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은 닮아간다. 프로배구 라이벌 박철우(26·삼성화재)와 문성민(25·현대캐피탈)도 그렇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에이스로 앞으로 수년간 팀의 기둥 노릇을 해야 한다.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고교 졸업 후 프로 데뷔(박철우)-대학 졸업 후 해외 진출(문성민) 등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둘다 주포지션은 라이트이나 최근 들어 레프트로 출전하기도 한다. 올 시즌 처음 V리그에서 맞대결하는 한국 배구의 두 기둥을 만났다. -1년 선후배 사이다. 고교 때 서로 인상은 어땠나.문성민(이하 문): "경북 사대부고는 당시 강팀으로 우승을 자주 했다. 내가 뛴 부산 동성고는 중위권이었다. 고교 때 몇 번 경기는 하기는 했다. 그러나 철우형이 뛸 때 결승전에서 서로 맞붙은 적은 아쉽게도 없다. 그때 철우형은 큰 키에 힘도 좋았다. 프로 가면 당장 좋은 활약을 할거라 생각했다."
박철우(이하 박): "2학년 때 청소년대표로 처음 뛴 기억이 난다. 소속팀끼리 연습 경기는 많이 했다. 당시 성민이는 폼이 무척 예뻤다. 키가 조금 작은 편이었는데도 무척 잘했다. 고3때던가 전국체전에서 1차전에서 동성고를 만 3-0으로 이겼는데 어렵게 이겼던 기억이 난다."
-박철우는 고교 졸업 후 곧장 프로에 데뷔했고 문성민은 대학 졸업 후 해외리그로 진출했다. 문: "2008년 월드리그에서 개인 성적이 좋아 독일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드러내는 등 해외의 러브콜을 받았다. 한 번 뿐인 기회라 생각해 드래프트에 참석하지 해외 진출을 선택했다.
박: "프로는 누구라도 가고 싶어했고 나는 좀 빨리 가기를 원했다. (프로팀에서) 기회도 왔고. 많은 것을 일찍 배우고 몸도 좋아질거라 기대했기에 프로를 선택했다. 가족 등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는데 도전정신으로 프로를 택했다."
-쉽지 않은 길을 선택했고 각각 힘든 시기를 겪었을 것 같다.문: "해외에서 2년간 뛰었다. 외로운 점도 있었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뛰고, 상대하는 기회가 재미있었다. 시야를 넓히고 한국 아닌 다른 배구를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박: "어리다보니 프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조금 있었다. 권영민, 장영기, 오정록 등 바로 윗 선배들이 동생같이 잘 대해줬다. 첫 해는 겁없는, 멋 모르는 신인으로 잘 했던 것 같다. 2년째에서 침체기였다."
-둘다 라이트가 주포지션이다. 레프트로 뛰는 느낌은 어떤가.문: "라이트랑 레프트 모두 자신있다. 큰 문제없다. 리시브 실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더 보완하려고 노력한다. 라이트는 아무래도 수비 부담은 덜하다. 철우형은 가빈이 있어서 레프트로 뛰어야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내노라하는 공격력을 가졌기에 큰 문제없을 것 같다."
박: "라이트만 하다보면 경기 운영 폭이 좁다. 레프트로도 뛰면 팀 공헌도가 커질 것이다. 연습을 많이 해서 레프트 비중을 늘려가고 싶다. 어색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타이밍이 안 맞더라도 자신감을 갖고 과감하게 때리니 첫 경기에서 결과도 좋은 것 같다."
- 2일 첫 맞대결을 했다. 앞으로 양팀 대결에서 두 선수의 활약이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문: "개인적으로 전혀 신경 안 쓴다. 전혀 의식하지도 않는다. 배구가 개인이 맞붙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2일 첫 대결에서 내가 득점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팀이 졌기에 개인적으로도 패배했다고 생각한다. 삼성화재 상대로는 가빈을 어떻게 막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박: "라이벌이라고 주위에서 기대하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떻게 팀에 더 보탬이 될까를 고민한다. 팀이 분명히 라이벌이기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국가대표팀에서는 서로 절친한 사이다. 올 시즌 국가대표로서 각오는. 문: "대표팀에서 철우 형이 있어 든든하다. 올해 월드리그에서는 좋은 모습 보이겠다. 부상 당하지 않고 시즌을 끝내고 충분한 훈련을 통해 좋은 호흡을 보여주겠다."
박: "성민이는 개구쟁이 같고 화끈할 때는 화끈하지만 속도 깊은 친구다. 시즌 몸 관리 잘해서 월드리그에서 더 나은 성적으로 한국 배구 위상을 끌어올리겠다."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