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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조선·반도체 등 486조원 투자 분야와 재원 마련 어떻게?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3500억 달러(약 486조원) 투자를 약속하면서 투자 분야와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3500억 달러 규모 펀드와 관련해서는 “한미 조선협력 펀드 1500억 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밝혔다.이어 “조선 분야 외에도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펀드도 2000억 달러로 조성될 예정이다.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미국 진출에 관심 있는 우리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투자 펀드’를 미국에 제시했다. 486조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1조8699억 달러의 약 20% 수준이다.이 같은 규모는 겉으로 보기에 한국 경제가 감당하기에 어려운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접 투자로 볼 수 있는 지분 투자보다는 공적 금융기관이 담보하는 보증 위주로 구성될 예정이어서 부담스럽지 않은 합의라는 평가다. 일본이 5500억 달러(약 764조원), 유럽연합(EU)이 6000억 달러(약 834조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는 것으로 고려하면 방어를 잘한 셈이다. 김 정책실장은 투자펀드 금액과 관련해선 “우리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 펀드 1500억 달러를 제외하면 펀드 규모는 2000억 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조선 전용 펀드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이 사실상 한국 기업들뿐이라는 점에서 우리 기업이 직접적인 수혜 대상이 될 것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일본이 미국에 제공하기로 한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정부는 ‘투자 펀드’에서 배수 효과가 높은 보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의 실질적 부담은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김 정책실장은 “펀드에서 에쿼티, 직접투자 비율은 높지 않을 것이고, 대부분이 대출과 보증으로 본다”며 “제 생각으로는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가 하는 보증이 대출보다 많을 것 같다. 보증이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하고, 그 다음이 대출이고 직접투자 비중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 역시 ‘투자 펀드’의 조성 방법과 관련해 출자는 1∼2% 수준이고, 나머지 부분은 일본 정부계 금융기관의 융자, 융자 보증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김 정책실장도 이런 일본 사례를 참고해 한국의 투자펀드도 같은 조성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후 투자펀드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재투자 개념일 것 같다. 미국 정부가 사업을 제안해 구매 보증하고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그런 것이면 미국이 이익을 90% 가져가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김두용 기자 2025.08.01 06:00
산업

미중 갈등 속 주목받는 삼성·SK의 ‘슈퍼을'과 반도체 동맹

반도체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슈퍼을’ ASML과 구축한 연합전선이 관심을 끈다.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과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다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반도체 공급망'을 확대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네덜란드 벨트호벤의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서 ASML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1조원을 들여 국내에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시설을 짓기로 했다. 네덜란드 기업인 ASML은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을’로 불린다. 초미세 공정 반도체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ASML로부터 EUV 장비 확보가 차세대 반도체 기술 경쟁의 승부처로 꼽히고 있다.이런 측면에서 ASML과 삼성전자의 공동 투자로 세워지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 센터’의 국내 건립은 의미가 크다. 이날 두 기업은 차세대 EUV 기반 초미세 공정을 개발하는 R&D 센터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슈퍼을’ ASML이 반도체 제조 기업과 공동으로 해외에 반도체 제조 공정 개발을 위한 R&D 센터를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조원을 공동 투자한다고 합의를 했으니 5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한 셈이다. 