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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규의 다른 생각] 두 번의 허무한 기억과 WC 결정전, 올해는 누가 웃을까

지난 3월 23일 개막한 2024년 KBO리그 정규시즌 일정(총 720경기)이 1일 막을 내렸다. 2일부터 정규시즌 4위 두산 베어스와 5위 KT 위즈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으로 가을야구 첫 스테이지를 치른다. 두 팀의 정규시즌 맞대결 전적은 두산의 절대적인 우위(12승 4패). 하지만 KT는 분위기에서 앞선다. 정규시즌을 공동 5위(72승 2무 70패)로 마쳐 SSG 랜더스와 프로야구 사상 첫 5위 결정전을 치렀는데 극적인 뒤집기로 5년 연속 포스트시즌(PS)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KT는 2021년 '1위 결정전'에 이어 두 번의 타이브레이크에서 모두 승리하는 진기록을 남겼다.WC 제도는 KT가 합류, 리그가 10구단 체제로 확대된 2015년부터 도입됐다. 기존에는 PS 진출팀이 상위 4개 팀이었지만 WC 신설로 한 팀 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PS 진출팀(5개)이 다소 많다는 의견이 있었던 게 사실.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처음엔 4위 팀과 5위 팀의 승차가 1.5경기 이내일 때만 '조건부로 실시'된다고 발표됐으나 결국 승차 조건을 없애고 4위 팀에 어드벤티지를 주는 방식으로 조정됐다. 이에 따라 WC는 정규시즌 4위 팀의 홈구장에서 최소 1경기, 최대 2경기가 진행된다. 4위 팀은 1승 어드밴티지를 안고 경기해 2경기 중 1승만 해도 준플레이오프(준PO)에 오를 수 있다.WC 결정전은 2015년부터 아홉 차례 진행됐는데 5위 팀의 이른바 '업셋'은 단 한 번도 없었다. 5위 팀이 WC 결정 1차전을 승리한 경우만 두 번 있었는데 모두 2차전 패배로 탈락했다. 말이 2연승이지 선수들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가을야구에서 연승은 쉽지 않다. 필자는 야구 프런트로 2015년과 2017년, 두 번의 WC 결정전을 경험했다. 두 번 모두 정규시즌 5위로 기적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모두 1차전에서 패했다. 가을야구 문턱을 넘으려고 아등바등했지만, 한 경기로 모든 게 끝나니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었다. 2015년에는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연장 11회 패배, 2017년에는 마산 야구장에서 NC 다이노스에 5-10으로 완패했다. 특히 2017년에는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질 정도로 공허함이 컸다.그래도 위안 삼을 만한 내용이 하나 있다. 바로 WC 결정전 막차를 탄 팀이 이듬해 가을야구에 또 올라간 경우가 아홉 차례 중 여섯 차례, 이 가운데 세 번은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SK 와이번스(현 SSG)만 하더라도 2017년 마산의 아픔을 딛고 2018년 KS 우승을 달성했다. 정규시즌 4위 팀이 WC 결정전에서 자주 패하면 정규시즌 순위에 대한 이점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이변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여러 의미에선 잘 만들어진 PS 방식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5위 팀의 가을야구 희망을 키우면서 흥행 불쏘시개 역할까지 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프로스포츠 사상 첫 정규시즌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2024년 KBO리그. 2일부터 시작할 가을야구에는 어떤 스토리가 쓰일까. 필자의 아픔이 가득한 WC 결정 1차전부터 눈길이 간다. 전 SSG 랜더스 단장정리=배중현 기자 2024.10.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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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좌 전성시대...KT의 합리적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

KT 위즈가 합리적인 의사 결정과 투자를 했다. '10구단' KT는 1군 진입을 앞둔 2014년 겨울, 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내야수였던 박기혁(현 KT 코치)을 영입했다. 센터 라인, 수비 핵심 포지션인 유격수를 입단 1~2년 차 젊은 선수에게 맡길 순 없었다. 박기혁은 3년(2015~2017) 동안 주전을 맡았고, 그사이 실전 경험을 차곡차곡 쌓은 심우준이 2018시즌 793이닝을 소화하며 주전 자리를 물려받았다. KT는 올 시즌 다시 한번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내야수를 보강했다. 24일 오전 삼성 라이온즈 왕조 시대 주역 중 한 명인 김상수(32)와 기간 4년·총액 29억원에 영입했다. 심우준은 입대를 앞두고 있다. 