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우영우’ 강태오 “이준호 役, 왜 폭스라고 하는지 몰라…의도 없었다” [일문일답]
“섭섭하네요”. 짧은 한 마디로 대한민국 여심에게 미안함이 들게 했고, 훈훈한 외모와 섬세한 연기력으로 현실에는 없는 ‘유니콘남’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여심 대통합을 이뤄낸 배우 강태오가 입대를 앞두고 있다는 게 기사를 작성하는 내내 몹시 섭섭할 따름이다. 강태오는 변방의 케이블 채널의 인지도를 일으키고, 글로벌 OTT의 세계 시청 시간까지 단숨에 장악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에서 훈훈한 외모와 다정한 성격을 갖춘 법무법인 한바다의 송무팀 직원이자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박은빈 분)를 아껴주는 이준호를 연기했다. 여자들이 설렐만한 포인트를 모두 가진 이준호가 우영우에게 스며드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발했다. 이에 강태오는 5주 연속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위에 오르는 등 역대급 인기를 구가 중이다. -종영 소감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사랑해줘서 감사하다. 올해 중에 나에게 가장 빠른 8주였다. 매주 수, 목요일 밤이 기다려졌고, 내가 출연했지만, 또 시청자의 입장에서 너무 재미있게 봤다.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이 여운을 오래 간직해줬으면 한다.” -처음 대본 받았을 때 어땠나. “너무 재미있었다. 후루룩 읽었고 마지막에 사건이 해결될 때마다 느껴지는 짜릿함과 소소한 행복감이 너무 좋았다. 훌륭한 연출자를 만나 이 작품이 탄생하면 얼마나 멋진 작품이 될까 싶어 너무 하고 싶었다.” -이준호는 감정 표현이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다. 연기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미묘한 감정이 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고, 표현력의 강도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졌다. ‘섭섭한데요’도 여러 번 촬영했다. 그런데 테이크마다 다르게 표현되더라. (감정을) 조절하는 게 많이 고민됐다. 그리고 준호는 찰나의 순간에 여러 개의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가 많았다. 영우를 걱정하면서도 질투도 하고, 또 귀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걸 감독님이 많이 요구해 촬영하면서 맞춰나갔다.” -메이킹에서 유인식 감독이 강태오가 자기 검열을 한다고 하던데 연기할 때 완벽주의가 있나. “맞는 거 같기도 하다. 완벽주의자라기보다는 자기 객관화를 하려 한다. 스스로에게 당근보다 채찍을 주는 스타일이다. 당근을 주다 보면 스스로 너그러워질 것 같고 나중에 힘든 일이 있을 때 ‘이 정도 했잖아?’라며 자기합리화할 것 같아 웬만하면 채찍질하려 한다.” -만족스러웠던 장면이 있나. “첫 입맞춤 후 두 번째 입맞춤하기 직전에 설명해주는 장면이다. 걱정도 고민도 많이 했던 장면이었다. 대사에 대한 부담감이 커서 ‘어떻게 소화해야 하지?’ 싶었다. 대본을 보면서도 확신이 안 서서 현장에서 상황을 보고 분위기를 느끼면서 하자는 생각이었다. 의도한 대로 한 게 아니고 촬영하면서 느끼는 대로 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 잘 표현된 거 같아 좋았다.” -박은빈과의 멜로 호흡은 어땠나. “연기하는 데 있어 박은빈이 피드백을 명확하게 말해준다. ‘그 대사, 그 눈빛이 내가 우영우로서 진심이 와 닿았어’, ‘좀 느끼했어’ 같이 말이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장면을 풍성하게 만들어 나갔다.” -우영우와 회전문을 통과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촬영 에피소드가 있나. “회전문이 생각보다 무섭다. 타이밍 맞게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박은빈과 박자를 맞추는 게 생각보다 힘들어서 NG를 많이 냈다. 백조가 물 위에서는 우아해 보이지만, 아래에서는 열심히 헤엄치지 않냐. 나도 박은빈과 발이 막 부딪히고 회전문 센서에도 걸려서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장면을 위해 다양한 컷으로 많은 시간을 촬영했고 덕분에 아름답게 잘 나온 것 같다.” -이준호에게 ‘폭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이유를 추측해본다면. “폭스라는 것은 (준호가) 여우 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이지 않냐. 아니다. 준호는진심을 다한 거고 느껴지는 감정 그대로를 표현한 것인데 왜 폭스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 -‘폭스’, ‘유죄인간’ 등의 별명이 붙었다. 그런 느낌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나. “댓글이나 반응을 안 본다. 만약 ‘섭섭한데요’에 대한 반응을 일찍 접했다면, 이후 촬영에서 나도 모르게 의식하고 더 힘이 들어갔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쿨할 줄 알았는데 막상 안 좋은 댓글을 보면 상처를 받더라. 그래서 애초에 댓글이나 반응을 일부러 안 본다.” -‘우영우’를 하면서 자폐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정보나 새로운 시각이 있나. “오히려 새로운 시각이나 조심해야 한다는 시선을 버리려 했다. 준호가 영우의 매력과 변호사로서의 멋진 모습을 존경했기 때문에 나 역시 그런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공부하지 않았고 영우라는 캐릭터를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우영우’ 속 이준호는 어떤 메시지를 남겼다고 생각하나. “준호는 영우가 회전문을 못 들어가고 힘들어할 때 옆문을 열어주는 대신 같이 부딪혀서 새롭게 나갈 방법을 공유하지 않나. 그렇게 해석하다 보니 이 부분이 준호가 메시지를 남길만한 포인트라고 생각했고 마음에 와 닿았다.” -‘우영우’를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역할들은 상대적으로 강했다. 준호는 그렇지 않아 표현하는 데 있어 수월하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 있어 디테일을 연구했고, 리액션이 많다 보니 연기에 대한 연기의 리액션이 무엇인지 알게 돼 더 큰 발돋움이 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보는 사람이 많아졌으니 똑바로 하라는 경각심을 안겨주는 작품이 된 것 같다.” -데뷔 10년 차에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많은 사람이 챙겨봐 주면서 옛날 영상도 올라오더라. 빛을 발했던 작품이든 잘 안됐던 작품이든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좋았겠다는 소망이 있었다. 이렇게 내 필모그래피를 확인해주고 다시 꺼내봐 주고 홍보해주는 걸 보고 내 10년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너무 감사하다. 이번을 기점으로, 또 군대를 다녀와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마저도 뼈와 살이 될 수 있으니 항상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2.08.22 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