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최연소 100볼넷' 정은원, 타석당 투구수 1위…홈런 없어도 까다롭다
한화는 올해 팀 리빌딩에 한창이다. 젊은 유망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출전 기회를 주면서 팀을 다시 일으킬 재목을 키우고 있다. 내야수 정은원(21)은 그 리빌딩의 중심에 선 선수다. 2018년 한화 입단 직후부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기대감을 높였고, 입단 2년 차인 2019년엔 142경기에 출전해 주전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올해는 정은원이 한화를 넘어 리그 정상급 2루수로 도약한 시즌이다. 그는 10일까지 팀이 치른 133경기 중 131경기에 나서 타율 0.281을 기록하고 있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펼치는 변화무쌍한 시프트의 중심으로 활약하면서 큰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지난 10일 KIA와 대전 더블헤더 1차전에선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1회 첫 타석에서 KIA 선발 이민우를 상대로 올 시즌 100번째 볼넷을 얻어냈다. 단일 시즌 100볼넷은 프로야구 40년 역사에서 13명의 선수가 17번만 달성한 진기록이다. 2016년 김태균(108볼넷) 이후 5시즌 만에 정은원이 100볼넷 고지를 밟았다. 한화(전신 빙그레 포함)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다. 이뿐만 아니다. 2000년 1월 17일생인 정은원은 21세 8개월 23일 나이로 한 시즌 100볼넷 기록을 세워 1999년 이승엽(당시 삼성 라이온즈·23세 11일)이 남긴 역대 최연소 기록을 22년 만에 갈아치웠다. 한화의 새로운 간판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동안 100볼넷 기록은 '거포형 타자'의 전유물이었다. 정은원 외에 100볼넷을 기록한 타자 12명은 김기태, 장종훈, 양준혁, 이승엽, 트레이시 샌더스, 펠릭스 호세, 심정수, 클리프 브룸바, 최준석, 에릭 테임즈, 김현수, 김태균이다. 이 중 절반인 6명(김기태, 장종훈, 이승엽, 심정수, 테임즈, 김태균)이 홈런왕을 경험했고, 다른 타자들도 모두 한 시즌 이상 홈런 20개를 넘긴 중심 타자였다. 홈런을 두려워 한 상대 투수들이 이들과 정면 승부를 피하다 볼넷을 자주 허용했다. 반면 정은원은 2019년 홈런 8개를 친 게 개인 최다 기록이다. 올해도 홈런 수는 5개뿐이고, 타순도 1번이다. 상대 투수의 견제보다는 탁월한 선구안과 감각으로 볼을 골라내 100번이나 출루했다는 의미다. 타율이 3할에 못 미치는 정은원이 리그 출루율 6위에 올라 있는 이유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타석 당 투구 수가 가장 많은 타자 역시 정은원이다. 그는 올해 상대 팀 투수들에게 한 타석 평균 공 4.48개를 던지게 했다. 2위인 SSG 랜더스 최주환(4.36구)과 차이가 크고, 리그 평균(3.94구)을 크게 웃돈다. 동료 타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공을 보게 하고 스스로도 까다롭게 상대 투수를 괴롭히는, 리드오프로서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페이스가 좋지 않지만, 팀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슬럼프"로 여기고 있다. 그동안 정은원에게 쌓인 믿음이 그만큼 크다. 수베로 감독은 "정은원이 요즘 안 좋다 해도, 2할대 후반 타율은 유지하고 있다. 또 1번 타자로서 출루율이 높고, 선수 자신의 재능과 지금까지의 팀 기여도도 대단하다"며 "남은 기간 페이스를 다시 끌어올려 스스로 (타격 슬럼프를) 극복하는 경험을 하고 시즌을 마쳤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1.10.11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