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랜드 is] 치열한 눈치, 끝없는 잡음, 언론 차단… 탈 많은 한남3구역 1라운드가 시작됐다
지난 27일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3구역의 입찰제안서 접수 마감 날이었다. 당초 예상대로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GS건설이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한남3구역은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재개발 지역이다. 그러나 지나친 과열 경쟁과 금품 제공 의혹 등으로 얼룩진 곳이기도 하다. 끊이지 않는 잡음과 싸늘한 여론, 건설사들의 눈치싸움 때문일까. 총 공사 예정비만 1조8800억원에 달하는 한남3구역을 움직이는 재건축 조합은 언론 차단에 나섰다. 언론에 문 꽉…예민한 한남3구역 조합 “우린 언론 인터뷰 안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5일 오전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 1층 사무실 문에 ‘회의 중’이란 큼지막한 종이가 붙어있었다. 기자가 문 앞에 서자 조합 관계자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나왔다. 기자라고 밝히자 그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서둘러 들어갔다. 급히 닫히는 쪽문 사이로 조합원들로 보이는 여남은 명이 회의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건물 뒤 정문으로 들어가자 또 다른 조합 관계자가 나왔다. 복도 앞에 선 기자를 본 그는 “어서 나가시라”고 손을 내저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정문도 닫혔다. 혹시라도 회의 내용이 세어 나가지 않게 단속하는 듯했다. 입찰 제안 마감 날인 27일도 반응은 비슷했다. “마감 날이 맞느냐”고 확인 전화를 걸자 “우린 언론에 답하지 않는다”며 전화를 끊었다. 재건축 조합은 저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물론 서류 접수 시간대와 조합의 입장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겠다면서 문을 걸어 잠그는 조합도 있다. 한남3구역 조합은 후자였다. 건설업계는 한남3구역 조합의 이런 반응을 익히 알고 있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많이 예민할 것이다. 지난해부터 한남3구역을 두고 이런저런 일들이 많지 않았나.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등의 관심을 받는 곳이라 더 그렇더라”고 말했다. 탈 많은 한남3구역 그의 말마따나 한남3구역은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켜 왔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한남3구역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의 입찰 무효 결정을 통보했다. 건설 3사가 제출한 입찰제안서에 담긴 이주비 추가 지원과 사업비 금융 지원, 고분양가와 특화설계 등이 조합에 직·간접 재산상 이익 약속을 금지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132조를 위반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검찰에 수사까지 의뢰했다. 건설사의 금품수수 정황도 드러났다.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 일부 조합원은 GS건설의 외부 홍보대행사 직원이 돈다발 등을 제공했다며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GS건설 홍보대행사 직원(OS요원)이 조합원의 가족에게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넸다는 것이다. 조합원 자녀는 GS건설 관계자를 만나 돈을 돌려주고 이 관계자를 지난해 11월 검찰에 고소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청에도 신고했다. 국토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불법 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 최대 시공권 박탈 등 행정 조치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는 현대건설이 마스크를 불법으로 제공한다는 제보를 받아 조사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번진 탓이었으나, 일부 조합원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조합원마다 각자 선호하는 건설사가 있다. 공사비가 조 단위를 넘기거나, 건설사들이 선호하는 강남 지역의 경우 조합원들이 각자 원하는 건설사를 따라 편을 가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업계 관계자는 “한남3구역도 GS건설과 현대건설, 대림산업을 원하는 조합원들이 있다. 상대에서 잘못이나 불법 요소가 있으면 서로 고발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시공사 눈치싸움은 계속 최근 한남3구역 조합 인근에는 “GS건설이 빠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지난 25일 한남3구역 재개발 구역 현장에서 만난 부동산 업계의 관계자는 “최근 GS건설이 발을 빼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GS건설로부터 들은 건 아니지만…. 듣기로는 ‘돈 문제’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특정 건설사가 시공사로 유력하다는 말도 했다. 그는 “지금은 현대건설의 'THE H'가 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다”라고 흘렸다. 그러나 또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그거야 우리는 뚜껑 열 때까지 모르는 것 아니냐. GS건설 ‘자이’ 인지도도 젊은 층 사이에 좋은 편이다. 조합원 중 나중에 상속받을 자식들의 입김도 있을 것이고….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문이야 어떻건 입찰에 참여한 GS건설과 대림건설, 현대건설은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세 건설사는 지난 입찰보증금 1500억원 가운데 25억원을 지난 2월 설명회 전 현금으로 납부했다. 입찰에 참여하려면 제안서 마감 전까지 775억원의 현금과 700억원의 이행보증보험증권을 내야 한다. 다들 최고급 프리미엄 아파트를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대림산업은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 한남 카운티’, GS건설은 '한남 자이 더 헤리티지', 현대건설은 ‘한남 디에이치 더로얄’을 단지명으로 제안했다. 최근 고전하는 건설 경기를 생각하면 결코 포기하기 힘든 액수다. 각종 이자 비용, 1조88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수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남3구역에 입찰 제안서를 낸 대림산업 관계자는 “우리는 작년 말부터 OS요원을 철수했다. 현재는 온라인으로만 홍보를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법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그렇다고 해서 한남3구역 입찰에 대한 열정이나 조합원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은 절대 아니다. 개별 홍보관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 최선을 다해 수주에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0.03.30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