앞서 ASML은 2025년까지 총 2400억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에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인 ‘뉴 캠퍼스’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뉴 캠퍼스에는 EUV 노광장비 관련 부품 등의 재제조센터와 첨단기술을 전수할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ASML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에 제조 시설까지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번 동맹을 계기로 더욱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ASML이 국내에 제조 시설까지 구축한다면 EUV 노광장비 확보가 수월해지고 공급 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은 29%로 대만(38%)에 이어 ASML 장비구입의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피터 베닝크 ASML 회장은 "한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해 올해 초 '뉴 캠퍼스' 건설을 시작하는 등 한국과의 반도체 연대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며 "최근 기술 난도 상승으로 개발 비용이 급등한 만큼 정치·경제·인력을 아우르는 국가 간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기업인들은 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의 미래와 한국과의 협력을 주제로 전략적인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세계 무역의 토대를 만들고 증권시장을 처음으로 개장한 네덜란드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혁신의 상징인 ASML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ASML은 SK하이닉스와 'EUV용 수소 가스 재활용 기술 개발 MOU'를 체결했다. 생산 과정에서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수소 자원 친환경 공정을 함께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EUV 노광장비 내부의 수소를 태우지 않고 재활용하면 전력 사용량을 20% 줄여 연간 165억원의 비용이 감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내년부터 SK하이닉스도 ASML과 반도체 연구기관 아이맥(IMEC) 공동의 차세대 EUV 개발사업에 함께 참여해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한 고성능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이날 한국과 네덜란드의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신설과 관련한 MOU 체결도 눈길을 모았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해 인력 양성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양국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약 500명의 반도체 인력을 공동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교육 과정은 한국 측에서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한국반도체운영협회가, 네덜란드 측에서는 에인트호번공대와 ASML 등이 맡아 운영한다. 먼저 내년 2월 한국 교육생 25명, 네덜란드 교육생 25명 등 50명을 선발해 네덜란드 현지에서 1차 아카데미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본부장은 “한국과 네덜란드 간 연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기술 혁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12.14 06:58
IT

계묘년 애플 공세 맞서는 삼성 노태문…"감성·편의성 업그레이드해야"

삼성전자 스마트폰 수장 노태문 MX(모바일 경험)사업부장에게 2022년 임인년은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플래그십의 성능 강제 저하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를 기점으로 무리한 원가 절감 전략이 비판을 받았지만 압도적 찬성률로 사내이사에 올랐다. 차세대 전략 제품인 폴더블폰은 업황 악화에도 홀로 성장하며 분위기 전환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2023년 계묘년에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모바일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애플이 적진인 한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잇달아 여는 것도 모자라 조만간 간편결제 서비스까지 내놓으며 점유율 싸움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을 뛰어넘는 노태문 사장의 새로운 무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새해 글로벌 일정부터 챙기는 노태문 2일 업계에 따르면 노태문 사장은 이번 연말연시 해외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쁘다. 먼저 지난달 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9박10일 일정으로 동남아 출장길에 올랐다. 3년여 만에 완공한 대규모 베트남 삼성R&D 센터 준공식 참석이 주된 목적이었는데, 행사 전후로 스마트폰 및 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을 살펴봤다.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은 삼성전자 제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회사가 공개한 사진 속 이재용 회장의 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킨 노태문 사장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또 이날 시무식이 끝나면 오는 5일 막을 올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 참석하기 위해 DX(디바이스 경험)부문장 한종희 부회장과 DS(반도체)부문장 경계현 사장 등 삼성전자 대표이사 2명과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비행기를 탄다. 