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30)이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재계약하며 레전드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맨유 구단은 12일(이하 한국시간) 홈페이지(manutd.com)를 통해 박지성과의 재계약 소식을 알렸다. 계약기간은 2013년 6월까지다. 당초 박지성은 2~3년 연장안을, 맨유는 1년 연장안을 제시했으나 결국 구단 쪽의 의견이 반영됐다.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 언론들은 매주 9만파운드(1억5600만원)씩, 연봉 468만파운드(81억4300만원)를 수령하는 조건이 유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팀 내 연봉 랭킹 3위에 해당하는 고액이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박지성은 수년 간 우리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온 선수"라며 "리그와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경험은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된다"고 재계약 이유를 설명했다. 박지성 또한 "맨유에서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면서 "우리 팀이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내 역할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재계약을 확정지으며 커다란 숙제 하나를 마친 박지성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 시즌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박지성은 15일 0시에 열리는 웨스트브롬위치알비온과 원정 개막경기에서 재계약 후 첫 선발 출전을 노린다.
◇'센트럴 팍' 변신 성공 여부는올 시즌 박지성의 화두는 '변화'와 '도전'이다. 2005년 맨유 입단 이후 줄곧 맡아왔던 날개 공격수 역할을 내려놓고 중앙미드필더로 변신한다. 이젠 마이클 캐릭(30), 대런 플레처(27), 안데르손(23), 톰 클레벌리(21) 등이 경쟁자다.
프리시즌 매치를 통해 기량은 입증했지만 마음을 놓을 순 없다. 7일 열린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와의 2011~2012 잉글랜드축구협회(FA) 커뮤니티 실드 경기에서 박지성은 필드 플레이어 교체 자원 6명 중 유일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맨유가 0-2로 뒤지던 경기를 3-2로 뒤집으며 명가의 저력을 과시한 이 경기를 박지성은 벤치에서 지켜봤다.
세 번째 재계약에 성공한 박지성 개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즌이다. 올 시즌 활약에 따라 향후 팀 내 역할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당면과제인 통산 200경기 돌파를 위해서도 분전이 필요하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까지 맨유에서 통산 177경기에 출전해 20골24도움을 기록했다. 올 시즌 새롭게 EPL 무대에 도전장을 낸 후배 지동원(20·선덜랜드)에게도 박지성의 활약상은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다.
◇레드 데블스, 통산 20번째 'V' 야망맨유는 지난 시즌 통산 19번째 EPL 우승을 차지하며 '숙적' 리버풀과 타이 기록을 이뤘다. 올 시즌에는 내친 김에 20번째 정상에 도전한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이를 위해 애슐리 영(26·MF), 필 존스(19·DF), 다비드 데 헤아(20·GK) 등 새 얼굴을 다수 데려왔다.
언론과 전문가들의 시각은 호의적이다. 영국 국영방송 BBC, 일간지 가디언 등 대다수의 매체들이 맨유를 새 시즌 EPL 우승후보 1순위에 올렸다. 에드윈 판 데르 사르, 폴 스콜스, 게리 네빌 등 베테랑 3인방이 은퇴와 함께 팀을 떠났지만, 대체자들이 빈 자리를 잘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변수는 밖에 있다. 지난 시즌 EPL 빅4(맨유·첼시·아스널·리버풀) 구도를 무너뜨린 맨시티가 올 시즌에도 전력을 대거 보강하며 우승후보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BBC는 '맨시티가 또 한 번 진화했다'며 맨체스터를 연고로 하는 두 클럽이 EPL 정상을 다툴 것으로 전망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