지난 3년 사이 원래 높은 평가를 받던 수비력에 공격력까지 좋아진 그의 공백을 내부에서 대신 막긴 어려웠다. 올 시즌 백업으로 뛰었던 신본기도 FA 자격을 얻은 상황이었다. 나도현 단장, 이강철 감독 모두 외부 영입 필요성을 인정했고, 선수의 미래가치에 합리적인 몸값이 형성된 김상수와 동행을 결정했다. KT는 김상수를 유격수로 쓰기 위해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2루수엔 박경수·오윤석이 있다. 그러나 김상수는 2018시즌 이후 주로 2루수를 맡았다. 올 시즌은 4년 만에 300이닝(326과 3분의 1) 이상 소화했지만, 시즌 초반 늑간근과 왼 장요근(허리뼈와 골반을 이어주는 근육) 손상으로 이탈하는 등 72경기밖에 나서지 않았다. 김상수는 삼성 적통이다. 한국시리즈(KS)만 26경기에 나섰다. 국가대표로 국제대항전에 출전한 경험도 많다. 아직 많은 나이도 아니다. 그러나 유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부상도 우려된다. 2020시즌 3할(0.304) 타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공격형 내야수로 보기도 어렵다. 주전 유격수 이탈을 막기 위해 데려온 선수인 만큼 일단 2023시즌은 유격수 출전이 유력하다. 다른 대안도 떠오르지 않는다. 십자인대 파열로 재활 중인 장준원이 돌아와도 경쟁 구도가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유격수' 한 자리만 두고 보면 고개가 갸웃한 영입. 그러나 김상수가 2루수와 3루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이 계약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KT는 심우준이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김상수를 2루수로 돌려서 쓸 수도 있다. 어차피 KT는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마흔이 되는 박경수의 후계자가 필요하다. 결국 당장 공백을 메우고, 자연스럽게 차기 주전 2루수를 채울 수 있는 선택한 것이다. 계약 발표 직후 쏟아지는 FA 계약 손익 계산과 전망은 무의미하다. 그래도 명분과 실리에서 KT는 꽤 괜찮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선수 몸값이 치솟고, 시장은 가열되고 있다. KT의 차분하고 묵직한 한 걸음은 꽤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2022.11.2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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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 1번-주장’의 음주운전, 하주석이 저버린 신뢰

'암흑기의 유산'이 다시 한번 한화 이글스의 기대를 배신했다. 한화 내야수 하주석은 19일 새벽 5시 50분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혈중 알코올농도 0.078로 면허 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한화 구단은 20일 오후 이를 확인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신고했다. 예상되는 징계는 70경기 정지다. 지난 6월 개정된 ‘강정호 룰’에 따른 조치다. 다만 추가적인 구단 자체 징계는 없을 예정이다. 역시 강정호 룰에 따른 것으로, 품위손상행위에 대해서는 구단 자체 징계 없이 KBO 징계만 내려진다. 하주석은 2010년 최하위를 기록했던 한화가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뽑았던 ‘암흑기의 유산’이다. 함께 프로에 입단한 한현희·구자욱·문승원·윤명준 등을 제친 순번이었다. 신일고 1학년 때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한 그는 역시 1년 전 1순위로 뽑았던 유창식과 함께 팀의 투·타 기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런데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군에 입대했고, 프로 6년 차인 2017년이 되어서야 두 자릿수 홈런과 호수비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팀이 리빌딩에 들어간 올 시즌에는 주장까지 맡았다. 그런 데도 주심 판정에 항의하며 헬멧을 던져 논란을 빚었다. 당시 출장정지 10경기, 제재금 300만원,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40시간의 징계를 받은 하주석은 올 시즌 종료 후 책임감을 느끼고 마무리 훈련을 자처했다. 하지만 그는 훈련이 끝나기도 전에 음주운전으로 다시 물의를 빚었다. 그의 주전 자리는 물론 주장 연임까지 고려했던 한화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손혁 한화 단장은 "사실 확인 후 KBO에 전달했고, 징계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화 관계자는 "자체 징계가 사라진 건 이중 처벌을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외 결정하게 될 내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아직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하주석의 이탈로 한화의 오프시즌 계산도 복잡해졌다. 