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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MVP ①] '전승 우승의 처음과 끝' 정의경, "MVP 부끄럽다" 말한 이유
2018~2019 SK핸드볼코리아리그 남자부 MVP를 수상한 두산 정의경. 대한핸드볼협회 제공"윤경신 감독님과 가능한 한 오래 함께하고 싶습니다."두산 센터백 정의경(34)은 여전히 정상에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국가대표팀 주축 멤버로 활약하고 있고, 두산이 남자 핸드볼 역대 최강 팀으로 군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핸드볼을 시작한 이래 최고 자리에서 많은 것을 이뤄 낸 그가 이번 시즌에 또 다른 역사 하나를 일궜다.정의경의 소속팀 두산은 지난 8일 끝난 2018~2019 SK 핸드볼 코리아리그 상무피닉스와 정규 리그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20승 무패로 사상 최초의 '전승 우승'을 해냈다. 그리고 정의경은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정규 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겹경사를 누렸다.시상식 직후 만난 그는 "MVP로 뽑혀서 기분이 좋다기보다 오히려 조금 부끄럽다"고 했다. "우리팀 선수들이 다 너무 잘해 줬는데, 내가 특별히 뛰어나게 팀에 기여한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나만 잘한 게 아니라) 골고루 다 잘했다"는 이유였다.사실 두산의 '전승 우승' 신화는 정의경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정의경이 당당하게 "다른 팀에는 건방지게 들릴지 몰라도, 지난 시즌에 못해 본 전승 우승을 꼭 한번 해 보고 싶다"고 선언한 것이다.정의경은 이와 관련해 "처음에는 그냥 '목표를 크게 잡아 보자' 싶어서 그렇게 얘기했는데, 3라운드쯤에서 경기를 치를 때 고비가 많이 왔다"며 "그 때문인지 감독님이나 선수들도 다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고, 많이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 내가 괜한 말을 한 건가 싶어 굉장히 죄책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결과적으로 최상의 결실을 맺었다. 원대해 보이던 꿈은 현실이 됐다. 정의경은 "이렇게 전승 우승을 하게 돼 감독님 이하 우리팀 선수들 모두에게 고맙다"며 "마지막까지 다 함께 열심히 해 줘서 정말 뿌듯하고, 우리팀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지금 두산 지휘봉을 잡고 있는 윤경신 감독은 한국 남자 핸드볼이 배출한 역대 최고의 스타자 전설이다. 윤 감독은 우승 직후 정의경에게 "팀의 키 플레이어가 그렇게 큰 목표를 품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는 것 자체가 멋진 일"이라며 "선수가 그런 생각과 자신감을 갖고, 또 목표를 이뤘다는 점에서 감독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정의경 역시 이런 메시지에 찬사로 화답했다. 그는 "윤경신 감독님과 한 팀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영광"이라며 "이제 내가 나이도 있어서 이 영광을 얼마나 더 누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가능한 한 오래 함께하고 싶다. 감독님이 이끄시는 두산에서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남자 핸드볼에 새바람을 일으키던 젊은 에이스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상대 선수 대부분이 자신을 동경하면서 코트를 누벼 온 후배들이고, 현역 선수로 뛸 날도 뛰어온 날들에 비해 훨씬 적다. 하지만 여전히 정의경은 힘과 의지가 넘친다.그는 "우리팀은 누구 한 명이 강한 게 아니라 팀워크 면에서 최고라서 진짜 강팀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팀원들에게 더욱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다 함께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 남자 핸드볼 현역 최고 스타는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쏟아진 빛을 감추고 '우리팀' 얘기로 인터뷰를 끝냈다. 청주=배영은 기자
2019.04.09 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