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의 카페가 움직이고 있다. 번화한 홍대 앞에서 공영주차장 바이더웨이 맞은 편 골목 안 주택가로 조용히 유입 중이다. 최근 2년 사이에 급속히 증가한 카페들로 어림잡아 30여 개. 오픈을 앞두고 내부 공사 중인 곳도 두 군데다.
불황을 외치면 하나둘 가게를 정리하는 요즘 분위기에서는 놀라운 현상이 아닐수 없다. 외진 동네 특성상 오가다 들어온 뜨내기보다 소문 듣고 일부러 찾아와 단골이 된 사람들만 모인다. 그래서 시끌벅적 현란한 홍대 앞 여느 카페와 달리 한적하고 여유롭다. 더욱이 예술 기질 강한 카페들이 넘쳐나 한번 발을 들이면 떠나기 쉽지 않다.
‘405키친’은 이 일대 카페 중 가장 손님이 많은 곳. 단골들은 무엇보다 다양한 공간을 으뜸 매력으로 꼽는다. 홀뿐 아니라 프라이빗한 밀실. 좌식 공간. 야외 테라스 등 골라 앉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공간마다 인테리어도 달라 자리에 따라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메뉴는 허브차·홍차·커피 등 다양한 음료를 갖추고 있다. 달콤한 향과 시큼한 로즈 컨추리(6500원)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메뉴. 두터운 우유 거품을 계피 막대로 젓고 마시는 카푸치노(6000원)도 이곳의 자랑이다. 부드럽고 폭신한 빵 안에 햄과 치즈. 피클 등을 넣은 샌드위치(7000원)와 함께라면 한 끼 식사로도 제격이다.
이름부터 독특한 ‘고도씨와 피노키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연출가와 피노키오 목공 인형을 만들던 목공예가 만든 공간이다. 내부는 단출하고 아기자기하다. 테이블은 다섯 개가 전부. 신발을 벗고 좌식과 테이블 중 앉을 자리를 정하면 된다. 자리마다 폭신한 카펫을 깔아 친구의 방 안처럼 아늑하고 편안하다.
메뉴도 많지 않다. 그중 직접 만든 맛이 순한 대추차(5000원)와 핸드드립 커피에 깔루아를 섞은 삼순이 스페셜(4500원)이 추천 음료. 따뜻하게 데운 빵에 치즈와 잼을 내오는 구운 크림치즈빵(3000원)도 함께하면 좋다.
와인과 ‘위스테리아’는 메뉴판부터 남다르다. 마트에서나 구매할 수 있는 피지(FIJI). 솔(SOLE) 등 고급 생수를 판매하는 것이 이채롭다. 이뿐이 아니다. 와인 가격도 세 가지 버전이다. 어떤 와인을 시키든 첫 와인은 제일 앞에 쓰인 가격.
두 번째 병은 두 번째 쓰인 가격. 세 번째 병 이후부터 세 번째 병 가격으로 책정된다. 와인이 한 병씩 추가될 때마다 원가의 1000~5000원 정도 할인되는 셈이다. 많은 와인을 마시는 손님에게 혜택을 주려는 아이디어다. 실내 곳곳에 놓인 클래식한 축음기와 영사기들도 눈에 띄는데. 영사기 박물관의 김동일 관장이 제공한 것으로 대부분 1900년대 초반의 것들이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사다리’는 갤러리 카페다. 일반인과 예술작가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자는 의미로 지어진 카페 이름처럼 내부는 곳곳에서 ‘예술’ 냄새를 풍긴다. 자리를 잡은 손님은 주문을 하고 음료가 나오는 동안 카페 벽에 걸린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이곳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운이 좋으면 카페의 마스코트인 러시안 블루 고양이 ‘타로’를 마주할 수도 있다. 음료는 카페아메리카노(4000원)를 추천한다. 3㎜ 이상의 두터운 갈색거품(크레마)이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아메리카노라지만 에스프레소 못지 않게 맛이 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