폴더블폰 신제품을 홍보하고 기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동진 고문(전 IM부문장)이 완성하고 노태문 사장이 키운 삼성 폴더블폰은 2021년 8월 공개한 '갤럭시Z 플립3'가 대박을 치며 개화기를 맞았다. 1년 뒤 발표한 4세대 제품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2025년까지 프리미엄 갤럭시 스마트폰 판매량 절반 이상을 폴더블폰으로 채운다는 회사의 목표에 힘을 실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 감소한 12억4000만대로 추측된다. 이에 반해 폴더블폰은 2022년 3분기 출하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3%나 뛰었다. 이 시기 양옆으로 접는 폴드 타입 출하량은 88% 상승했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화웨이와 샤오미, 오포 등 중국 브랜드가 추격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80% 가까운 점유율로 폴더블폰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폴드형은 스펙 업그레이드로 높은 가격대를, 플립형은 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폴더블폰에 대한 수요자 선택의 폭이 더 넓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직사각형의 '바' 형태가 여전히 대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아이폰14' 출시 효과로 애플이 2022년 4분기 24.6%의 점유율로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자리를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폴더블폰의 진정한 대중화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구글과 애플도 관련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점점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대표 제품인 '갤럭시S' 시리즈가 부활해야 하는 이유다. 노태문 사장은 고객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가장 저렴한 갤럭시S 일반 모델의 가격을 100만원 밑으로 맞췄다. 대신 디스플레이 해상도와 메모리 용량 등 사양을 하향 조정했다. 복잡한 연산이 불가피한 고사양 게임을 할 때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를 강제 적용했다가 논란이 됐다. 발열 위험을 소프트웨어로 제한한 것인데, 고가의 스마트폰으로 최신 게임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후 GOS를 고객 선택 사항으로 바꿨지만 프리미엄 제품의 브랜드 가치 하락은 막을 수 없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애플은 워낙 충성 고객층이 탄탄하기 때문에 감성과 편의성을 더욱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며 "힌지(접히는 부분) 주름처럼 폴더블폰도 개선해야 할 과제가 있다. 폼팩터의 혁신을 보여줘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철수해 빛을 보지 못한 화면이 돌돌 말리는 'LG 롤러블'을 예로 들었다. 애플, 한국 매장 확장하고 간편결제 도입까지 여기에 애플은 올해부터 삼성전자 텃밭인 한국에서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2018년 1월 가로수길에 국내 최초 애플스토어를 개점한 데 이어 2021년 여의도, 2022년 명동·잠실 등 4개의 매장을 서울에서 운영 중이다. 강남과 홍대에서도 선보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최근 부산에서 근무할 '솔루션 컨설턴트' 계약직 공고를 내 관심을 끌었다. 아이폰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국내 론칭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현대카드와 배타적 사용권 계약을 맺고 금융감독원 약관 심사를 통과했으며 법률 검토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통화녹음과 '삼성페이'의 간편함 때문에 아이폰으로 넘어가는 것을 꺼린다. 그런데 애플페이가 국내에 들어오면 일부 젊은 삼성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페이도 걱정인데, 앱 기반 '오픈페이'까지 등장했다. MST(마그네틱보안전송)의 삼성페이와 NFC(근거리무선통신)의 애플페이와 달리 오픈페이는 카드사 한 곳의 앱만 설치해도 다른 카드사의 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 편리하다. 신한·하나·KB국민카드가 참여했으며 연동 카드사가 많아질수록 이용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편의점과 커피숍 등 결제 단말기를 교체해야 하는 애플페이와 달리 스마트폰 기종에 상관없이 쓸 수 있는 오픈페이가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제 편의성 차원에서 별 차이가 없어져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삼성페이가 리더십을 지키려면)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여러 할인 혜택과 페이백 등 젊은 고객들이 관심을 갖는 부가서비스를 선보여야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의 두뇌인 삼성전자의 AP(중앙처리장치) 브랜드 '엑시노스'의 변신도 예고된다. GOS의 굴욕을 벗고 애플의 자체 개발 칩에 맞선다. 이를 위해 지난달 중순 조직개편 과정에서 MX사업부 내 '갤럭시 전용 칩'을 만드는 AP솔루션개발팀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칩 개발에 몰두하는 동안 미국 퀄컴의 AP 탑재 비중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스마트폰을 처음 만든 애플은 AP를 온전히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내년 2월 공개가 유력한 삼성 '갤럭시S23' 시리즈에 쏠린다. 쪼그라든 시장에서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키'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플래그십 모델의 성공 여부가 2023년 수익성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며 "폴더블 모델의 외형 변화가 예상되고 물량도 전년 대비 올해 50% 증가할 것으로 기대돼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01.03 07:00
