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비와 세븐은 치열하게 남성솔로 시장에서 경쟁했다. 이후 몇 년동안 '제2의 비·세븐'를 꿈꾸며 남자가수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합격점을 받은 가수는 별로 없었다. 가요계 유행은 어느덧 '군무'로 승부를 보는 그룹으로 전환됐다. 떼로 몰려나오는 꽃미남 스타들을 상대로 홀로 용감하게 나서는 솔로들은 찾기 힘들어졌다.
최근 '벌 받나봐'로 데뷔한 노지훈(22)에겐 시작과 동시에 '제2의 비가 될까'란 관심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키워냈던 홍승성(큐브엔터테인먼트)대표가 노지훈을 발탁했고, 186㎝의 큰 키, 섹시한 무대 매너 등이 어쩔수 없이 비를 떠올리게 한다. 인터뷰를 해보니 지독한 연습벌레란 점도 비와 똑같이 닮았다.
"춤을 춰야한다는 대표님 지시에 특별훈련을 시작해 하루 7시간이 넘게 춤만 췄다"는 노지훈의 눈에서 비의 신인시절에 봤던 독한 의지가 읽힌다.
-MBC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때와 외모가 많이 달라졌다.
"그런가. 얼굴에 뭘 한 건 없다. 체중이 4kg 줄었다. 춤을 추기에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해 체지방을 빼고 근육량을 열심히 늘렸다."
-어떻게 큐브에서 데뷔하게 된 건가.
"'위탄'톱8에서 탈락하고 정신이 좀 나갔다. 사흘간은 밥먹고 자고만 반복했다. 어느 순간 '이러다 망가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차렸는데 지금 소속사 대표님한테 전화가 왔다. '어떤 가수가 되고 싶냐'는 대표님 말에 '비, 세븐 같은 솔로가수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대표님이 '10년에 한 번씩은 거물급 솔로 가수가 나온다. 이제 나올 때가 됐다'고 하시더라."
-촉망받는 축구선수였다고.
"맞다. 청소년 국가대표까지 했다. 골키퍼였는데 꽤 잘했다. 열여덟에 갑자기 가수가 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진로를 바꾸고 무작정 홍대에서 밴드하는 형들을 따라다니며 연습생 처럼 지냈다. 교육을 받진 않고 청소하고 커피를 열심히 탔더니 곡을 써줬다. 그 노래를 우리끼리 녹음해 기념앨범처럼 냈는데 '위탄'을 하면서 그 노래가 알려져 가수 데뷔를 했었다는 오해를 받았다. 그때 악플이 많이 달려서 정말 많이 힘들었다. 당시 심사위원이던 방시혁 선생님의 도움으로 멘탈클리닉에서 상담을 받으며 극복했다."
-축구를 그만두고 후회한 적은 없나.
"절대 아니다. 운동을 그만두고 3년간 아무도 날 받아주지 않았지만, 한번 결심을 하면 뒤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다. 누나들은 정말 많이 반대를 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후 두 누나가 나를 키웠고 희생도 많이 했다. 속썩인게 미안해 계약금 받아서 누나들에게 다 줬더니 좋아하더라."
-'위탄'당시엔 춤을 이렇게 잘추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다. 큐브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전문적으로 춤을 배운 거다. 정말 죽도록 춤췄다. 계약 후 대표님과 특훈을 시작했다. 하루에 딱 5시간 빼고 춤과 노래·외국어·연기 등을 배웠다. 힘들었지만 6개월만 꾹 참으면 될 거란 생각에 버텼는데 계속 데뷔가 늦어지니 몸보다 마음이 힘들더라. 그땐 정말 괴로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신교육이었나 보다."
-데뷔곡 '벌 받나봐'의 춤이 야하더라.
"찬성과 반대가 반반인 것 같다. '아빠랑 TV를 보다가 민망해서 돌렸다'는 글들도 많고, 요즘엔 '벨트춤을 꼭 밀고 나가라'는 응원도 부쩍 늘었다. 다들 벨트를 잡아 당기는 동작에서 섹시하다고 생각하시나 보다. "
-어머니 팬들이 많다고. 어떻게 챙겨주나.
"저 같은 신인한테도 명품 벨트, 가방도 사주신다. 또 몸보신 하라고 장어 도시락도 싸주시고. 정말 든든하다."
-운동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체격이 좋다. 신체에 콤플렉스는.
"키가 큰 건 집안내력이다. 아버지도 183㎝가 넘었고 핸드볼을 하셨다. 누나 둘도 모두 170㎝ 이상이다. 콤플렉스는 굵은 허벅지다. 허벅지가 너무 두꺼워서 맞는 바지가 별로 없었다. 억지로 다리를 넣으면 바지가 찢어져서 곤란할 때가 많았다. 당연히 허벅지에 맞추면 바지도 볼품이 없었다. 운동 그만두고 근육을 빼려고 한달 반동안 목발을 짚고 다녀 꽤 많이 가늘어졌다. 최근에 재보니 22인치 조금 넘더라."
-데뷔 한달 차다. 그토록 꿈꾸던 무대에 서보니 어떤가.
"첫 방송날 카메라 리허설을 하다가 구토할 뻔 했다. 다리가 덜덜 떨려서 대기실에 계속 앉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생방송을 할 때는 2절이 되니 긴장이 풀리고 신이 났다. 무대가 정말 좋다."
-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불새출의 가수'란 평가를 받고 싶다. 그리고 대형 콘서트 장을 꽉 채우는 존재감이 엄청난 가수가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