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갑(43) 전 광저우 헝다 수석코치가 제자였던 박주영(27·셀타 비고)를 찾아갔다. 2001년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용갑 코치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청소년 대표팀 코치를 지내며 어린 박주영을 처음 지도했다. 그리고 이장수 감독이 이끌던 FC서울에 2006년 합류하며 박주영을 다시 만났다.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로 축구유학을 떠난 김용갑 코치는 박주영의 초대를 받고 24일 스페인의 서쪽 끝 항구도시 비고로 이동했다. 김용갑 코치는 28일 오전 3시 발라이도스 경기장에서 열리는 셀타 비고와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의 갈리시안 더비까지 지켜볼 예정이다. 김용갑 코치의 '레포르테 에스파뇰(Reporte Espanol)'은 이 갈리시안 더비를 준비하는 박주영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버스를 타고 비고(Vigo)로 이동했다. 장장 8시간이 걸렸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 계획도 다시 점검했다. '언제 또 제자를 만나기 위해 타국 초행길에 버스를 타고 8시간이나 갈 수 있겠냐'란 생각을 하고 오니 기분이 좋았다. 주영이는 버스터미널까지 마중나와 나를 반갑게 맞이해줬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봐왔던 주영이는 순박하고 착한 아이다. 아는 이들에게는 말도 많이 하고 장난기가 넘친다.
주영이는 스페인 음식이 입에 맞는다고 이런 저런 요리를 추천한다.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식사를 하면서 몸 상태를 물었다. 주영이는 "오른쪽 사타구니 부상은 많이 나아졌어요. 기분도 괜찮습니다"고 경쾌하게 답했다. 지난 21일 레알 마드리드 원정에서 0-2로 패한 여파가 없냐고 물어보니, 주영이는 "파코 에레라 감독님이 경기를 마치고,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는 져도 괜찮다고 하셨어요. 다만 데포르티보한테는 절대 지면 안 된다고 준비를 잘 하자고 했습니다"고 말한다. 주말 갈리시안 더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갈라시안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는 비고다. 그러나 라리가에서 성적은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가 더 좋았다. 정규리그 1회, 스페인 국왕컵 2회, 슈퍼컵에서 3차례 우승이 있다. 반면 셀타 비고는 단 한 번도 1부리그 우승을 하지 못했다. 라이벌 의식이 대단하다고 한다. 주영이 말에 따르면 벌써부터 입장권이 다 팔려나갔다고 한다. 서울-수원 슈퍼매치와는 다른 더비전이 기대된다.
식사를 하며 오랜 만에 주영이와 청소년 대표시절 이야기도 했다. 당시 청소년 대표였던 (이)근호와 (심)우현, (백)지훈, (김)진규 등 동기들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주영이가 결혼을 하고 딸을 낳더니 많이 성숙해지고 생각이 많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식사를 마치고 주영이가 머무는 집에 여장을 풀었다. 비고는 항구도시인데 깨끗하고 품위가 있다. 주영이의 집은 항구 바로 앞에 위치해 바다가 훤하게 보인다. 아직 주영이의 부인과 딸은 함께 살지 않는다고. 정리가 되면 함께 살 것이라고 했다.
내일부터는 주영이가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주영이는 "에레라 감독님은 패스 축구의 신봉자입니다. 로페즈(8번)와 오비냐(4번), 크론델리(23번), 페르난데스(24번) 등이 패스를 잘하고 풀어나오는 능력이 있다"고 꼭 지켜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