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이지영의 LPGA다이어리<28>]시즌 최고 성적인 준우승
'이글 3개, 버디 22개….'
지난주는 정말 잊지 못할 한 주였다. 올 시즌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한 웬디스챔피언십은 1, 2라운드 동반자였던 대스타 웬디 둘란이 내게 지어준 '젤리(Jelly)'라는 별명처럼 달콤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컸다.
지난해 10월 LPGA투어인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 이어 통산 2승째를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으나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기 때문이다. 그래도 얻은 것이 참으로 많은 대회였다. 다만 단일 시즌 신기록인 한국선수의 'LPGA 10승' 달성을 이루지 못해 고국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실은 이 대회가 열린 오하이오의 더블린으로 가기 전부터 주위에선 웬디스챔피언십은 '이지영 코스'라고 격려했다. 페어웨이가 무척 넓고 거리도 비교적 길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사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이번 경기가 나의 대회가 될 것을 예감했었다.
브리티시오픈 때부터 퍼팅감각이 살아나면서 홀(컵)이 조금씩 크게 보이고 퍼팅 라인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캐나다여자오픈과 세이프웨이클래식을 거치면서 드라이버의 정확도가 점점 높아져 가는 것을 느꼈고, 코스 매니지먼트도 점차 개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는 현재까지 그 모든 것들의 결정체였다. 그리고 4일 내내 60대 스코어를 기록하면서 최종 합계 21언더파라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한 대회에서 이글 3개, 버디 22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페어웨이가 비교적 넓었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신중한 티 샷으로 평균 290.5야드의 드라이브 샷을 날리면서도 페어웨이 적중률을 높였고, 이것이 아이언 샷과 퍼팅으로 연결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4라운드 파5의 9번홀에서 201야드 세컨드 샷을 1m거리에 붙인 것은 거의 알바트로스였고, 금주의 토너먼트 샷으로 극찬받았다.
대회 기간 중 아쉬웠던 것은 1라운드 전날 호텔의 히터가 고장나 찬바람을 쐬며 잠을 잔 턱에 4일 내내 코감기로 고생을 해야 했다.
그래도 역시 최종 라운드가 기억에 남는데 동반 플레이어는 일본의 골프짱으로 매 대회마다 20~30명의 일본 기자들을 몰고다니는 미야자토 아이와 세계랭킹 2위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미야자토는 나와는 유난히 마음이 잘 맞는 절친한 친구였고,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선 오초아는 사람 됨됨이로 인해 여러 선수나 캐디들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는 훌륭한 선수다.
예전 US오픈 때 자신은 이미 출전자격을 받은 상태에서 경기를 바로 앞두고 열린 최종 예선에서 자기 친구를 위해 기꺼이 캐디로 나섰다는 일화는 오초아의 인간성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오초아는 전반적인 경기 운영 능력은 물론이고 바람과 라이 기타 여러 가지 상황을 정밀하게 고려하고 항상 90% 정도의 힘으로 콘트롤하는 컴퓨터같은 아이언 샷, 정확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퍼팅이 일품이다.
하지만 나는 오초아와 최종일 우승경쟁을 펼치면서 아직은 몇 퍼센트가 부족함을 느꼈고, 앞으로 동계연습을 통해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할지를 깨닫는 기회가 됐다.
대회가 끝난 후 너무 허기가 져서 한국식당에 들러 저녁을 실컷 먹는데 갤러리로 경기를 관전하셨다는 한 교포분께서 격려와 함께 기분이 좋다면서 덜컥 식사비를 내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식사를 끝마친 아빠와 외삼촌 등 우리 일행은 천둥번개가 치는 가운데서도 6시간의 장거리 자동차 운행으로 다음대회가 열리는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