본래 한화는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중심 타선과 외야진을 보강할 것으로 전망댔다. 양의지, 채은성 등이 영입 대상으로 거론된 이유다. 그런데 하주석의 장기 결장이 불가피해 내야까지 흔들리게 됐다. 풀 타임 주전 유격수로 검증된 내부 자원이 없고, 시장에는 노진혁, 김상수 등 베테랑 내야수들이 있다. 한화는 올 시즌 승률 0.324로 구단 사상 최다패(96패)와 10구단 체제 최저 승률을 기록했다. 채워도 모자랄 상황에서 구멍만 더 커진 채 시린 겨울을 맞게 됐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11.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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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연기, 승선 후보 많은 KT 사령탑의 속내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연기된 뒤 프로야구 10구단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어차피 대회 기간 주축 선수들의 이탈은 불가피한 상황. 올해든 내년이든 한 번은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소속 선수들의 차출 여부가 더 큰 관심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기존 '만 24세·프로 3년 차' 이하로 제한을 둔 선발 기준을 다시 손볼 전망이다. 자체 기준인 만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아시안게임 연기 소식이 팀에 미치는 영향을 묻자 "지금도 아시안게임이나 다름없는 게 아닌가"라고 웃어보였다. 강백호, 헨리 라모스, 황재균 등 주축 타자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을 애써 농담으로 받아친 것. KT는 리그 대표 타자로 성장한 강백호, 토종 선발 투수 소형준이 승선할 가능성이 있었다. 공·수 페이스가 좋은 유격수 심우준과 오른손 선발 배제성이 와일드카드 티켓을 노리고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대회 연기로 당면한 팀의 손익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러나 강백호에 대해서는 짧게 언급했다. 이 감독은 "현재 발가락 골절상으로 재활 치료 중인 (강)백호가 돌아오면 그래도 적응하는 데 한 달은 필요할 것이다. (대회 일정에 맞춰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면) 거의 바로 떠나는 것이니 팀 입장에서는 걱정이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5월 현재 보여준 퍼포먼스로는 대표팀 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선수들이 다시 한번 전열을 정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본다. 이 상황이 팀 전체로 볼 때는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이 감독은 그러면서도 "사기가 저하되는 선수들은 있을 것"이라며 걱정도 내비쳤다. 잠실=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5.0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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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루키' 김도영, KIA 1차 지명 성공사 이어갈까

매년 이맘때마다 주목받는 선수들이 있다. 이름값 높은 이적생, 새 외국인 선수 그리고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신인이다. 프로야구 신인왕 경쟁은 한동안 중고 신인이 최종 승자가 됐다. 하지만 2017년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이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순수' 신인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정후, 강백호(KT 위즈)는 현재 리그 아이콘으로 올라섰다. 그래서 유망주들을 향한 야구팬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지난해는 장재영(키움 히어로즈), 김진욱(롯데 자이언츠)이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두 선수가 1군 적응에 애를 먹는 사이,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이의리(KIA 타이거즈)가 경쟁력을 갖췄다. 시즌 막판 부상 이탈에도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차지했다. 1985년 이순철 이후 36년 만에 '타이거즈' 구단에서 나온 신인왕이었다. KIA는 올해도 신인왕 기대주가 있다. '이종범의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는 김도영(19)이다. KIA는 지난 8월, 강속구 투수 문동주 대신 '5툴 내야수' 김도영을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했다. 