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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농구 천재는 아니었지만 우승 천재였던 '모비스의 심장'

“울산행 기차에서 박지훈 등 옛동료들을 만났는데 ‘대박 신기’했다. 사인 받을 뻔했다.” 11일 수서역에서 SRT를 타고 울산에 왔다는 양동근(39)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날 은퇴식을 위해 프로농구 현대모비스-원주 DB전이 열린 울산동천체육관으로 향했다. 용인에 숙소가 있는 현대모비스 선수들이 동탄역에서 탑승해, 이날 우연한 만남을 이뤄졌다. 양동근은 4월에 은퇴를 발표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7개월 만에 은퇴식을 치렀다. 양동근은 2004년부터 17시즌간 현대모비스에서만 뛰며 6차례 우승을 이끈 ‘모비스 심장’이다. 무관중 경기라서 팬 없는 은퇴식이었지만, 현대모비스 모든 선수들이 유니폼에 ‘양동근’ 이름을 달고 뛰었다. 구단이 KBL에 사전 양해를 구했다. 양동근은 3쿼터에 TV 객원해설로 나섰다. “은퇴한지 너무 오래됐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젊은 선수들과 경쟁이 안된다고 생각해 은퇴했다. 난 할 만큼 했다. 동료들이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어준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했다. 경기 후 그가 줄곧 달고 뛴 ‘6번’ 영구결번식이 열렸다. 현대모비스에서는 전신 기아를 포함해 김유택, 우지원에 이어 세번째 영구결번이다. 양동근이 코트에 등장하자 ‘골목길’이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양동근의 테마송인 동명이인 가수 양동근의 노래다. 아내 김정미씨가 “등번호 6번을 달고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이제는 더 넓은 코트 밖에서 하고 싶은걸 마음껏 펼치길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읽자, 양동근은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양동근은 “가족이 ‘고생했다’고 말해주면 눈물이 난다. 코로나 때문에 팬들과 함께 못했지만, 그 마음을 다 받아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허재는 2004년 은퇴경기를 치렀지만, 양동근은 은퇴식만 가졌다. 양동근은 “제가 은퇴 경기까지 치를 선수는 아니지 않나”라며 특유의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이상범 DB 감독은 “한국에 농구 잘하는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많았지만, 양동근처럼 한팀에서 6번이나 우승을 이끈 선수는 없었다. 김주성(DB 코치)도 대단한 선수지만, 양동근이 더 위대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용산고 시절 키 1m68㎝(현 1m81㎝)였던 양동근은 이상민·김승현처럼 천부적인 재능은 부족했다. 왼손 엄지를 쓰던 슛폼을 프로에서 교정했다. 고시생처럼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의 지적사항을 방 벽면에 덕지덕지 붙이고 암기했다. 2005년 크리스 윌리엄스와 함께 뛰며 농구에 눈을 떴다. 윌리엄스는 2017년 심장 이상으로 세상을 떠났다. 양동근은 “오늘 같은 날, 영상으로라도 축하를 받았다면 좋았을텐데, 더 생각난다”고 했다. 유 감독은 “동근이가 코로나 여파로 미국 농구연수를 못가다가, 이제라도 가서 다행이다. 훌륭한 지도자가 될 지는 모르겠으나, 성실함이 있으니 절반은 깔고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은퇴 후 7㎏가 쪘다는 양동근은 휠체어에 탄 아들 진서(11), 딸 지원(9), 아내, 부모님과 함께 왔다. 그는 “클럽에서 농구하는 아들이 발목에 뼛조각이 있어 수술을 받았다. 딸이 골프를 배우기 시작해, 나도 배운다. 이달 20일에 워싱턴으로 간다. 현지에서 영어공부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NBA가 개막하면 보고 싶고, 유소년과 대학농구도 보고 싶다.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라고 했다. ‘등번호 6번이라 6회 우승하고 은퇴한거 아니냐’는 질문에 양동근은 “그럴줄 알았으면 10번 달았지. 한 16번, 17번 달걸 그랬어요”라며 웃었다. 울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0.10.11 17:36
스포츠일반

'만수'와 현대모비스가 만들어갈 19년의 동행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두 번 가까이 변할 시간 동안 굳건히 한 팀의 사령탑 자리를 지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만수' 유재학(57)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의 3년 재계약 소식이 주목받는 이유다. 현대모비스는 21일 프로농구 최장수 사령탑인 유 감독과 2023년 5월 31일까지 재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연봉 등 계약 세부 내용은 상호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로써 3년 더 현대모비스 지휘봉을 잡게 된 유 감독은 계약 기간을 무사히 소화할 경우 한 팀에서만 19시즌(만19년 2개월)을 보내는 진귀한 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야구와 축구, 배구, 농구 등 국내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도 단일팀 최장기간 재임 기록이다. ◈'만수'라 불리는 사나이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비정한 프로 무대에선 흔히 감독들을 '파리 목숨 신세'라고 표현한다. 성적이 부진하면 아무리 이름값 높은 감독이라도 오래 버틸 수 없는 게 프로 무대다. 이런 냉혹한 환경 속에서, 한 팀에서만 20년 가까이 지휘봉을 잡게 된 유 감독의 존재감은 뚜렷할 수밖에 없다. 선수 시절 천재 포인트가드로 이름을 날렸던 유 감독이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건 1993년이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선수로선 이른 나이인 28세에 은퇴하고 일찌감치 지도자 코스를 밟았는데, 1993년부터 모교 연세대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가 1997년 새로 창단된 대우증권(현 전자랜드)에서 코치를 거쳐 감독으로 승격됐다. 