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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결산] 박찬욱·봉준호·홍상수 '3강 구도'…수상, 그 이상의 성과
제70회 칸국제영화제가 17일(현지시간)부터 28일까지 12일간 진행된 축제의 막을 내렸다. 한국 영화는 최종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경쟁 부문 '옥자(봉준호 감독)' '그 후(홍상수 감독)',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악녀(정병길 감독)'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변성현 감독)', 스페셜 스크리닝 '클레어의 카메라(홍상수 감독)'까지 다섯 편의 작품이 주요 부문에 초청받는 성과를 낳았다.폐막식 당일인 28일 오후 7시 치러진 시상식에서 '올해의 황금종려상'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더 스퀘어'에 돌아갔다. '더 스퀘어'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18편의 경쟁 부문 진출작 외에 뒤늦게 추가로 이름을 올린 작품이어서 초청부터 수상까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은 로뱅 캉피요 감독의 '120BPM',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러브리스'가 각각 받았다. 감독상은 프랑스가 사랑하는 여배우에서 능력 있는 연출자로 발돋움한 '매혹당한 사람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차지했다. 여우주연상은 '인 더 페이드' 다이앤 크루거, 남우주연상은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 호아킨 피닉스가 가져갔으며, 각본상은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 린 램지 감독,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공동 수상했다. '7년째 무관' 결과보다 빛났던 과정 '옥자'와 '그 후'가 무관에 그치면서 한국 영화는 지난 2010년 6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을 거머쥔 이후 7년째 수상에 실패했다. '돈의 맛(임상수 감독)'이 2012년 65회, '아가씨(박찬욱 감독)'가 2016년 69회 경쟁 부문에 진출했지만 역시 상을 받지는 못했다.과정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한국을 국적으로 하는 두 편의 작품이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이 컴백하기 전까지 한국 영화는 4년 연속 경쟁 부문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봉준호 감독과 홍상수 감독이 등장하면서 한국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뒤를 이어 2년 연속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칸 경쟁 부문 첫 진출 사례를 남긴 의미 있는 작품이 됐다. 도전적인 글로벌 프로젝트다. 홍상수 감독은 '클레어의 카메라'와 '그 후' 두 편의 작품을 들고 칸을 찾는 이변을 낳았다. 평가는 엇갈렸지만 평점은 보통 수준을 넘었다. 또 600억원이 투자된 '옥자'와 초저 예산 '그 후'가 나란히 공개되면서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알리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제2의 전도연·新 칸의여왕' 11년째 요지부동 600억원대 '옥자'를 이끈 안서현과 '그 후'의 김민희는 영화가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자동적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안서현은 '옥자' 공개 후 외신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고, 김민희는 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제2의 전도연' 탄생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칸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전도연은 '밀양(이창동 감독)'으로 11년 전 칸영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후 11년째 제2의 전도연, 신(新) 칸의 여왕은 탄생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거장 위의 거장' 박찬욱·봉준호·홍상수 3강 구도 칸영화제는 작품성을 1순위로 초청받는 자리인 만큼 배우보다 감독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을 필두로 '곡성' 나홍진 감독, '부산행' 연상호 감독 등 신진세력이 주목을 받았다면 올해는 한국이 자랑하는, 이미 거장 반열에 오른 박찬욱·봉준호·홍상수 세 감독이 모두 칸을 찾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찬욱 감독은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발탁돼 '옥자'과 '그 후'를 심사하는 그림을 완성했다. 또 심사위원이기 전에 충무로의 어른으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은 '악녀(정병길 감독)'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변성현 감독)' 공식 스크리닝에도 참석해 배우들을 응원했다. 8년 전 '박쥐'로 함께 칸을 찾았던 김옥빈을 다독인 박찬욱 감독은 개인적 논란으로 칸영화제에 불참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감독의 빈자리까지 채우며 감동을 자아냈다. 칸영화제 측은 박찬욱 감독을 놓고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도 남다른 아우라를 뿜어낸다. 그가 자리에 앉으면 평온한 기운이 감돈다. 말을 할 때도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가장 부드러운 톤으로 내뱉는다"고 표현했다. 해외 영화제가 사랑하는 원조 칸 '고정픽' 홍상수 감독은 올해로 칸영화제 초청만 아홉 번째, 총 열 편의 작품을 진출시키면서 한국 감독 중 최다 초청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악녀' 136개국·'불한당' 43개국 판매 쾌거 다섯 편의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초청작 중 두 편이 한국 영화였다. 칸의 밤을 환히 밝힌 '악녀'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각각 4분·7분 기립박수를 받았고 그 영향력으로 해외 판매도 호전을 보였다. '악녀'는 필름마켓 시사 이후 북미와 남미를 비롯해 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오세아니아·대만·필리핀 등 세계 115개국과 선판매를 계약, 이후 21개국을 추가하며 최종 136개국 판매를 완료했다. 프랑스 배급사 '와일드 번치(Wild Bunch)' 관계자는 "너무나도 훌륭한 작품이고 강렬한 액션 시퀀스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고 호평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영국·이탈리아 등 유럽권 국가 약 43개국에 추가 판매하며 홍콩 필름마트에 이어 총 128개국에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노르웨이 배급사 '에즈 피달고(As Fidalgo)' 관계자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강렬하다. 기발하고 재기 발랄한 편집과 신선한 대사가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김연지·조연경 기자
2017.05.30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