구단은 신체 조건이 좋고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매년 등장할 수 있지만, 김도영처럼 타격·수비·주루 능력을 두루 갖춘 내야수가 다시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김종국 KIA 신임 감독도 김도영을 향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6일 공식 취임식, 19일 나성범의 입단식에서 가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모두 김도영을 언급했다. 내부 주전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을 선수로 봤다. 지난해 주전 유격수 박찬호의 자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김종국 감독은 부임 후 "빠른 야구를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김도영은 새 사령탑의 지향점에 부합하는 선수다. 그는 1차 지명 직후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주루 플레이가 가장 자신 있다"라고 했다. 타격 후 홈에서 1루까지 3.96초 만에 주파할 만큼 주력과 순발력이 뛰어난 선수다. 여기에 고교 시절 삼진도 거의 당하지 않았다. 기존 리드오프 최원준이 입대하며 생긴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주전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백업 내야수나 대주자 요원으로 1군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 김도영은 내달 1일부터 열리는 KIA에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 10구단 신인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KIA는 2020년 1차 지명 투수 정해영이 팀 마무리 투수로 거듭났고, 2021 1차 지명 투수 이의리가 선발진에 안착했다. 김도영이 3년 연속 KIA 1차 지명 선수 성공 사례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1.2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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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남았다, 첫 우승까지

박경수(37·KT 위즈)는 성남고 시절 ‘천재 유격수’로 불렸다. 2003년 1차 지명을 받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유격수 중 하나인 류지현(현 LG 감독)의 후계자로 꼽혔다.하지만 박경수는 2014년까지 출전한 933경기에서 타율 0.241, 43홈런, 246타점에 그쳤다. 유격수 포지션도 지키지 못해 1루와 3루를 떠돌다 2007년부터 2루수로 나섰다. 데뷔 10년이 지나도록 만년 유망주로 불렸다.박경수는 2014년 11월, 1군 진입을 앞둔 제10구단 KT로 이적했다. 서른 살 이후에 야구 인생을 꽃피웠다. 2015년 풀타임을 뛰며 타율 0.284, 22홈런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처음으로 3할(0.313) 타자로 올라섰다. 2016~2018년에는 주장을 맡았다.박경수가 이끄는 KT는 점차 강해졌다. 2019년 창단 처음으로 5할 승률(71승 2무 71패)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그해 11월 9일 열린 플레이오프(PO)에 출전한 박경수는 역대 최고령(36세 7개월 9일)에 가을야구를 처음 경험한 선수로 기록됐다.당시 KT는 두산 베어스에 1승 3패로 패하며 탈락했다. 데뷔 후 18년을 기다린 박경수의 가을도 짧았다. 그러나 올해 다시 기회를 얻었다.KT는 10월 31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1위 결정전에서 1-0으로 승리,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에 직행했다. 박경수는 이 경기 9회 말, 구자욱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박경수의 투지는 두산과 만난 KS에서 더 뜨거워졌다. 1·2차전에서 눈부신 호수비를 보여주며 KT의 2연승을 이끌었다. 1차전 5회 초 2사 1루에서는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의 날카로운 타구를 다이빙캐치 했다. 2차전 1회 초 무사 1·2루에서도 페르난데스의 총알 같은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뒤 병살타로 연결, 흔들리던 선발 소형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박경수는 “공격을 잘해서 MVP를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3차전. 그는 타석에서도 빛났다. 0-0 균형이 이어지던 5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산 선발 아리엘 미란다의 시속 146㎞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미란다는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225개) 신기록을 세운 투수. 