생활/문화

위기의 삼성전자, '초격차 2.0'으로 승부수

'반도체 코리아'의 주역 삼성전자가 연초부터 위기론에 직면했다. 매출 신기록을 써도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1위 자리를 공고히 한 메모리 반도체만으로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래 먹거리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미국에서 대만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모습이다. 유례없는 주가 폭락에도 삼성전자는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 다급하게 여론 달래기에 나서는 대신 숨을 고르고 있다. 단기 성과 창출에 연연하지 않고 '초격차 2.0'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칼을 갈고 있다. 벌써 위기를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출 신기록에도 주가는 '뚝' 지난 9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6만7800원에 마감했다. 회사 주가가 6만7000원대로 떨어진 것은 1년 4개월 만이다. 며칠 전 잠정실적 발표에서 역대 최고 매출 달성을 예고했던 것이 무색하다. 삼성전자는 2022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77조 원, 14조1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분기마다 최대 매출을 쓴 데 이어 또다시 새로운 역사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주가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악재를 충분히 반영했다던 증권가도 일제히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낸드의 출하량 급증 등 반사요인으로 메모리 이익 기여가 기대 이상이었지만, 아쉽게도 주가 재평가 요인으로 설명할만한 주요 영업지표(파운드리·하이엔드 스마트폰 출하 회복 등) 개선을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 주가를 9만 원 중반대에서 8만 원 후반대로 낮추며 당분간 구간 매매를 할 것을 권고했다. 송 연구원은 "성장 사업 부문에서의 구조적 변화가 없다면 주가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 구간대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은 작다"며 "최악의 경우 락바텀(최저점)은 6만 원 초중반대로 예상한다"고 했다. 국내 1등 기업을 향한 시장의 평가가 이례적으로 박하다. 이는 30%가 넘는 매출을 책임지는 반도체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부터다. 여전히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글로벌 우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199억9500만 달러(약 24조5540억 원)로 인텔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데이터센터와 IT 기기 등에서 수요가 많은 D램과 낸드 시장에서 각각 42.3%, 33.1%의 점유율로 2위 기업을 10%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삼성 반도체는 역사가 꽤 깊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1983년에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초격차 신화를 쓴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현 상임고문)이 경영진의 지원을 업고 세계 최초로 64MB D램을 개발, 선두 대열에 합류했다. 권오현 고문은 자신의 저서에서 "공기(공사하는 기간)를 절반으로 줄이고, 수율(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을 상상하기조차 힘든 목표로 설정했다"며 "직원들은 '개선'이라는 보수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혁신'의 영역으로 생각의 틀을 바꿔 나갔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위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 모바일의 두뇌인 AP(중앙처리장치)에 품질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과부하에 대응하는 성능 강제 저하 프로그램의 존재까지 부각되면서 기업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한 회사가 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모바일 AP(중앙처리장치) 등 차세대 반도체는 각자 역할이 나뉜다.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와 이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파운드리가 대표적이다. 팹리스에 기본 설계도를 제공하며 로열티는 받는 곳도 있는데 사실상 영국 ARM이 독점하고 있다. 햄버거 프렌차이즈를 예로 들면, ARM은 패티에 들어가는 최적의 소고기·돼지고기 비율을 정한다. 팹리스는 재료를 받아 맛을 극대화하는 레시피를 만든다. 파운드리가 최종적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소비자의 식탁에 올린다. 삼성전자는 팹리스와 파운드리 모두 손을 뻗었다.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 들어가는 AP '엑시노스'를 설계하고 이를 직접 양산하기까지 한다. 