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천추태후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한 채시라가 촬영을 앞두고 말에 올라 말을 점검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드라마 주몽에 출연한 한혜진(앞줄오른쪽)과 배수빈(왼쪽) 등. IS 포토
현재 드라마·영화·행사 등을 전문으로 하는 말대여업체는 10곳이 넘지 않는다. 전문 업체 중 70마리 이상의 말을 보유한 대형업체는 남양승마장·신갈승마장·운악승마장 세 곳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업체가 영세하고 과거 도산한 업체들도 많다. 말대여료가 20년 전과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말대여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영화·드라마·광고·행사 등 시장이 10년전에 비해 20배 이상 확대됐다. 또 새로운 종합편성 채널이 4개가 추가로 생기면서 올 하반기 부터는 좀더 유리한 조건에서 일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말대여업 성장은 사극과 행사 덕분 말이 드라마에 많이 등장하게 된 것은 사극이 많아지면서부터다. 유상규 남양승마장 원장은 "1991년 드라마 ‘삼국기’에서 부터 본격적으로 말이 많이 나오게 됐다. 이후 ‘용의눈물’에는 전투씬에 60~80마리가 동원됐고 ‘태왕사신기’에서는 격구가 등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말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는 용의눈물·대조영·김수로·근초고왕 등 전투신이 있는 작품인 경우가 많다. 영화 ‘평양성’ ‘황산벌’ ‘놈놈놈’에도 말은 다수 등장했다.
사극이나 시대극은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당시의 삶을 고증해 고스란히 영상으로 닮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마민족의 전통이 있는 한민족의 삶에 말은 필수라 빠질 수 없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사용으로도 말대여업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지자체 마다 행사가 있고 말은 행사의 필수 아이템이 되고 있다. 국내 행사 중 수원 ‘정조대왕 행차’·부여 ‘대백제 문화제’·덕수궁 ‘수문장 교대식’에서는 말이 행사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말대여업 전문 업체 중 70마리 이상의 말을 보유한 대형업체는 3곳으로 알려져 있다.
◆말 1000여마리 등장하는 영화도 가능 현재까지 국내 드라마·영화에서 한자리에 가장 많은 말이 모인 것은 드라마 김수로의 전투신에 등장한 120마리에 불과하다. 헐리우드 영화처럼 500~600여 마리의 말이 등장하는 거대한 전쟁신은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영화사의 투자가 많지 않고 사고 없이 영화를 마무리할 말과 인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말대여업 관계자들은 "향후 말 산업이 발전해 말과 인력이 풍부해지고 말 대여료가 현실화 되면 유럽 미국의 전쟁영화 처럼 1000여 마리의 말이 등장하는 장면을 찍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말 장비 산업에도 파급 효과 있어 향후 영화 드라마 행사에 동원되는 말은 말 관련 장비 업체에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말대여업 관련자들은 물론 영화·드라마 감독들의 말 장비에 대한 고민이 많다. 안장·고삐·등자·복대 등이 전혀 고증이 돼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안장이다. 현재 국내 드라마와 영화에 나오는 말안장은 유럽에서 생산된 가죽 안장을 사용하고 있다. 근초고왕에 출연하는 고구려 개마무사의 복색은 5~6C지만 말의 안장은 초현대식이다. 안장과 복색으로 본 말과 배우의 시간적 차이는 무려 1400년이 넘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사극을 찍을 때 말의 안장은 나무 안장을 사용하고 있다. 완벽한 고증은 아닐지라도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영상을 담겠다는 욕심 덕분이다.
향후 국내 말산업이 발전하면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전통마구들이 고증을 거쳐 다시 생산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말 관련 장비의 다양화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