그가 프로농구 사령탑에 데뷔한 건 1998~1999시즌, 당시 유 감독의 나이는 만 35세로 프로농구 역대 최연소 사령탑 기록을 세웠다. 이후 모기업이 계속 바뀌면서 신세기 빅스, SK 빅스, 전자랜드로 팀이 변하는 과정 속에서도 감독 자리를 지켰던 유 감독이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와 인연을 맺은 건 2004년 3월이었다. 그 때부터 '만수'의 자리는 한결같이 현대모비스였다. 2004년 부임해 2019~2020시즌까지 16시즌 동안 현대모비스를 이끌면서 유 감독이 거둔 업적은 눈부시다. 정규리그 6회 우승, 챔피언결정전 6회 우승에 감독상도 5번이나 수상했다. 지휘봉을 잡은 뒤 정규리그 통산 성적은 662승(487패). KBL 역대 최다승 기록이자 최초로 600승을 돌파한 사령탑이 바로 유 감독이다. 만 가지 수라는 뜻의 '만수'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이처럼 유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명장으로 '모비스 전성시대'의 씨를 뿌리고 일궈냈다. 프로팀은 물론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다. 단순히 성적만으로 '명장' 소리를 듣는 건 아니다. 지략이 풍부하고 경기를 읽는 눈이 탁월한 유 감독은 선수들을 키워내는데도 일가견이 있다. 얼마 전 은퇴한 현대모비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양동근(39)이 대표적이다. 최초의 한양대 출신 전체 1순위 드래프티가 된 양동근은 유 감독 밑에서 자신의 장점인 성실함을 인정받으며 리그 최고 선수로 우뚝 섰고, 역대 최다 챔피언 반지(6개)를 가지고 은퇴했다. 여전히 현대모비스의 주축인 함지훈(36)을 비롯해, 팀을 떠난 선수들 중에도 김효범(37) 김시래(31·LG) 이대성(30·KCC) 등도 그의 안목을 증명한다. 양동근은 은퇴 기자회견 자리에서 "내가 이 자리 있기까지 만들어주신 분"이라며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4대 프로스포츠 최장수 감독은? 그동안 4대 프로스포츠 최장수 감독은 프로야구 김응용(79) 전 감독이었다. 김 전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에서 1982년 11월부터 2000년 10월까지 만 17년 11개월 동안 팀을 이끌며 최장수 사령탑으로 한국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감독 데뷔 첫 해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또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하는 등 무려 9번이나 해태에 우승을 안기면서 '장기집권'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프로축구의 경우는 전북 현대의 '1강' 체제를 굳힌 최강희(61) 감독이 단일 팀에서 가장 오래 지휘봉을 잡은 사령탑으로 꼽힌다. 최 감독은 2005년 7월 전북에 부임해 2018년 12월까지 팀을 이끌고 중국 슈퍼리그 무대로 떠났다. 그러나 최 감독의 경우 2012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약 1년 5개월 간 국가대표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팀을 떠나있었던 만큼, 이 기간을 빼면 약 12년 동안 전북을 이끈 셈이 된다. 프로배구에선 신치용(65) 진천선수촌장을 꼽을 수 있다. 1995년 11월 삼성화재 창단 때부터 감독을 맡은 신 촌장은 2005년 프로배구가 출범한 후에도 사령탑 자리를 지키며 삼성화재의 우승 신화를 썼다. 신 촌장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2015년 5월까지 약 19년 6개월간 삼성화재를 이끈 셈이다. 실업팀 시절을 빼고 프로배구 출범 이후만 따지더라도 10년 5개월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4.23 06:01
스포츠일반

이별의 순간에도 마스크 쓰고, 코로나19가 불러온 풍경

어느새 발생 4개월 째 접어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코로나19 예방 수칙이 각종 시설과 대중교통에 빠짐없이 안내되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볼 수 있다. 프로스포츠가 모두 중단됐고 겨울 실내 스포츠의 양대산맥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모두 시즌을 조기 종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스포츠 현장은 멈췄지만, 그 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프로농구(KBL)를 대표하는 스타 양동근(39)은 지난달 31일 현역 은퇴를 선언하고 하루 뒤인 1일 서울 서초구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2004년 데뷔 후 17년 동안 한 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프로농구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선수의 은퇴 기자회견이기에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양동근의 가족은 물론이고 소속팀인 울산 현대모비스의 박병훈 단장과 유재학 감독, 그리고 동료이자 후배인 조성민, 함지훈도 참석했다. 입구에는 그에게 증정할 꽃다발이 쌓여있었다. 달라진 건 참석한 모든 이가 빠짐없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장을 갖춰 입고 기자회견장을 찾은 선수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양동근에게 꽃다발을 건넸고, 유재학 감독도 마스크를 쓴 채 유니폼을 벗는 제자의 등을 두드려줬다. 양동근 역시 마스크를 쓰고 나온 채 자리에 앉았다가, 기자회견을 위해 벗고는 이 점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마스크를 벗은 상태에서 포토타임이 진행되자 마스크를 다시 써야하냐고 묻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된 뒤 양동근의 첫 마디도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든 시기에 은퇴를 발표하게 돼 죄송스럽다"였고, 취재진의 질문도 마스크 너머로 오갔다. 