추격하는 삼성…"시행착오 당연" 전 세계 1위 스마트폰 브랜드에 힘입어 메모리만큼이나 시스템 반도체도 금방 덩치를 키울 것처럼 보였지만 신흥 강자 대만(TSMC·미디어텍)의 입지가 남다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작년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에서 삼성전자(18.3%)가 2위에 올랐지만 TSMC의 점유율은 52.1%로 압도적인 기세를 자랑했다. 같은 기간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에서도 모바일 AP 점유율 1위를 미디어텍(33%)이 가져갔다. 삼성전자 엑시노스는 한 자릿수(4%)에 그쳤다. 11일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대만은 전 세계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 선도 국가다. 앞서 있을 수밖에 없다. 미디어텍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 덕분에 성장했다"며 "예전보다 개발이 어려워졌지만, 시장이 요구하는 미세공정이 결국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미세공정은 칩을 나노미터 단위로 얇고 작게 만드는 기술이다. 제품의 소형화와 성능 개선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2'(이하 갤S22)에 업계 첫 4나노 AP가 탑재됐는데, 발열과 수율 이슈로 홍역을 치렀다. 갤S22의 출하량은 증권가 예상치인 약 1000만대에도 크게 못 미치는 700만~800만대로 추정된다. 다만 1위 사업자를 추격하는 입장에서 시행착오는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삼성이 4나노 공정을 미리 썼다. TSMC를 능가하는 기술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어려운 기술에 먼저 도전했으니 수율이 안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학회장은 또 "몇 달 안에 지금의 상황이 해결될 것이다. 공정의 문제를 확인하는 데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이상이 걸린다"고 했다. 무리하게 신규 공정을 도입한 삼성 스마트폰 사업부의 결단도 아쉽다고 했다. 소프트웨어 기술력 차이를 하드웨어로 좁히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파고 속에서도 제2의 도약을 준비한다. 올 상반기 안에 3나노, 2025년까지 2나노 양산에 돌입한다.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패키징(수직 적층) 경쟁력도 가져간다. 2030년까지 171조 원을 쏟아 첨단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도 차근차근 이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공지능(AI)·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의 근간을 반도체라고 보고, 기술의 초격차와 과감한 투자로 중장기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4.12 07:00
경제

최태원 SK실트론 사례로 본 대기업 총수 '그들만의 지분 쇼핑'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매입 과정에서의 위법성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을 앞두고 있다. '회장님'들의 지분 매입은 사업 기회 유용이라는 측면에서 ‘그들만의 쇼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총수들의 지분 매입은 보통 경영 승계와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연관이 깊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최태원 회장이 사재를 털어 SK실트론 지분을 매입한 사례는 기존과는 다른 ‘사익편취’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 회장의 경우 SK의 1대 대주주로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내달 15일 SK실트론 사익편취 사건과 관련한 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해 지분 매입 과정에서 위법성이 없다는 점을 직접 소명할 전망이다. 전원회의는 공정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이 모두 참석해 징계 여부와 징계수위 등을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구다. 따라서 전원회의 결과에 따라 최 회장의 징계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공정위는 제재안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일단 SK 측에 발송한 상태다. 2017년 SK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최 회장은 29.4% 지분을 2535억원의 사재를 털어 매입했다. SK는 그해 1월 LG로부터 실트론 지분 51%를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했다. 최 회장은 나머지 49% 잔여지분 중 29.4%를 주당 1만2871원으로 할인된 가격에 매입했다. 이에 대해 SK 측은 “최 회장이 당시 중국 등 외국 자본의 지분 인수 가능성 등을 고려한 뒤 채권단이 주도한 공개경쟁 입찰에 참여해 추가로 지분을 취득했다"며 "나머지 29.4% 인수를 고민하다 이사회가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당시 이사회 의장은 최태원 회장이었다. 2017년 경제개혁연대와 채이배 전 국회의원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의혹을 제기하자 공정위의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회사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오너가가 취한 ‘사업 기회 유용’에 해당된다는 지적이다. 변호사인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사업기회 유용으로 인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판단의 첫 사례인 만큼 여러모로 중요한 사건이 될 것 같다"며 "공정거래법상으로 법제화되었으니 이에 맞게 집행도 구체화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지분 취득 당사자이자 당시 이사회 의장으로서 당시 배경을 진정성 있게 설명하기 위해 전원회의 출석을 결정했다고 한다. 