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걸어 다니는 팝아트! 아티스트 낸시 랭입니다. 제가 스타들의 패션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됐는데요! 너무 신나는 거 있죠? 현대 미술만 하던 제가 좋아하는 많은 스타들에 관해 리서치를 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를 알아가게 되는 즐거움이 저를 흥분시키네요. 이 모든 느낌을 함께하고 싶어요!”
자! 첫 회를 장식한 스타는 바로 이효리다.
데뷔 8년 차. 그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그녀의 다양한 패션과 스타일의 변천사를 보자면 다른 연예인에 비해 우리에게 많은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초창기의 이효리를 떠올려 보자. 이효리는 순정만화의 여주인공처럼 순수하고 귀여운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다. 멤버들 각각 개성이 넘치면서도 조화를 이뤄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핑클’은 공식적인 팀 해체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2002년 4집을 끝으로 개인활동에 들어갔다. 이효리도 2003년 솔로 1집 <10Minutes>로 솔로 활동에 들어가면서 핑클 시절의 귀엽고 순수한 이미지를 벗고 보다 더 성숙하고 섹시한 컨셉트로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리고 3년간의 자기 계발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2006년 2집 로 컴백했다. 돌아온 이효리에게선 더욱 강한 모습으로 진정한 섹시미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새로운 각오가 보였다.
이효리와 제니퍼 로페스는 닮은 점이 많다. 비록 둘이 10살 이상의 나이 차와 다른 국적.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게 무엇일까? ①섹시한 몸매와 파워풀한 댄스를 갖춘 ②패션 리더이면서도 ③둘 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겪었고 ④이에 반해 끊임없는 열정과 욕심으로 꿈을 향해 지치지 않고 나아간 자수성가형 연예인이라는 점 등이다. ⑤연기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았으나 두 사람 모두 연기자로의 변신이 실패로 돌아간 경력 또한 닮았다.
30대가 되면 연예인 생활을 그만두고 패션 사업을 하겠다는 이효리와 이미 패션사업가로 성공한 제니퍼 로페스는 스타이기 이전에 누구보다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또 욕심 많은 이 시대의 당당한 여성이다.
이런 이효리는 카리스마와 흡인력까지 보태 가장 강력한 패션 아이콘이 됐다. 옷은 누가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 상황과 설정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러분들도 무조건 유행이라고 따라하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먼저 찾아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번 2집은 강한 펑키 음악으로 독특한 안무와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무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의상보다는 쇼(Show)적으로 강한 인상을 줘야 했기 때문에 ‘쇼’ 의상 위주로 제작된 옷들이 많다. 1집 때와는 달리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할 히트 아이템들이 많이 나오기는 조금 힘들 듯 싶다. 그래서 함부로 ‘따라 입기’ 했다간 웃음거리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하지만 올해 트렌드의 하나인 레트로(Retro) 복고풍에 유행 컬러인 화이트를 주요 컬러로 정한 것은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올 봄 복고 유행의 하나로 프릴이 유행하는데 나도 이러한 코튼 블라우스 화이트 상의를 2개 구입했다. 이 글을 맡기 전에 이미 구입한 것인데 그렇게 약간 오버된 디자인의 옷을 같은 질감의 화이트 미니스커트나 핏(Fit)이 좋은 섹시한 진 또는 쇼트팬츠에 입으면 순수한 어린 여성미는 물론 활발한 섹시함과 잘 살릴 수 있다. 더욱 돋보이게 되는 보디라인은 덤이다. 그러나 다리가 상체에 비해 짧다면 효리 같은 쇼트팬츠보다는 미니스커트를. 그리고 허리가 길면 길수록 극명하게 구분을 지어주는 화려하거나 두꺼운 벨트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대신 로맨틱하거나 큐트한 원피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물론 각자의 헤어스타일과 화장법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 수도 있음을 명심할 것! 이제 곧 눈부신 햇빛만으로 가득 찰 5월과 여름을 생각한다면 여러분도 한 번쯤 지겨운 긴 머리도 섀기컷으로 변화를 줘도 신날 듯하다.
이효리는 ‘믹스매치’를 또 다른 컨셉트로 정해 헤어스타일은 섀기컷이지만 한쪽은 긴 머리. 다른 한쪽은 단발 머리로 커트해 언밸런스한 느낌을 강조했다. 이것은 야성적. 반항적. 공격적인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선택인 것 같다. 그리고 역시 프릴에서 착안해 나폴레옹 시대와 로코코 시대의 의상 컨셉트를 차용한 블라우스 등을 자체 제작. 또는 리폼(Reform)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조금 아쉽다
끊임없이 나오는 그녀의 뮤직 비디오는 최대한의 매력을 끌어내려고 하지만 1집에서의 신선한 섹시 이미지의 대히트가 그녀에게 큰 부담을 줬던 모양이다. 전체 컨셉트. 컬러. 디자인. 무릎 위 부츠. 진한 화장과 눈빛. 핫팬츠. 언밸런스 섀기컷 등 모든 것이 섹시 코드와 네거티브 이미지로만 집중된 느낌이다. 그 때문인지 내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1집 <10Minutes>에서의 신선하면서 매력적인 섹시미는 2집에서는 사라진 것 같다. 그 부분이 아쉽다.
1집 때를 보자면 전체적으로 이지 캐주얼 컨셉트였다.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옷들로 일반인들이 편안하게 따라 입을 수 있는 의상들이 많았다. 야구 모자나 카고 팬츠 등 ‘글램 힙합’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정말 주목할 것은 이효리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솔로 데뷔를 하면서 섹시코드로 차브(Chav)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내가 가장 환호했던 부분이다.
차브(Chav)는 루마니아의 집시 언어로 어린이를 뜻한다. 한국에 이 차브룩이 잘 알려진 바 없었는데 이효리가 보여주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중 하나를 즐길 수가 있어서 고맙기까지 했다. 차브 스타일은 쉽게 말하자면 정교하게 세련되면서 쿨하려 하지 않는 대신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섹시함과 유치함(?)을 당당히 부각시키기 때문에 멋있어 보인다. 제니퍼 로페스·패리스 힐튼·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에미넴·축구스타 웨인 루니 등이 차브 스타일을 즐기는 스타들이다.
팝스타 제니퍼 로페스가 미국산 차브라면. 가수 이효리는 한국산 차브다. 이들의 멋스럽고 당당한 이미지는 ‘고상한’ 또는 ‘세련된’ 그것과는 다르다. 이효리의 쿨한 대담성과 신선한 섹시함의 이미지는 대한민국을 열광케 한 대표 상품이 될 정도였음을 우리는 1집을 통해 생생히 기억한다. 이효리는 분명 대한민국의 연예계를 대표하는 선두주자 중 한 명이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듯이 그녀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넘치는 끼와 에너지의 끝은 과연 어딜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