그보다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프로축구 K리그 대표자 회의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무기한 연기된 K리그 개막 시점과 리그 운영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K리그1 12개 구단 대표자들은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회의실에 들어섰다. 개막을 목전에 두고 준비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된 답답한 상황 속에서 만난 이들은 악수 대신 자연스럽게 서로 주먹을 맞댔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권장하는 '주먹인사'였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좌석 간 거리도 충분히 유지했다. 낯설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식이 만들어낸 풍경이었다. 또 달라진 풍경 하나는 시상식이다. 매년 시즌이 끝난 뒤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와 지도자를 격려하는 자리였던 시상식은 사실상 한 시즌의 끝을 알리는 행사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시상식 풍경도 달라졌다. 여자프로농구(WKBL)는 온라인으로 기자단 투표를 받은 뒤 발표도 보도자료를 통해 진행했고, 선수들의 수상 소감 역시 서면으로 대체하며 철저하게 안전 제일을 추구했다. KBL 역시 주요 부문 시상은 진행하나 별도의 시상식 행사는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프로배구연맹(KOVO)은 9일 시상식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팬과 취재진의 입장 없이 관계자끼리 모여 약식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4.03 06:00
스포츠일반

만인의 롤모델, 양동근은 KBL의 올 타임 레전드였다

"누구나 다 (양)동근이 형을 꿈꾸겠죠. 형처럼 되고 싶은, 롤모델이요." 2018~201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가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제패하며 통산 다섯 번째 통합우승을 일궈낸 뒤, 당시 현대모비스 소속이었던 이대성(30·전주 KCC)을 만났을 때 그가 했던 말이다.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던 자리에서 나온 말이라 양동근(39)은 조금 멋쩍은 기색으로 웃었으나, 이대성의 말을 부정할 선수는 아마 없을 것이다. 모두의 롤모델이자 한국프로농구(KBL) 올 타임 레전드인 양동근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양동근의 소속팀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31일, "양동근이 2019~2020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2004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17년 만에 전하는 은퇴 소식이었다. 현대모비스는 "리그 조기 종료 이후 구단 및 코칭스태프와 회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라며 "약 1년간 코치 연수를 거쳐 지도자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불혹에 은퇴해도 아쉬운 건, 양동근이니까 어느덧 불혹, 보통 선수라면 은퇴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나이다. 그러나 양동근의 은퇴 소식을 들은 농구팬들은 "왜 벌써…"라며 말끝을 흐렸다. "너무 이른 결정", "아직 더 뛰기 충분해보인다"는 반응도 줄을 이었다. 하필이면 만우절을 하루 앞두고 들려온 소식이라, 팬들은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선수에게 은퇴가 너무 이르다는 평가는 쉽게 나오기 어렵다. 그만큼 양동근은 나이와 무관한 경기력으로 코트를 휘저었고, 올 시즌까지도 충분히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나이가 듦에 따라 은퇴를 결정하는 건 경기력 부진, 기량 저하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간혹 큰 부상으로 인해 은퇴하는 경우도 있지만, 2019~2020시즌 40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28분24초를 뛰며 10득점에 4.6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한 양동근의 성적을 보면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처럼 양동근은 화려함보다 성실함으로, 반짝임보다 꾸준함으로 더 높이 평가 받는 선수다. 한국 농구를 빛낸 농구 스타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KBL에서 양동근만큼 꾸준한 활약을 이어온 선수는 찾기 쉽지 않다. 기록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이자 팬들에게 두근거림을 주는 선수가 바로 양동근이었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 후 당시 외국인 선수였던 섀넌 쇼터(31)가 양동근을 두고 "KBL의 GOAT(Greatest of All Time)"라고 표현한 이유기도 하다. 그렇기에 양동근을 보내야 하는 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하필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리그가 조기 종료된 시즌이 그의 은퇴 시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앞서 은퇴한 또다른 KBL 레전드 김주성(41) 코치처럼 은퇴 선언 후 한 시즌이라도 더 뛰며 은퇴 투어를 하길 바라는 팬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모비스와 함께 한 양동근의 17년 2004년 드래프트 최대어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아, 당시 외국인 선수 임대 영입 과정에서 전주 KCC로부터 지명권을 넘겨 받은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에 입단한 뒤부터 지금까지 양동근은 늘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전체 1순위 드래프티라는 기대감 속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쉬지 않고 훈련에 매진하며 자신을 갈고 닦았다. 