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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질주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원천은 장르와 계절의 조합
1위까진 예상 못했다.지난 8일 개봉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티켓 파워가 생각보다 세다. 개봉 당일 단숨에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꿰찬 이후 줄곧 이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6만3231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 91만5140명을 기록해 100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줄기세포 스캔들을 다룬 '제보자'와 차태현 특유의 코믹함이 두드러진 '슬로우 비디오'를 제친 결과. 두 작품에 비해 개봉 당시 주목도는 떨어졌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무섭게 치고나가고 있다.▶가을 극장가 분위기를 타다전문가들은 '장르'에서 이득을 봤다고 말한다. 영화평론가 윤성은은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이 지나가고 가을은 멜로의 계절이다. 장르가 한 번 바뀔 때가 됐다"며 "결혼 시즌이기도 해서 봄과 가을에는 블록버스터보다 이런 작품(로맨틱 코미디)이 크게 사랑을 받는다"고 말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 경쟁작인 '드라큘라:전설의 시작'(액션·판타지), '제보자'(드라마), '슬로우 비디오'(드라마), '메이즈러너'(액션·미스터리·SF), '애나벨'(공포) 등과의 경쟁에서 차별화가 있는 셈이다.영화평론가 민병선은 "가을은 멜로의 계절이다. 멜로가 가끔 무거울 수 있는데 이 자리를 로맨틱 코미디가 대신하기도 한다. 낙엽이 지고, 단풍이 들고 이럴 때 사람의 마음이 허해진다. 그럴 때 전략적으로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잘 먹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롱런 가능성은 반반'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우리나라 로맨틱 코미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1990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당시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박중훈과 故 최진실이 평범한 신혼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사랑스럽게 담아내 서울에서만 약 20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이번 작품에서 신민아는 故 최진실, 조정석이 박중훈 역을 맛깔스럽게 해냈다. 두 사람은 원작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집들이와 중국집 에피소드를 실감나게 재연했다. 원작에 나왔던 윤문식과 전무송도 출연해 깊이를 더한다. 영화평론가 윤성은은 "원작이 너무 탄탄하고 나이 많으신 분들이 작품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며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세월이 흘러도 관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거 같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배우들의 조합(신민아·조정석)도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그렇다면 장기 흥행은 가능할까. 가능성은 반반이다. 윤성은은 "기대작 '카트'는 11월 중순(13일) 개봉이어서 아직 한 달 정도 시간이 남아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폭발적인 흥행을 할 거 같진 않지만 경쟁작이 없다면 2~3주 정도는 더 끌고 갈 수 있이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손익분기점은 약 130만 명이다. 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2014.10.16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