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를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정준호(42)를 '꽤 오지랖 넓은 연예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드라마와 영화 뿐 아니라 예능프로그램까지 섭렵했고 여러 개의 사업체를 꾸려나가며 남다른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활동폭이 넓고 인맥이 훌륭해 정치에 대한 야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 충분히 파악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막상 술잔을 부딪치면서 대화를 나눠본 후 많은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됐다. 또 정준호라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말투와 행동, 눈빛 하나에서도 뚝뚝 묻어나오는 자신감, 그럼에도 잘못은 인정하며 자만하지 않는 태도를 보면서 '성공의 조건을 갖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준호와의 취중토크가 이뤄진건 그가 출연한 영화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정용기 감독)이 개봉하기 직전이다. 이 영화는 10년전 정준호와 김정은이 주연을 맡아 '대박'을 일궈낸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5편이다. 원년멤버 정준호와 유동근 등이 다시 뭉쳐 팬심을 자극하는 작품. 이번에도 정준호는 10년전에 맡았던 명문조폭집안 '쓰리제이' 가문의 사위 박대서를 연기했다. 정준호를 확실한 흥행배우로 자리잡게 만들어준 작품인만큼 그 스스로도 이번 영화에 대한 애착이 컸다. 이래저래 할 얘기가 많았던지 정준호는 자신이 즐겨찾는 압구정의 복 요리 전문점에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가문의 귀환', 10년만의 귀환
-'가문'시리즈에 다시 출연하게 된 계기는.
"저를 확실한 흥행배우로 자리잡게 해준 영화가 '가문의 영광'입니다. 당시 굉장히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봐주셨는데 그런만큼 1편의 주인공들이 10년후 어떻게 변해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실거라 생각했어요. 연령대 구분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볼만한 작품이라는 장점도 있어 좋았어요."
-필모그래피에 가벼운 코미디 영화가 많아요. 폭넓게 다양한 연기를 해볼 수도 있었을텐데요.
"어떻게보면 제 우유부단한 성격 탓이기도 해요.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배우로서 제 자신을 관리하는데 철두철미하지 못했죠. 하지만 저마저 배우로 1등의 자리에 서려고 안간힘을 쓴다면 지금 제가 하는 역할은 누가 맡겠습니까. 여러가지 스타일의 배우들이 있어야 이 세계도 질서가 잡히겠죠."
-사업을 안하고 연기활동만 열심히 했다면 어땠을까요.
"배우로서 지금보다 더 좋은 위치를 차지했을수도 있겠죠. 연기로 1등을 하고 싶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욕심이 워낙 많아 이것저것 신경쓰다보니 그게 잘 안 됐어요."
-'절친' 신현준씨와 '가문의 영광'에서 함께 한 김정은씨가 드라마 '울랄라 부부'에 부부로 출연했잖아요.
"사실 '울랄라 부부'에서 신현준 형이 맡았던 역할의 캐스팅 제의가 제게 먼저 들어왔어요. 영화에 출연하기로 한 상태라 드라마에는 참여할 수가 없었죠. 여자연기도 자신이 없었어요. 나중에 현준 형 연기를 보니 참 잘하더라고요. 그 드라마에서 신현준 하나는 제대로 건진 것 같아요. 김정은씨는 '가문의 귀환'에서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했는데 아쉽게 됐어요. 시리즈 1편을 떠올릴때 솔직히 저보다 정은씨를 많이들 생각하잖아요."
▶오지랖 때문에 나온 루머에 맘고생
-아내가 MBC를 나와 TV조선으로 이직했는데.
"전 적극적으로 찬성했어요. 물론, 어렵게 입사한 MBC를 그만둔다는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겁니다. 하지만 목표가 있으면 도전을 해야죠. MBC 아나운서가 목표였다면 몰라도 본인이 뉴스 앵커를 원하고 또 '훌륭한 언론인'이 되길 바랐으니 안주하기보다 거친 세상에 나가 맞서 싸우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아내는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고 있나요.
"네, 뉴스부터 시사·교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경험을 쌓고 또 많은 사람들도 만나보고 있어요. 그런 경험들이 쌓여야 훗날 명앵커로 성장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저 역시 수없이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생겨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출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혼후 온갖 루머들이 다 나왔어요. 그 때마다 대처하느라 힘들었겠어요.
"힘들었죠. 속상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먹었어요. 사업도 하고 있지만 먼저 연예인으로 시작했고 기반을 다졌으니 제가 떠안아야지 어쩌겠어요.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결국 피해보는건 얼굴이 알려진 사람입니다. 아내에게 '우리가 대중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루머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너무 신경쓰지 말자고 했어요. 양가 어른들께도 '연예인 아들·사위 뒀으니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대신 '이런 저로 인해 좋았던 적도 많았지 않았습니까'는 말까지 덧붙였어요.(웃음)"
-이하정씨는 많이 힘들었을텐데요.
"아마도 그 때는 저와의 결혼을 후회했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나마 신앙생활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었죠. 마음 둘 데가 있었으니까요. '하늘이 오빠를 큰 사람으로 만들려고 이런 시련을 주시는것'이라며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더군요."
-루머들이 왜 자꾸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워낙 오지랖이 넓어요. 만나는 사람도, 또 하는 일도 많죠. 여기 저기 모습을 보이고 폭 넓게 움직이다보니 그만큼 눈에 띄고 또 오해를 살 수도 있는 거겠죠. 결혼한만큼 좀 더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라는 생각도 했어요. 총각 시절에 편하게 했던 행동들도 이젠 더 신중해야겠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