최 회장이 사익편취 의혹을 벗기 위해 지분 매각 등과 같은 카드도 함께 들고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익편취가 아니라는 증명을 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사회 환원이나 지분 매각일 것이다. 과거 대한텔레콤 때도 매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는 SK그룹의 특수관계인에 증여나 매각 시 과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이익을 얻는 만큼 과세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SK실트론 인수 당시 최 회장이 투자의 위험을 감수하고 지분을 매입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노종화 변호사는 “SK실트론은 반도체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SK하이닉스와 시너지가 기대되는 회사다. 그리고 일감 몰아주기도 예측된다”며 “당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기회도 일반인이 아닌 총수에게만 주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웨이퍼 시장 점유율 세계 5위 업체다. 최 회장은 1994년 대한텔레콤(현 SK C&C) 지분 70%를 저가로 매입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2억8000만원에 지분 70%를 획득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중 21%를 SK텔레콤에 증여했다. 그리고 2011년 4430억원, 2014년 3810억원에 각 6.5%, 4.9% 지분을 매각하며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겼다. 이어 최 회장은 SK C&C 신주 발행으로 SK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 합병을 통해 SK의 최대주주가 되며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20%를 사재 2490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활용한 차익 실현 등이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 결정을 내렸던 당시 이사회의 의장도 정의선 회장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1974년 사재로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당시 경영 위기를 맞은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50만 달러에 매입했고, 1977년 삼성이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면서 한국반도체는 세계 1위 삼성 반도체의 시초가 됐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1.24 17:39
경제

[이건희 회장 별세]"한손 묶고 24시간 살아봐라, 이겨내라, 난 해봤다"

"건희는 말도 잘 안 하고 정말 떡두꺼비 같았는데, 알고 보니 건희가 먼저 붙자고 한 싸움이었어. 내가 양쪽 가방을 들고 심판을 봤지. 근데 막상 붙으니까 건희가 힘이 좋았어." (고 홍사덕 전 의원) 이건희 회장과 동기인 서울사대부고 13회 졸업생들 누구나 기억하는 일화가 하나 있다. 이 회장이 고교 2학년 때 학교에서 싸움을 제일 잘한다는, 요즘으로 치면 ‘일진’과 맞짱을 뜬 사건이다.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의 발길이 뜸한 도서관 뒤에서 벌어진 싸움은 무승부로 끝났다. 이 싸움의 심판을 봤다는 홍사덕(지난 6월 별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생전 중앙일보에 이 일화를 털어놓으며 "이 회장이 말수는 적었지만 승부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는 '싸움닭' 기질을 갖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 #사대부고 시절 레슬링 연습때 눈썹 찢어지기도 이 회장이 거친 레슬링에 빠져든 건 일본 유학 시절이다. 그는 일본에서 한국계 프로레슬러인 역도산을 직접 찾아갈 만큼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1989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프로레슬링에 관심을 갖게 돼서 2년 가까이 레슬링을 했는데, 연습 중에 부딪혀서 왼쪽 눈썹 부근이 찢어진 적이 있다. 이런 일은 레슬링을 하다 보면 흔한 일이지만, 어머니가 그걸 보시더니 깜짝 놀라 교장한테 찾아가 빼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래서 다음 날 레슬링부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레슬링 선수로 활약한 경험은 경영철학에도 스며들었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스포츠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어떤 승리에도 결코 우연이 없다는 사실”이라며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도 노력 없이 승리할 수 없으며 모든 승리는 오랜 세월 선수ㆍ코치ㆍ감독이 삼위일체가 돼 묵묵히 흘린 땀방울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서울사대부고 시절인 1959년 전국레슬링대회에 웰터급으로 출전해 입상하기도 했다. ━ #할머니 슬하에서 한국전쟁 후 일본 유학 이 회장은 1942년 대구에서 출생했다. 하지만 당시 삼성상회 경영에 바쁜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고향인 경남 의령으로 보내져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린 이 회장이 호암을 만나는 건 1년에 한두 차례에 불과했다. 주변 이웃들은 이 회장을 돌보던 할머니를 어머니로 오인할 정도였다. 이 회장은 여섯살이 돼서야 온 가족이 서울 혜화동에 모여 살게 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온 가족은 또다시 흩어졌다. 