박경수도 정규시즌에선 미란다를 상대해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이날은 승부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렸다.KT는 선발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5와 3분의 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7회 초 조용호의 좌전 적시타, 황재균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추가하며 3-0으로 앞섰다. KT는 리드를 지켜내며 3-1로 승리했다. 박경수의 홈런은 결승타가 됐다.박경수는 승리의 기쁨을 그라운드에서 나누지 못했다. 8회 말 무사 1루에서 안재석의 빗맞은 타구를 처리하다가 오른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 그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박경수가 끝까지 공을 쫓은 덕분에 두산 1루 주자 박세혁은 진루하지 못했다. 공은 박경수의 글러브를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졌지만, 우익수 제라드 호잉이 재빨리 잡아 2루 송구로 주자를 잡아냈다. 박경수의 투혼으로 잡아낸 아웃카운트였다.KT는 통합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다. 지금까지 KS에서 1~3차전을 싹쓸이한 팀은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KS 3연패를 당한 팀이 ‘리버스 스윕’을 해낸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18일 오후 6시 30분 시작하는 KS 4차전 선발 투수는 배제성(KT)과 곽빈(두산)이다.안희수·박소영·차승윤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1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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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표 '성장형' 리더십이 만든 KT 쾌거

KT의 성장은 감독의 리더십이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줬다. '성장형' 지도자 이강철(54) 감독이 KT 야구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KT는 지난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17-5로 완승,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2020시즌 리그 5위를 확보했다. 팀 창단 7년, 1군 무대 진입 6시즌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다. 제 10구단 KT는 창단과 동시에 암흑기에 빠졌다. 3시즌(2015~17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2018시즌도 9위에 머물렀다. 선수층이 얇았고, 육성도 더뎠다. '9구단' NC가 빠른 속도로 강팀 반열에 올라선 것과 비교됐다. 최악의 상황에서 단행한 현장·프런트 수장 교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KT는 2018시즌 종료 뒤 '스타 플레이어' 출신 이강철 감독을 영입했다. 또한 원년부터 KT의 타격코치를 역임한 '야구인' 이숭용을 단장으로 내세워 육성과 현장 지원을 맡겼다. 이 시점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강철 감독은 프런트뿐 아니라 고참급 선수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리더였다. 방향을 정하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열었다. 주장 유한준과 부주장 박경수는 선수단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했다. 이숭용 단장도 직언을 마다치 않았다. 소통은 팀을 끈끈하게 만들었다. 이강철 감독은 "두산에서 2군 감독을 한 시절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 전문 분야(투수 파트)만 파고 있던 내게 새로운 야구가 보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 시절을 통해 '난 아직 감독이 될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성장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각오한 이강철 감독은 오판을 빨리 인정했다. 자신의 야구관에 매몰되지 않았다. 더 공부하고, 소통했다. 2019시즌 초반에는 야수진 운영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투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었다. 오태곤·황재균 등 타격 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유격수로 쓰며 공격력 강화를 노렸다. 