그런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KBL 정규리그 MVP 4회(2005~2006·2006~2007·2014~2015·2015~2016) 플레이오프 MVP 3회(2006~2007·2012~2013·2014~2015) 베스트5 9회(2005~2006시즌부터 상무 제외 9시즌 연속 수상) 등 수없이 많은 상을 휩쓸며 KBL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양동근의 역사는 곧 모비스의 역사와도 궤를 같이 한다. 2004년 '만수' 유재학(57) 감독이 돌아온 모비스는 양동근이라는 카드를 손에 쥐며 팀 재건에 성공했다.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고(故) 크리스 윌리엄스와 함께 2005~2006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2006~2007시즌, 2009~2010시즌, 2014~2015시즌, 2018~2019시즌 정상에 올랐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6번이나 우승 반지를 꼈다. 모비스를 '왕조'의 길로 이끈 최고의 스타인 셈이다. 17년 동안 오직 한 팀의 유니폼만 입고 뛴 선수. 양동근의 가치는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처럼, 양동근은 매 시즌 팀을 위해 헌신하고 수 차례 정상에 올려놨다. 팀의 주장으로서, 또 에이스로서 힘들어도 코트에서 1분이라도 더 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동료들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17년 동안 한 팀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이어온 그는 이제 유니폼을 벗고 현역에서 물러난다. 그러나 코트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현대모비스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해외 코치 연수를 통해 지도자라는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며 전폭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비스와 양동근의 동행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으며, 지도자로 돌아올 양동근의 모습을 코트에서 곧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관련기사 '조금 울고 싶었던' 양동근, 그가 말하는 '꿀잠' 같았던 17년 2020.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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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조금 울고 싶었던' 양동근, 그가 말하는 '꿀잠' 같았던 17년

"정말 길고 좋은 꿈이었다. 꿀잠이라도 잔 것처럼, 너무나 꿈같던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코트 위에서 보낸 긴 시간, '선수 인생'이라는 특별한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으러 나온 양동근(39)은 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현역 은퇴를 선언한 한국프로농구(KBL) 올 타임 레전드 양동근은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17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든 시기에 발표하게 돼 죄송스럽고 감사하다"고 말문을 연 양동근은 "항상 은퇴라는 단어를 마음에 두고 경기에 나섰다. 어제 오늘 열심히 뛴 것으로 만족하자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은퇴에 대한 아쉬움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웃었다. 또 "선수로서 코트에 설 수 없겠지만 제게 주신 응원과 사랑, 그리고 보고 배운 부분들을 많이 공부해서 다시 코트로 돌아오겠다"고 '지도자 양동근'의 복귀를 약속했다. 이날 양동근은 기자회견에 동석한 박병훈 현대모비스 단장과 유재학 감독, 그리고 함지훈, 조성민 등 동료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포옹을 나누면서도 자꾸 "울어도 되냐"고 물었다. 준비해 온 이별사를 품에서 꺼내면서도 "적어온 게 있는데 좀 울겠다, 죄송하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도 농담을 곁들여 가며 자신의 농구 인생을 처음부터 돌이키고, 고마운 이들의 이름을 불러나가던 양동근이 끝내 눈물을 보인 건 가족에게 감사의 말을 전할 때였다. 그는 "어릴 때 굉장히 말을 안들었다. 부모님 말씀도 안듣고 공부 안하고 학원도 안 가고 농구시켜 달라고 졸랐다"며 "부모님의 희생이 없었다면 저도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또 "시즌 중 아빠 역할까지 다 해준 우리 아내, 무득점을 하고 돌아와도 잘했다고 박수쳐 준 아들, 가족의 힘으로 마흔 살까지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원동력이었다"고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농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Sorry, Thank you 였던 것 같다. 패스를 잘하는 가드가 아니니까 알아서 움직이라고 했는데 이해해주고 믿어준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선수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 양동근은 "울산 팬들은 원정에서도 상대 홈팀 팬들보다 소리를 많이 질러주셨고, 홈에서는 그보다 더 큰 소리로 응원해주셨다. 그런 함성을 들을 수 있어 행복했고 앞으로도 그 함성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팬들의 마음을 달랬다. 다음은 양동근과 일문일답. Q. 