격 폼이 조금씩 무너졌다. 부상 다음 시즌부터도 2년 동안 타율 3할을 기록하긴 했다. 그러나 내 스윙은 무뎌졌다. 홈런이 2018년 10개, 2019년 6개로 줄었다. 몸쪽 공에 대처할 몸도, 스윙도 아니었던 거다. 인사이드 피치에 공포감을 느끼자 난 은퇴를 결정했다.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2023.02.09 07:0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