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요구했어요. 벌써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옷을 벗어 던지며 자신의 발기된 성기를 만지게 했습니다. 욕실에 들어가서 먼저 씻으라고 했지만 "그냥 해도 괜찮아"라고 하면서 끌어 안는 것이었어요. 괜찮다니. 누가 괜찮다는 거지? 다시 한번 그의 등을 떠밀어 욕실로 들여보냈습니다. 이번에도 "괜찮다니까 그냥 해도 돼"라고 하는 거였어요.
"뭐가 괜찮다는 거야. 난 싫다구! 씻고 했으면 좋겠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는 갑자기 정색을 하면서 얼굴을 붉히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참 이해할 수 없네요. 그는 단지 자신의 애정욕구를 내가 무시했다는 것에 화가 난 것 같았지만, 여자의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것이 서운하기만 합니다.
여성들은 늘 성기를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비상시(?)에 있을 있는 섹스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의 성기는 위생소홀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기위생에 대한 문제는 주로 남성으로 인해 유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자에게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관계를 한 여성에게는 심각한 질염을 일으키는 성병들이 종종 있다. 신혼이었던 L 여인이 말 못할 통증으로 고생을 하다가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병원에 함께 갔으면 한다고. 남편은 찔리는 것이 있었는지 몇 주 전부터 사타구니가 헐어 이미 혼자 병원을 다녀왔었다고 고백했다.
의사가 단순한 땀띠류의 피부병이고 자신이 나서서 아내에게 설명을 해줄 테니 아내를 꼭 데려오라고 했다는 거다. 굳이 땀띠 때문에 의심을 받을까봐 그 친절한(?) 의사가 직접 나서서 설명까지 했다는 이야기가 두고두고 미심쩍었지만, 결국 L여인은 자신이 좀더 성기위생에 신경을 써야 겠다고 결론지었고, 안 봐도 그림이지만, 이 커플의 섹스는 그야말로 수술실 들어가는 외과의사 못지 않게 멸균상태에 가까워졌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다.
성기위생문제는 섹스의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실제로 섹스 중 자칫 비위를 상해 구역질을 경험하게 되기도 해서다. 반면 자연스러운 체취에 오히려 성욕을 북돋우거나 흥분을 배가시키는 체질도 있어서 아예 섹스 전 샤워 금지를 외치는 커플들도 종종 있다. 그러고 보면 개인차의 문제일수도 있다. 허나, 진정으로 섹스에 몰입하게 되면, 아니 좀더 여성의 감성으로 말한다면 진정으로 사랑하는 느낌만으로 충만하다면 위생문제쯤이야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녀가 위생문제를 거론한다면 깨끗이 씻어야겠다 다짐할 것이 아니라, 그녀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으로 충만한지 확인해보는 것이 현명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발 냄새가 문제니? 사랑하면 냄새나는 운동화에도 입을 맞추고 싶은 법인데" 한참 사춘기였던 중학교 때 괴짜였던 담임선생님이 막 체육시간을 끝내고 쾌쾌한 냄새가 진동하던 교실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이야말로 사랑을 말하는 명언 중에 명언이 아닌가.
최수진은?
불문학 전공, 전직 방송작가, '야한 요리 맛있는 수다' 의 저자. 성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