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단무지, 그리고 춘장. 자장면을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반찬이다. 김치나 깍두기를 함께 내놓는 곳도 있지만 양파와 단무지 없는 자장면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언제부터 자장면을 먹을 때 양파와 단무지를 곁들였을까.
자장면은 1905년 인천 선린동 차이나타운에 들어선 공화춘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화춘을 운영하던 중국 산동성 출신의 주인이 중국식 자장면을 개량, 한국인의 입맛에 개량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 자장을 만들 때 사용된 재료는 중국 된장인 첨장, 그리고 대파·양배추 등의 채소였다. 반찬으로는 굵게 썬 대파와 첨장이 전부였다. 이는 60년 이상 이어졌다.
그런데 60년대 말 양파의 재배면적이 늘면서 자장의 재료는 물론, 반찬에서도 대파의 자리를 양파가 대신하게 된 것. 양파로 바뀌고 몇년 뒤 단무지가 등장하면서 자장면은 전성시대를 맞는다. 하루마다 달라지는 산업화의 바쁜 일상에서 한 그릇 비벼 후다닥 먹을 수 있는 데다 정부의 분식 장려정책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자장면 고명의 변화
자장면 위에 얹어진 고명도 달라졌다. 신승관 장경문 사장은 "원래 자장면에는 고명을 얹지 않았는데 1960년대 즉석에서 자장을 볶은 간자장에 오이 채를 얹으면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아삭아삭 씹히는 시원한 맛이 손님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고명이 유행처럼 번져갔단다. 계란 지단·삶은 계란·완두콩·오이·메추리알 등 종류도 다양했다. 이들이 등장한 것은 특별한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장 사장은 “어떤 고명을 쓸 것인가는 가격에 의해 좌우됐다. 고명이란 게 덤과 같아 품질보다는 싼 것을 골라 얹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닷가 중국음식점에서 내놓는 자장면에 오징어가 고명으로 올라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면이 불지 않는 이유 배달이 늦어 불어터진 자장면을 받아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갓 삶은 면에 자장소스을 부었을 때부터 면발이 탄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5분. 보통 밀가루 국수가 2~3분이면 불어버리는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긴 시간이다.
비결이 뭘까. 밀가루를 반죽할 때 소다를 넣기 때문이다. 소다가 수분 흡수율을 떨어뜨리는 한편 쫄깃함과 끈기는 더해주기 때문이다. 수타면은 소다를 물에 녹여 면발에 발라가며 면의 굵기를 가늘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계로 면을 뽑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아예 반죽 단계에서 가루 소다를 넣고 있다. 배달용 자장면의 경우 면강화제를 조금 더 섞어 면이 부는 것을 늦추기도 한다. 물론 둘 다 인체에 해는 없다.
'옛날자장'의 진실 1990년대 초중반 '옛날자장'이란 이름의 자장면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큼직하게 썬 감자와 양파, 여기에 돼지고기를 갈아넣은 자장면으로 없어서 못팔 지경이었다. 40대 이상의 중년에겐 아련한 향수를, 그리고 젊은층에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십년 외길을 걸어온 자장면 고수들의 설명은 다르다. 대를 이어 중국음식점을 경영하는 한 화교는 옛날의 기준이 언제인지 알 수 없으나 화교식 자장에는 감자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자장을 끓일 때 전분을 넣기 때문에 굳이 감자를 넣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감자를 가로·세로·높이 4~5㎜의 작은 깍두기 형태로 썰어넣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감자를 큼지막하게 썰어낸 것이 요즘의 옛날자장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무튼 '옛날자장'은 현대인을 공략하기 위한 '장삿속 퓨전 자장면'인 셈이다.
춘장은 한국화된 중국된장 자장면의 기본 재료는 흔히 춘장이라 부르는 중국된장 첨장(첨면장)이다. 밀가루와 소금으로 발효시켜 만든 장이다. 여기에 삶은 콩을 섞는 경우도 있어 색깔은 우리나라 된장처럼 초콜릿색이 강하다.
공화춘이 자장면을 처음 개발했을 때 사용하던 장도 이 첨장이었다. 그런데 1948년 화교 왕송산 씨가 첨장에 카라멜을 혼합, ‘사자표’란 브랜드로 검정색의 한국식 중국된장 춘장을 탄생시켰다.
현재 하루 700만 그릇 이상 팔리는 자장면에 사용되는 춘장은 이 브랜드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자장면을 내놓는 중국음식점도 예외없다. 국내 대기업이 춘장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지만 60년 넘게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탓에 아예 경쟁상대에서 배제되는 상황이다.
■ 자장면의 종류 - 간자장 전분을 섞는 일반 자장과 달리 각종 채소 등의 재료와 자장만을 볶아 면 위에 따로 내는 것.
- 삼선자장 기본 자장에 새우·해삼·전복·표고버섯 등 고급 재료 가운데 세 종류의 재료가 더 들어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