이 회장은 부산사범초등학교를 다니던 5학년 때 부친의 권유로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하지만 식민지 출신의 어린 소년이 일본에서 또래들과 친분을 쌓기는 쉽지 않았다. 이 회장은 유년시절 이처럼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학창시절 눈에 띄지 않는 내성적인 학생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하지만 말을 하기 시작하면 쉽게 반박하기 어려운 수준의 지식과 논리를 쏟아내 또래를 당황스럽게 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이 회장이 몰입과 고독과 사색 속에서 스스로 해법을 찾는 경영은 유년시절부터의 습관이었던 셈이다. 이건희 회장은 취임 5주년째인 1993년 사장단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2류 근성을 뿌리째 뽑아내는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자식과 마누라 빼고 모두 바꿔보자"고 일갈했고, 삼성은 이후 양 위주에서 질을 앞세운 신경영에 나섰다. [중앙포토] ━ #승부사 기질로 호암의 후계자 낙점받아 1977년 8월 한국 재계는 호암의 삼성의 후계 구상으로 술렁였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일본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건희 당시 중앙일보·동양방송 이사를 후계자로 점찍었다. 삼성그룹의 승계가 공식 언급된 건 이때가 처음이다. 이 선대 회장은 당시 “삼성이 작은 규모의 기업이라면 위에서부터 순서를 따져 장남이 맡으면 되겠지만, 삼성그룹 정도의 규모가 되면 역시 경영능력이 없으면 안 된다.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성격상 기업 경영이 맞지 않기 때문에 기업에서 손을 떼게 해야 한다. 차남(이창희 전 새한그룹 회장)은 중소기업 정도의 사고방식밖에 없기 때문에 삼성그룹을 맡길 수 없다. 그래서 아들 셋 가운데 막내(이건희 회장)를 후계자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호암은 자서전인「호암자전」에서 "장남은 주위의 권고와 본인 희망대로 그룹 경영을 일부 맡겨 봤지만 6개월도 못 가 기업은 물론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차남인 창희씨에 대해서는 “그룹 산하의 많은 사람을 통솔하고 복잡한 대조직을 관리 하는 것보다는 알맞은 크기의 회사를 건전하게 경영하고 싶다는 본인의 희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에 대해서는 “와세다대 1학년 때 미디어 계열사를 맡아보라고 했더니 본인도 좋다고 했는데, 조지워싱턴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후부터는 그룹 차원의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내가 겪은 기업경영이 하도 고생스러워 미디어 계열사만 맡았으면 하는 심정이었지만 본인이 하고 싶다면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 #은둔의 경영자(The Hermit King) 이 회장이 취임한 지 10년째인 2003년 11월 24일 자 뉴스위크는 당시 이 회장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은둔의 제왕이란 제목을 달았다. 공식 석상에 잘 나타나지도 않고 공직을 탐하지도 않고 유력 정치인과 어울리지도 않으면서 공격적으로 삼성을 이끄는 이 회장에게 붙인 제목이었다. 이 회장은 당시 이 제목에 걸맞게 뉴스위크의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다. 실제로 몇 날 몇주 동안 심지어는 몇 개월 동안 자신의 집무실인 한남동 승지원에 칩거하며 몰입과 사색을 통해 어떤 문제나 화두에 대한 해답을 찾곤 했다. 이 회장이 승지원에서 무엇을 고민했는지는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그는 1993년 삼성의 2류 근성 척결을 외친 신경영 선언 다음 달 사장단을 오사카로 불렀다. "한손을 묶고 24시간 살아봐라.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극복해보라. 나는 해봤다. 이것이 습관이 되고 쾌감을 느끼고 승리감을 얻게 되면 그때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삼성의 사장단은 신경영 선언 직후 또다시 은둔에 들어간 이 회장의 이말을 듣고 삼성의 고질병을 고치기 위한 이 회장의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또 소니나 데논의 DVD 플레이어 수십 개를 밤새워 분해하며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특정 분야를 끊임없이 파고든 거로 유명하다. 그는 또 취미인 애견·승마·자동차 등에서도 전문가급 식견을 보였다. 이 회장은 또 궁금한 게 있으면 전문가를 찾아 의문이 풀릴 때까지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평소 사장단회의에서도 말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특정 사안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면 상대의 밑천이 드러날 때까지 묻고 또 물었다. 아침에 시작한 회의가 밤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오디오ㆍ자동차ㆍ애견 등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갖고 있었던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감상도 이 회장의 취미 중 하나였다. 이 회장은 주인공이 아닌 조연 입장에서 때로는 감독ㆍ카메라맨의 시각에서 영화를 바라봤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집「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영화를 여러 각도에서 보면 작은 세계를 만나게 된다…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사고의 틀’이 만들어진다…일할 때도 새로운 차원에 눈을 뜨게 된다”고 설명했다. ━ #46세 회장 취임하며 내건 '초일류 기업'의 꿈 이뤄 이 회장은 1987년 46세의 나이에 회장에 취임할 당시부터 '초일류기업'을 꿈꿨다. 그는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이 꿈을 향해 질주했다. 