선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첫 번째 통합우승 때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인 것 같다. 모든 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성적이 안 좋았던 시즌이던, 좋았던 시즌이던 제가 소속되어 뛰었기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고 아쉬웠던 적은 딱히 없다. 지금 이 순간이 오니까 모두 좋게 기억되고 모든 순간이 소중했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다. Q. 지금에 와서 다시 돌이켜본다면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에게 어떤 존재인지? 어렸을 때는 굉장히 냉정하시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냉정함보다 정이 정말 많으시다는 걸 느꼈다. 또 감독님은 꼭 우리가 못 본 걸 질문하신다. 아직 선수라서 그런지 세세한 것까지 잘 안 보이는데 감독님은 딱딱 짚어주셔서 그 부분을 다시 보게 된다. 그런 부분들을 잘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다. 내가 이 자리 있기까지 만들어주신 분이다. Q. 은퇴 결정 내린 이유?은퇴 생각은 매년 FA 때마다 했던 것이다. 올해 은퇴를 결정하게 됐지만 작년에 은퇴했더라도, 어차피 내 결정이기 때문에 나쁜 결정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른 팀 가드와 경쟁하고, 우리 팀 선수들과 경쟁해서 차지한 자리고 지금까지 해온 성과들로 뛰는 게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나도 힘들고 경쟁력이 떨어져 은퇴 결심을 내린 것이지, 특별히 큰 의미를 둔 건 아니다. Q. 자녀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경기가 있다면?우리 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나보다 더 많이 본다. NBA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경기보고 저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모든 경기가 다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Q. 가족들과 상의는?은퇴는 늘 달고 살았던 말이기 때문에 집에서는 더 많이 했다. 은퇴할까? 하고 밥 먹듯이 얘기했으니까.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결정 존중해줬고, 항상 준비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당황스러워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끝난 시즌이 아쉬울 뿐이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Q. 초·중·고, 대학교, 프로까지 많은 선수들과 상대해봤는데 마지막 한 경기 뛸 수 있다면 4명 누구랑 뛰고 싶나.답변 길어질 것 같은데…(웃음). 학창시절 때 같이 농구했던 선수들이랑 다시 한 번 뛰어보는 게 제일 재밌을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저도 못 뛰었으니까. 1번은 (김)도수다. 도수가 같이 초등학교 때부터, 저 때문에 농구를 시작했으니까. 초등학교 때 느낌을 갖고 도수를 뽑을 것이고. 대학교 때로 치면 (조)성민이. 여기 와있어서 뽑는 건 아니지만(웃음). 성민이는 항상 내 마음 속에 있는 동생이고, 크리스 윌리엄스도 뽑겠다. 그리고 (함)지훈이는… 너무 많이 뛰어봐서 지겨워서 빼겠다. (이)종현이는 부상 때문에 좀 시간이 필요했던 선수기 때문에 뛰고 싶다. 아예 12명 채울 걸 그랬다. Q. 앞으로 계획과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지?공부도 많이 하고 싶고, 또 쉬고 싶기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든 상황이라서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유재학 감독님이 어떻게 지도하고 선수를 어떻게 이해시켰는지, 그런 부분을 지금도 배우고 있다. 더 많이 배워야 하기 때문에 어떤 식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건 아직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저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에 대해?내가 최고라는 얘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그렇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웃음). 기사들 올라와서 보면 욕을 많이 하시더라. 나는 그런 얘기 한 적 없는데, 내색은 안하지만 속상하다. 선수들도 상처 많이 받으니 덜 미워해 주셨으면 좋겠다. 역대 최고… 최고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남들보다 열심히, 한 발 더 뛴 선수일 뿐이다. Q. 그렇다면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팬들에게는 '저 선수가 있을 때 믿음이 간다', '이기든 지든 저 선수가 한 번이라도 뛰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는 선수'라는 기억으로 남고 싶다. 또 선수들에게는 저 형, 저 동생, 저 친구랑 뛰었을 때가 참 좋았구나 그런 생각 갖게 하는 선수로 남는다면, 성공한 농구 인생이 아닐까 싶다. Q. 등번호 6번 영구결번 사연이나 의미? 신인 때 백넘버가 3번 6번 남았는데 (유재학)감독님이 말씀하셨다. 왜 안 정하냐고. 그래서 3번 6번 남아서 고민 중이라고 했더니 '6번 해' 그래서 '네'하고 정했다. 알고 보니까 감독님이 6번 달고 선수 생활을 하셨잖나. 겉으로는 말씀 안 하시지만 '그래서 6번 주셨구나' 하고 생각했다. Q. 은퇴 투어 꿈꿔본 적은 없나?그런 꿈은 많이 꾼다. 그런데 속으로 '아, 올해까지만 하고 관두겠다' 이런 생각을 항상 해오기도 했고, 은퇴 투어는 내가 받아야 할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그렇게까지 해야 할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은퇴를 정해 놓고 뛰는 시즌은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동기부여도 많이 안 생길 것 같더라. 그냥 꿈만 꿔봤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4.0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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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의 심장' 양동근, 올 시즌 끝으로 현역 은퇴

