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공격수가 K-리그를 지배하는 시대는 갔다. 주요 공급원인 브라질 경제가 살아나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했다. 반대로 경영합리화를 추진 중인 각팀들은 허리띠를 바짝 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5시즌 동안 최고 자리를 지키는 외국인 공격수가 있다. 데얀(30·서울)이다.
지난해 9월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대표팀 공격수들이 데얀을 닮아야 한다"고 했다. 데얀을 K-리그 최고 공격수로 인정한 것이다. 올시즌도 데얀의 활약은 변함없다. 각종 대회에서 14골을 기록 중이다. K-리그 5시즌 연속 2자릿수 득점이 눈앞에 왔다. K-리그 통산 74골인 그의 기록은 역대 외국인 2위이자 역대 10위에 해당한다. 외국인 최고기록은 104골이 샤샤가 보유하고 있다. 경기당 0.52골, 최고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역대 최고 외국인 공격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데얀 인터뷰>
-K-리그 통산 득점 10위에 올랐다. 알고 있었나. "70골은 넘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서도 골을 넣었는데 그런 기록을 확인하기 쉽지 않아 아쉽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0골, FA컵 3골을 합쳐 총 87골이라고 일러줬더니 데얀은 "올해 안에 100골을 달성하겠다. 지켜보라"고 자신했다. 데얀은 "페널티킥을 좀 더 얻는다면 한층 수월할 것이다. 우리팀은 상대적으로 주심의 도움을 덜 받고 있다"며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꾸준한 득점 비결은 뭔가. "K-리그에 최대한 빨리 적응하려고 최선을 다 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뛰는 게 너무 좋다. 그런 편안한 마음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사실 데얀은 K-리그 첫 시즌이던 2007년 몸싸움을 그리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필요한 플레이가 어떤 것인지 몸으로 느끼고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지금은 운동량도 훨씬 많아졌고 몸싸움도 주저하지 않는 파이터로 변했다.
-역대 최고 외국인 공격수라는 라데·샤샤를 아는가. "당연하다. 2005년 세르비아 2부리그에서 뛸 때 상대팀 선수로 만났다. 그 때도 그의 실력은 훌륭했다. 내가 그의 득점기록을 깰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6번 우승한 건 정말 존경스럽다. 그 기록까지 깨고 싶은데 쉽지 않을 것이다. 라데는 선수은퇴 후 잠시 프로팀 단장일을 하기도 했다. 요즘은 못 만난 지 꽤 됐다. 역대 최고 외국인 공격수로 꼽히는 선수들이 세르비아 출신이라 자랑스럽다."
-지난해부터 도움 숫자가 늘고 있다. "내 스타일이 특별히 바뀐 건 없다. 다만 동료들의 득점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패스만 해주면 골을 넣는다. 우리팀의 득점루트가 무척 다양해졌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태어나 몬테네그로 대표선수가 됐는데. "아버지가 몬테네그로 출신이다. 어머니는 세르비아 분이다. 아버지 직업 때문에 헤르체고비나에서 태어나 살았다. 1992년 내전 때문에 세르비아로 이사를 해야 했다. 어디든 안전한 곳은 없었다. 유소년팀에서 뛸 때는 축구장 근처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7년 몬테네그로가 독립하면서 새로 생긴 대표팀이 나를 뽑았다. 영광이었다. 하지만 대표팀 합류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말에 K-리그를 마치고 유럽으로 건너가 이틀만에 경기를 치렀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모두 경기력이 떨어졌다. 당분간 대표팀에 차출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대표팀에 대한 충성심은 변함 없다."
데얀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A매치 7경기에 나서 2골을 넣었다. 대표차출이 많았던 2009년 데얀의 K-리그 성적은 14골로 최악이었다.
-일본이나 중동, 유럽에서 좋은 조건으로 영입제의가 많았을 것이다. 왜 가지 않았나. "사실 많았다. 하지만 나는 서울이 너무 좋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날씨도 좋다. 서울은 한국 최고의 도시이며 FC 서울은 최고팀이다. 서포터도 최고다. 나를 '데얀민국'으로 불러준다. 이런 곳을 어떻게 떠나겠는가. 특히 아내가 무척 만족한다.
가족이 원하는 한 서울에서 뛸 것이다. 압구정이나 이태원을 즐겨 찾는다. 무척 여유롭고 평온하다. 이제 내 나이 서른이다. 유럽으로 돌아가기는 늦었다. 하지만 젊은 한국 선수들에겐 기회가 있다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전술적인 부분에서 큰 발전이 있을 것이다."
-조광래 감독이 칭찬을 많이 했다. 알고 있나. "잘 알고 있다. 정말 고맙다. 그 칭찬이 옳은 말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 요즘 대표팀은 정말 대단하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잘 만들었다. 요즘 조광래 감독님이 이끄는 대표팀 경기를 보는 게 즐겁다."
-좋아하는 한국 가수는 누군가. "요즘 한국노래 듣는 데 빠져 있다. 딸 베트라(2살) 덕분이다. 음악 TV 프로그램만 끼고 산다. '파파라치'를 부른 간미연, 2PM·FX 노래를 즐겨 듣는다."
-한국생활 초반, 음식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는데. "지금은 아니다. 생갈비와 된장찌개는 최고다. 매일이라도 먹을 수 있다."
-25일 친정팀 인천과 대결한다. 소감은. "인천과 인연이 돼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소중한 추억이다. 2007년 함께 뛰었던 선수들이 아직 많다. 하지만 25일 경기에서는 우리가 이길 것이다. 인천전에서 골도 많이 넣었다. 자신 있다."
<전문가가 본 라데·샤샤·데얀>전문가가> 라데와 샤샤는 역대 최고 외국인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데얀은 그들과 비슷한 반열에 올라 있을까. 라데·샤샤와 함께 뛰고 오래 경험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조광래(대표팀 감독)
데얀이 최고다. 제로톱 시대로 향하는 현대축구에 가장 적합한 선수다. 측면과 미드필드까지 넘나드는 왕성한 활동량이 돋보인다. 문전으로 쇄도하는 타이밍과 스피드, 그리고 저돌성은 K-리그 최고다.
▶안익수(부산 아이파크 감독·라데 동료/데얀·샤샤 코치로 조련)
셋 다 장점이 뚜렷하다. 라데는 수비수를 피하지 않고 돌파하는 기술에도 득점력을 지녔다. 샤샤는 천재적인 머리를 지녔다. 데얀은 노력형이다. 훈련 때부터 동료선수의 귀감이 된다.
▶신태용(성남 일화 감독·샤샤 동료)
역대 최고라면 샤샤를 꼽고 싶다. 상대 수비를 역이용하는 축구두뇌는 최고였다. 그의 득점은 무척 우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베르바토프를 연상시킨다.
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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