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큰 인기를 누리던 걸그룹 멤버가 정통사극에서 25년차 배우의 상대역으로 안방극장에 데뷔했다. 그룹 천상지희의 맏언니 린아가 KBS 대하사극 '대왕의 꿈'에서 주인공인 최수종의 두번째 부인 문희 역을 맡아 기대 이상의 연기력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문희는 극중 최수종이 연기하는 김춘추의 부인이자 김유신의 동생으로, 정치적 감각과 남다른 지혜를 갖춘 인물. 린아는 극중 최수종과의 합방신에서 당돌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실감나는 오열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배우로서 각인시키고 있다. 2002년 이삭N지연으로 데뷔한 후 천상지희 활동을 거쳐 뮤지컬, 사극까지에 영역을 넓히고 있는 린아를 만났다.
-1년간의 뮤지컬 경력을 제외하면 첫 연기 도전이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연기에 대한 열정을 지난해 뮤지컬로 먼저 실현하게 됐다. 뮤지컬 '페임' '늑대의 유혹' '젊음의 행진'에 연달아 출연하며 계속 드라마 오디션도 보러 다녔다. 그러다 '대왕의 꿈'에 지난해 말 오디션을 정식으로 보고 합류했다. 연극하시는 분께 지도를 받으면서 사극 특유의 어조와 분위기를 익히려 애썼다. '여인천하'나 '장녹수' '대장금' 등의 대본들을 구해서 연습했다."
-첫 안방극장 도전작으로 사극인 '대왕의 꿈'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골랐다기보다는 '대왕의 꿈'이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어릴적부터 부모님과 함께 '용의 눈물' 등 사극 보는 것을 좋아했다. 현대극은 언제든지 경험할 수 있지 않나. 첫 작품으로 어려운 사극을 경험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일지 모른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나으니까."
-첫 작품 치고 나름대로 비중이 있는 문명왕후 역을 맡게 됐다.
"처음에는 이세영씨가 연기한 '천관녀'나 김진이·김현정씨처럼 무사 역할을 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이 역할이 어울릴 것 같다고 하시더라. 이유는 모르겠다.(웃음)"
-극중 22살 차이나는 최수종과 취중합방 신을 찍었다. 기분이 어땠나.
"사실 내 아버지가 58년생이신데, 최수종 선배가 62년생이다. 어머니는 민망해서 못 보겠다고 하시더라. 하지만 외국에는 그 정도 나이차가 나는 커플도 흔하지 않나. 게다가 최수종 선배는 오빠라고 불러도 될 만큼의 동안이다. 외모 뿐 아니라 평소 성격도 발랄하고 경쾌하다. 합방신 때 민망하기는 했지만, 상대역이 젊은 남자 배우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극중 신인답지 않은 '오열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원래는 잘 안 우는 성격이라 그 장면 연기가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스태프 분들이 다들 내가 감정이 잡힐 때까지 기다려 주셨다. 처음에는 슬픈 생각을 했더니, 오히려 몰입이 안되더라. 아예 그 상황에 나를 대입시켜 빠져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왔다."
-천상지희 멤버들과는 계속 친하게 지내나.
"얼마 전에도 스테파니와 신사동에서 만나 고기 구워먹고 놀았다. 다나와 선데이는 뮤지컬에 출연하며 바쁘게 지낸다. 컴백 계획은 없냐는 말도 듣는데, 지금은 각자의 일에서 잘 되는 것이 우선이다. 사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사람들이 천상지희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나'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열애설이 난 적이 없는 것 같다. 20대 후반인데 결혼 계획은 없나.
"일부러 감춘 적은 없다. 누구를 사귀면 사람 많은 곳 가는 걸 좋아해서 명동 같은 곳에서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도무지 열애설이 안 나더라. 사실 지난해까지도 연애를 했었는데…. 연예계 종사자는 아니었다. 결혼은 배우로서 자리를 잡은 후 33살 이전에는 하고 싶다.
-연기자로서 롤모델은.
"하지원 선배님이다. 어떤 배역을 맡아도 다 자기 것으로 만드는 모습이 멋있다. 이번에 사극을 해봤으니, 다음에는 '커피프린스'에서 윤은혜 씨가 맡은 고은찬 역할같은 귀여운 캐릭터도 맡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