'모비스의 심장' 양동근(39)이 은퇴한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프로농구단(단장 박병훈)은 31일 "양동근이 2019~2020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양동근이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17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리그 조기 종료 이후 구단 및 코칭스태프와 회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라며 "약 1년간 코치 연수를 거쳐 지도자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양동근은 2004년 전체 1순위로 울산 모비스의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 데뷔 이후 17년 동안 한 구단에만 몸담았던 울산의 프랜차이즈 스타 양동근은 데뷔 첫 시즌부터 신인상과 수비5걸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경력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14시즌 동안 정규리그 MVP 4회, 챔피언전 MVP 3회, 시즌 베스트5 9회(2005~2006시즌부터 상무 제외 9시즌 연속 수상) 등의 무수한 수상으로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챔피언 반지 6개를 소유한 유일한 선수이며, 2014년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금메달의 주역이기도 하다. 양동근의 공식 은퇴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심각성을 고려해 2020~2021시즌 홈 개막전으로 미뤘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은퇴식과 함께 양동근을 상징하는 번호인 6번의 영구결번식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은퇴식 관련 세부 안내는 차기 시즌 개막 일정에 맞춰 공지할 예정이다. 한편 양동근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해외 코치 연수를 통해 지도자라는 새로운 목표에 도전한다. 구단은 이를 적극 지원해 레전드의 은퇴 후에도 행보를 함께한다는 계획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3.3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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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설움 털어낸 이정현, 정규리그 최고의 별 등극

KCC 이정현은 20일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국내선수 MVP를 차지했다.길었던 2인자 시절은 끝났다. '정규 리그 최고의 별'은 이정현(KCC)이었다.KBL은 20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 리그 시상식을 개최했다. 하루 전인 19일 최종전을 끝으로 팀당 54경기의 대장정을 마친 프로농구는 이날 시상식을 통해 정규 리그를 결산,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개인상의 수상자를 가렸다. 이정현은 이날 기자단 투표 109표 중 76표를 가져와 이대성·함지훈(이상 현대모비스·12표)을 제치고 시상식의 '꽃'인 국내 선수 MVP를 차지했다.보편적으로 국내 선수 MVP는 정규 리그 우승팀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올 시즌 독보적 활약을 펼친 이정현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정규 리그 51경기에 출전해 평균 33분2초를 소화해 내며 17.2득점 4.4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한 이정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MVP 후보 1순위였다. 특히 이정현은 올 시즌 한 경기에서 35득점씩 꽂아 넣으며 개인 통산 최다 득점 기록을 연달아 갈아 치웠을 정도로,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했다. 우승팀인 현대모비스의 함지훈·이대성 등이 MVP 대항마로 거론됐지만 이정현의 활약을 넘어서지 못했다.이정현은 2015~2016시즌 양동근 이후 3년 만에 정규 리그 우승팀 소속이 아닌 MVP 수상자가 됐다. 3년 전 양동근은 소속팀 현대모비스가 정규 리그를 2위로 마쳤음에도, 1위 팀 소속 전태풍(KCC)을 1표 차로 제치고 MVP에 오른 바 있다. 그동안 '무관'에 그쳤던 이정현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MVP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리그를 압도하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또 있다. 바로 라건아(현대모비스)다. 귀화 선수지만 규정상 외국인 선수로 분류된 라건아는 외국인 선수 MVP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올 시즌 정규 리그 50경기에 출전해 평균 31분 48초를 뛰며 24.7득점 14.2리바운드 2.8어시스트 1.6블록으로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다. 현대모비스가 개막 이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이 라건아라는 평가도 줄을 이었다. 시즌 내내 파괴력을 과시한 라건아는 92표를 받아 제임스 메이스(LG·9표)를 제치고 외국인 선수 MVP에 올랐다.올 시즌 최고 지도자에게 주어지는 감독상은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에게 돌아갔다. 