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수(57)씨는 최근 영화 <타짜> 를 두 번이나 봤다. 돈 안 들이고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암흑세계 뒷방의 속이는 기술에 관한 리얼리티가 돋보인 반면. 판돈을 뻥튀기한 것이 조금 거슬렸다. 도박의 고수에게는 일반인에게 안 보이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이른바 ‘월드 클래스 플레이어’다. 전세계 최고 도박사 10명에게만 붙여진다는 영예로운 칭호이다. 그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의 도박인생은 일본·미국 영화사가 영화화하자고 할 만큼 극적이고 파란만장하다. 빅히트 드라마 <올인> 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그의 카지노 스토리를 5일부터 ‘ <올인> 차민수의 히든 카드’라는 제목으로 본지에 연재한다.
▨드라마가 된 미국 생활 육성 고백 차민수는 4남매 중 막내이자 유복자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그에게 바둑·태권도·기타·피아노·쿵푸(7단)·바이올린 등 무려 15가지의 과외를 시켰다.
그런 아들을 어머니는 집밖으로 내쫓았다. ‘노는 것 좋아하는’아들을 두고볼 수 없어서였다. 결국 그는 1976년 미국으로 갔다. 그는 미국 생활 초기에 운명처럼 두 명의 미국인 스승을 만났다.
“78년 나에게 바둑을 배우러 온 칩 존슨(67)을 통해 포커가 학문이라는 것을. 노름이 공부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확률 공부는 기본이었다. 어떤 때 베팅하고. 참아야 하는지를 배웠다.” 79년 만난 단 게롯(작고)에게서는 속임수 맛을 살짝 보았다. “그때 카드에는 800여 가지나 되는 속임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도박세계가 공부만 갖고 되는 게 아니고.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곳임을 알았다.”
85년은 그가 도박사로 새로 태어난 해였다. 그가 이혼하면서 모든 재산을 아내에게 주고 손에 쥔 것은 달랑 18달러. 거처도 없이 차에서 먹고 자면서 5년 동안 끊었던 포커를 다시 시작했다. 처음으로 내기도박을 했다. 20달러 내기로 다섯 판을 이겨 100달러를 쥐었다. 1개월 만에 3만 달러를 벌어 겨우 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일류 도박사를 만나 그동안 모은 돈을 몽땅 날렸다. 자신이 이 세계에서는 하류라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때부터 독공수련에 들어갔다. “포커 종류만 해도 15가지이다. 모두 잘해야 진정한 고수다. 존슨이나 게롯에게 배운 건 기초에 불과했다.” 그는 3년 동안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드디어 3년 만인 88년에 ‘차민수학’이라고 불릴 만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책에 다 있지만 프로가 되는 것은 읽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체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승률이 80%는 돼야 프로라는 것. 그는 전성기였던 87~97년 10년 동안 90%의 승률을 자랑한다.
▨ 1년에 7개월 일하고 5개월 여행 라스베이거스로 그를 찾아오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땁니까?”
그는 “쇼핑이나 하십시오. 시간 지나면 옷은 남습니다. 카지노는 절대 못 이깁니다. 왜? 카지노는 자금이 무한대고 기계적으로 하는 거대조직입니다. 그런데 잠 못 자고. 판단력 흐리고. 자금도 적고 모든 게 열세인 상황에서 어떻게 이깁니까”라고 대답한다.
역대 도박사 중 돈을 가장 많이 번 5명 중 한 사람이고 세금을 가장 많이 낸 그는 “도박이란 결코 운이 아니고 100%가 실력”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는 도박을 어떻게 정의할까. 단순하고도 명쾌했다. “져서 아프고 생활의 리듬이 깨지면 무조건 도박이다.” 재벌이 1000만원 잃는 것은 안 아프지만 200만원 버는 사람이 20만원을 잃으면 속이 쓰리고. 생활의 리듬이 깨진다. 능력을 벗어나는 큰 액수로 베팅하는 것이 바로 도박이라는 것.
그는 1년에 7개월을 일하고. 5개월을 여행 다닌다. 일할 때면 1개월에 20여 일을 승부사로 산다. 이기고 지는 것에 덤덤하다. 져도 당황하지 않고. 이겨도 기뻐하지 않는다. 져도 내일 맑은 정신으로 이길 자신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프로이다.
도박을 공부. 학문으로 생각해서일까. 그는 평생 한국기원 전문기사라는 단 한장의 명함만을 가졌다. 그는 프로 4단으로 대국장에 10년 동안 안 나갔지만 엄연한 프로기사다. 1989~90년 2년 연속 후지쓰배 8강에 진출하고. 조치훈도 꺾은 바 있다. 2년 아래인 조훈현 국수와도 친하고. 박치문 중앙일보 전문위원. 김인 9단과도 친교가 있다.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사진=이영목 기자 [ymlee@ilgan.co.kr] 올인> 올인>타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