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고환율로 해외여행이 주춤해지면서 제주도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도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려한 풍광, 한 시간이면 닿는 지리적 잇점 등 관광에 필요한 천혜의 조건을 갖췄음에도 그 동안 국내 여행객들로부터 외면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비싼 물가 때문이다. 물류비 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바가지'라는 이미지를 씻기 어려웠다. 그런데 올해부터 달라지고 있다. 민관이 힘을 합해 물가를 합리적인 수준까지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볼거리·놀거리가 등장, 제주의 이미지를 한 단계 올리는데 한몫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문에서 즐기는 요트 투어, 이달 하순 문을 여는 '더마파크', 지난달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유리의 성' 등이다. 각기 다른 개성의 이들은 앞으로 제주를 상징하는 '신 제주 3색'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요트 위에서 지중해의 낭만 즐기다 지중해나 북미·호주 등의 항구도시를 여행할 때 가장 부러운 것 중 하나가 항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요트 계류장이다. 이용료로 일년에 최소 수백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보관이 가능한 요트는 또한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에선지 국내에서도 요트를 즐기는 곳이 한정됐을 뿐 아니라 부자들만 즐기는 레저활동으로 치부되고 있다.
제주 바닷가에서도 요트를 볼 수 있다. 중문단지 내 퍼시픽랜드(www.y-tour.com) 소유의 요트들이다. 퍼시픽랜드 외곽 방파제 안쪽에 요트 계류장이 있는데, 모두 세 척의 요트가 정박해 있다. 으레 어느 부자 소유의 요트이겠지 하는 것이 첫 인상이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타고 내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이들 대부분 관광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국내 최초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요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까닭이다.
요트는 12인승 한 척, 24인승 두 첫 등 모두 세 척. 이중 52피트급 12인승 요트에 올라탔다. 좌우에 150마력 볼보엔진 두 대를 장착한 요트는 조용한 엔진 소음과 함께 계류장을 빠져나갔다. 선실에는 고급 와인과 과일, 다양한 안주거리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요트에 오른 손님을 위해 마련된 무료 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이윽고 요트는 10여분 만에 중문단지 바닷가를 이루는 주상절리대로 안내했다. 바다에서 만나는 주상절리대는 절벽 위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봤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마치 각기 키가 다른 6각형·8각형 연필 수만 그루가 억겁의 세월 동안 강렬한 태양빛 아래에서 파도와 바람과 싸우다 검게 그을린 듯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주상절리대를 배경으로 요트에서 낚시도 즐길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우럭이나 돔 등을 낚을 수도 있다. 낚시를 통해 잡아올린 물고기는 즉석에서 회를 떠준다. 생선회에 어울리는 소주 등 주류도 무제한 제공된다.
요트 투어는 퍼블릭과 프라이빗 등 두 종류로 나뉜다. 퍼블릭투어는 60분에 6만원이며, 요트를 통째로 빌리는 프라이빗투어의 경우 70분 기준으로 50만원(1~5인), 90분 60만원, 120분 70만원이며 추가 1명당 8만~10만원이다. 1544-2988.
징기스칸 후예를 만나다 반원형으로 만들어진 공연장. 바깥에서는 마무리 공사로 요란한데 복도를 지나 관람석에 들어서자 수십 마리의 준마들이 넓게 펼쳐진 '벌판' 위를 거칠게 내달리고 있다. 때로는 칼·창 등을 손에 쥔 전사들이 말 등에 올라탄 채 서로를 향해 돌진하기도 하고, 일대일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관람석 바로 앞에서 펼쳐지는 까닭에 말은 물론 출연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마치 실제 전쟁을 치르는 듯 긴장된 분위기가 주변을 압도한다.
제주 한림읍 라온랜드(www.raonthemapark.com) 내에 국내 최초로 조성중인 말 테마파크인 '더마파크'(The 馬 Park)의 주 공연장 풍경이다. 이달 하순 개장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파크 내 야외공연장에서는 첫 작품으로 징기스칸의 생애를 다룬 '징기스칸의 검은 깃발' 출연진들이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이 작품에는 10대부터 30대까지 50여 명이 출연하는데, 이들 모두 몽골에서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배우들이다. 이들은 지난 달 초부터 이곳에 와서 한 달 넘게 맹연습중이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되는 공연은 징기스칸의 어린 시절부터 몽골을 통일하는 과정까지를 담았다.
더마파크는 1248석의 야외 공연장 외에 체험승마장, 승마클럽, 캐릭터숍, 대형 뷔페 레스토랑, 실내마장, 외승코스 등 말과 관련된 다양한 시설도 갖출 계획이다. 064-795-8080.
동화 속 별천지를 거닐다 지난달 개장한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유리의 성(www.jejuglasscastle.com)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유리를 주제로 한 체험과 전시 공간'이다.
마치 유리가 펼치는 마법의 세상에 들어온 느낌이다. 건물의 기둥, 호수의 물 등 파크를 구성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을 뺀 나머지는 모두 유리다. 정원을 수놓은 꽃, 그 사이를 헤엄치듯 조형물로 꾸며진 물고기, 가로등, 호수를 건너는 다리, 심지어 곳곳을 장식하는 조각품까지 재료는 모두 '한 가지'다.
수천장의 판유리를 한 장 한 장 조형미 있게 붙여 쌓아 만든 유리성벽, 그 앞 모자이크 타일로 표면을 장식한 와인잔이 눈길을 끈다. 이어 본관으로 들어서면부터 동화의 세상을 만나게 된다. 우선 유리로 된 천장을 향해 솟아오른 10여m 높이의 녹색 콩나무가 동심을 자극하고, 바로 건물 뒤쪽에는 끝없이 쏟아지는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여기서 왼쪽, 또는 오른쪽 어디로 가든 상관없다. 실내 전시관인 유리조형관에는 이탈리아·체코 등의 세계적 유리 조형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고, 7개 구역으로 나뉜 야외 조형관은 각기 개성 가득한 작품들이 분위기를 돋운다. 파크를 한 바퀴 돌아보면 유리로 빚는 예술이 신비로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는 느낌이 절로 들 지경이다. 9000원. 064-772-7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