그러나 효과가 미미했고, KT는 개막 5연패에 빠졌다. 이 시기에 이강철 감독은 최대 권한인 인사권(선수 기용)을 내려놓았다. 이숭용 단장, 주루·작전 코치와 의견을 교환했다. 수비가 좋은 심우준이 다시 주전을 맡았다. 심우준은 그해 타격 능력까지 향상됐다. KT는 2019년 6월 6일 잠실 LG전에서 패하며 승률 4할 아래로 떨어졌다. 승패 마진은 마이너스 15경기. 당시 시즌 100패 가능성도 제기됐다. KT가 강팀으로 도약하는 첫 번째 분수령이 여기였다. 이강철 감독은 "하위권 팀을 맡았지만, 부임 첫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눈앞의 성적보다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주전 라인업부터 확실하게 구축했다. 그때 마련한 방침이 2019시즌 5할 승률로 이어졌고, 올해까지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강철 감독은 승리하는 방법보다 강팀이 되는 방법을 더 연구했다. 자주 바뀌었던 선발 라인업을 고정하기 시작했다. 배제성·김민수 등 잠재력 있는 젊은 투수들도 등판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KT는 6월 이후 승률 0.560(47승 2무 37패)을 기록했다. 부임 두 번째 시즌에서도 강단을 보여줬다. 전력이 탄탄하다고 평가됐던 KT 불펜은 올 시즌 초 흔들렸다. 순위는 8위까지 떨어졌다. 이강철 감독의 대처 방식은 지난해와 달랐다. 이번에는 철저하게 '윈-나우'를 추구했다. 컨디션이 좋았던 셋업맨 주권과 유원상을 3경기 연속 투입하기도 했다. 이강철 감독은 "당시 역전패가 속출했다. 이기는 경기는 꼭 잡아야 했다. 투수를 혹사한다는 시선도 감수해야 했다. 이 시기 승수를 쌓으면서 전환점이 만들었고, 야수와 투수진 사이 신뢰도 커졌다. 그 효과가 시즌 내내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KT는 전열을 정비한 7월 후 리그 승률 1위를 달렸다. 이강철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뒤 "전력 이탈이 생길 때마다 매번 좋은 선수가 등장해 자리를 메워줬다. 수훈 선수를 딱 꼽긴 어렵다. 올 시즌은 '팀 KT 위즈'가 잘해줬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강철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뒤에도 전열 정비에 여념이 없다. 최근 야수진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그는 판단하고 있다.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을 찾고 있다. KT가 강팀 반열에 오를 건 이강철 감독의 '성장형 리더십' 덕분이다. 안희수 기자 2020.10.27 06:00
야구

수비 중심 유격수, 공격 기여도는 10구단 제각각

2020시즌 초반은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진다. 수비 비중이 높은 포지션도 높은 공격 기여도를 기대받는다. 10구단 유격수의 타격 성적은 제각각이다. 리그에서 가장 수비 능력이 좋은 유격수로 평가받는 김재호(35·두산)는 타석에서도 좋은 성적을 남겼다. 개막 셋째 주까지 나선 15경기에서 타율 0.400(55타수 22안타)을 기록했다. 규정 타석을 채운 리그 유격수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이다. 리그 전체 타자 가운데서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클린업트리오 바로 뒤인 6번 타순에 포진했다. 장타는 많지 않지만 정확한 콘텍트 능력으로 상대 배터리에 피로감을 주고 있다. 허벅지 통증을 안고 나섰을 때도 안타 생산과 팀 배팅 모두 좋았다. 2019시즌에 타율 0.268에 그치며 부진했던 그는 겨우내 체중 감량을 통해 투타 감이 가장 좋았던 수준의 몸 상태에 다가섰다. 좋은 결과도 따라주고 있다. KT 주전 유격수 심우준(25)도 고비를 넘겼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9번에서 1번으로 타순이 올라갔다. KT의 공격 선봉대 역할을 맡게 됐다. 워낙 발이 빠른 선수이기 때문에 기동력 야구가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개막 첫째 주 출루율은 3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2번 타자 김민혁까지 부진했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20경기는 변화된 타순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뚝심을 보여줬고, 심우준도 조금씩 타격감을 찾기 시작했다. 개막 셋째 주까지 19경기를 치르며 타율 0.306(85타수 26안타)·출루율 0.348를 기록했다. 선두타자 출루 뒤 상대 배터리를 흔드는 주루 플레이를 보여주며 이강철 감독이 그린 그림을 실현하기도 했다. 최근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NC 주전 노진혁(31)도 타율 0.274·2홈런을 기록했다. 승부처에서 좋은 타격을 해줬다. 2019시즌 도루왕 박찬호(KIA·25)을 향한 평가는 유보다. 같은 기간 동안 타율 0.274(84타수 23안타)·출루율 0.337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평균을 웃도는 기록이지만, 득점권에서 17타수 1안타로 매우 약했다. 