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파이터 추성훈(32·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 격투기 인생에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K-1 주최사인 FEG는 17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1일 개최된 K-1 다이너마이트 사쿠라바 가즈시(37)와의 경기에서 크림을 바르고 링에 오른 추성훈에 대해 무기한 출장정지의 추가 처분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일 추성훈-사쿠라바 경기를 반칙으로 무효처리 하고 추성훈의 파이트머니를 몰수한 데 이은 추가 조치로 예상을 뛰어넘는 중징계다. 당초 추성훈의 추가 징계로 몇 경기 출장 정지 가능성을 제기한 일본 언론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다니가와 이벤트프로듀서는 기자회견장에서 "현행 룰에서는 실격 이상의 징계는 없지만 이번 사례는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무기한 출장 정지라는 추가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다니가와는 "어제 추성훈은 '어떤 처분도 받아들인다'는 태도를 전해왔다"며 "추성훈이 FEG의 이벤트에 나와 팬들에게 사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FEG가 무기한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K-1의 인기 하락을 막기 위해 추성훈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크림 사건'은 K-1의 명성에 큰 손해를 입혀 신뢰를 떨어뜨렸고 자칫 팬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K-1은 위기 극복을 위해 강도높은 대책을 강구, 추성훈의 격투 인생에 시련이 닥쳤다.
사쿠라바는 경기 후 추성훈의 몸이 미끄러웠다는 의혹을 제기해 추성훈이 경기 전 크림(스킨 로션)을 바른 사실이 비디오 판독으로 밝혀졌다. 당시 추성훈은 카메라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크림을 발라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인정돼 단순한 실수로 결론지어졌다. K-1은 '경기 전 오일·크림 등 어떤 물질도 바를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추성훈이 룰을 제대로 모른 채 로션은 괜찮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한편 17일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사쿠라바는 "심판단이 확실히 조사해 주었고 증거 비디오도 보았으므로 지금은 납득하고 있다. 추성훈 개인에게 감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추성훈과의 재대결을 묻는 질문에 "내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추성훈과 FEG의 문제"라며 대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