개막을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 "3년을 쉬었더니 몸이 근질근질하다"며 '왕좌 복귀'를 선언, 기어코 현대모비스를 정규 리그 우승으로 이끈 유 감독은 이날 수상으로 감독상 통산 5회(2005~2006·2006~2007·2008~2009·2014~2015·2018~2019) 수상자가 됐다.선수 인생에서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상인 신인 선수상은 변준형(KGC인삼공사)의 몫이었다. 변준형은 올 시즌 29경기에 출전, 평균 19분 2초를 뛰며 8.3득점을 올렸다. 김승기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신인 선수로 많은 기회를 얻은 변준형은 데뷔전이었던 작년 12월 7일 LG와 경기서 14분 동안 8득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고, 그 이후 빠르게 프로 무대에 적응해 나가며 신인왕 후보 1순위로 손꼽혀 왔다. 시즌 종료를 앞두고 아쉽게 부상당해 30경기를 채우지 못했지만 변준형의 신인왕 수상에 장애물이 되진 않았다.올 시즌 최고 장면을 선정하는 '희명병원과 함께하는 Play of the Season'의 주인공은 마커스 킨(KCC)이었다. 킨은 지난 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경기 막판 승부처 때 정희재와 교체돼 코트를 밟았고, 경기 종료 버저와 함께 역전 3점슛을 터뜨리며 팀의 82-81 역전승을 이끌었다. 수비 5걸을 차지한 라건아(왼쪽부터), 박찬희, 최원혁, 양희종, 윤호영수비 5걸은 최우수 수비상을 수상한 박찬희(전자랜드)를 포함해 최원혁(SK) 양희종(KGC인삼공사) 윤호영(DB) 라건아(현대모비스)가 수상했다. 2년 연속 최우수 수비상을 수상한 박찬희는 "수비에는 팀 수비와 개인 수비가 있는데, 내가 부족한 점을 팀원들이 많이 도와줘서 이 상을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식스맨상은 김낙현(전자랜드)이, 기량발전상은 양홍석(kt)이 가져갔다.2년 만에 다시 게토레이 인기상을 탈환한 김종규(LG)는 '창원의 김종규' 노래에 맞춰 무대에서 멋쩍은 댄스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이성구 페어플레이상은 양동근(현대모비스)이 베스트 치어리더팀은 창원 LG세이커스 세이퀸이 선정됐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사진=양광삼 기자 2019.03.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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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개막…'현대모비스 천하' 선포할까

프로농구가 1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2018~2019 SKT 5GX 공식 개막전인 서울 SK와 원주 DB의 대결을 시작으로 6개월간 대장정에 들어간다.올 시즌 최대 화두는 '명가' 울산 현대모비스의 '부활'이다.현대모비스는 한국프로농구(KBL) 최다인 우승 6회 기록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최근 3시즌 동안 명가의 위상을 드러내지 못했다. 4강 탈락 2번, 6강 탈락 1번에 머물렀다. 올 시즌은 현대모비스가 명가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우선 '명장' 유재학 감독이 건재하다. 2004년부터 현대모비스를 지휘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전설이자 KBL 간판 지도자다. 여기에 KBL 최강의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KBL 최고의 가드 양동근의 리더십 그리고 '영혼의 파트너' 함지훈이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미국 출신의 귀화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가세는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유 감독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선수다. 그는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2012~2013시즌부터 3시즌 동안 유 감독과 함께 3번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에 다시 유 감독과 손잡았다. 라틀리프가 존재하는 가운데 현대모비스는 외국인 선수 섀넌 쇼터와 D.J. 존슨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가 3명이 된 셈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슈터 문태종 역시 현대모비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큰 힘을 보탤 전망이다. 센터 이종현 역시 부상 복귀를 알렸다. 노장과 젊음의 신구 조화도 완벽하다는 평가다. 가히 KBL을 지배할 만한 최강의 멤버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농구전문가들이 현대모비스의 우승을 점치는 이유다. 지난 10일 열린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10개 구단 감독 중 7명이 현대모비스의 우승을 예상했다. '현대모비스 천하'를 열릴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상황이 이러자 유 감독 역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 감독은 "우승을 3년 쉬었더니 몸이 근질근질하다. 올해는 반드시 결승에 직행해 우승하겠다"고 당당히 목소리를 높였다.현대모비스는 오는 13일 홈구장인 울산동천체육관에서 부산 KT와 첫 경기를 펼친다. 7번째 우승을 향한 첫걸음이다. 현대모비스 역시 팬들의 편의를 위해 좌석을 신규로 설치하고, 음향 시설도 업그레이드하는 등 멋진 첫출발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최용재 기자 2018.10.