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 '천재 공격수'가 떴다. 지난 6일 쇼난 벨마레와 J2(2부) 리그 개막전에 출전한 오카야마의 구키다 신고(23)는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 최고명문 도쿄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날 그는 프로데뷔 후 첫 선발출전해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구키다는 지난 해 9월 도쿄대 출신 첫 프로축구 선수로 화제가 됐다. 당시 일본축구협회는 오카야마의 특별지정선수 요청을 승인했다. 특별지정선수란 실력이 뛰어난 고교·대학 및 아마추어팀 소속 선수가 학생신분을 유지하면서 프로에서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제도다.
특별지정선수가 된 구키다는 곧바로 오카야마에 입단했지만 졸업학점 이수를 위해 10월에야 J-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해 10월 31일 도치기와 경기에서 후반 38분 투입된 게 J-리그와 인연의 시작이었다. 지난 시즌 교체로 4경기에 출전한 그는 올 시즌 주전선수들의 줄부상을 틈타 선발출전 기회를 얻었다.
구키다는 7일 닛칸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선발출전을 항상 준비해왔다.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경기장에 섰다. 하지만 골과 직결되는 플레이를 하지 못 했다"며 아쉬워 했다. 가게야마 마사나가 오카야마 감독은 "구키다가 선발로 나설 수 있었던 건 팀 내 경쟁에서 이긴 결과"라고 평가했다.
구키다는 대학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2007년 도쿄대 입학식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당시 축사를 맡은 후쿠시마 사토시 도쿄대 교수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세계 최초로 대학 교수가 된 인물이다. 그는 "누구도 도전하지 않을 일에 도전하라"고 신입생들에게 외쳤다. 이 말이 구키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구키다는 지난해 9월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도쿄대 출신으로 J-리그에 진출한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 좋은 도전이 될 것 같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를 해왔지만 J-리그를 목표로 제대로 훈련한 건 대학 들어와서부터"라고 밝혔다.
그는 규슈의 명문 구마모토고에서도 축구부 활동을 해왔다. "수업에 집중했고, 매일 1시간 반씩 예습했다." 도쿄대 합격비결은 여느 수재와 비슷하다.
대학 2학년 때부터 TV가 없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프로를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도쿄대 축구팀의 주축이었던 그는 2008년 도쿄 지역 대학선발로 뽑히기도 했다. 자신의 플레이를 담은 DVD를 만들어 J-리그 구단에 돌렸다. 2009년 J-리그의 명문 가시마 앤틀러스의 자체 연습경기에 출전했다. 가시마를 포함, 4개팀으로부터 테스트 제안을 받았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그의 졸업논문은 'J-리그의 연고지 정착과 과제'였다.
신인이라 가장 낮은 단계인 C계약부터 출발한 그의 추정연봉은 200만엔(약 2700만원) 정도. 지난 해 4월 일본 재단법인 노무행정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일본 대졸자 평균 연봉은 350만엔(약 4800만원)이었다. 구키다는 "친구들이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고 놀리기도 한다. 도쿄대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성적으로 주목받고 싶다"는 구키다는 이제 도쿄대 출신 J-리그 첫 골 기록에 도전한다.
Tip…도쿄대는 역대 5명의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했다. 일본 프로야구가 드래프트 제도를 실기하기 1년전인 1965년 니하리 신지가 다이요 웨일스(현 요코하마)에 입단해 역사를 만들었다. 이어 이데 다카시·고바야시 이타루·엔도 료헤이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투수로 뛰고 있는 마쓰카 다카히로(29)가 유일한 현역선수다.
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