한 번 하겠다고 마음먹은 사업을 밀고 나가는 집념이나 추진력은 주변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가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선대 회장의 추진력에 더해 정밀한 지식과 글로벌 시각을 갖췄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첫발을 내디딘 반도체에 대한 투자 결정 과정이 대표적이다. 삼성 안에서 반도체 진출을 처음 꺼낸 게 이 회장이다. 호암마저 위험이 크다며 결정을 미루자, 이 회장은 사비를 털어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특히 이 회장은 전자·반도체 분야에서는 엔지니어 수준의 전문지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 전세계 반도체 업계는 기술적 난관에 부닥쳤다. 4M D램의 엄청나게 늘어난 용량을 담을 수 있는 칩 설계 기술을 놓고 고민에 휩싸였다.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은 그때까지 칩을 아래로 파고들어 가는 트렌치 방식을 고수했지만, 이 회장은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위로 쌓는 게 유리할 것이라며 스택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후 삼성은 스택 방식을 기반으로 64M D램은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이후 삼성을 반도체를 시작으로 휴대폰과 TV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려놨다. 이 회장은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이건희식 경영스타일을 앞세워 삼성은 33년 전 꿈꿨던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김태윤·장주영 기자 pin21@joongang.co.kr 2020.10.25 10:51
경제

경기경영자총협회 "지역 및 산업에 특화된 청년 일자리 창출"

경기경영자총협회(이하 경기경총)가 고용노동부, 경기도와 함께 진행 중인 ‘스마트IT 융합인재 양성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본 사업은 현재 청년층의 실업과 기업 측에 전문인력 수급이 불일치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응책으로 마련된 것이다. 경기 지역의 IT 산업 일자리 지원과 창출에 특화, ‘IT반도체 공정/장비’, ‘모바일 앱 UI/GUI 디자인’ 분야의 청년 전문 인력 양성 과정으로 구성됐다. 해당 교육 과정은 전액 국비 지원으로 진행되며 만 34세 이하의 청년층 미취업자 중 선발된 훈련생을 대상으로 했다. 교육 내용은 실무 중심 취업 전문 과정으로 취업 희망 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은 물론 첨단 시설과 장비 실습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경기경총은 본 과정에서 산학연 협의체(한국반도체산업협회, 명지대학교 등)를 통해 정확한 산업수요와 현장의 요구를 반영,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해 해당 산업분야의 우수 전문인력 배출과 기업에 적합한 인재 매칭 등을 이뤄냈다. 이를 통해서 해당 교육 과정은 90%에 달하는 높은 교육 만족도와 70% 이상의 취업률(2017년 10월 30일 교육 수료생 고용보험 가입 기준)를 도출해냈다. 경기경영자총협회 고용지원본부 이의성 전문위원은 “경기 지역이 IT산업의 중심지로 지역 산업 특성에 맞는 전문인력 수요가 높음에도 관련 전문인력 양성과정 및 취업연계 프로그램이 미비하다는 점에 주목, IT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 훈련 과정을 운영하게 됐다”면서 “IT 업종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 및 취업 연계를 목표로 교육을 실시, 경기지역 산업에 특화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승한기자 2017.12.08 17:29
경제

강원랜드, 대규모 컨벤션 행사 잇따라 유치

강원랜드가 연초부터 국내외 대규모 인센티브(포상) 관광과 컨벤션 행사를 잇따라 유치, MICE(회의·포상 관광·컨벤션·전시)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강원랜드는 이달 태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 줄리안과 하이라이프 네트워크의 인센티브 행사 2건을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오는 16일부터 2박3일 동안 진행되는 줄리안 행사에는 약 10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하이라이프 네트워크의 행사는 300명 규모로 오는 25일부터 1박2일 동안 열린다.앞서 강원랜드는 2013년에도 줄리안의 인센티브 행사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험이 있다.이와 함께 국내 대형 컨벤션 행사 유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강원랜드는 지난달 700명이 참가한 '한국통신학회 학술대회'와 '2016 한국 HCI(인간과 컴퓨터의 상호 작용)'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이달에는 1500명이 참가하는 '한국반도체학회 동계학술대회'와 세계적 고승들과 일반인 1000여 명이 모이는 '세계명상대전'도 개최할 계획이다.5월에는 1200명이 참가하는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 춘계학술대회'와 7월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전국장로 연합회' 수련회가 열린다.양수용 리조트 본부장은 "이번 국외 포상행사 유치는 눈이 내리지 않는 동남아지역을 대상으로 강원도,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다양한 세일즈 활동을 펼쳐온 결과물"이라며 "대형 컨벤션 행사 유치는 강원랜드는 물론 지역 상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ins.com 2016.02.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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