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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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승 "유재학 내려갈 때 됐다", 유재학 "추일승 반드시 올라가라"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정규리그 1위 전주 KCC와 서울 삼성 꺾고 올라온 안양 KGC, 그리고 정규리그 2위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를 누른 고양 오리온이 4강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오는 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KCC와 KGC의 대결로 4강 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6일 KBL센터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유재학 모비스 감독과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상대를 자극하며 치열한 심리전을 펼쳤다. 유 감독은 “추 감독이 최근 유재학 감독이 내려올 때 됐다고 말했는데 사람일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 준비를 하겠다”며 선제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자 추 감독은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유 감독은 내려와야 한다. 언제까지 유재학 감독인가. 식상하지 않는가. 팬들의 생각도 보인다. 또 양동근도 언제까지 MVP 할건가. 이번 기회에 이승현이 갈아치워서 이승현 시대를 빨리 열고 싶다”고 받아쳤다. 유 감독도 가만있지 않았다. 유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심리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내가 내려올 때 된 것은 맞다. 부담감이 없다. 그리고 추 감독이 올라갈 때가 됐다. 추 감독은 꼭 올라가야 한다. 심리적으로 추 감독에게 엄청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 감독은 “지금의 유 감독이 있기까지 내가 뒤에서 많이 보살펴 줬다. 선수 시절 내가 관리를 잘 해줘 오늘날 유재학이 있을 수 있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두 감독은 서로를 칭찬하면서 기자회견을 끝냈다.유 감독은 “경기를 하면서 상대가 무엇을 준비했는지가 느껴진다. 오리온과 경기를 할 때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하고 나왔다고 느낀다. 추 감독은 상대를 파악하고 연구하는 노력하는 감독이다”고 말했다. 추 감독은 “유 감독의 장점은 다 알고 있다. 팀 장악력과 철저한 준비는 최고다. 이런 점이 한국 농구를 이끌고 있다. 뛰어난 리더십이 오늘의 모비스를 있게 만들었다. 인적 자원도 최대한 활용한다. 지도력은 어떤 지도자보다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16.03.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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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가 찍은 남자 신명호 '7년 사나이 의리!'

"경기장 밖에선 따로 뵌 적은 없어서…."'백업맨' 신명호(31)가 전주 KCC 허재(49) 감독을 춤추게 했다. 7년 차의 베테랑 신명호는 프로에서 허 감독 이외에는 다른 지도자 밑에 들어가지 않았다. 호랑이 감독 밑에서 7년을 있으며 내공을 쌓았다. 그가 지난 2일 인천 전자랜드 전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9득점 4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팀의 88-77 완승을 이끌었다. 팀의 9연패도 끊어냈다.허 감독은 지도자 데뷔 시즌이던 2005-2006시즌 이후 9년 만에 9연패에 침울해 있었다. 오랜 만에 활짝 웃은 허 감독은 "(신)명호가 활력소와 같은 역할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신명호는 "7년 동안 함께 지내며 경기장 밖에서 만나질 않았다. 칭찬도 많이 안해주신다. 경기장에서는 더 무섭다"면서도 "이럴 때(칭찬해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허 감독과 신명호의 인연은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경희대를 졸업한 신명호는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KCC에 지명됐다. '농구 대통령' 허 감독의 선택을 받아 기대를 모았다. 신명호와 허 감독은 KCC의 두 차례 통합챔피언을 함께 일궈냈다. 아마추어 시절까지 득점력이 좋았던 신명호는 수비형 선수로 변신했다. "양동근도 껄끄러워할 선수"란 평을 들으며 끈질긴 수비로 인정받았다.그러나 환희는 길지 않았다. 이후 KCC는 기나긴 침체기에 빠졌다. 신명호가 2009~2011년 상무를 다녀온 이후 KCC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수비력으로 칭찬 받던 신명호도 '수비만 잘하는 선수'라고 평가절하됐다. 지난 시즌부터 주장이 된 신명호는 "신인 때는 참 성적이 좋았는데…. 고참이 되고 나서 안 좋으니까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올 시즌은 반전의 기회였다. 거인 센터 하승진(29)이 사회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국가대표 가드 김태술(30)까지 영입해 다크호스로 꼽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KCC는 크게 흔들렸다. 김태술은 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했고, 하승진은 운동량이 부족했다. 신명호는 "9연패에 빠지며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패배의식 비슷한 것도 생겼다"며 "이기고 있어도 불안했다"고 떠올렸다.2일 전자랜드 전을 앞두고는 김태술이 장염으로 팀 전력을 완전히 이탈했다. 허 감독은 7년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한 신명호에게 SOS를 쳤다. 이번 시즌 신명호의 평균 출전시간은 8분 52초에 그쳤다. 하지만 전자랜드 전에서는 28분 20초를 뛰며 주전 포인트 가드로 맹활약했다. 신명호는 "이제 겨우 연패를 끊었다. 다시 연패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감을 찾아 반전하면 6위에 들고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2014.12.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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