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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X설경구X변요한 케미 '짱'!" '자산어보', '동주'와 다른 흑백의 감동[종합]
이준익 감독, 배우 설경구, 변요한이 '자산어보'를 통해 새로운 케미를 빚어낸다. 25일 '자산어보'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사도' '동주' '박열' 등의 작품으로 역사 속 인물을 새롭게 조명해온 이준익 감독의 열네 번째 작품이다. 역사 영화를 많이 만들어온 이준익 감독은 자신을 '역사 덕후'로 소개했다. "역사를 많이 모른다. 근데 역사를 잘 아는 줄 아신다. 잘 모르는데 역사 영화를 많이 찍는 거다"라며 "잘 모르는 것에 대한 태도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알지 않을래'이고, 다른 하나는 '조금만 더 알아보자'다. 거기에 푹 빠져서 못 나온다. 그렇게 영화까지 찍어버린다"며 웃었다. 이어 '자산어보'가 시작된 계기에 대해 "5년 전 쯤 동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다가, 왜 이름을 동학이라고 지었는지 궁금했다. 그 반대편에 서학이 있더라. 그렇게 따라가다보니 훌륭한 인물이 많았는데, 정약전이라는 인물에 꽂혔다. 제가 보고 싶어서 찍은 영화다"라고 설명했다. '동주'에 이어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 또한 흑백으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동주'와는 다른 흑백 영화라고. 이에 "'동주'를 흑백으로 시도했다. 성과가 잘 나와서 자신감이 생겼다. '자산어보'는 '동주'와는 정반대의 흑백이다. '동주'는 백보다는 흑이 더 차지하는 영화다. 반면 '자산어보'에는 자연이 있고 하늘과 바다, 사람과의 관계가 있다. 흑보다 백이 더 크다"고 했다. 이 감독은 "어렸을 때 흑백 서부영화를 봤다. 그 잔상이 너무 강렬하다. '서부영화'는 1800년대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1800년대를 흑백으로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설경구는 '자산어보'를 통해 첫 사극에 도전한다. 그러나 수염을 붙이고 상투를 튼 그의 모습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잘 어울린다. 그가 맡은 정약전 캐릭터는 유배지 흑산도에서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호기심 많은 학자로, 성리학 사상을 고수하는 다른 양반들과 달리 열린 사상을 지닌 인물이다. 민중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어류학서를 집필하기 위해 글 공부를 좋아하는 청년 어부 창대에게 서로가 가진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는 정약전은 여타 사극에서 표현되는 학자 캐릭터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경구는 "몇 년 전에 영화제에서 이준익 감독님과 만났다. 무턱대고 '시나리오 줘요!'라고 했다. 며칠 후에 시나리오가 왔다. 그게 '자산어보'였다"며 "처음엔 약간 떨어져서 봤더니 빠지게 되더라. 두번째 봤을 땐 눈물이 핑 돌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와닿았다. 따뜻하면서도 아프고 여운이 길었다.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강한 여운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전에도 사극 출연 제안은 받았는데 용기가 안 났다. 나이 들어 첫 사극을 이준익 감독님과 한다. 흑백이라는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됐다. 한 번의 결정으로 여러 가지를 한다"며 이준익 감독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변요한은 처음 이준익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바다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글 공부에 몰두하는 청년 어부 창대 역을 맡았다. 창대는 나라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백성을 위한 길이라 믿으며,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글 공부를 더욱 중시하는 인물이다. 유배지 흑산도에 도착한 사학죄인인 정약전을 멀리하려는 고지식한 면모를 보이던 창대는 결국 서로가 가진 지식을 나누자는 정약전의 제안을 따르게 되면서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성장해나간다. "감독님과 같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 정약전 역할이 설경구 선배라는 이야기를 듣고 좋았다"는 변요한은 "시나리오를 봤는데, 처음엔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매일 울었다"며 웃었다. 이런 변요한을 향해 이준익 감독은 "이 친구가 과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감정이 꽉 차다 못해 터진 것 같다. 그게 영화에 담겼다"고 전했다. 또, 변요한은 "배경이 전라도이다보니 사투리를 구사해야했다. 어부이니 여러가지도 알아야했다. 준비를 하다보니 '이건 중요하지 않다. 창대의 마음을 알자'는 생각이 들었다. 창대의 시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생각했다. 설경구 선배, 많은 배우와 호흡하며 다 놓아버리고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즐겁게 촬영했다"고 했다. 이준익 감독과 설경구, 변요한. 세 사람은 두달 간 섬에서 함께 생활하며 만들어진 케미스트리를 '자산어보'에 잘 녹여냈다고. 변요한은 "작품이 끝나고 나서 행복하고 좋았다. 밖에다 소문을 많이 냈다. '설경구 선배, 이준익 감독, '자산어보' 짱이다'라고. 눈높이를 잘 맞춰서 잘했다. 후배로서 정말 '놀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또한, 변요한에 대해 설경구는 "섬에서 두달 간 있었다. 호흡이 안 맞으려야 안 맞을 수가 없었다. 촬영장에서만 만나는 게 아니라 안에서 계속 같이 있었다. 촬영이 끝난 후에도 벗으로서 '찐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이준익 감독의 흑백 역사 영화의 진가가 설경구, 변요한을 만나 빛을 볼 수 있을까. '자산어보'는 3월 31일 개봉한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2021.02.25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