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38세의 '30홈런-100타점' 이승엽, 56홈런 못잖게 감동적인 이유
이승엽(38)은 '명예회복'이 필요했다. 그래서 타격 자세부터 마음가짐까지 다 바꿨다. 심지어 야구 장비까지. 그렇게 절치부심하며 노력한 이승엽이 또 하나의 대기록을 완성하며 행복한 가을걷이를 하고 있다. 이승엽은 11일 광주 KIA전에서 2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역대 최고령(38세 1개월 23일) '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종전 기록은 2001년 롯데 호세의 36세 4개월 12일이었다. 이미 지난 10일 NC전에서 역대 최고령 30홈런을 달성한 그는 이날 1-5로 뒤진 6회 초 임준섭으로부터 2점 홈런(시즌 31호)을 뽑아냈다. 이 홈런으로 이승엽은 양준혁(1389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개인 통산 1200타점을 돌파했다. 또 3-5로 뒤진 8회 최영필에게서 솔로 홈런(32호)을 때려내 시즌 100타점을 채웠다. 비록 팀은 4-5로 졌지만, '국민타자'를 응원해 온 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파워와 결정력을 겸비한 슬러거의 상징인 30홈런-100타점은 이승엽에겐 통산 7번째 기록이다. 이미 국내에서 5번(1997~99년, 2002~2003년), 일본(2006년)에서 한 차례 세웠다. 그런데 이번 30홈런-100타점의 의미는 상당히 특별하다. 국내에선 11년 만에, 그것도 30대 후반의 나이에 달성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힘든 시절을 보내고 돌아온 이승엽은 2012년 타율 0.307-21홈런-85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프로 데뷔 후 국내 무대 최저 타율(0.253)-최소 타점(69개)에 그쳤다. 홈런도 13개에 머물렀다. '베테랑' 이승엽은 절치부심했다. 세월의 흐름 속에 파워가 줄어들자 타격폼을 수정하며 스윙폭은 작게 했다. 또 '더 이상 밀려나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야구를 했다. 그는 "지난해 부진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도 많이 입었다. 또 못 하면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정신 바짝 차리고 야구에 집중했다"고 털어놨다. 방망이부터 스파이크, 언더셔츠, 장갑까지 모두 바꾸며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나 자신과 타협하면 안 된다. 매너리즘에 빠져선 안 된다"고 되뇌었다. 올 시즌 개막 전 이승엽이 내세운 목표는 타율 0.280-20홈런-80타점이었다. 그는 "최소한 그 정도 성적은 올려야 나 스스로를 납득시켜줄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진심이냐"고 묻자 그는 "지난해 부진했는데 3할-30홈런-100타점을 치겠다고 하면 욕심이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11일 현재 타율 0.305-32홈런-100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승엽은 세월을 거슬렀고, 특별한 클래스임을 증명했다. 이형석 기자
2014.10.13 0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