무릎 부상에서 복귀한 이학주(삼성·30)는 14경기에서 타율 0.214를 기록했다. 부진했다. 득점권 타율은 0.250. 그러나 주자가 2명 이상 있을 때 2루타를 치며 다득점 발판을 놓은 타격은 두 차례 해냈다. 희생플라이도 3개를 기록했다. 롯데 외인 딕슨 마차도(28)의 방망이는 식었다. 개막 첫째 주에만 홈런 3개를 때려냈다. KT와의 개막전 결승타 주인공이다. 그러나 2~3주 차 12경기에서는 타율 0.167에 그쳤다. 국가대표 유격수 김하성(25)은 지난주에는 타율 0.471·OPS(출루율+장타율) 1.699를 기록하며 반등했지만, 이전 12경기에서는 0.188·1홈런에 그치며 공격 기여도가 미미했다. LG 유격수 오지환(30)은 수비 능력은 좋다. 타석에서는 부진하다. 지난주까지 타율은 0.170을 기록했다. 규정 타석을 채운 62명 가운데 60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27일 대전 한화전에서 멀티홈런을 치며 반등 신호탄을 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5.28 09:14
야구

'수비 평가' 바꾼 내야 3인, 업그레이드 2020 겨냥

두산 내야수 최주환(32)은 지난 시즌에 리그 정상급 2루수로 도약할 수 있는 자질을 증명했다. 2006년에 입단한 그는 내야 선수층이 두꺼운 두산에서 10년 가까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한 2010년에는 퓨처스 북부리그에서 타격 6관왕을 차지했다. 2015시즌에는 100경기에 출전하며 개인 최다인 266타석을 소화하기도 했다. 타격 성적도 좋았다. 2012~2016시즌 평균 타율은 0.280이다. 그러나 수비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반쪽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최주환의 도약 기점은 2017시즌이다. 2, 3루수로 564⅓이닝 소화했다. 주전 선수의 부상과 부진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며 수비 경험을 쌓았다. 김태형 감독도 선수의 의지를 높이 샀다. 감량하고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그를 주목했고, 개막 뒤 좋은 모습을 이어갈 때는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며 독려했다. 곡해했던 코치진의 조언도 진정한 의미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19시즌에는 안정감까지 주는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주전 오재원이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닝을 양분했다. 2루수로 나선 474이닝 동안 실책은 2개뿐이다. 포구 실책은 없었다. 포스트시즌에도 무난한 수비를 보여줬다. 이제 타격 능력만 갖춘 선수로 평가되지 않는다. 2020시즌 목표는 포지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아직 풀타임으로 한 자리를 소화한 시즌은 없다. 2020시즌도 주장 오재원과 경합이다. 스프링캠프 컨디션은 최주환이 앞서지만, 기존 주전의 저력과 무형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전망은 밟다. 최주환은 겨우내 8kg을 감량해 가동 범위를 넓혔다. 26홈런을 때려낸 2018시즌 장타력을 회복하고, 2019시즌에 향상된 수비력을 유지하면 주전 도약을 넘어 공수 능력을 갖춘 2루수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 향상된 수비 능력이 주목되는 내야수가 한 명 더 있다. KT 주전 3루수 황재균(33)이다. 그는 공격 퍼포먼스가 더 두드러진다. KBO 리그에서 뛴 최근 네 시즌 연속 20홈런 이상 기록했다. 벌크업을 통해 장타력 향상을 노린 이력이 있고, 홈런 더비에도 나섰다. 수비력 평가는 반작용이 있었다. 실제보다 저평가됐다. 그러나 2019시즌에 남긴 기록은 객관적인 평가에 유의미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수비율(0.969), 실책(10개)은 리그 1위 기록에 조금 모자란다. 7.49를 기록한 수비 범위 관련 득점 기여(RNG·스탯티즈 기준)는 단연 1위다. 좌우 타구 처리 범위가 넓다는 의미다.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WAA)도 리그 3루수 가운데 유일하게 1.000을 넘었다. RNG는 2018시즌에 비해서도 크게 상승했다. 체중 감량으로 순발력 향상을 이룬 덕분이다. 어깨는 원래 좋았다. 2020시즌을 앞두고도 유연성 향상과 체지방 감소를 노렸다. 황재균은 "실책도 10개 미만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2020시즌에는 그의 수비 퍼포먼스에 주목하는 것도 KT 야구를 즐기는 재미가 될 수 있다. KT 유격수 심우준(25)은 비로소 잠재력을 증명한 사례다. 경기고 시절부터 빼어난 수비력을 인정받았고, 10구단 KT의 주전 유격수로 기대받았다. 그러나 성장세가 더뎠다. 풀타임을 치른 시즌은 있지만 확실한 주전으로 평가받진 못했다. 클러치 상황에서는 종종 송구와 포구가 흔들렸다. 지난 시즌은 리그 대표 유격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900이닝 소화한 유격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비율(0.982), 최소 실책(9개)를 기록했다. WAA는 전체 3위(1.240). 후반기 실책은 2개뿐이다. 시즌 초반에는 공격력 강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백업으로 밀렸지만, 이내 안정감 있는 유격수가 왜 필요한지 증명했다. 선수도 2019시즌을 치르며 자신감이 상승한 모양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치른 스프링캠프에서는 메이저리거 출신 강정호와 함께 훈련하며 시야를 넓히기도 했다. 이름값보다 훨씬 좋은 퍼포먼스가 기대되는 유격수다. 안희수 기자 2020.04.17 06:01
