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이 전지 훈련 하고 있는 터키의 휴양도시 안탈리아은 혹한이 몰아치는 한국과 달리 최고 기온 15도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FC 서울의 훈련장에는 서늘한 기운,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유럽의 변방 터키를 2002 한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명장, 그래서 히딩크 감독과도 비교됐던 명장 세뇰 귀네슈는 K리그 첫번째 시즌에서 6강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수모를 받았다.
목발을 세워둔 채 운동장 한쪽 구석에 마련한 의자에 앉아 훈련장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귀네슈의 눈빛은 상처 투성이지만 자존심은 꼿꼿하게 살아있는 맹수를 연상케했다.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K리그에 대한 기대를 안고 선수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던 지난해 이 맘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6강을 가야한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귀네슈의 야심찬 출사표다. 그는 “팬들을 위한 재밌는 축구가 기본이지만 좋은 성적을 내는 것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라며 ‘6강은 무조건 진입, 아시아 챔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정규리그 1위 및 우승에도 도전’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귀네슈는 “첫 해에는 선수들과 내가 서로 원하는 바를 알아나가는 시기였다. 또 내가 한국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도 많았다”며 지난해보다 올해가 훨씬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컵대회를 정규리그 만큼이나 중요시하며 잇달아 부상을 당하는 우를 범했지만 올해는 영리하게 시즌을 운영할 것이라는 게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의 전망이다.
귀네슈 감독 역시 “한국 축구는 마지막 한 달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베스트 11은 갤럭시전서 선보일 것”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전방에 새로 영입한 용병 데안은 터키 전훈에서 치른 6차례의 연습경기서 4골을 터트리며 빠르게 팀에 적응하고 있다.
귀네슈 감독은 “박주영 정조국 김은중 이상협 등 좋은 선수가 많다”라며 공격진의 주전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이라 예고했다. 미드필드와 수비라인에도 이을용, 이청용, 기성용, 김진규, 김치곤 등 빼어난 선수들이 즐비하다.
귀네슈 감독은 “시즌을 꾸려나가려면 11명보다 훨씬 많은 선수가 필요하다”라면서도 “베스트 11을 시즌 개막을 앞둔 갤럭시전서 선보일 것”이라며 선수들의 주전 경쟁을 자극했다.
▲”조금 떴다고 자만하는 젊은 선수 필요없다”
서울에는 기성용 이청용 김진규 박주영 고명진 등 유난히 젊고 싱싱한 자원들이 많다. 올해 들어온 이승열과 문기한도 기대 이상 빠르게 적응해나가고 있다.
이들을 향해 귀네슈 감독은 “조금 떴다고 만족하고 정체하면 안된다. 늘 좀 더 높은 수준으로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며 “언제까지 가능성을 믿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라고 따끔하게 말했다.
박주영 기성용 등 미래가 촉망받는 선수라 할지라도 실전에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가차없이 벤치에 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귀네슈의 계약기간은 3년.
이번은 2년째지만 귀네슈 감독은 마치 벼랑 끝에 서있는 듯 날을 바짝 세우고 2008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