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30)는 가요계의 '낀 세대'다. god로 인기의 정점을 찍은 후 솔로로 변신, 걸출한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아이돌의 애환도, 음악하는 가수들의 고민도 헤아리는 딱 중간에 섰다. "'사랑비'활동을 할 때 후배들이 대기실로 찾아와 '존경합니다. 선배님'이란 얘기를 하더라. 후배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음악을 할 때 부담이 백배로 늘었다. 사명감까지 느꼈다."
그의 새 앨범 '티 스쿨(T-School)'은 이런 '사명감'이 제대로 실렸다. 한달이 멀다고 신곡을 발표하는 트렌드를 역행했다. 1년 반의 공백기를 갖고 정규음반을 준비했다. 주위에서 '미친짓'이란 얘기를 들을 만큼 돈도 많이 들였다. "천장이 팔리든 만장이 팔리든 CD를 내고싶다. 개인 소장용으로라도 CD를 계속 내고 싶다."- 아이돌 가수들의 대부라면서.
"제대 후 '사랑비'활동을 하는데 대기실로 후배들이 와서 '존경합니다'라고 말을 하더라. 진짜 이상했다. 나도 고작 서른인데…. 케이윌·휘성 등 또래들과 있을 땐 장난치고 까부는데 후배들 앞에서 무게를 잡아야 할 지 참 갑갑하다. KBS 2TV '청춘불패'를 하면서 아이돌 멤버들과 친해졌다. 그래서 후배들이 고민할 때 가끔 조언을 해준다. 외모로 얻은 인기는 어차피 20대 중후반이면 끝난 다는 것, 가수는 가창력 위에서 놀아야 한다는 것 등을 말이다. 처음엔 안듣던 후배들도 나중에 공감해 다시 전화를 하더라."
-음반 준비하는데 오래 걸렸다. "타이틀 '메아리'는 3개월에 걸쳐 고민해 작곡가 이현승과 썼다. 녹음도 다섯 번을 했다. 소속사 대표는 정규앨범 내는 건 미친짓이라면서 디지털 싱글로 나눠 내자고 했다. 하지만 CD가 좋다. MP3로 듣는 음악과 음반을 좋은 스피커로 듣는 감동은 너무 다르니까. "
-이미지도, 음악적으로도 군대가 도움이 된 것 같다. "진짜 타이밍 좋게 잘 다녀왔다. 첫 솔로 '하고 싶은 말'은 '자뻑'에 가 음반을 만들었다. 대중가수의 숙제는 음악성과 대중성의 줄타기인데 그걸 놓쳤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했고 당연히 흥행에선 참패를 했다. 그래서 '다 접자. 군대에 다녀오자'고 결심하고 바로 다녀왔다. 정신차리고 나와 만든 노래가 '사랑비'다."
-'나는 가수다'후보군에 거론되는 젊은 보컬리스트다."인터넷 게시판에서 나도 봤다. 출연섭외를 받기는 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서 정중히 사양했다. 아이돌 가수인데도 가창력을 좋게 평가해줘 감사했다. "
-휘성·린·케이윌·김범수 등 81년생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많은데. 본인은 몇 등이라고 생각하나."그 친구들에 비하면 난 테크닉면에서는 꼴찌다. 단 하나 장점이 있다면 목소리에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대중들이 파워 있는 음색을 좋아해주는 것뿐이다."
-연애할 틈도 없겠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요즘엔 음악 밖에 즐거움을 주는 것이 없다. 지금은 그냥 좋은 노래로 무대에 올라가서 내 노래에 감동받은 관객의 얼굴을 보는 게 제일 좋다. 다른 것에선 별 기쁨을 못 느낀다. 연애에는 요즘 별 흥미가 없다. "
-왜 박진영에게 프로듀서를 맡기지 않나. "내 음악의 80퍼센트는 진영이 형에게서 얻은 것이다. 지금도 앨범 준비를 할 때마다 god 1~7집을 모두 다 꺼내 듣는다. 지금 원하는 음악들이 그 안에 다 들어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형과 균등하게 음악적 대화를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형과 같은 위치로 가려고 노력 중이다. 지난 번 '사랑비' 1등하고 형과 축하파티를 했다. 형이 어깨동무를 하더니 "태우야 사랑비 100점! 이다. 편곡·의상·퍼포먼스까지 완벽했다. 역시 넌 형이 키운 새끼야"라는 얘기하더라. 형한테 듣는 칭찬이라 정말 뿌듯했다. 두 장 정도 음반 더 낸 후 형과 작업하고 싶다."
-'보컬리스트'김태우의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나."아직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마흔 살 정도 되면 노래를 괜찮게 부를 수 있을까…. 2007년 스티비원더의 도쿄 공연을 보면서 '저건 사람이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앞으로 하루에 20시간씩 20년간 연습을 해도 그 분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노력은 해봐야하지 않을까. "
이경란 기자 [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