야구

동료 실력 실감하는 청백전 시리즈, 소통 효과도 기대

"우리 팀에 좋은 투수들이 정말 많더라." KT 간판타자 강백호(21)는 청백전 시리즈를 소화하며 연신 감탄한다. 상대할 기회가 많지 않던 소속팀 투수들의 위력적인 공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은 청백전이 적었다. 긴장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는데, 예상보다 좋은 공이 정말 많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10구단은 그 어느 해보다 자체 청백전을 많이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정국 탓에 제한된 스케줄을 소화할 수밖에 없다. 우려가 컸다. 집중력과 긴장감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타자의 부상을 의식한 투수는 몸쪽 승부를 주저하게 된다. 효율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류가 변했다. 대외 연습경기와 개막이 두 차례씩 연기됐다. 청백전은 유일하게 컨디션 관리를 도모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이 됐다. 이제 젊은 투수들은 몸쪽 승부에 주저하지 않는다. 제한된 기회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어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구단 자체 채널과 케이블 방송을 통해 청백전이 중계되고 있다. 관중은 없지만 보는 눈은 많다.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진 덕분에 청백전도 진지해졌다. 선수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팀 동료의 진짜 실력을 실감할 수 있게 됐다. 강백호는 아직 대외적으로는 그 자질이 드러나지 않은 투수들의 공을 주목한 것. 정작 자신은 동료 투수들이 승부를 피하고 싶을만큼 타석에서 위압감을 주고 있다고. KT 3선발 배제성(23)은 베테랑의 진가를 새삼 확인했다. 주장 유한준(39)과의 승부를 떠올리며 "승부가 가장 까다로운 타자였다. 실투를 놓치지 않고 선구안까지 좋더라. 볼카운트 싸움이 계속 밀리더라"며 감탄했다. 10점을 내준 지난달 25일 청백전을 떠올리며 "타자들이 다들 말은 '네 공이 좋더라'고 하면서 치기는 너무 잘 치더라"며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점검 위주의 투구를 하던 그는 2일 청백전에서는 실점을 막기 위해 애를 썼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에서도 같은 기류가 감지된다. 주전 1루수 오재일(33)은 토종 에이스 이영하(23)의 공을 인정했다. 3월 31일에 열린 자체 청백전 뒤 그는 "이영하가 진짜 '잡겠다'는 기세로 던지더라. 그동안 상대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왜 '잘 던진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이 경기에서 이영하는 최고 구속 149km(시속)를 뿌렸다. 페이스가 너무 빨라서 잠시 숨 고르기를 했고, 다시 실전에 투입되던 시점. 팀 주축 타자도 혀를 내둘렀다. 진지한 청백전의 효과는 그저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감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발전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강백호는 "(진짜 실력을 봤으니)서로 조언하고 피드백을 할 수 있다. 좋은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두산 백업 포수 이흥련도 "공을 받을 때와 타석에 섰을 때는 또 다르더라. 우리 팀 투수의 공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는 부분이 있고, 이 점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유격수나 2루수는 바로 뒤에서 동료 투수를 지켜본다. 팔의 각도가 내려오거나 밸런스가 크게 흔들리면 경기 중에도 조언해준다. 포지션이 달라도 기본 맥락은 짚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해보다 청백전을 많은 치른 상황. 팀 동료의 실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만큼 서로를 향한 관심과 조언도 늘어날 전망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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