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일간스포츠·중앙일보·대한야구협회 주최, 스포츠토토 협찬)가 12일 목동구장에서 화순고와 동산고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12일간의 경쟁에 들어갔다.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열정은 그라운드 위에 고스란히 피어났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긴장감 넘치는 승부에 응원의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첫날 경기에서는 1인자의 그늘에 가려 있었던 2인자들이 빛을 봤다. 박영진(55) 상원고 감독은 이날 대전고와의 경기에 앞서 "이번 대회에서 정용준을 눈여겨 봐달라"고 했다. 청소년 대표 발탁으로 이번 대회를 끝까지 뛰지 못하는 팀 에이스 이수민(18)의 빈자리를 채워 줄 선수로 우완 정용준을 지목한 것이다.
감독의 믿음에 정용준(17·2년)은 호투로 답했다. 이날 선발로 나온 그는 5이닝 동안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팀의 8-0, 7회 콜드 게임 승을 이끌었다.
정용준은 팀이 2-0으로 앞선 3회 실점 위기를 침착하게 넘겼다. 1사 후 황인준을 중전안타로 출루시킨 그는 2사 후 박동익의 중전안타로 2사 1·2루에 몰렸지만, 후속 안익훈을 1루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정용준이 호투하자 상원고 타자들을 곧바로 다음 이닝에 3득점에 성공하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경기 후 정용준은 "지난 청룡기 대회 때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 미안함을 씻어낼 수 있는 호투를 해 기분이 좋다"면서 "(이)수민이 형이 없어도 빈자리가 티나지 않게 잘 던지겠다. 이제는 슬슬 내년을 위해 에이스라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같다"고 웃어 보였다.
동산고에서도 2인자의 활약이 빛났다. 왼손 선발투수 김택형(17·2년)은 이날 화순고를 상대로 7⅔이닝 동안 3피안타 12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3회 2사 2루에서 김명진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을 뿐 볼넷은 하나도 없는 깔끔한 투구였다. 평균 시속 130km대 중후반의 직구와 타자 몸쪽으로 깊숙히 찔러 들어가는 커브의 활용이 돋보였다.
김택형은 동산고 1년 선배이자 에이스 이건욱(18)과 함께 팀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그러면서도 늘 이건욱이라는 높은 산을 바라만 봐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 금광옥 동산고 감독은 이건욱을 마무리로 활용할 뜻을 밝히며, 김택형에게 에이스라는 책임감을 짊어지게 했다. 경기 후 김택형은 "팀이 이겨 기쁘다. (이)건욱이 형(1⅓이닝 무실점)이 뒤에서 승리를 잘 지켜줘 고맙다. 건욱이 형이 뒤에서 막아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던진다"면서 "건욱이 형을 대신해 에이스 역할을 해야한다는 사실에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